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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시타「히키가야군, 지금부터 티컵을 사러 가지 않을래?」

雪ノ下「比企谷君、今からティーカップを買いに行かない?」


원작 |

역자 |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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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G​U​L​J​i​9​6​a​o​S​z​S​ ​2​0​1​3​/​0​9​/​0​5​(​木​)​ ​2​3​:​2​9​:​0​6​.​4​8​ ​I​D​:​t​e​E​i​b​W​e​l​0​



「이 학습법의 가장 불쾌한 부분은 맞춰보기라든가 하는 그룹으로 푸는 방법을 토론하는 거야. 나 같은 외톨이한테 있어서 고통 그 자체인 시간이지. 당연히 나는, 점점 수학공부를 싫어져서 그룹 애들 설명을 듣고 있어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고 또 모르겠으니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것뿐이지만. 담임이 설명해도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동급생의 요령 없는 설명을 듣고 이해하라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내 이야기에 드물게도 동의하는 유키노시타는, 그렇지하고 수긍하면서 손을 쥐더니 언제부터인가 주먹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유키노시타도 자신의 체험담을 말하기 시작했다.

299: ​◆​G​U​L​J​i​9​6​a​o​S​z​S​ ​2​0​1​3​/​0​9​/​0​5​(​木​)​ ​2​3​:​3​1​:​0​3​.​9​7​ ​I​D​:​t​e​E​i​b​W​e​l​0​


「그거하고 칠판 앞에 세워서 설명하라고 하는 거 말인데, 틀릴 것 같으면 뭐라도 된 듯 야야 그러면 안 되지 하고는, 정답을 맞추면 맞추는대로 칫하고 혀를 차거나 비아냥거리니……. 그걸 근절하는데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했을까, 그 저능아들!」


분노로 가득한 눈과 온몸으로 증오심을 불태우며 말하는 유키노시타에게 나는 그저 공포를 느낄뿐이었다.

슬쩍 시선을 피하는 내 앞에서 돌아선 유키노시타는, 냉기를 머금은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히키가야 군. 완전히 얼버무린 것 같은데 수학 공부는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만면에 웃음을 띄운 사람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301: ​◆​G​U​L​J​i​9​6​a​o​S​z​S​ ​2​0​1​3​/​0​9​/​0​5​(​木​)​ ​2​3​:​3​8​:​5​4​.​2​5​ ​I​D​:​t​e​E​i​b​W​e​l​0​


     ×   ×   ×   × 



「여기는 이렇게 해서 대입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척척 내 노트에 대입식을 쓰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의 열중하는 얼굴도 아름답지만 유키노시타가 쓴 글자도 그 단정한 용모와 마찬가지로 아름답다.

연필 앞으로 차례차례 글씨가 쓰여지는 모습은 마치 비단이 짜여지는 것 같았다.


무의식 중에 그 글씨에 넋을 잃고 말았다.

302: ​◆​G​U​L​J​i​9​6​a​o​S​z​S​ ​2​0​1​3​/​0​9​/​0​5​(​木​)​ ​2​3​:​3​9​:​4​8​.​9​4​ ​I​D​:​t​e​E​i​b​W​e​l​0​



「히키가야 군, 너 내 설명을 듣고 있는 거야?」

찌릿하고 쏘아본다.


「너, 너의 글씨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홀딱 마음을 빼앗겨버린 탓에, 변명 한 마디 하지 못했다.


「그, 그래……」 

갑자기 온순해진 유키노시타는 뺨을 주홍색으로 물들이고 고개를 숙인다.

303: ​◆​G​U​L​J​i​9​6​a​o​S​z​S​ ​2​0​1​3​/​0​9​/​0​5​(​木​)​ ​2​3​:​4​1​:​3​8​.​3​9​ ​I​D​:​t​e​E​i​b​W​e​l​0​


이건 살짝 상태가 나빠지고 말았다.

뭔가 그, 공부로 돌아갈 동기를 잃어버렸다고 할까.

이대로라면 장난치다 공부하기 싫어질 거다.


갑자기 유키노시타의 서릿발 같은 칼날을 마주하고 싶어졌다.



「글씨는 사람의 마음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너의 검은 속은 보여주지 못하는구나……」

하고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두 눈 앞에는 조금 전의 뾰족한 연필이 두 자루…… 꿀꺽……. 


「히키가야 군, 심안이란 말을 알고 있어?」 

아니, 너의 그 사안(邪眼)이 무진장 무서운데.


