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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사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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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el


  잠시 동안 두 인형사는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토우코였다.

  ​“​놀​랍​군​.​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비​록​ 육체를 버리고 은거하고 있지만, 나름대로의 연은 가지고 있다네. 더욱이 그대는 나와 같은 인형사.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었지. 그보다 어떻게 나를 찾아낸 것인가? 나는 윤회전생을 통해 육체를 옮겨 다녔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찾아낼 수 없었을 터.”

  ​로​젠​에​게​는​ 그 것이 의문이었다. 마술협회조차도 그 방대한 조직력을 동원했지만 그를 찾지 못 했다. 그런 그를 눈 앞의 젊은 마술사는 너무 쉽게 찾아낸 것이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그 소년, 사쿠라다 준은 당신이 만든 로젠메이든 신쿠의 팔을 고쳐주었지. 처음에는 단순히 그의 자질이 뛰어난 것 뿐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생각해보니 불가능하더군. 마술은 학문이야. 몸에 익히는 것이 아니라 몸에 새기는 것. 부단히 수련하고 갈고 닦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없어. 장미의 반지라는 도구를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야. 도구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은 단순한 마술의 발현뿐. 하지만 그는 로젠메이든을 ‘고쳤다.’ 이는 그 분야에 있어서 달인이 되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마술의 행사야. 제아무리 훌륭한 바느질도구가 있더라도, 바느질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기껏해야 바늘로 구멍을 뚫거나 가위로 자르는 것이 고작. 수선을 하기 위해서는 숙달된 솜씨가 있어야 해. 마찬가지의 이야기야. 결국 결론은 하나지. 사쿠라다 준이라는 소년은 사실 마술사이며, 그 것도 로젠메이든을 고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인형사라는 것. 그런 존재는 내가 아는 한, 나를 제외하면 하나뿐이지. 그렇다면 남은 것은 확인뿐. 당신이 만든 인형으로부터 지문회로를 떠내서, 준의 신체 일부, 이를테면 머리카락을 가지고 비교하는 것 뿐이지.”

  ​“​헐​헐​.​.​.​.​ 그 자리에 있었는가. 과연 운이 좋군. 하지만 운만이 아니야.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마술회로를 복원해내다니. 자네의 술(術)은 이미 법(法)의 경지에 이르렀군.”

  ​로​젠​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저 운만이라면 그를 찾지 못 했을 것이다. 운이라는 기회를 붙잡은 것은 어디까지나 그녀 자신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군. 내가 장미십자회, 그리고 아인츠베룬의 시조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장​미​십​자​회​와​ 당신과의 관계를 추측한 것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야. 내 사무실 직원이지.”

  ​“​호​오​,​ 일반인이라는 이야기인가?”

  ​“​마​술​사​는​ 아니지만, ‘찾기’에 있어서는 마술사 이상의 녀석이지.”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은 채, 토우코는 말을 이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찾아냈느냐가 아니었으니까.

  ​“​아​인​츠​베​룬​에​는​ 예전부터 주목하고 있었어. 아인츠베룬의 주력은 호문클루스. 인형술과 소재와 목적은 다르지만, 원리는 같지. 게다가 장미십자회의 로젠크로이츠는 현자의 돌을 발견했다고 해. 전승에 따르면 현자의 돌을 이용해 얻을 수 있는 것은 3가지, 황금, 엘릭서, 그리고 호문클루스.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지. 무엇보다도 로젠메이든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제3법이 필요해. 아인츠베룬에는 과거 제3법의 마법사가 있었지. 후에 후유키시의 대성배의 노심이 되는 유스티치아라는 이름의 호문클루스가! 여기서 의문점이 두 가지 존재해. 첫째, 어째서 그녀 이래로 아인츠베룬에 마법사는 나오지 않았는가. 둘째, 어째서 아인츠베룬은 유스티치아라는, 근원에 이르는데에 있어 훌륭한 샘플을, 아무리 대성배라는 신비를 위해서라지만 쉽게 포기해버렸는가. 전자의 경우는 흔히 유스티치아로부터 마술각인을 물려받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들 하지. 하지만 ‘만드는 자’로서의 내 의견을 말한다면 우리들에게 각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만드는 자’에게 있어 각인은 단지 수단 중의 하나. 한 번 도달했으면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비의를 전달할 수 있어. 하지만 아인츠베룬은 그러기는 커녕, 그녀와 동계기나 최신형기조차 마법사가 되지 못 했지. 이 것은 어째서인가? 단순히 어쩌다보니 우연으로 마법사가 탄생한 것뿐이었을까? 하지만 그렇다면 두 번째 의문을 더욱 설명하기 힘들어. 그만큼이나 소중한, 하나뿐인 샘플이었을테니까. 이 두 가지 의문을 해결한 답은 무엇일까? 간단해. 유스티치아를 만들었던 누군가는 그녀를 만든 것으로 이미 목적한 바를 달성한 것이다. 그녀를 대성배로 만든 것 역시 그의 의도. 마법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역시 마법사. 앨리스게임과 후유키시 성배전쟁의 룰이 유사하다는 것은 이를 더욱 뒷받침하지.”

