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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 ◆GULJi96aoSzS 2013/09/25(水) 21:51:18.33 ID:8abVCrzlo
그러자 턱에 손을 갖다 댄 유키노가 눈에 들어왔다.
「히키가야 군, 아무리 여성과 인연이 없다고 해도 그건……」
야, 너 내 여자친구 아니었냐?
그게 아니면 뭐, 벌써 나를 환멸하게 된 거야?
그건 그렇고 방금 내가 안아드는 포즈 취한 거 봤지?
다음에 만날 때 똑같이 할 테니까 가슴으로 뛰어와 주지 않으련?
유키노 옆에 서있던 코마치도
「오빠, 그건 아니야……. 방금 거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낮은데.」
하고 덧붙였다.
하치만적으로 꽤 포인트가 높았을 텐데, 안 되는 걸까?
여성진들은 기가 찬 듯 했지만 자이모쿠자는 달랐다.
「음음. 역시 본관의 친우 하치만이군. 본관도 그 기분 쓰라릴 정도로 잘 알지.」
하고 힘차게 긍정한다.
설마 자이모쿠자, 나만의 토츠카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토츠카는 나의 신부.
「흥. 힛키, 사이짱만 보지 말구, 조금은 나도 돌아봐줘.」
유이가하마가 복어 같이 뺨을 불룩 부풀린 채 뾰로통하게 화낸다.
그야, 토츠카만 보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계속해서 토츠카만 보고 있자,
「힛키, 내 이야기 듣구 있어!」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737: ◆GULJi96aoSzS 2013/09/25(水) 21:52:24.72 ID:8abVCrzlo
어떻게든 여기까진 끌고 왔다.
이 다음에 히라츠카 선생님과 합류해 가게에서 파티 타임을 가지게 되는데, 그게 끝나기 전에는 어떻게든 나와 유키노의 관계를 눈치 채지 못하게 해야지.
문득 멀리 시선을 향했다.
통로 벽에서 붉은 장미를 든 채 서있던 대학생은 끊임없이 시계를 보고,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이윽고 깊은 한숨을 한 차례 쉬는가 싶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오른손에서 새빨간 꽃다발이 슥 굴러 떨어졌다.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린 뒷모습은 인파를 거슬러 오르듯이 개찰구로 이어지는 통로의 혼잡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아직까지도 유이가하마에 대한 답을 내지 못했다.
743: ◆GULJi96aoSzS 2013/09/26(木) 19:37:55.12 ID:QOusV812o
× × × ×
집합시각 5분 전이 되었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전방에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보면 역시 미인이다.
멀리서 봐도 그 아름다움이 도드라진다.
왜 이 사람, 결혼 못 하는 거지?
내 나이가 나이라면 평범하게 데리고 살고 싶어질 정도다.
자연스레 그 모습에 홀리고 말았다.
「여, 제군들을 기다리게 했네. 그럼 갈까……. 응……무슨 일이야?」
모두들 한숨을 쉬며 히라츠카 선생님을 보고 있었다.
업스타일 머리에 화장은 옅지만 깔끔하게 했다.
조금 타이트한 스커트에서 건강하고 늘씬한 다리가 죽 뻗어 있다.
대단한 각선미다.
그 끝에 있는 핀 힐도 괜찮은 느낌이다.
그리고 목덜미에 털이 달린 하얀 코트가 히라츠카 선생님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한다.
744: ◆GULJi96aoSzS 2013/09/26(木) 19:39:24.40 ID:QOusV812o
「우와. 히라츠카 선생님 무척 예뻐요.」
「후엣……. 예쁘지만 왠지 무서워요~.」
유이가하마는 순수하게 그 아름다움을 칭찬한다.
코마치는 이전 신부대결 때 히라츠카 선생님께 꼼짝 못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듯 했다.
「……이건 그냥 넘길 수가 없는걸.」
그렇게 말한 유키노는 왠지 나에게 엄한 시선을 보낸다.
나, 입을 헤벌쭉 벌리고 있던 건 아니겠지, 꼴깍…….
「히라츠카 선생님 역시 미인이시네.」
「선생 히라츠카의 진면목을 봤군…… 어흠.」
넋을 잃고 멍하니 있는 토츠카도 많이 귀엽군!
자이모쿠자 놈은 갑자기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분명 아름다운 겉모습 아래 만남을 추구하는 강한 집념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전율하는 거겠지.
745: ◆GULJi96aoSzS 2013/09/26(木) 19:40:16.05 ID:QOusV812o
「어떠냐, 히키가야, 어울리는가?」
장난스럽게 웃는 선생님은 나이를 잊을 정도로 귀여웠다.
무심결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부끄러워하는 히키가야도 귀엽군.」
그렇게 말하며 헤드락을 걸어온다.
자……, 잠깐, 잠깐만요.
다, 닿는다니까요.
두꺼운 코트를 몸에 두르기는 했지만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 온다.
나한테는 유키노가 있으니까, 그만 좀.
746: ◆GULJi96aoSzS 2013/09/26(木) 19:41:38.00 ID:QOusV812o
왜 뜬금없이 헤드락이냐고, 맥락을 모르겠다니까.
히라츠카 선생님은 나에게 기술을 걸어 끌더니 다른 애들과의 거리를 둔다.
「나한테 맡겨라.」
하고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네.」
나도 작게 대답했다.
역시 히라츠카 선생님은 나와 유키노 사이를 꿰뚫어보고 계셨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유이가하마와의 관계도 염려하고 있는 듯했다.
이후 우리가 사귀는 일을 밝히는 부분까지 생각이 닿았는지는 모르지만 히라츠카 선생님에게는 선생님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는 듯했다.
나는 그 배려가 고마웠다.
그래도 이런 처사는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