「그 생선 썩은 눈을 으깨면 너도 개안(開眼)할 수 있을지도 몰라」 

얼굴은 웃고 있지만 절대영도보다도 차가운 빛을 발하는 눈을 덧붙이는 건 잊지 않았다.

「서릿발 같은 칼날-」이라고 했던 말은 철회하고 싶다, 아니, 하게 해주세요.

304: ​◆​G​U​L​J​i​9​6​a​o​S​z​S​ ​2​0​1​3​/​0​9​/​0​5​(​木​)​ ​2​3​:​4​2​:​5​8​.​0​7​ ​I​D​:​t​e​E​i​b​W​e​l​0​


「그, 그렇다면 이 문제도 이렇게 해서 대입하면 되는 거야?」 

하고 떨리는 손짓으로 노트에 쓴다.


「그래. 하면 할 수 있잖아. 히키가야 군」 

달팽이나 거북이냐고 할 정도로 순간적으로 살의를 거두어들인 유키노시타는 맑은 눈을 빛내며 천진하게 기뻐하는 것이었다.


그래, 이 미소가 있으니까 나도 힘낼 수 있는 것이다.

305: ​◆​G​U​L​J​i​9​6​a​o​S​z​S​ ​2​0​1​3​/​0​9​/​0​5​(​木​)​ ​2​3​:​4​4​:​2​5​.​2​7​ ​I​D​:​t​e​E​i​b​W​e​l​0​


예제를 대충 푼 즈음에 티타임을 가졌다.

오늘은 유키노시타와 둘이서만 마시는 샹파뉴 로제라고 하는 홍차다.

유키노시타가 내린 홍차를 둘이서 똑같이 생긴 티컵을 기울여 마시는 건 더없이 행복한 한때이다.



특별히 무슨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두 외톨이의 세계를 즐긴다.

때때로 시선을 마주하다 돌리면서.

312: ​◆​G​U​L​J​i​9​6​a​o​S​z​S​ ​2​0​1​3​/​0​9​/​0​6​(​金​)​ ​1​9​:​3​3​:​5​8​.​9​9​ ​I​D​:​6​d​z​N​3​Y​Y​g​0​


     ×   ×   ×   × 


동지까지 1주일도 안 남았다.


부실에 오고 나서 그렇게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석양은 유키노시타를 캔버스로 오렌지색을 물들이고, 아름다운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일몰도 이제 금방이다.

이쯤에서 휴식을 일단락 지을 때다.

그럭저럭 오늘도 끝이구나.


연습문제에 착수한다.

유키노시타는 그런 나를 옆에서 꼼짝 않고 봐준다.


유키노시타가 가르치는 방법은 적확한 포인트를 잡아 알기 쉽다.

스스로도 쑥쑥 실력이 붙는 걸 알 수 있다.

1문제, 2문제 순조롭게 풀어간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잔꾀도 쓴다.

「이거 어떻게 푸는 거더라」 

하고 묻거나, 일부러 평범한 실수를 해서 틀린다.

유키노시타는 뻔히 알고 있겠지만,

「……할 수 없네」 

하고 못 이기는 척 하며 바싹 붙어서 가르쳐 준다.

그리고 다 가르쳐 주면 썰물과 같이 재빨리 물러선다.


어떻게 봐도 평범한 닭살 커플이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보내는 둘의 시간은 역시 각별하다. (역주 : ​つ​か​ず​寄​ら​ず​の​間​合​い​)​

313: ​◆​G​U​L​J​i​9​6​a​o​S​z​S​ ​2​0​1​3​/​0​9​/​0​6​(​金​)​ ​1​9​:​3​7​:​5​8​.​1​1​ ​I​D​:​6​d​z​N​3​Y​Y​g​0​


연습문제를 다 풀고 답맞추기도 끝냈다.

어떻게 오늘 분은 클리어했다.


「오늘은 고마워」


「그래, 합격하고 나면 다 되돌려 받을게」 

하고 웃는 얼굴로 답하는 유키노시타.

혹시 그 스마일이 이자는 아니겠지.

유키노시타와는 마음으로 단단히 맺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여성의 호의에 대한 항체가 없는 나.

합격과 맞바꾸어 나는 무엇을 대가로 바쳐야 할까…… 생각하면 조금 무섭다.


하교시각까지 30분.

남은 시간은 독서에 활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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