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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


원작 |

Faker. 13화




**

"그, 그럼 당신은 신이나 마찬가지 잖아!'

미사카 미코토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초능력에 대한 진실을 알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레이스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때 원하기는 했지만, 나는 신이 될 수 없었다"

"…뭐?"

이런 추상적인 대화로는 아무런 것도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레이스타도, 미코토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말한다 하더라도 미코토와 카미조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아레이스타는 미코토의 질문에 답하듯,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오히려 지금 이 세계의 신은 저것이지. 신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신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꼭두각시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아레이스타의 시선의 끝에는 회색의 천사가 있었다.

꼭두각시 신.

그렇다면 이 꼭두각시의 실을 쥐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회색의 천사는 카미조와 미코토의 의문에 답하듯, 그 날개를 살짝 흔들었다.

"나는 신이 될 수 없었다"

아레이스타는 그 의미를 다시한번 각인시키듯 낮은 음색으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거는 저주와 같은 음색이었다.

"하나님의 아들에게 패배하고, 세계에 패배하였을 때 이미 정해진 일이지. 게다가 지금 나의 몸으로는 아에 불가능 하다. 그렇기에, 방식을 바꿨다"

"…방식?"

"간단한 것이다. 적합한 다른 인물을 신으로 승격시키고, 나는 신에 가장 가까운 힘을 얻는다. 그 신이 나의 꼭두각시라면, 누가 신이라고 불리기에 적합할것 같나?"

"말도 안돼"

그러자, 옆에서 아직도 새파란 얼굴을 하고 있는 인덱스가 아레이스타의 말을 끊으며 일갈했다.

"하나님의 아들이 수호하는 이 세계는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아! 게다가, 이미 존재하는 신을 무시한채 겨우 인간이 신의 자리를 노리고, 심지어 다른이를 신으로 승격시킨다니. 아무리 그노시즘으로 설명하려고 해도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가능할 리가 없어!"

그노시즘(완전한 지성주의).

인간은 정체 도중의 신이고, 자신을 단련함으로써 신의 육체를 손에 넣고 신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12사도 요한조차 위험하게 여기던 기독교 최초의 이단종파.

"확실히 하나님의 아들이 2000년동안 수호한 이 세계는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었지. 하지만 그 하나님의 아들이 사라진 2000년이 지나자 신의 축복도 약해져갔다"

"사라지다니?"

인덱스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레이스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호루스 시대의 새로운 성경에 쓰일법한, 신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다.

"하나님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이자 원래의 신이었던 하나님의 다음 신이 된것처럼, 원래라면 하나님의 아들 이후의 다음 신은 '신과 닮은 자'. 혹은 '신과 동등한 자'라는 미카엘이 되었을 터였다. 인간에게 깃들어 수많은 시련을 겪어 신으로 승격했었겠지. 하지만 신의 축복이 약해져감에 따라, 이변이 발생했다. 그의 쌍둥이 형제가 그것을 방해한 것이지"

"미카엘의 쌍둥이 형제라면…"

"그래. 타천사 루시퍼다"

원래라면 미카엘 이상의, 가장 신에 가까운 대천사였던 루시퍼는 자신의 힘을 믿고 신을 업신여겨 전쟁을 일으키고, 결국 패배하여 천계에서 쫓겨나 지옥의 주인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성경의 내용은 무척이나 난해하여, 인간은 아직도 그 모든 내용을 해석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영원히, 그 진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 할것이다. 이 세계의 '진리'를 알고 있는, 신 그 자체와 같은 인간이라면 모르겠지만.

"인간 방임주의인 하나님의 아들과 미카엘과는 다르게, 루시퍼는 인간을 사랑했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지식과 마술을 하사하고, 천계에서 쫓겨났었지. 그는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미카엘이 깃든 인간에게 다시한번 깃들어 그를 전력으로 방해했지"

거기서 아레이스타는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고 아직도 자신을 분노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카미조를 향해 말했다.

"무슨 남의 이야기라는 듯이 듣고 있지? 이것은 너의 이야기다. 카미조 토우마"

"그게 무슨…"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라고, 아레이스타는 카미조에게 말했다.

