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유키노시타「히키가야군, 지금부터 티컵을 사러 가지 않을래?」

雪ノ下「比企谷君、今からティーカップを買いに行かない?」


원작 |

역자 | 일각여삼추

31


579: ​◆​G​U​L​J​i​9​6​a​o​S​z​S​ ​2​0​1​3​/​0​9​/​1​6​(​月​)​ ​0​7​:​1​0​:​4​9​.​6​2​ ​I​D​:​j​3​5​7​f​a​E​b​0​


     ×   ×   ×   × 


개찰구를 빠져나와 남쪽출구를 나서자 바다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건 한번뿐이었고 주위에는 바닷바람이 남긴 짠물 냄새가 감돌았다.


이윽고 그 냄새도 사라졌다.

그때 유키노시타가 사는 고층 맨션 앞에 도착했다.


「히키가야 군, 오늘도 즐거웠어.」
유키노시타는 흡족한 얼굴이었다.

  
「유키노시타, 나도 즐거웠어. 그리고 수학도 가르쳐줘서 고마워. 모레 또 가르쳐줘……」 

나는 역시 유키노시타의 미소에는 약하다.
부끄러워져서 마지막에 가서는 눈을 피하고 말았다.


「……어!?」 

유키노시타는 순간 굳었다.

그리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히, 히키가야 군……, 그, 그건, 무, 무슨 뜻이야……?」 
유키노시타의 목소리는 점점 가늘어져, 벌써 울 듯한 표정이었다.


「유키노시타, 혹시……너 무슨 착각하는 거 아니야?」 


「……어!?」 

유키노시타는 눈물 어린 얼굴로 멍하니 있었다.


「내일은 모처럼의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그러니까……, 다른 애들하고 합류하기 전까지, 너하고 둘이서 데이트하……」 

아직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유키노시타 내 가슴에 갑자기 뛰어들었다.

그리고 내 코트의 가슴 부분을 쥐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런 유키노시타를 껴안자 코트를 쥔 손이 꽉하고 굳어졌다.


「유키노시타,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아름다운 흑발을 어루만졌다.



잠시 후 오열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유키노시타의 손에서 힘이 빠지더니 축 늘어졌다.


아직도 칭얼거리듯 내 가슴에 몸을 맡기는 유키노시타를 왼손으로 안았다.


그리고 유키노시타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윤기 있는 흑발을 오른손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582: ​◆​G​U​L​J​i​9​6​a​o​S​z​S​ ​2​0​1​3​/​0​9​/​1​6​(​月​)​ ​0​7​:​2​5​:​3​6​.​6​1​ ​I​D​:​j​3​5​7​f​a​E​b​0​


     ×   ×   ×   ×  
  

12월 24일, 드디어 찾아온 크리스마스 이브 당일.

오늘은 유키노시타 유키노와 데이트가 있는 날이다.

사실 아직 데이트란 단어를 쓸 생각은 없었지만 유키노시타의 눈물을 보고 말았으니 하는 수 없다.


아직인가……, 아직인가…… 하고 시간을 의식하며 건성으로 보낸 동기강습 4일째 일정도 종료하고 이제 남은 건 하루가 되었다.


평소에는 강의에서 해방된 해방감 때문인지 교실 내에서 설렁설렁 떠드는 무리가 많았지만 오늘은 그런 놈들도 허둥지둥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이니 말이지, ……지금까지 나한테 변변찮은 추억 같은 건 없었지만.

어릴 적 같은 때는 있어도 괜찮지 않나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한테는 없다.

우리 망할 친부가 「나쁜 아이에게는 산타가 오지 않는다」고 빼놓고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때 모친이 나중에 준비해줬으니 됐지만 나는 진심으로 산타를 때려잡으리라 결의했던 것이다.


틀림없이 지금 내가 한심한 이유의 대부분은 이 망할 친부에게서 받은 영재교육에서 온 게 컸겠지.

583: ​◆​G​U​L​J​i​9​6​a​o​S​z​S​ ​2​0​1​3​/​0​9​/​1​6​(​月​)​ ​0​7​:​2​7​:​5​8​.​7​5​ ​I​D​:​j​3​5​7​f​a​E​b​0​


이런 흑역사도 어떻게든 오늘로 종지부를 찍고 싶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서 받은 수제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돌아갈 채비를 시작했다.

코트를 걸치고 가방을 들자 카와사키가 눈앞을 가로지르려 하고 있었다.


「카와사키, 수고」


「……오늘도 유키노시타가 기다리고 있어?」 


「응」 


「……그럼 행복하시길.」 

쌀쌀맞게 이렇게 말하곤 교실을 떠났다.

모처럼의 크리스마스이브이니 집에 돌아가서 동생들 돌보느라 힘들겠지.

마음속으로 카와사키의 등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을 걸고 나도 교실을 뒤로 했다.

584: ​◆​G​U​L​J​i​9​6​a​o​S​z​S​ ​2​0​1​3​/​0​9​/​1​6​(​月​)​ ​0​7​:​3​1​:​0​7​.​1​6​ ​I​D​:​j​3​5​7​f​a​E​b​0​


학원을 나서자 유키노시타가 평소와 같이 눈앞에 서 있었다.


「유키노시타, 기다렸어?」 


「나도 방금 도착했어.」 

신이 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아까 창문 너머로 손에 입김을 부는 모습을 보았다.

꽤 오래 기다린 것 같다.
  

「그런데 히키가야 군, 오늘은 어디로 데려가 줄 거야?」 

유키노시타는 어린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평정을 가장한 말투로 물었다.

「내가 가자고 해놓고 미안한데 너무 기대하지는 마라.」

부끄러워 이렇게 대답하는 게 고작일 정도로 유키노시타의 미소는 너무나도 눈부셨다.

585: ​◆​G​U​L​J​i​9​6​a​o​S​z​S​ ​2​0​1​3​/​0​9​/​1​6​(​月​)​ ​0​7​:​3​5​:​2​0​.​5​8​ ​I​D​:​j​3​5​7​f​a​E​b​0​


     ×   ×   ×   × 


「일단 코스는 생각해 왔는데, 어딘가 가고 싶은 곳 있어?」


남쪽 출구에 있는 사이제에서 식사를 하며 유키노시타와 대화하는 중이다.

세련된 가게에서 식사할까 생각했지만 나는 아직 부모님 밑에서 살고 있는 처지다.

내 형편에 맞게 사이제로 결정했다.


「설마 너 나한테 이다음의 예정을 전부 맡길 생각은 아니겠지?」 


변함없이 유키노시타는 유키노시타다.

정말이지 이 녀석은 나를 매도하고 폄하하는 데는 천하제일이다.

……. 천하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나와 대화하는 인간은 없지만 말이지.

유키노시타 이외에 가족과 토츠카, 히라츠카 선생님, 유이가하마, …… 정도인가.


또 다른 한 명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지금도 「커흠, 커흠……」하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헛기침을 하면서 나타날 것 같아 금단의 5문자(그 녀석의 이름)를 머리속으로 변환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