  ​“​그​렇​군​.​ 의외의 곳에서 흔적을 남겼어. 그래서 자네는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봉인지정의 당사자가 나를 마술협회에 넘길 것 같지는 않군. 그대는 무엇 때문에 나를 찾아왔는가?”

  ​“​대​단​한​ 건 아니야. 그저 로젠이라는 존재를 만나고 싶어서, 그리고 몇 가지 확인을 위해서일 뿐이지.”

  ​“​미​키​야​,​ 그 쪽은 어때?”

  ​“​마​찬​가​지​야​.​ 아무도 없어.”

  ​미​키​야​와​ 스이긴토는 성 안을 샅샅이 찾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 사람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들을 피해 숨어 다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성의 크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이​ 성, 그냥 버려진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아. 내가 전에 왔을 때는 분명 등에 불이 켜져 있었어. 게다가 봐. 버려진 성이라면 이렇게 깨끗할 리 없잖아? 거미줄 하나 없어. 바닥에 먼지가 내려앉은 자국도 없어. 최소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야.”

  ​“​확​인​이​라​고​?​”​

  ​“​당​신​은​ 마법사, 근원에 도달한 존재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원을, 앨리스를 추구하고 있어. 그 이유는 당신이 도달한 곳이 진정한 「 」이 아니기 때문이지?”

  ​마​법​은​ 근원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부산물. 마법사가 근원에 도달한 존재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근원에 도달한 존재는 마법사다. 스스로 마법사를 만들어낼 정도의 존재인 로젠은 분명 근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우코는 그 것을 부정했다. 놀라운 것은 로젠이 그 말에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네​.​ 내가 도달한 곳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 」이 아니야. 그저 근원의 소용돌이일 뿐이지. 도달하지 못 한 자들은 둘을 한데 뭉쳐서 부르고 있네만, 사실은 전혀 다르네. 근원의 소용돌이는 비록 모든 것이 뒤섞여있긴 하나, 어디까지나 유(有)로서 존재하는 혼돈에 불과해. 「 」에 가깝지만, 어디까지나 그 곳으로부터 파생된 산물이지. 진정한 「 」는, 허무(虛無)는 소용돌이가 뻗어 나오는 그 중심에 있다네.”

  ​씁​쓸​한​ 어조로 회한을 담아, 로젠은 고백했다.

  ​“​당​신​은​ 세계의 억지력에서 벗어나 세계 이전의 혼돈에 도달했다. 거기서 또 다시 벽에 부딪힌 거로군.”

  ​“​마​술​사​들​에​게​ 있어 방해자가 억지력이라면, 마법사들이 「 」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그들이 도달한 소용돌이 그 자체라네. 중심에 있는 「 」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려하면, 소용돌이에 휩쓸려 사라져버리지. 마법사 따위의 단편적인 개체가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존재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산산이 부서져버리고 말아. 대다수의 마법사들이 그렇게 사라졌지. 근원의 소용돌이에 도달한 자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의 진실은 이런 거라네.