하지만 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 자체가 파괴되어 버린 카미조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기억이 없는 인간이라는건 역시나 귀찮군"

그러자 아레이스타는 진심으로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들고 있는 은색의 지팡이를 살짝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러자 카미조는 그것만으로 지구 그 자체가 뒤틀리는 듯한 기분나쁜 감각과 함께, 기분나쁜 오한이 들었다.

아레이스타는 그런 카미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도박장에서 될리가 없는 패에 전재산을 거는 멍청이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과연, 너는 진실을 알고도 부서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카미조 토우마의 기억이 돌아왔다.

**

카미조 토우마의 시간은 7월 29일. 학원도시에 있는 병원의 침대위에서 시작됐다.

모든 기억이 없었다. 모든 추억이 없었다. 친구나 부모님은 커녕.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돌아가는 인생이라는 태엽에 거짓말이라는 윤활제를 발라가며, 어떻게든 살아왔다.

7월 29일 이전의 기억.

솔직히 말하자면, 모르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세상엔 모르는 것이 약인 일도 많이 존재한다.

자신.

카미조 토우마라는 인간은, 무척이나 불행했다.

어렸을 때 부터 '역귀'라고 불리며, 그의 근처에만 있어도 불행해 진다며 따돌림 당했다. 그것은 어린아이들끼리의 장난이 아니라, 같은 동네에 사는 어른들 조차 카미조를 보면 돌을 집어던질 정도였다. '재수가 없는 남자아이' 라며 오컬트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강제로 취재를 한적도 있었고, 심지어는 빚쟁이에게 쫓기던 어른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라며 자신을 칼로 찌른 적도 있었다.

그 누구보다 불행한 이 소년은, 당연하게도 타인의 불행과 마주할 기회가 ​많​았​다​. ​

길을 잃은 어린 아이를 도와주고, 어쩌다 보니 도둑을 잡은 적도 있고, 돈을 빼앗기는 다른 학생을 도와준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심하게 다쳐왔다.

'이것은 필요한 수순이다. 신의 기적이다. 너는 옳다'

그리고 아주 가끔, 정말로 포기하고 싶을때 마다 자신의 안에 있는 무언가가 말을 걸어 왔다.

그리고 그것을 믿고, 카미조 토우마는 불행이라는 역경을 넘어 선행을 쌓아왔다.

그렇게 어린 시절이 지나자, 머리가 자란 카미조는 문뜻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있는 선행이, 과연 진짜로 내가 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그러한 운명에 타고 났다는 점은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불행하고, 그렇기에 타인의 불행과 마주할 기회가 많고, 자신이 그것을 해결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안에 있는 '무언가'가 행하는 일이 아닐까? 자신은 그저, 그것을 위한 '인형'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카미조 토우마는, 선행을 포기했다. 남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그러자 점점, 그 '무언가'의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결국은 들리지 않았다.

그 후 아버지에 의해 학원도시에 가게 된 카미조는 학원도시의 검사로 완전한 레벨 0(무능력자)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그 후에 자신의 오른손에 있는 능력에 대해 눈치챘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게 '신의 기적'이라고 수도 없이 말하던 '무언가'를 비꼬는 의미에서 이매진 ​브​레​이​커​(​환​상​살​)​이​라​ ​이​름​지​었​다​. ​

'이 오른손으로 만지면…, 그게 이능의 힘이라면 원자폭탄급의 화염 덩어리든 전략급 레일건이든 신의 기적이든 없앨 수 있습니다, 네'

카미조 토우마는 ​말​했​다​. ​

그리고 인덱스는 의아해 했다. 신을 믿지도 않으면서, 신의 기적을 지운다고 확신하는 소년의 말을 의아해 했다.

그것은 일종의 방어기제 였을 것이다. 자신에게 이러한 불행이라는 이름의 선물을 준 신의 기적을, 부정하는 의미였을 것이다.

​폭​스​워​드​(​위​선​자​)​.​

그 단어만은, 기억을 잃은 카미조 조차 가슴속에 묻고 있는 단어였다.

무척이나 불행한 자신이, 자신보다 덜 불행한 사람들을 구해줘야 하는 운명. 

그 운명에서 도망친 카미조 토우마는, 자신을 ​폭​스​워​드​(​위​선​자​)​라​고​ 불렀다. 그리고 옳은 말일 것이다.

그렇게, 인덱스를 만났다.

