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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GULJi96aoSzS 2013/09/05(木) 22:08:29.21 ID:teEibWel0
예전에 전업주부를 지망하고 있을 무렵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그 노력을 공부로 돌리기는 했지만, 각오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
솔직하게 말해, 자신이 없다.
1년 후의 자신을 이미지 해봐도 변변치 않은 이미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히키가야 군, 너랑 같이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마음을 가지고 논 거구나.」
하고 합격발표의 게시판 앞에서 찔린다고 하는 배드엔딩이 떠오른다.
아, 무섭군. 두렵기 짝이 없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부실에 도착했다.
286: ◆GULJi96aoSzS 2013/09/05(木) 22:11:03.01 ID:teEibWel0
「여어」
「안녕, 히키가야 군」
「유이가하마는 오늘……」
「미우라하고 노래방 간다고 메일이 왔어」
내 목소리를 막으며 이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
「……그 말은, 어이. 또 나한테 말 못하게 할 참이냐」
「어머, 미안해. 히키가야 군 무슨 말 하고 있었지」
「외톨이는 그냥 둬도 말수가 적으니까, 그 얼마 없는 기회를 빼앗는 건 그만둬 주지 않을래?」
「어머, 우연이네. 나도 말수가 적은 편인데」
뭐지, 이 약육강식의 세계.
약자는 강자에게 좌절당한다. 바야흐로 사회의 축도가 이런 변두리의 부실까지도 세를 떨치고 있다.
287: ◆GULJi96aoSzS 2013/09/05(木) 22:14:17.41 ID:teEibWel0
「유이가하마라고 하면, ……그래, 모의시험 때 괜찮았을까?……」
일전의 객관식 모의시험에서 나는 유키노시타와 같은 국립대학을 지망하여 수험과목을 변경했다.
나는 유이가하마와 같은 3교과 3과목이었지만 유키노시타와 같이 5교과 7과목이 되었다.
학교신청이었기 때문에, 평소대로 교실에서 시험을 보았다.
수험과목에서 등교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서 눈치채지 않았을까 유키노시타는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288: ◆GULJi96aoSzS 2013/09/05(木) 22:17:12.30 ID:teEibWel0
「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자고. 그 녀석 수험과목 첫 과목인 영어가 시작하기 전하고 마지막 사회가 끝났을 때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가 시간 꽉 채워서 틀어박혔으니까.」
「그래……」
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그 이상 파고 들고 싶지 않아, 잠시 대화는 끊어졌다.
289: ◆GULJi96aoSzS 2013/09/05(木) 22:18:16.97 ID:teEibWel0
그러고 보니, 모의시험이 끝났을 때 하야마가 말 걸었었지.
「히키타니 군도 국립지망이었구나. 의외네. ……」
하고 말이다.
뭐, 수학여행 때 일이 있으니까 그 녀석 그룹 내에서 내 이야기는 NG다.
그러니 하야마가 유이가하마에게 누설하는 일은 없을 테지.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고 있자니 유키노시타가 싫은 주제를 건드렸다.
292: ◆GULJi96aoSzS 2013/09/05(木) 23:15:28.59 ID:teEibWel0
「히키가야 군, 너 산수 공부는 순조롭게 되고 있어?」
고개를 갸웃하면서 산수라고 나를 가볍게 바보 취급하는 건 그만두지 않을래.
그 몸짓이 너무 귀여워서 반격할 수가 없잖아.
「산수인가……. 그러고 보니 고학년 때부터 싫어했었지.」
「어머, 네가 산수 싫어하는 건 원래부터 그런 게 아니었니?」
의외네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원래 그렇게 못하지는 않았다.
구구단도 바로 외웠다.
293: ◆GULJi96aoSzS 2013/09/05(木) 23:16:34.86 ID:teEibWel0
「내가 다니던 소학교는 문제해결학습인지를 연구하고 있었어. 교과서를 덮고, 칠판에 문제를 내고 푸는 방법 생각하자 라고 하는 거야……」
「나도 그렇게 배운 적이 있어……」
유키노시타의 표정도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 학습법에 그다지 좋은 추억이 없는 거겠지.
294: ◆GULJi96aoSzS 2013/09/05(木) 23:19:45.59 ID:teEibWel0
「예를 들면 말이지. 부피의 단위를 배우는 첫 수업에 루빅스 큐브와 같은 입체도형이 나와서, 『이 입방체의 부피를 구하시오』라고 하는 거야. 『부피』의 단위라고 하면 그때까지 배운 거라곤 L, dL, mL이니까 그 단위를 사용해서 풀어보려고 하지만 1L의 부피를 가진 입방체의 한 변의 길이가 뭔지는 배우지 않았잖아. 그래서는 당연히 해를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런데 리터는 왜 갑자기 소문자에서 대문자로 바뀐 거야?
게다가 서체까지.
교과서에선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어, 지금까지 그랬던가? 데헤헤☆」란 느낌으로 시치미 떼고 앉아있다.
어디의 코마치냐고?
우리집 코마치였습니다.
코마치, 험담해서 미안하다.
방금 건 하치만 포인트적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옆길로 샌 생각을 하고 있으니 유키노시타가 한 마디.
「그렇구나, 그건 상당히 횡포네」
유키노시타도 찡그리며 화를 낸다.
아차, 이야기를 되돌려야지.
295: ◆GULJi96aoSzS 2013/09/05(木) 23:21:47.70 ID:teEibWel0
「게다가 담임이『면적을 구할 때는 어떻게 했지?』라며 면적 공식을 확인하고는 하는 거야. 그러니까 L이나 dL을 쓰려고 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카오스 그 자체지. 게다가 면적 공식을 무턱대고 강조하니까, 『부피』의 개념이 완전히 파괴돼서 열심히 입방체의 표면적을 구하려고 하게 되는 거야.」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점점 험악해진다.
296: ◆GULJi96aoSzS 2013/09/05(木) 23:25:00.46 ID:teEibWel0
「실컷 혼란시켜놓은 다음 담임이 한 변에 1cm인 주사위를 칠판에 그려놓고 이게 1입방 센치미터입니다 라고 하는 거지. 그렇게 간단한 거였으면 처음부터 그렇게 가르치라고. 그때까지의 노력을 전부 부정당하면 그 노력은 뭐냐고…… 하고 할 마음이 싹 사라지게 만든다. 게다가 빨간펜 선생님이나 학원 같은 데서 배우고 있는 녀석들만 간단하게 이해하지. 소학생 때부터 정보전이라고. 그 덕분에 나는『일하면 패배』라고 하는 걸 배웠어.」
전국의 소학교 교원들이여, 신속히 이 문제해결학습을 그만둬라.
문과성도 이 지도법을 추천하는 건 그쯤에서 그만해라.
이러고 있는 사이 산수 싫어하는 애들이 점점 양산될걸.
297: ◆GULJi96aoSzS 2013/09/05(木) 23:26:49.26 ID:teEibWel0
「네가 하고 있는 말에는 대체로 찬동해. 하지만 그 비뚤어진 성격을 형성한 건 네 자신 탓만이 아니라, 문과성에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는 건 경솔한 생각이야. 어떻게 하면 그런 극단적인 주장에까지 이르게 되는 걸까. 이 이상 너의 이야기를 들으면 현기증이 날 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 이마에 손을 댄다.
「이 학습법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아직도 계속할 생각이야……」
유키노시타는 이런이런 하면서 다시 이마에 손을 올렸다.
「뭐, 그런 말 하지 마. 이건 너에게도 익숙한 일이야……」
「……. 나도……?」
하고 멀뚱멀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