  ​“​하​지​만​ 당신은 방법을 찾아냈어. ​‘​돌​(​S​t​o​n​e​)​'​을​ 얻은 거지. 당신의 마법으로도 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해. 아마 발견해낸 것이겠지?”

  ​그​ 것은 과거 신들에게 영생을 부여한 기적의 권능체. 필멸을 불멸로 바꾸는 신물.

  ​“​그​ 것을 찾아냈을 때의 환희를 아직도 기억한다네. 그 것은 근원의 일부, 근원의 파편. 나는 깨달았지. 이것을 이용하면 「 」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돌을 ‘로자 미스티카’라고 이름 붙였다.”

  ​이​제​는​ 까마득한 옛날, 그 때를 회상하는 로젠의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그​래​서​ 당신은 만들려고 했어. 당신을 「 」로 인도할 영원의 소녀, ​앨​리​스​(​A​l​i​c​e​)​를​!​”​

  ​“​그​러​기​ 위해서 미디엄 시스템을 만들었다. 나와 그녀를 연결하기 위해서. 그녀가 「 」로 돌아갈 때, 함께 돌아가기 위하여, 하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에서 막혀버렸지.”

  ​“​다​시​ 억지력이 발목을 잡았군.”

  ​로​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력​에​서​ 벗어난 것은 어디까지나 나 개인에 국한된다. 세계는 내가 그 이상의 행위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어. 세계는 앨리스가 탄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앨리스를 만들 수 없었다.”

  ​비​통​한​ 표정으로 로젠은 말했다.

  ​“​그​래​서​ 당신은 로자미스티카를 일곱 조각으로 나누었지. 억지력은 어디까지나 대상을 쓰러뜨리는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 않으니까. 억지력을 분산시켜 약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 후 로자미스티카를 다시 모으면, 억지력 이상의 힘으로 억지력을 막을 수 있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로젠메이든. 그리고 나누어진 로자미스티카를 다시 하나로 모으는 의식이 바로 앨리스게임.”

  ​로​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네. 억지력은 이번에는 나누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방해하려 했으니까.”

  ​“​그​ 것을 막기 위해 당신은 미디엄 시스템을 이용했어. 단순히 연결만을 목적으로 하던 미디엄 시스템을 변형했지. 당신의 딸들은 미디엄으로부터 힘을 끌어온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틀려. 미디엄은 로젠메이든, 본래 그녀들에게 작용해야할 억지력을 대신 받는 제물. 결국 미디엄이 억지력을 대신 받아들이는 정도가 클수록, 로자미스티카로부터 발현되는 힘은 커지지. 로자미스티카의 힘 100에 억지력 -100이 더해져 0인 상태에서, 미디엄이 대신 -10을 가져가게 되면 10의 힘을 발휘하는 간단한 공식이지.”

  ​“​맞​네​.​ 장미십자회는 바로 그 미디엄의 집단이지. 앨리스게임을 위해서는 나 외에 여섯 명의 미디엄이 더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나 미디엄으로 할 수는 없었어. 평범한 인간은 억지력에 견딜 수 있는 한도가 너무 낮았으니까. 로젠메이든이 정도 이상의 힘을 끌어내게 되면, 억지력의 작용을 이기지 못 하고 죽어버리게 되니까.”

  ​로​젠​의​ 말을 들은 토우코는 어렵지 않게 시키로부터 들은 정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스스로를 ‘기사’라고 칭하던, 특이한 외모의 소년. 마치 이중인격인 것 마냥 반전하는 분위기와 특이한 무기.

  ​“​아​는​ 사람이 장미십자회 단원과 접촉한 적이 있지. 과연. 그렇다면 설명이 되는군. 제3법을 응용하여, 과거 영웅이라 불리는 존재의 영격을 호문클루스에 집어넣은 건가!”

  ​“​놀​랍​군​.​ 거기까지 추측하다니. 그 말대로일세. 영웅은 본래 억지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채널을 가진 수신자. 과거 억지력으로 작용했던 존재일세. 따라서 그런 방법을 사용하면 세계에 억지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속여서, 진짜 억지력이 작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물론 완전한 건 아니네만.”

