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wischenakt - Opfertier
"끄....으그그.....“
무언가가 그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찌그러지는 물체 속의 바람이 빠져나오듯 기분 나쁜 소리다.
달빛조차 비켜가는 어두운 뒷골목. 생기를 잃고 깜박이는 가로등만이 광원의 전부인 곳. 그림자 속에서 소리는 새어나오고 있다.
“크....우으극.....”
그 것은 원통형의 물체였다. 아니 정정하자. 비록 너덜너덜 찢기고 더럽혀졌지만 점멸하는 불빛 아래 순간 드러난 그 것이 걸친 주황빛 천은 분명 옷이라고 불리는 것이니까. 그것은 인형이었다. 정확히는 ‘인형이었던 것’이었다. 인형은 사람의 형상을 본따 만들어진 것. 하지만 그 것의 팔다리가 있어야 할 부분은 허전한 채, 찢기다만 옷자락만 흔들리고 있다. 그저 부러진 채 남아있는 어깨죽지와 허리가 본래의 모습을 추측하게 할 뿐이다.
이미 망가진 그 것은 더 이상 인형이라고 불릴 수 없다. 지금의 그 것은 단지 쓰레기일 뿐.
“겨우 이 정도인 거야? 시시하잖아.”
“끄으우으~!!”
‘인형이었던 것’의 머리를 움켜진 채, 소녀는 한심하다는 말투로 애기했다. 지루한 기색마저 느껴지는 어조. 그 말에 소녀의 손 안의 그 것은 격렬한 신음과 함께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 것은 의미 없는 행위. 짓이겨 부서진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그저 듣기 거북한 소음뿐. 사지를 잃어버린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꿈틀대는 것뿐이다.
“발악이라도 하는 거야? 한낱 미완품 주제에.”
꽈아아악
소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빠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 것의 머리를 소녀의 손가락이 파고 들어간다. 그에 비례하여 그 것의 몸부림 또한 더욱 거세졌다.
“쓰레기는 쓰레기로 돌아가버려!!”
퍼걱!
수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그 것의 몸뚱아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바닥을 나뒹구는 그 것에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다. 그저 경련하는 듯 부들거릴 뿐. 그것조차 이내 사라졌다. 그 옆에 흩어져 있는 팔다리의 잔해와 함께 ‘인형이었던 것’은 이제 누가보아도 완전한 쓰레기더미가 되었다.
“아버님은 이런 불량품들을 만들려고 하신 것이 아니야. 진정한 로젠메이든은, 앨리스는 오직 나 하나.”
부서진 인형의 잔해에서 오색의 빛을 내뿜으며 작은 조각 하나가 천천히 떠올랐다. 마치 보석의 결정 같아 보이는 그 것은 비록 투박했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빛을 머금고 있었다. 소녀는 손을 뻗어 그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래, 맞아. 아버님이 모습을 감추신 것은 이런 쓰레기들이 설쳐대기 때문이야. 그래서 실망하신거야.”
소녀는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그대로 삼켜버렸다. 충만한 힘이 소녀의 몸에 퍼져갔다. 살짝 감긴 소녀의 눈. 길게 뻗은 속눈썹이 황홀감에 바르르 떨렸다. 이윽고 힘을 모두 받아들인 소녀는 아련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다려주세요, 아버님. 쓰레기들은 제가 곧 없애버릴게요. 그 후에 바로 아버님을 만나러 갈 테니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윽고 소녀조차 떠나가버린 골목길. 이전까지 없던 달빛만이 안쓰러운 듯 망가진 잔해를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