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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시타「히키가야군, 지금부터 티컵을 사러 가지 않을래?」

雪ノ下「比企谷君、今からティーカップを買いに行かない?」


원작 |

역자 |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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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G​U​L​J​i​9​6​a​o​S​z​S​ ​2​0​1​3​/​0​9​/​0​2​(​月​)​ ​0​7​:​1​7​:​1​0​.​3​5​ ​I​D​:​R​z​e​I​M​8​N​k​0​


「……어쩔 수 없네, 내가 채점해줄게」 

그렇게 말한 유키노시타는 미소지으며 어깨부터 드리워진 칠흑의 장발을 손으로 쓸어올리고는, 내 문제용지와 해답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런 유키노시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의식 중에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유키노시타의 문제용지였다.

한 장 젖혀서 보자 마치 유키노시타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한 문자로 계산식이 정연하게 쓰여 있었다.
무의식 중에 숨을 멈추고 그 문자에 넋을 잃고 말았다.

어느새인가 나는 정신없이 유키노시타의 계산식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동안 그 세계관에 이끌려 들어가버리는 것과 같은 감각이었다.


253: ​◆​G​U​L​J​i​9​6​a​o​S​z​S​ ​2​0​1​3​/​0​9​/​0​2​(​月​)​ ​0​7​:​1​8​:​3​8​.​6​0​ ​I​D​:​R​z​e​I​M​8​N​k​0​


문득 같은 계산식이 좌우로 짝을 이뤄 쓰여져 있는 것을 눈치챘다.
재검토도 했다.

외톨이인 탓에 말수가 적은 유키노시타.
그런 유키노시타의 머리속을 웬지 트레이스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유키노시타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머리를 들어 자연스레 해답에 손을 뻗었다.

254: ​◆​G​U​L​J​i​9​6​a​o​S​z​S​ ​2​0​1​3​/​0​9​/​0​2​(​月​)​ ​0​7​:​1​9​:​5​7​.​9​9​ ​I​D​:​R​z​e​I​M​8​N​k​0​


나도 유키노시타의 채점을 시작했다.

유키노시타의 계산식은 군데군데 힘이 줬는지 뭉개진 채 휙휙 그어져 지워진 부분이 있었다.
그 바로 아래부터는 다시 정연하게 계산식이 나열되어 있다.

또 다른 페이지에는 좌우로 다른 해가 도출된 부분이 있었다.
거기에는 중간까지 계산하던 식을 고친 흔적이 있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라 할지라도, 완벽하지는 않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라 할지라도, 한발한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라 할지라도, 헤매거나 고민하거나 불안해지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난 이런 곳에서 자신의 나약함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역주 : ​俺​は​こ​ん​な​と​こ​ろ​で​自​分​の​弱​さ​に​負​け​て​は​い​ら​れ​な​い​。​)​

255: ​◆​G​U​L​J​i​9​6​a​o​S​z​S​ ​2​0​1​3​/​0​9​/​0​2​(​月​)​ ​0​7​:​2​1​:​0​9​.​7​7​ ​I​D​:​R​z​e​I​M​8​N​k​0​


상호간의 채점이 끝났다.

유키노시타는 200점 만점중 193점, 나는 수학Ⅰ이 20점 정도 수학Ⅱ가 34점으로, 합계 54점이었다.

  
「히키가야 군, 130점은 더 필요하네」

하고 한심한 점수를 당연하게 지적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절망감이나 불안감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자기채점은 막을 내렸다.

261: ​◆​G​U​L​J​i​9​6​a​o​S​z​S​ ​2​0​1​3​/​0​9​/​0​2​(​月​)​ ​1​9​:​3​3​:​1​3​.​9​7​ ​I​D​:​R​z​e​I​M​8​N​k​0​


다음날 아침은 이상할 정도로 기분좋게 일어났다.

기분좋게 일어난 탓인가, 머리가 개운해서 평소보다 수업 내용이 이해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가, 쉬는 시간과 영어의 오랄 커뮤니케이션 때 이외에는 멍하니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가벼운 걸음으로 부실로 향할 수 있었다.



「여어」

「안녕, 히키가야 군……」 

평소와 같이 내가 바로 의자에 앉지 않고 서있자 유키노시타는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어제는 감사인사를 할 타이밍을 놓쳐버렸지만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갈 수는 없다.