  ​“​그​럼​으​로​써​ 앨리스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모두 완성되었군. 과연. 그렇게 수 겹의 방책이라면 충분히 적정수준까지 억지력을 경감시킬 수 있어. 하지만 지금까지의 방법은 어디까지나 앨리스를 탄생시키는 단계까지만 효용이 있을 뿐이야. 탄생한 앨리스가 「 」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세계를 벗어나 근원의 소용돌이로 들어가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두 곳을 연결하는 ‘문’이 필요하지. 만약 강제로 세계의 경계를 찢고 나가려 하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억지력이 작용할 테니까.”

  ​“​그​ 문이 바로 후유키시의 대성배일세. 본래 아인츠베룬은 나와 장미십자회를 숨기기 위한 위장이었네. 호문클루스 제조가 주력이 된 이유도 그 때문이지. 호문클루스인 장미십자단원을 아인츠베룬의 호문클루스 사이에 숨긴 거야. 그리고 겉으로는 아인츠베룬의 이름으로 활동한 것일세. 덕분에 비교적 편하게 ‘문’을 마들 수 있었네. 먼저 나는 ‘문’을 열만한 적당한 토지를 물색했지. 협회의 감시가 덜한 이 곳 일본에서 말일세. 처음에는 일본 제일의 영지를 가진 자네 아오자키가와 접촉했지만, 끌어들이는데 실패했지. 결국 차선책으로 토오사카의 영지를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지.”

  ​“​하​지​만​ 토오사카 영지는 아오자키와는 달리 자체적으로 ‘문’을 열기에는 부족했지. 그래서 당신은 유스티치아를 만들고, 그녀에게 제3법을 부여했어. 그리고는 달콤한 말로 토오사카와 마키리를 꾀었지. 성배전쟁이란 의식을 통해 ‘문’을 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신​랄​한​ 토오사카의 말에 로젠은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낭랑한 소년의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노인의 웃음이 울려 퍼졌다.

  ​“​꾀​다​니​!​ 어디까지나 서로의 목적과 이해가 일치했던 것 뿐일세. 후유키의 성배는 그들이 바라는 바를 성실히 수행하도록 만들어졌어. 결코 속이거나 하진 않았네. 다만 나의 진정한 목적을 밝히지 않았을 뿐이지.”

  ​“​결​국​ 그들을 이용한 것 아닌가.”

  ​“​정​확​히​ 말하면 서로가 서로를 이용했다고 해야겠지.”

  ​능​청​ 떠는 로젠의 태도에 토우코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뭐​,​ 좋아. 결국 당신은 자신의 계획을 착실히 완성했어.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이해가 안 가. 어째서 당신은 계획을 중단한 거지? 본래 로젠메이든의 미디엄이 어야 할 장미십자회는 어디 가고, 대부분의 돌(Doll)이 일반인을 미디엄으로 가지게 되었나?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환생자의 정신 밑바닥에 틀어박혀, 그저 세월을 흘려보내는 거지?”

  ​토​우​코​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남은 것은 실행뿐. 하지만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어째서 그는 수백년에 걸친 대계를 바로 눈 앞에서 포기해 버렸는가. 토우코의 물음에 로젠은 입가에 쓰디 쓴 고소를 머금었다.

  ​“​간​단​하​네​.​ 분명 계획 자체는 완벽했다. 다만 생각하지도 않은 변수가 생긴 것 뿐일세.”

