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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시타「히키가야군, 지금부터 티컵을 사러 가지 않을래?」

雪ノ下「比企谷君、今からティーカップを買いに行かない?」


원작 |

역자 |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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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G​U​L​J​i​9​6​a​o​S​z​S​ ​2​0​1​3​/​0​9​/​0​7​(​土​)​ ​2​0​:​3​1​:​2​5​.​6​7​ ​I​D​:​e​L​c​l​z​f​I​K​0​


주문한 메뉴가 왔다.

둘이서 잘 먹겠습니다를 했다.


음……!


유키노시타는 무릎 덮개를 그대로 하고 있다.


「먹을 때 치워두지 않으면 그거 더러워질걸」 

유키노시타는 허둥지둥 봉투에 접어 넣는다.


「그리고 전차 안에서도 펴지 마」 

미리 경고를 해두는 걸 잊지 않았다.


유키노시타를 다루는 법을 깨친 나는 유키노시타한테서 시선을 거두어, 슬쩍 카푸치노 컵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니까, 유키노시타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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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다시 케이요 선에 탔다.

귀가를 서두르는 샐러리맨으로 가득한 차내였지만 자리가 한 자리 비어 있었다.

유키노시타를 앉히고 난 그 앞에 섰다.


유키노시타는 무릎 덮개가 든 봉투를 소중히 안고 있다.

이제는 뒷전이 된 학교 가방이 몇 번이고 팔에서 무릎으로 미끄러져 앞으로 엎어진다.

그때마다 허둥지둥 가방을 끌어당기지만, 봉투만큼은 꼭 안고 있다.

전차가 흔들릴 때마다 가방이 이리저리 튄다.

이렇게 학습능력이 없는 유키노시타는 처음 봤다.


이럴 때는 냉정한 판단력이 남아있는 내가 나설 차례다.

번쩍 가방을 들어올려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고마워」 

그렇게 말했지만 봉투를 안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이 녀석, 집에 도착하기 전에 차에 치이는 거 아니야 하고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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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와 같이 흔들리기를 수 분, 유키노시타가 내릴 역에 닿았다.


여기는 우리 집에서도 가깝긴 하지만 학교 근처에 있는 역에 자전거를 두고 왔다.

유키노시타가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불안했지만 그곳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유키노시타, 가는 길 조심해」 


「응, 히키가야 군도 조심히 가. 그럼 내일 보자」 

윙크를 하고 전차에서 내린다.


「그럼……」 

나에게 작별인사를 할 틈도 주지 않고, 파괴력 만점을 안겨주고 가버렸다.

주위 시선을 끌어버려 나는 마음이 몹시 불편해졌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와 이렇게 함께 보내는 건 즐겁지만, 풍경에 녹아 들어 존재감을 지우는 내 스킬은 매일매일 녹슬어 간다.


미분방정식으로 공기가 되는 방법 같은 거 계산할 수 없으려나?

367: ​◆​G​U​L​J​i​9​6​a​o​S​z​S​ ​2​0​1​3​/​0​9​/​0​7​(​土​)​ ​2​0​:​3​8​:​3​9​.​4​9​ ​I​D​:​e​L​c​l​z​f​I​K​0​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더 눈길을 끄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히키가야 군! 」 

또다시 차 안으로 뛰어들어 온 유키노시타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 두 팔을 꽉 잡고 차 밖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어, 이건 뭐지?

SOS단에 나와있는 부실에 납치당하기라도 하는 건가?


덜컹…… 


아, 아프잖아!

닫히는 문에 발이 끼기도 하면서 간신히 플랫폼으로 끌려 나왔다.

368: ​◆​G​U​L​J​i​9​6​a​o​S​z​S​ ​2​0​1​3​/​0​9​/​0​7​(​土​)​ ​2​0​:​3​9​:​5​2​.​5​5​ ​I​D​:​e​L​c​l​z​f​I​K​0​


「저, 저기……, 유키노시타 ……」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등을 향하고 종종걸음으로 걷는다.

표정도 의도도 전혀 알 수 없어 어쨌든 발을 끌듯이 쫓아간다.

발 무지 아픈데, 발.


개찰구로 향하는 계단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던 유키노시타는 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갑자기 벤치에 앉았다.

뭐가 뭔지 몰라 나도 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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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시타, 너 때문에 아까 발 끼었는데」 

불만스러운 눈으로 항의했다.


「무사해서 다행이네, 무릎 덮개가」 

역시 무릎 덮개가 든 핑크색 비닐 봉투를 안고 있다.


「뭐냐 그 도치법은. 난 걱정되지 않는 거냐고? 」 

어처구니 없다는 눈으로 쏘아보았다.


「응, 그렇지만 너 혼자서 걷고 있었잖아」 

어느 샌가 무릎 덮개를 펼친 유키노시타는 기죽지 않고 그렇게 웃었다.

370: ​◆​G​U​L​J​i​9​6​a​o​S​z​S​ ​2​0​1​3​/​0​9​/​0​7​(​土​)​ ​2​0​:​4​9​:​3​6​.​3​7​ ​I​D​:​e​L​c​l​z​f​I​K​0​


「네가 먼저 걸어가버리니까 그렇지」 

내 말을 무시하고 무릎 덮개를 살며시 자기 무릎 위를 덮는다.

망할 유키노시타, 뻔뻔한 얼굴로 무시하기는.


이 녀석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닌가, 괜찮은 거야?


휴…… 하고 고개를 숙인 채 깊은 한숨을 쉰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시선을 떨구고 멀거니 플랫폼 바닥을 쳐다본다.


「어때, 어울려? 」

느닷없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예쁘장한 미소를 보인다.


……가, 가까운 거 아니야?

유키노시타의 얼굴이 다가온다.


「……어, 어울리는데」 

뒤로 젖히며 대답하지만 누구 탓에 등이 굳었는지 이 이상 젖혀지지 않는다.


371: ​◆​G​U​L​J​i​9​6​a​o​S​z​S​ ​2​0​1​3​/​0​9​/​0​7​(​土​)​ ​2​0​:​5​2​:​1​5​.​1​4​ ​I​D​:​e​L​c​l​z​f​I​K​0​


「그, 그 무릎 덮개 마음에 들었어?」 

계속해서 다가오는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피하는데 열중하는 나.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유키노시타에게 감상을 물었다.


「응……, 그게…… 히키가야 군이…… 히키가야 군이 골라준 걸……」 

부끄러운지 뺨을 붉게 물들인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조금씩 뒤로 빼며 이렇게 대답했다.


……!? 

아,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빼는 건 의외로 순식간이구나……

하치만 조금 아쉬운걸.


멀어진 유키노시타를 향해 살짝 미련을 느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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