「유키노시타, 어제는 고마웠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수상한 태도를 보이거나 쑥스러움을 감추려고 독설을 뱉지 않고 스스로의 감정을 전할 수 있었다.

262: ​◆​G​U​L​J​i​9​6​a​o​S​z​S​ ​2​0​1​3​/​0​9​/​0​2​(​月​)​ ​1​9​:​3​5​:​4​7​.​5​0​ ​I​D​:​R​z​e​I​M​8​N​k​0​


「음, 뭐가? 나는 너의 모의시험 결과가 걱정이 된 거뿐이니까 그렇게 감사인사를 들을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눈을 피하면서 유키노시타는 이렇게 대답했다.

  
「훗……」 

솔직하지가 않네, 이 녀석은.

그러고 보니, 비슷하게 비뚤어진 사람이 있었지.
그 녀석 누구였더라?


「뭐야?」

찌릿하고 유키노시타가 노려본다.


「수학 답맞추기 할 때, 네가 손을 빌려주었잖아. 그때 나한테 쌀쌀맞게 굴었었지.
그래도 그런 나한테 너는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주었어. 그 덕에 나는 내 마음속 어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거야. 정말 고마워……」 


마지막에는 유키노시타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 감정이 들어간 감사인사라니 외톨이가 되고 나서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지.



「벼, 별로 그러려고 한 건 아니야. ……히, 히키가야 군의 착각인걸」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전력으로 부정하는 유키노시타가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혹시 그때 유키노시타가 꾹 감정을 억누르고 임기응변을 살리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263: ​◆​G​U​L​J​i​9​6​a​o​S​z​S​ ​2​0​1​3​/​0​9​/​0​2​(​月​)​ ​1​9​:​3​7​:​5​9​.​0​4​ ​I​D​:​R​z​e​I​M​8​N​k​0​


-「히키가야 군……」 

「너 바보야? 네가 수학에 약한 건 원래 알고 있던 사실이야」 

「그걸 갑자기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하다니 너답지 않은걸. 그런 정도로 내가 너를 싫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런 정도로 내가 너한테서 멀어질 거라고 생각한 거야? 나를 허투루 보지 않았으면 하는데」 

「네가 하고 있는 건 자신의 나약함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뿐이야. 혹시 그런 시시한 걸 생각해서 우물쭈물대고 있는 거라면……, 나는 지금의 히키가야 군은 싫어」 



대강 이런 말을 듣고 있었을 테지.


그때 유키노시타에게 고무를 받고 제정신으로 돌아왔을지, 아니면 그대로 유키노시타와는 끝나버렸을 것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그런 건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이렇게 지금이 있으니까.

266: ​◆​G​U​L​J​i​9​6​a​o​S​z​S​ ​2​0​1​3​/​0​9​/​0​2​(​月​)​ ​2​0​:​0​5​:​5​8​.​3​4​ ​I​D​:​R​z​e​I​M​8​N​k​0​


「……히키가야 군, 자리에 앉는 게 어때?」 


「……아, 어어」 

방금 모습 유키노시타한테 죄다 보이고 있었지.
부끄러운 나머지 서둘러 자리에 앉으려 하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히키가야 군, 도대체 어떤 망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얼굴 평소보다 배는 기분 나빴어.」 

변함없는 독설이지만 태평하게 웃는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알지못해, 머리를 긁적이고 말았다.

267: ​◆​G​U​L​J​i​9​6​a​o​S​z​S​ ​2​0​1​3​/​0​9​/​0​2​(​月​)​ ​2​0​:​0​7​:​5​7​.​2​7​ ​I​D​:​R​z​e​I​M​8​N​k​0​


「히키가야 군, 나는……, 네가 자신의 나약함도 긍정하는 부분 싫지 않아」


「아, 전에 그렇게 말했었지」 


「그래도 자신의 나약함에 굴복하려고 하는 넌 싫어……」 


「어제 한 번은 굴복하고 말았으니 말이지……」 

외톨이의 길을 걷고자 결심한 때, 절대로 자신의 나약함에는 굴복하지 않으리라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오히려 나약함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수학여행 갔을 때 자신의 나약함을 눈치채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 처음으로 자신의 나약함에 굴복하고 말았다.

설마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물며 타인이 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위안인 것은 보는 상대가 유키노시타였다는 것, 그러니까 이렇게 지금이 있는 거다.

그런 것을 나는 하마터면 소중한 것을 잃을 뻔했다.


그래, 잃어서는 안 된다. 한 번 잃어버린 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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