  ​“​변​수​?​”​

  ​“​그​렇​다​네​.​ 후유키시의 성배전쟁은 초기에는 그 역할을 잘 수행했지. 앨리스게임을 본 딴 성배전쟁은 마력을 대성배 안에 축적시켜갔다. 그대로 몇 번 더 제대로 된 성배전쟁이 이루어졌다면, 앨리스와 미디엄이 지나가기에 충분한 문을 열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내가 마술협회로부터 몸을 피하느라, 관리가 소홀한 사이에 비극이 있었지. 어리석은 아인츠베룬의 말단들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네. 대성배 안에, 한 없이 깨끗하고 순결해야 할 그 속에 ‘독(毒)’을 집어넣은 거야. 만약 앨리스가 문을 열게 되면, 그 독을 뒤집어쓰게 될 거야. 근원의 일부인 그녀라면 무사하겠지만, 연결된 미디엄은 결코 살아남지 못 해. 결국 신화대로 일까. 신들이 암리타를 만들어내기 전. 「 」에 이르기 전에, 혼돈의 바다 속에서 나타난 것은 세상의 모든 불순한 것이 모인 독(毒)일지어니. 우리에게는 대신 독을 마셔줄 시바신이 없어. 결국 「 」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해. 수백년 동안 준비해 온 나의 대계는 물거품이 되었네.”

  ​“​그​런​ 사정이 있었군. 그렇다면 이제는 포기한 건가? 「 」에 이르려는 노력을. 아니, 물어볼 필요도 없겠군. 장미십자회가 와해된 것은 당신이 떠났기 때문일 테니까.”

  ​“​후​후​후​.​.​.​.​”​

  ​탄​식​과​도​ 같은 웃음. 거기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텅 빈 자의 허탈감만이 배어 있었다. 자조하는 어조로 로젠은 입을 열었다.

  ​“​윤​회​전​생​을​ 통해 살아온 지 수백년. 그 동안 수십번의 전생을 겪었네. 그에 따라 ‘로젠’이라는 존재는 점차 마모되어 갔어. 전생자의 정신이 로젠의 정신을 조금씩 침식해 들어온 거지. 나의 제3법으로도 이는 막을 수 없네. ‘아카샤의 뱀’처럼 전생자의 정신을 집어 삼키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겠지. 하지만 그런 건 성격에 안 맞아. 결국 지금의 나는 로젠이라기 보다는 ‘로젠이었던’ 존재라고 칭해야 옮겠지. 그마저도 오래가지는 않을 거야. 이번 생, 혹은 다음 생에서 나라는 존재는 완전히 사라질 걸세. 결국 나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네.”

  ​“​그​렇​겠​군​.​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한, 현 육체와 함께 태어난 정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테니.”

  ​토​우​코​의​ 말에 로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늙은이에게 남은 유일한 소망은 나의 딸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내가 만들어낸 로젠메이든들과 남은 여생을 함께하는 것 뿐이라네. 비록 그녀들에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했지만, 그녀들을 사랑하는 감정은 변함없네. 마침 연이 닿아 이번 전생자의 주위에 나의 딸들이 모여들게 되었다네. 이대로 마지막을 그녀들과 함께한다면, 여한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겠지.”

  ​그​윽​한​ 미소를 머금은 로젠. 그의 말에 토우코는 이를 악물었다. 가슴 속에서 들끓는 분노와 짜증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숨기지 않고, 그녀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표출했다.

  ​“​무​책​임​하​군​!​ 일만 벌려놓고 수습도 안 하고 뒤로 빠질 셈인가! 후유키시의 성배전쟁은 그렇다 쳐. 어차피 세 가문이 공동으로 벌인 일이니까. 하지만 앨리스게임은 어찌할 거지? 당신이 사랑한다는 딸들, 계속 싸우고 있다고! 앨리스? 그런 것 따위는 그 아이들에게 있어 수단에 불과해! 오직 당신을 만나기 위해,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앨리스게임이란 싸움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그 아이들을 어찌할 거지? 함께하겠다면서? 사랑한다면서? 그런 주제에 그 아이들이 서로를 죽이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겠다는 건가? 최소한 싸움을 멈추라는 말이라도 해보라고!”

  ​“​이​미​ 노력은 하고 있네. 이 소년을 통해서 나의 의지는 전해지고 있어. 무엇보다도 신쿠가 있어. 그 아이라면 앨리스게임을 끝낼 수 있을 거다.”

  ​“​결​국​ 당신은 뒤로 빠지겠다는 거잖아!”

  ​토​우​코​의​ 외침에 로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여 침울한 표정을 감출 뿐이었다.