물론 이번에도 도망치려고 ​했​었​다​. ​

'…그럼 나랑 같이 지옥 밑바닥까지 ​가​줄​래​?​' ​

인덱스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단순한 불행이라고 하기엔, 처음으로 자신보다 불행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불쌍한 소녀. 그 소녀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그렇기에 싸웠다.

자신의 안에 있는 '무언가'는 이미 사라졌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운명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남을 구하고 싶기에 싸웠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던 마술사들에게. 카미조는 전력을 다해 소리쳤었다.

'그렇다면 네놈은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만한 힘이, 이렇게 만능의 힘이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 무능한 거야…'

그때, 카미조는 진심으로 인덱스란 소녀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하지 못하는 마술사들에게, 진심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그 마술사들이 아닌, 자신에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신의 기적이라도 지울 수 있는 오른손을 가지고도, 여자아이 한명 구할 수 없는 자신에게.

이능이 없어서 자신의 능력을 모르던 학원도시 바깥에서, 아무런 힘도 많은 사람을 구원하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네놈들, 계속 기다려왔잖아? 인덱스의 기억을 빼앗지 않아도 되는, 인덱스의 적이 되지 않아도 되는, 모두가 웃고, 모두가 바라는 최고이자 최고의 해피엔딩이라는 것을! 계속 기다려 왔잖아, 이런 전개를! 영웅이 나타날 때까지의 임시변통이 아니야! 주인공이 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짓거리가 아니라고! 계속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거잖아! 그림책처럼, 영화처럼 목숨을 걸고 단 한 명의 여자아이를 지키는 그런 마술사가 되고 싶었던 거잖아!'

그 마술사들에게 소리친 그 말이야 말로, 카미조 토우마라는 소년이 그토록 원했던 결말이었다.

단 한번이라도, 누군가의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

단 한번이라도, 운명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단 한번이라도, 자신이 가진 힘으로 누군가를 불행에서 구원해주고 싶었다.

단 한번이라도,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빛의 날개에 공격받고, 카미조 토우마는 '죽었다'

**

"아ㅡ"

기억이 돌아온 카미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깨달은 ​것​이​다​. ​

기억을 잃기 전인 7월 29일 이전의 기억. 7월 29일 이후의 기억. 그 기억들 때문에, 7월 29일 이후에 자신이 행했던 행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기억을 잃은 네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준 덕분에 그 오른손에 있는 힘이 급속도로 성장했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아레이스타는 말한다.

"기분이 어떠나? 누군가의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너의 그 알량한 영웅심 덕분에 플랜은 이미 성공했다"

주인공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조차, 다른 이가 만든 무대의 조연일 뿐이었다.

"도망치려고 생각하지 마라. 7월 29일 이전이라면 모를까, 그 이후는 운명 따위가 아니다. 7월 28일. 그 날 너의 대신 죽은건 그 미카엘이다. 왜 그 많고 많은 술식중에 하필 대(對) 십자교용 술식인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신이여,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이었을까. 뭐, 그것도 운명이었겠지"

아레이스타는 말한다.

"그 오른손에 깃든 루시퍼도 마찬가지다. 10월 30일. 그 세계 3차 대전의 마지막때도, 천사인 미샤=크로이체프를 저지하고 너를 대신해 죽은 것은 그 루시퍼다"

남아 있는 것은 천사로서의 의지가 아닌 단순한 힘. 그리고, 그에 따른 역할.

아레이스타는 창백한 카미조 토우마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 이상 가는 유희는 없다는 듯, 조롱하는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의 결과는, 오로지 너의 의지로 행한 행동에 대한 결과일 뿐이다"

털썩. 하고, 카미조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토우마…?"

"하,"

무슨 이유인지를 모르는 인덱스와 미코토는 마치 회고하듯이 그 자리에 무릎꿇은 카미조를 걱정했지만, 카미조는 모든 것을 포기한듯이 헛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 상태로 고개를 돌려,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 보는 미코토와 인덱스의 얼굴을 ​쳐​다​봤​다​. ​

그런 카미조를 보며, 아레이스타는 만족스럽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네가 직접적으로 인간을 구한 힘은 대천사인 미카엘이 아닌 사탄이라고 불리는 루시퍼의 힘이었지"

"……………"

카미조는 인덱스와 미코토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아마, 그것은 사죄일 ​것​이​다​. ​

하지만, 무척이나 불행한 카미조는 마음대로 절망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쾅!! 하는 굉음이 들렸다. 네 장의 하얀 날개를 펼친 액셀러레이터와 회색의 천사가 싸우는 소리였다.

