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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원작 |

Faker.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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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그대로 세계의 운명이 걸려 있는 이 장소는, 그 누구의 움직임이라도 쉽게 행동을 허락하는 곳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은 당연히 피해야 하는 위험 앞에서도 그 박력에 놀라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어린 아이와 같은 것이다.

그 미지에 대한 공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여 천하의 액셀러레이터도, 카미조 토우마도, 미사카 미코토도, 인덱스도 마땅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아무래도 가장 거리가 먼 아이템들은 그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이 빨랐다. 그리고 이 장소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말할 수는 없어도, 생물로서 모두 그런 것을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키누하타의 움직임은 조금이라도 예상 했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반응하는 것이 늦었다.

"키누하타!!"

하마즈라는 필사적인 표정을 지으며 키누하타를 불렀지만, 키누하타는 그것을 무시했다. 이 거리에서 들리지 않을 리는 ​없​었​다​. ​

아무리 하마즈라가 왠만한 운동선수급의 단련을 하는 스킬아웃이라고 하더라도 키누하타는 그 작은 몸뚱이와 레벨 4(대능력)의 초능력으로 하마즈라가 상상하기도 힘든 어둠을 헤쳐 나온 실력자다. 당연히 하마즈라 이상으로 단련된 키누하타의 스피드에는 따라갈 수 없었다.

(페이커)

키누하타는 회색의 천사를 향해 ​달​렸​다​. ​

스스로 절벽으로 몸을 내던지는, 불구덩이에 몸을 내던지는 것보다 위험한 행위를 하면서도 키누하타의 머릿속은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에 가득 차 있어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페이커!!!)

"             "

키누하타의 마음의 목소리를 들은듯, 회색의 천사는 세번째 굉음을 냈다. 회색의 날개 자체가 우는 듯한 낮은 진동음. 그것은 듣는 사람의 모든 의욕을 지우는 듯한, 절망스러운 목소리 였다.

하지만 아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번엔 자신에게 접근하는 '무언가'에 대해 방어행동을 취했다는 것이다.

회색의 천사는 그 등에 있는 여섯장의 회색의 날개 중, 하늘에 뻗고 있는 두 장의 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마치 털갈이를 하는 짐승처럼 수천, 수만개의 회색의 깃털이 빈틈없이 공중에 휘날렸다.

저것이 몸에 닿는다면 분명 위험할 것이다. 중상은 커녕, 스치기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

하지만 그럼에도, 키누하타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양눈에 깃든 결의를 한층 더 불태우며, 자신의 양 주먹을 꽈악 잡은채 달려나갔다.

​"​고​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휑, 하고 눈부시게 하얀 무언가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깨달은 키누하타는 고개를 숙여 그것을 피했다. 달리면서도 그것을 확인해 보니, 그것은 매우 커다란 순백색의 날개였다.

그 순백색의 하얀 네장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천사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전체적으로 하얀 톤의 옷에 눈부시게 하얀 백발의 천사. 하지만 원래는 날개와 똑같을 색이었던 그것들은, 그 천사의 피가 고여있는 듯한 붉은 눈처럼 ​피​투​성​이​였​다​. ​

"1위…?"

그것이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초능력자)라는 것을 깨닫기가 무섭게, 다음 2격이 날아왔다. 아슬아슬하게 자신을 노리는 듯한 흰색의 날개를 다시 피하자, 키누하타는 그 공격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피투성이의 하얀 천사는 자신의 하얀 네 장의 날개를 휘둘러, 키누하타에게 쏟아 지는 회색의 깃털들을 막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회색의 천사의 몸을, 그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네 장의 날개로 공격했다.

그러자 스륵, 하고 회색의 천사의 발을 가리고 있던 두 장의 회색의 날개가 움직였다.

"!"

쾅! 지근거리에서 소닉붐이 터진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지잉ㅡ 하는 이명음에 괴로워하는 키누하타가 고개를 올리자, 그곳엔 두장의 회색의 날개가 네장의 하얀색의 날개를 압도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안간힘을 쓰듯 부들부들 떠는 하얀색의 날개와 다르게, 회색의 날개는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

"물들고, 있어…?"

회색의 날개와 맞대고 있는 하얀색 날개는 그 끝부분 부터 서서히 회색으로 변색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수많은 깃털을 막아낸 흰색 날개는 마치 하얀색 도화지 위에 회색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부분 부분 모든 곳에서 변색되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다섯살짜리 어린 아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빛(하얀색)도, 어둠(검은색)도 되지 못한 불쌍한 회색은 자신의 색깔을 늘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 무척이나 외로워 보이는 행동에 키누하타는 다시 한번 목적을 다잡았다.

