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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 ◆GULJi96aoSzS 2013/09/13(金) 23:36:18.55 ID:1siUWyUE0
× × × ×
코트 소매를 잡히고 수 분 후 케이세이츠다누마(京成津田沼) 역에 도착했다.
볼링장에서 올 때는 이 역이 가깝다.
왠지 유키노시타도 피곤한 거 같아 걷는 거리가 짧은 게 낫다고 생각해 치바선으로 귀가하기로 했다.
2역만 지나면 집 근처 역이다.
타이밍 나쁘게 막 전차를 떠나보낸 우리는 벤치에 걸터앉는다.
언제 준비했는지 약삭빠르게 이전에 선물한 무릎 덮개를 덮고 있었다.
무척 마음에 든 것 같다.
이렇게 가끔씩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
491: ◆GULJi96aoSzS 2013/09/13(金) 23:38:24.97 ID:1siUWyUE0
다음 전차까지 10분인가.
평소와 같이 멍하니 있으면서 보낼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유키노시타의 머리가 어깨에 기대온다.
좀 있다 전차 오니까 자지 마라.
「어이, 유키노……」
「왜 그래, 하치만?」
「어……?」
무심코 소리가 뒤집혀 버렸다.
「유키노시타……, 너 방금 뭐라고……」
내 말을 가로막듯 유키노시타가 떠들기 시작했다.
「히키가야 군, 너 왜 내가 졸리게 됐는지 알아? 애초에 네가 억지로 나를 반나절이나 끌고 다닌 걸로도 모자라 볼링을 3게임이나……」
이제 됐어, 유키노시타. 그렇게 얼굴 빨개서 필사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킥킥하고 웃어줬다.
유키노시타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였다.
492: ◆GULJi96aoSzS 2013/09/13(金) 23:39:44.00 ID:1siUWyUE0
「저기, 전차 올 때까지 아직 시간 있는데, 안 자?」
유키노시타 쪽으로 무릎을 댔다.
유키노시타는 기대는가 싶더니 홱 떨어지고, 무릎 덮개를 내 쪽으로 당기자 다시 기대고는 조용히 숨소리를 새근거렸다.
많이 피곤했나 보구나.
오늘은 죽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널 「유키노」라고 부르는 건 조금만 더 기다려줘…….
497: ◆GULJi96aoSzS 2013/09/14(土) 06:41:31.91 ID:UijBmWGo0
동기강습 이틀째.
1과목 센터 수학이 끝나고 2과목 문과 수학 수업 중이다.
어제 근처 맥도날드에서 유키노시타에게 배운 덕분인지 오늘은 어제보다 수업 내용에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어제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일반적으로 이해했다는 것과는 다르다.
억지로 비유하자면 광고 구석에 작게 「당사측정시」라고 적혀있을 때 같은 느낌이다.
벡터만큼이나 어려워하는 행렬과 일차변환으로 화제가 옮겨간 순간, 머리에서 김이 나고 말았다.
새로운 강적의 출현이다.
참고로 김은 액체이지 기체가 아니다.
물의 기체는 수증기다.
다들 알고 있으려나?
가볍게 화제를 돌려 얼버무리는 건 나의 나쁜 버릇이다.
현실과 마주하자.
정기시험 수학에서 9점 맞은 나에게 애초에 특기인 분야가 있기는 하나?
그거야 당연히 하나도 없다.
수학은 전부 포기였다.
그래도 수Ⅰ의 정수문제는 8할 정도 풀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나지만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 그렇게 믿고 싶어…….
믿지 않으면 해나갈 수 없다.
하치만은 하면 된다고 필사적으로 암시를 거는 내가 있었다.
498: ◆GULJi96aoSzS 2013/09/14(土) 06:43:03.33 ID:UijBmWGo0
갑자기 차의 클랙슨 소리에 섞여 무슨 소리가 들렸다.
창으로 눈길을 주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오늘도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유키노시타가 걱정돼 안 그래도 모르겠는 일차변환에 대한 설명이 귀에서 귀로 흘러나간다.
499: ◆GULJi96aoSzS 2013/09/14(土) 06:47:18.75 ID:UijBmWGo0
- 어제 역 플랫폼에서 그 다음은 이런 느낌이었다.
완전히 잠들어버린 유키노시타와 잠시 같이 있어주기로 했다.
유키노시타는 평온한 표정으로 잠자는 공주와 같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내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맡기고 있는 유키노시타의 체온과 고동을 직접 느끼며,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동지 전날인 만큼 태양이 커져감에 따라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감기 걸릴 것 같아 걱정이 돼 두 번째 전차가 왔을 때 깨웠다.
전차에서 내리고 나서는 바로 근처 소부선 역에서 자전거 뒤에 태워 유키노시타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바람을 받은 유키노시타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때마다 콧속을 간지럽히는 좋은 향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 몸을 잡은 유키노시타의 손의 힘이 때때로 세졌다 약해졌다 하는 그 강약이 묘하게 기분 좋아 이대로 계속 함께 있고 싶어졌다.
헤어질 때 유키노시타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망설인 나머지
「안녕」
이라고 한 마디만 말한 채 떠나려 했다.
그러자 유키노시타는
「내일 또 봐」
하고 대답해 주었다.
그렇게 어제 일을 되돌아보는 사이 빗발이 더 세졌다.
500: ◆GULJi96aoSzS 2013/09/14(土) 06:48:43.83 ID:UijBmWGo0
시계를 보자 강의종료 10분 전이었다.
유키노시타라면 벌써 도착했겠지.
점점 빗줄기가 세져, 나는 한시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런다고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기뻐할까…….
- 아니. 이 이외의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초침 속도가 느림을 그저 초조하게 생각하면서 칠판에 쓴 마지막 정리를 노트에 옮겨 적었다.
501: ◆GULJi96aoSzS 2013/09/14(土) 06:49:50.85 ID:UijBmWGo0
강의가 끝나고 재빠르게 짐을 챙겨 교실을 뛰쳐나갔다.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지만 가볍게 돌아보며
「미안, 카와사키. 오늘 일이 좀 있어」
이렇게 한 마디만 하고 먼저 나갔다.
아, 그러고 보니 카와사키란 이름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