"참전하지 않는건가?"

아레이스타의 조롱하는 목소리.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타인을 구원한다고 한 자신의 행동들이, 아레이스타라는 최악의 인간이 신이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쿵! 하는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어딘가에서 본적이 있었을 보브컷을 한 중학생 정도로 되는 소녀가, 그 조그마한 신체를 지상에서 마치 물수제비를 하는 돌처럼 튕기며 카미조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

카미조의 근처에서 소녀가 낙하하자, 미코토와 인덱스는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질소능력에 의한 패시브 방어… 적어도 방금의 그 그로테스크한 낙하가 데미지를 주지는 않았겠네"

안심한듯한 미코토의 목소리. 소녀의 주먹은 너덜너덜 했다. 딱히 그것 말고는 외상은 없어 보였지만, 머리의 한가운데 회색의 깃털이 붙어 있었다. 설탕으로 만든 과자가 녹아서 머리에 붙은것 같은 그 깃털은, 근처에 있는것 만으로도 섬찟해질정도의 무언가를 내뿜고 있었다.

카미조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소녀의 머리에 자신의 오른손을 가져갔다.

칭!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모든 이능을 지울터인' 그 오른손이 밀려났다.

"너의 오른손은 원래 이 세계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것들을 정화한다. 그렇기에, '원래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원석의 이능은 정화하지 못하지"

그 모습을 보며, 아레이스타는 다시 한번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지식이나 힘을 가져와도, 원래부터 '아레이스타 크로울리'라는 존재를 막기 위한 역할인 너를 이길 수는 없었겠지. 그래서, 다른 계를 덧씌웠다"

"다른 위상… 그렇다면 설마"

"그 설마다"

인덱스의 물음에, 아레이스타는 답한다.

"시스터즈의 네트워크와 나의 magick를 응용한다면, 이 세계에 다른 위상을 덮어 씌울 수 있다. 뭐, 거기엔 그 계를 고정할 천사가 필요하지. 학원도시의 경우엔 카자키리 효우카가 맡고 있었지만"

계를 고정하는 존재.

마술사로서의 지식은 일류인 인덱스는 거기서 눈치챘다.

"……이 세계 전체에 다른 위상을 겹쳐놓은 거구나. 저 회색의 천사를 이용해서. 그렇기에 뒤틀려버린 세계는 당신의 magick나 저 회색의 천사를 '원래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라고 인지하고 있는거야"

아레이스타의 계획은,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도 단순했다.

'이 세계'라면, 아레이스타를 물리칠 역할인 그 오른손을 이기는 것이 불가능 했다. 그것은 원래의 신이 남긴 운명 그 자체였다. 한번 그 운명에 패배한 아레이스타가 그 운명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세계'를 '다른 세계'로 만들어 버리면 될것이다.

20도 정도 약간 뒤틀린 세계를, 180도까지 크게 비틀어, 완전하게 비틀어버린 것이다.

거기서 흠칫. 하고 인덱스의 몸이 떨렸다.

"잠깐, 그렇다면 '이 세계'에 원래 있던 지식은!? 설마…!!"

"그 설마다"

아레이스타는 큭큭. 웃으며 대답했다.

"'다른 세계'가 되어버린 이 곳에서 '이 세계'의 마술은, 다른 세계의 지식이다. 지금 이 세계에서 기존의 마술을 사용한다면 마도서를 본것처럼 목숨을 잃게 되겠지"

"말도,안돼…"

아레이스타가 신과 같은 자라고 하더라도 일말의 가능성은 존재했다. 이를 대비한 술식들은 적지만 확실히 존재했다.

하지만 천사마저 벨 수 있는 칸자키의 일섬. 타락한 천사를 죽일 수도 있는 대(對) 십자교용 술식. 그리고, 신살(神殺)속성을 가진 많은 술식들은 결국 전부 마술이다.

그 마술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면,

승기따위, 존재할 리가 없다.