저 하얀 천사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키누하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숨에 회색의 천사에게 거리를 좁혔다.

파앙!!

키누하타가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히자, 물이 가득찬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하얀색의 천사가 패배했다. 변색된 날개는 가루처럼 으스러져서 사라지고, 피투성이의 액셀러레이터는 바닥을 굴렀다.

여태까지 자신에게 향하던 회색의 깃털을 막아주던 커다란 날개가 사라지자, 곧 이어 아까의 10%도 되지 않을 정도의 적은 양의 회색의 깃털이 휘날렸다.

(피할 수 있을까)

꿀꺽. 침을 삼킨 키누하타가, 몸을 낮춰 그것을 피하려고 한 순간,

번쩍ㅡ 하고, 수십개에 달하는 빛이 키누하타의 양 옆에 나타났다. 그 수십발에 달하는 레이저들은 키누하타에게 닿을만한 회색의 깃털들을 영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깃털이 소멸하거나 하는 일은 없고, 단지 약간의 방향이 바뀔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키누하타는 그 틈 사이를 정확하게 움직여 깃털들을 피해낸다.

"키누하타!!"

그 멍청한 레벨 0(무능력자)의 걱정이 가득해 보이는 목소리.

키누하타는 순간 멈칫했다. 아마 그 레이저들은 무기노 시즈리의 멜트 ​다​우​너​(​원​자​붕​괴​)​일​ 것이다. 하마즈라와 무기노의 의도는 알고 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

키누하타는 대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 완전 바보가!!!"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까지 도착한 키누하타는 자신의 오펜스 아머(질소장갑)을 두른 주먹을 회색의 천사에게 뻗으며 소리쳤다.

"빨리 정신차리지 못하나요 이 멍청한 페이커!!"

뻑! 하고, 맨손으로 강화유리를 때린듯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아무리 완전 정신줄을 놓았다고는 해도, 이 키누하타님의 말을 완전 안듣고 있지는 않겠죠!"

회색의 천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데미지를 입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키누하타는 그 작은 주먹을 계속해서 뻗으며 소리쳤다.

"그 잘난 타인의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을 훔치는 능력으로 알 수 있잖아요!!"

오펜스 아머(질소장갑).

​봄​버​랜​스​(​질​소​폭​창​)​.​

페이커가 유일하게 자신의 의지로 구한 소녀들의 이름. 

페이커에게 있는 유일하게 믿음으로 이어져 있는 소녀들의 이름.

소녀는, 페이커가 자신을 알아봐줬으면. 하고 바랬다.

"진짜, 완전 말하기 싫었는데. 말할게요!"

페이커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키누하타를 지켰다. 쿠로요루를 지켰다.

그런 자각이 없음에도,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녀들을 지켰다.

그런 페이커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능력에 반응해줄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빌어먹을 연구소에서 나와 쿠로요루를 빠져나오게 해준거, 완전 고마워요!"

뻑! 뻑! 뻑!

오펜스 아머(질소장갑)을 두르고 있는데도, 키누하타의 주먹은 그 작은 손에서 살색을 찾기 힘들 정도로 피투성이 였다. 살갗이 까지고, 그 안에 있는 하얀 뼈가 보이는데도, 키누하타는 주먹을 뻗는다.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같은 어둠속에서 나왔는데도 나만 행복해져서, 나만 보금자리를 찾아서, 완전 미안해요! 하지만 이건 멍청한 당신 탓도 있다는 거, 알고 있죠? 그 합리적이니 뭐니 그런 멍청한 소리를 하면서 맨날 나와 쿠로요루의 호의를 무시하고, 복수니 뭐니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어둠을 고집했잖아요!!"

그리고, 키누하타의 주먹이 멈췄다.

하아,하아 하고 숨을 가다듬고 있는 키누하타는 이미 팔이 움직이지도 않는지, 그 양 팔을 축 ​느​려​뜨​렸​다​. ​

하지만 키누하타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안해 보였다. 무언가 개운한듯,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진짜로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뭐, 그 녀석과의 약속은 완전 깨게 되는 거지만, 지금이라면 녀석이라도 완전 용서할 수 밖에 없겠죠"

그렇게 말하는 키누하타의 위로 회색의 깃털이 보였다.

딱 하나 남은 듯한 그 회색의 깃털은 마치 중력을 따르듯, 운명을 따르듯, 좌우로 흔들리며 키누하타에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누하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좋아했어요. 페이커"

​"​키​누​하​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ㅡㅡㅡ

세계에 소리가 없어진듯한 기분과 함께, 키누하타의 작은 몸이 날아갔다.



​느​아​아​나​아​아​아​나​아​아​ 최근에 내여귀까지 쓰게 되서 시간이 업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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