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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GULJi96aoSzS 2013/09/17(火) 20:57:17.09 ID:nIsxQ9ff0
2게임의 스코어는 243.
1플레이부터 7연속 스트라이크를 낸 것이다.
터키까지는 냉담한 눈이었지만 포스(4th)부터는 「오오!」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피프스(5th), ……그 다음은 뭐라고 하더라?
지금까지 낸 적 없으니…….
어쨌든 6번째, 7번째로 횟수를 더해가면서 내가 투구할 때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기침 하나 낼 수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8플레이에서 7번 핀, 10번 핀만 남는 아주 대단한 스플릿이 나와도 조용했다.
당연히 처리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2투에서 10번 핀이 하나 남은 때야 겨우 「아ー……」하는 소리가 들렸을 정도다.
9플레이와 10플레이 2투에서 스페어를 잡아 233.
스트라이크가 나지 않아 조금 열기가 식었지만 마지막 3투에서 스트라이크를 내서 243.
아까까지 적이었던 놈들에게서 박수가 터졌다.
617: ◆GULJi96aoSzS 2013/09/17(火) 21:00:11.31 ID:nIsxQ9ff0
스케일은 사소한데다 시시할지도 모르지만 유키노시타가 초대면에서 말한 「사람들은 저마다 세계를 바꾼다.」는 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나와 유키노시타의 승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누가 누구한테 이겼다 같은 건 너무나도 작은 일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세계를 바꾼다면 이런 자그마한 일 따윈 어찌 되든 좋으니까…….
618: ◆GULJi96aoSzS 2013/09/17(火) 21:01:47.57 ID:nIsxQ9ff0
유키노시타가 다시 느려진다.
내 소매를 세게 잡아당긴다.
「저기, 유키노시타……, 천천히 걸으면 떼놓고 간다……」
그런 말과는 반대로 유키노시타의 가냘픈 왼손을 잡는다.
그리고 쥔 손을 이번에는 고쳐 잡았다.
그러자 마주 잡는가 싶더니 내 오른쪽에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붙잡히듯 되었다.
너, 길가에 떨어진 잔돈이라도 찾는 거냐?
내 쪽을 좀 보라고.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짓고 있자 곧 유키노시타의 수줍은 웃음이 이쪽을 향했다.
- 그래, 유키노시타……. 너는 곧장 미아가 되니까 죽 거기 있어…….
623: ◆GULJi96aoSzS 2013/09/17(火) 23:43:22.01 ID:nIsxQ9ff0
× × × ×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내 외톨이 스킬이 현저하게 저하되었다는 것을 겨우 눈치 챘다.
아니, 눈치 채는 게 늦었다.
역 개찰구가 눈에 들어온 그 순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와 손을 잡고 있었다.
그것도 내가 먼저 잡은 거다.
아까는 무의식적으로 잡았다고 하지만 무척 후회된다.
정말로 「그때 역사가 움직였다.」다.
영주 후예에게 중후하고 어색한 목소리로
「이제야 오늘로서 그때가 찾아왔는가……」
하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에게 있어서는 무거운 결단을 지금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624: ◆GULJi96aoSzS 2013/09/17(火) 23:44:49.85 ID:nIsxQ9ff0
「……오늘밤도 최후까지 관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깐……, 어이 기다려줘…….
끝내지 말아줘…….
아직 답을 구하지 못했는데 이대로 흑역사의 거센 파도에 삼켜지고 마는 건가?
그리고 「최후」는 뭐야?
「마지막」 아니냐고?
뭐, 어느 쪽이든 곤란하지만…….
이미 장대하고 비장감이 넘치는 엔딩 테마가 내 머리 속을 지나기 시작했다.
625: ◆GULJi96aoSzS 2013/09/17(火) 23:48:14.25 ID:nIsxQ9ff0
개찰구는 어떤 리얼충이라도 순간 외톨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역이다.
……좀 말이 지나친가.
손을 잡은 채 개찰구 밑을 지나가는 커플도 없다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여기서는 손을 놓는다.
그리고 그 다음엔…….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 거냐, 나…….
개찰기와 내 오른손을 무심코 번갈아 본다.
그런 내 기색을 눈치 챈 유키노시타가 또 급히 고개를 숙였다.
유키노시타의 귀 색이 순식간에 빨개진다.
유키노시타 유키노 또한 그때 나와 같이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는 듯하다.
626: ◆GULJi96aoSzS 2013/09/17(火) 23:50:09.11 ID:nIsxQ9ff0
답을 구하지 못한 채, 마침내 개찰구 앞에 도달하고 말았다.
이렇게 된 거 이대로 손을 잡은 채 가버릴까…….
앗……! 내 지갑은 코트 오른 주머니 안에 있다…….
이래선 필연적으로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그 다음 일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잡아야 하는가, 잡지 않아야 하는가, 그것이 문제로다…….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채 타임업을 맞이하고 말았다.
627: ◆GULJi96aoSzS 2013/09/17(火) 23:52:10.30 ID:nIsxQ9ff0
삐삐…….
개찰구에 달린 지갑 속에서 펭귄 씨가 가득 비꼬는 것처럼 유쾌한 목소리로 지저귄다.
삐삐…….
유키노시타 패스 케이스 속의 펭귄 씨까지 뒤에서 지저귀었다.
아…… 어쩌지…….
평소의 썩은 눈으로 돌아간 그때, 내 소매를 누군가 꼭 잡아당긴다.
돌아보자 고개를 숙인 유키노시타가 소매를 잡은 채 팔을 뻗고 있다.
고맙네요, 유키피디아 씨, 아니 지혜주머니 씨.
너에게 베스트 앤서를 줄게.
유키노시타의 자그마한 손을 쥐고, 고쳐 쥐고, 꼭 마주 잡아…….
그렇게 해서 둘이 나란히 플랫폼으로 향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