"당,신……"

그러자, 무지막지한 기세로 날아왔던 소녀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저 회색의 깃털은 지금도 확실히 소녀의 생명력을 좀먹고 있을 ​것​이​다​. ​

"……"

카미조 토우마는 비참한 눈빛으로 소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방금까지라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소녀를 구원할 수 있었을 자신의 오른손은 이미 그 의미를 잃었다. 이제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레벨 0(무능력자)인 것이다.

"당신,은 영웅이라,고 들었어,요…"

그리고 그런 카미조의 얼굴을 쳐다보며, 소녀는 말했다.

"나,는… 완전 괜,찮아요… 그러니,까…"

주륵. 하고,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페이커,를… 구해줘요… 부탁,이니까…"

"………"

카미조는 자신의 입을 부들부들 떨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고 있자,

"아 진짜, 너 뭐하고 있는 거야!?"

퍽! 하고, 미코토가 자신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갈겼다.

그 돌발행동에 깜짝 놀란 카미조는 미코토의 얼굴을 쳐다봤다. 미코토는 자신의 양 손을 허리에 둔채, 카미조를 향해 말했다.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정신좀 차려!"

"……"

"싫다고 해도, 괜찮다고 해도 목숨을 걸고 나를 구원해줬을때의 너는 어디간거야?"

"……"

"너의 행동을 후회하지 마! 너가 구해줬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그 중 누구도 너를 원망하고 있지 않아!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나쁜건 이 녀석이잖아? 거기에 왜 네가 책임감을 느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카미조는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미코토의 눈을 ​쳐​다​봤​다​. ​

그러자 미코토는 한번 파직. 하고 온몸에서 전류를 뿜더니,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알던 토우마로 돌아와! 그리고 도와줘! 너는 힘이 있다고 싸우는 녀석이 아니잖아?"

카미조는 인덱스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인덱스는 굳은 의지가 담긴 눈으로 카미조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카미조 토우마는 구원받았다.

좀더, 일찍 깨달았어야 했다.

힘이 없으면 어떠한가?

자신의 행동은, 그 모든 행동은 확실하게 선행이었다. 미코토의 말대로 그 누구도 카미조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런 상황을 이용한 아레이스타야 말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다. 단순한 책임회피가 아니다. 자신은 여태까지 한것처럼, 세계를, 타인을 구할 것이다.

여태까지의 선행이 정해진 운명이면 어떠한가?

자신에게 깃든 '무언가'가 확실하게 없어진 이 상황에서의 카미조의 행동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카미조 토우마라는, 누군가의 히어로가 되고 싶었던 소년이 진정한 히어로가 될 수 있는 기회.

꽈악, 하고. 카미조는 그 오른손에 힘을 줬다.

"그 오른손에 깃든 힘도 이제는 무용지물 일텐데, 뭘 어떻게 할 생각이지?"

아레이스타는 다시 한번 카미조를 조롱하며 ​물​었​다​. ​

"그런 힘은 필요 없어"

하지만 카미조는 그 어느 때보다 굳은 신념이 담긴 목소리로, 회색의 천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깐 길을 잘못들인 멍청이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하는건, 평범한 주먹으로도 충분해!!!"



아실분은 아시겠지만... 1권 시점의 카미조는 무척이나 의문 투성이 입니다.

자신을 ​폭​스​워​드​(​위​선​자​)​라​고​ 부르던 점.

신을 믿지도 않는다면서, 종교에 깊게 관련된 마술을 본적도 없으면서, 당당히 '신의 기적'을 지운다고 말하던 점.

1권에서 인덱스를 구원할때의 '이 세상이 당신이 만든 시스템대로 움직이고 있다면ㅡ 우선은 그 환상을 부숴버린다!!' 라는 독백.

확실히 기억을 잃기 전의 카미조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저기서 '이 세상을 만든 당신' 이라고 한다면, 신 밖에 없으니까요.

1권에서 작가는 기억을 잃은 카미조 토우마를 '죽었다' 라고 묘사합니다.

게다가 22권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카미조 토우마. 두번째 죽음을 맞이하다' 라고 묘사하죠.

어디까지나 자의적인 해석입니다만, 과연 여러분들이 어디까지 공감하실지는 모르겠네요

p.s 텍본은 저번처럼 완결까지 쓴 후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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