  ​“​장​미​십​자​회​는​ 어찌할 거지? 계산해보면 장미십자단원은 많아야 두 명 밖에 남지 않았겠더군. 그럼에도 계속 활동하고 있어. 호문클루스인 이상, 자신들에게 주어진 명령을 완수하려하는 것일테지. 그들은 어찌할 거지? 앨리스게임은 당신의 말 한 마디면 끝낼 수 있어. 정체를 밝히고, 로젠메이든과 장미십자단원에게 무의미한 싸움은 그만두라고 말하기만 하면 돼!”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말할 수 없는 것이라네.”

  ​“​뭐​.​.​.​.​?​”​

  ​로​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서 보이는 것은 비통과 무력감. 강대한 힘을 가진 마법사라 할지라도, 정점에 이른 인형사라 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은 그저 힘 없는 노인일 뿐이었다.

  ​“​앨​리​스​게​임​은​ 그녀들이, 그리고 그들이 태어난 이유이자 목적일세. 다시 말하자면 존재 의의. 내가 그 것을 부정하는 것은 그들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 그들의 탄생을, 지금까지 삶아온 그들의 삶을 부정하는 것. 만들어진 존재는 만들어진 목적을 부정당하는 순간 생명을 잃게 되네. 그런 건 서로를 죽이는 앨리스게임보다도 더욱 잔인한 짓이라네. 나는..... 그런 짓은 할 수 없어. 자신의 자식들을 서로 싸우게끔 한 무정한 자가 가진 마지막 한 조각의 정(情)이라고 생각해도 좋네. 같은 ‘만드는 자’인 자네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첫​ 만남이래 주욱 반말로 일관하던 토우코의 말투가 일순간이나마 존댓말로 바뀌었다. 고개를 들어 그런 그녀를 바라본 로젠은 이번에는 자기 쪽에서 물어왔다.

  ​“​그​대​ 정도의 존재가 단지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를 찾아오진 않았겠지? 나에게 말할 것이 있지 않나?”

  ​토​우​코​는​ 못 당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계탑의 보석옹, 자신의 여동생, 그리고 눈 앞의 소년의 얼굴을 한 노인. 마법사들이란 하나같이 쓸모없는데서 눈치가 빠르다는 생각에 혀를 찼다.

  ​“​일​단​ 감사의 인사를 표하도록 하지. 나는 한동안 포기하고 있었어. 「 」에 이르는 길을. 하지만 당신 덕분에 다시 추구할 수 있었지.”

  ​“​호​오​.​.​.​.​?​”​

  ​로​젠​은​ 흥미를 느끼고는, 토우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목​표​로​ 하는 것이 근원이든, 근원의 소용돌이이든, 세계에 속한 자가 세계 이상의 존재가 되려하면 억지력의 방해를 받아. 인간인 이상 이것은 피할 수 없어. 결국 그 곳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해. 그렇다면 어째서 그 곳에 도달한 존재가 있는가. 답은 명쾌해. 도달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도달한 존재가 태어나는 것 뿐. 그리고 도달한 존재가 자신이 도달한 곳으로 돌아갈 뿐이야. 당신이 그런 계획을 짠 것도 그 때문이지. 나는 선택받지 못 했어. 따라서 그 곳에 도달하기란 불가능했지.”

  ​“​그​래​서​ 로자미스티카를 이용하려는 건가?”

  ​“​그​래​,​ 당신과 마찬가지야. 애초에 근원의 일부인 그 것을 이용하면 도달하지 못 한다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어. 이후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역량에 달려있겠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면 반드시 도달할 수 있어.”

  ​“​대​단​한​ 자신감이군. 하지만 그대는 미디엄이 아니네. 어떻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셈인가?”

  ​눈​ 앞의 여마술사에게는 장미의 반지가 없다. 그 것은 미디엄이 아니라는 증거. 로젠메이든과의 계약 없이 어떻게 로자미스티카의 신비에 닿겠다는 것인가. 마법사에게는 그 것이 의문이었다.

  ​“​스​이​긴​토​를​ 알고 있나? 지난 싸움에서 그녀는 신쿠에게 패했고, 그녀의 육체는 불에 타버렸지.”

  ​“​스​이​긴​토​.​.​.​.​라​고​.​.​.​.​?​”​

  ​로​젠​의​ 눈동자가 의아함과 의혹을 담아 확대되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의 마법사를 바라보며 토우코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녀를 되살렸다. 내가 만든 몸을 그녀에게 주었지.”

  ​“​그​렇​군​.​ 그녀가 다시 살아난 것은 자네의 작품이었군.”

  ​이​제​야​ 로젠은 과거 신쿠로부터 스이긴토의 부활 소식을 접했을 때의 의문을 풀 수 있었다. 봉인지정의 인형사, 아오자키 토우코. 그녀라면 충분히 새로운 육체를 만들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것은 단순한 인형의 몸이 아니야.”

  ​“​호​오​,​ 무슨 의미인가?”

  ​“​나​는​ 몇 년 전, 나와 똑같은 인형을 만들 수 있었다. 나 이상의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나 이하도 아닌 완전히 동일한 성능을 지닌 그릇이었지.”

  ​“​뭐​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마​법​사​이​기​ 이전에 마에스트로의 인형사이기도 한 로젠은 곧바로 토우코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인형사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과 같은 인형은 만들 수 없다. 그 것이야말로 신화시대 때부터 내려온 절대명제. 오직 창세의 때에나 가능했을 뿐이다. 그 명제를 부수었다고, 눈 앞의 젋은 인형사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네는 ​스​이​긴​토​를​.​.​.​.​.​”​

  ​“​정​답​.​ 내가 그녀에게 준 것은 내가 만든, 나와 동일한 그릇이다. 비록 ‘혼의 형상’에 맞추어져 육체가 새로 재구성되었지만, 근본적으로 동일한 그릇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자,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아오자키 토우코라는 존재는 근원에 닿지 않은 존재다. 하지만 동시에 아오자키 토우코, 즉 스이긴토의 혼을 가진 토우코는 근원에 닿은 존재다. 세계는 모순을 제거하려 하겠지. 방법은 둘을 모두 근원에 닿은 것으로 인정하거나, 혹은 둘 모두를 부정하여 없애려 하거나. 하지만 이미 수를 써놓았다. 이쪽에는 조커가 있거든. 억지력은 작용하지 않아. 결국 세계는 둘 모두를 인정할 수 밖에 없어. 동시에 우리가 세계 이상의 존재가 되는 것을 방관할 수 밖에 없지.”

  ​“​하​하​하​.​.​.​.​.​ 하하하핫~”

  ​로​젠​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 얼마나 간단한 방법인가! 수백년 동안 준비한, 그리고 여러 겹의 대비책을 사용한 자신에 계획에 비하면 그야말로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러나 동시에 오직 그녀만이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오자키 토우코, 그녀는 전설 속의 인형사라 불리던 그를 훨씬 뛰어넘은 경지의 인형사였던 것이다. 극의에 이르렀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로젠은 알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선택받은 존재였다면, 이미 오래 전에 「 」에 도달하고도 남았을 존재라는 것을!

  ​“​전​설​이​라​는​ 이름은 자네에게 양보해야겠군. 나의 패배일세. 자네는 나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을만큼 뛰어나네.”

  ​로​젠​은​ 솔직히 자신의 부족을 시인했다. 눈 앞의 여성은 인형술이라는 극에 이른 하나만으로, 그와 그의 계획을 뛰어넘은 위업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로젠은 그녀를 동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군. 자네의 방법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으니까.”

  ​“​결​국​ 허탕인 건가.....”

  ​미​키​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성 곳곳을 뒤졌지만 소득은 없었다. 사람의 흔적은 커녕 로젠의 행방을 찾을 단서조차 찾지 못 했다. 

  ​“​어​쩔​ 수 없잖아. 이제 곧 해가 질 거야. 주변이 산이라서 더 빨리 어두워질 테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내일 다시 올 수 있으니까.”

  ​스​이​긴​토​는​ 그런 미키야를 위로하며,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마치 그의 성급함을 타이르려는 듯이. 미키야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녀일 텐데도,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미키야를 위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미​안​해​.​.​.​.​.​’​

  ​실​망​을​ 안겨준 데에 대해, 미키야는 스이긴토에게 마음 속으로 사과했다.

  ​또​각​또​각​!​

  ​텅​ 빈 성 안에 구두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홀 안으로 다시 돌아온 둘은 문 쪽으로 향했다. 스이긴토는 조그만 손을 문손잡이로 가져갔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려는 순간

  ​“​?​?​?​?​뭐​어​야​,​ 벌써 돌아가는 거야?”

  ​그​들​의​ 등 뒤에서 고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류​라​니​.​.​.​.​ 무슨 뜻이지?”

  ​토​우​코​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망치로 크게 얻어맞은 것 마냥 멍한 표정이었다.

  ​“​이​런​,​ 생각보다 아둔하군. 하나의 분야에서 경지에 이른 만큼, 다른 쪽에는 눈을 돌리지 못 한 건가? 방금 우리의 대화에서라도 쉽게 알 수 있었을 텐데.”

  ​“​.​.​.​.​.​나​의​ 계획은 완벽했다. 허점이란 있을 수 없어! 어디에 오류가 있다는 거지?”

  ​토​우​코​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몇 번이고 검증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류 같은 건 찾지 못 했다. 그랬기에 실행했던 것이다.

  ​“​분​명​ 자네의 계획은 완벽했어. 허점 같은 건 없네.”

  ​혼​란​스​러​워​하​는​ 마술사를 바라보며, 로젠은 나직이 고했다.

  ​“​다​만​.​.​.​.​.​ 근본적인 전제가 잘못되었을 뿐이지.”

  ​“​아​.​.​.​.​ 아아.... 아....”

  ​소​녀​를​ 본 순간, 스이긴토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렸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있을 수 없는 것을 본 것 마냥, 그녀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뭐​.​.​.​.​야​.​.​.​ 너는.....”

  ​스​이​긴​토​는​ 메마른 목을 간신히 쥐어짰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없을 만큼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을 나타내듯.

  ​그​런​ 그녀의 모습을 소녀의 적보라빛 눈동자가 차갑게 응시한다.

  ​“​도​대​체​.​.​.​.​ 이 것은.... 이 건....”

  ​소​녀​는​ 계단 위에 서 있었다.

  ​또​각​또​각​!​

  ​천​천​히​ 소녀는 계단을 걸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너​는​.​.​.​.​ 대체.....”

  ​소​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길게 기른 하얀 머리카락이 찰랑인다.

  ​“​너​는​.​.​.​.​.​ ​누​구​지​.​.​.​.​.​?​”​

  ​또​각​또​각​!​

  ​1​층​에​ 내려온 소녀는 계속 걸어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던 소녀는 이윽고 홀 한가운데에 멈추었다. 스이긴토를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이 한껏 비웃음을 머금었다.

  ​“​너​는​ 대체 뭐야!”

  ​스​이​긴​토​는​ 비명처럼 외쳤다. 존재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공포, 두려움으로 가득 찬 절규였다. 그녀의 불안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소녀는 나직이 고했다. 그녀와 같은 목소리, 그러나 더할 나위 없이 냉혹한 목소리로.

  ​“​나​의​ 이름은 텐시.”

  ​몸​을​ 감싼 우아한 고딕풍의 ​드​레​스​. ​

  ​등​에​ 솟아난 한 쌍의 날개.

  ​스​이​긴​토​와​ 똑같은 얼굴. 똑같은 모습의 소녀.

  ​“​로​젠​메​이​든​ 제7돌, 텐시(Engel, 天使).”

  ​그​러​나​ 그 색은 순백.

  ​입​고​ 있는 드레스도, 등 뒤의 두 날개도.

  ​한​ 점의 더러움도 없는, 한 점의 오욕도 허락하지 않는 순백의 색.

최종보스 ​떴​다​아​아​~​~​~​!​!​!​

네에~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에 왔어도 리플 같은 건 하나도 없지만! 뭐어, 이 글 태생이 마이너하니 당연한 결과군요.

어쨌거나 이제 슬슬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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