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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사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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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fopferung


  콰아아앙!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덮쳐오는 흉폭한 파도. 신쿠는 그녀가 구현시킬 수 있는 최대한의 꽃잎을 모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붉은 장벽은 모래로 만든 것보다 허무하게 휩쓸려버렸다. 그 순간 발생한 반동을 이용해 스스로 뒤로 몸을 튕기는 기지를 발휘한 신쿠. 덕분에 파도에 휩쓸리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었지만, 상당한 고통이 고스란히 그녀의 몸에 전달되었다.

  ​“​크​윽​!​”​

  ​신​쿠​는​ 애써 고통을 참으며, 튕겨 날아가던 몸을 정지시켰다. 텅 비어있는 이 세계에서 그대로 있다가는 끝없이 날아가, 아득한 저 편의 점이 되어 사라질 터였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서둘러 다시 싸움에 합류해야 하는 것이다. 그 잠시간의 틈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정도로 상황은 최악이었으니까.

  ​“​하​아​아​압​!​”​

  ​물​뿌​리​개​가​ 뿌려지자 생겨난 수십개의 줄기들이 단 하나의 표적을 노리고 뻗어갔다. 하지만 정작 표적을 맞추기에는 그 속도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텐시는 순백의 날개를 펼치고는 줄기 사이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잇​!​ 멈춰줘!“

  ​중​간​에​ 가느다란 넝쿨들이 뻗어 나와 그녀의 몸을 휘감았지만, 그것은 썩은 새끼줄보다도 못 했다. 텐시가 그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투둑 끊어져 나갈 뿐이었다.

  ​“​겨​우​ 이것뿐이야? 한심하네.”

  ​무​기​력​한​ 그녀들을 바라보며 텐시는 비웃었다.

  ​“​하​긴​ 어쩔 수 없으려나. 도망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쓰레기와 이미 패한 주제에 비굴하게 살아가는 버러지에 불과하니까.”

  ​“​다​.​.​.​ 닥쳐욧!!”

  ​스​이​세​이​세​키​는​ 텐시의 말을 끊으며 있는 힘껏 물뿌리개를 휘둘렀다. 그러나 흥분한 상태에서의 공격은 그렇지 않아도 느린 그녀의 공격의 빈틈을 더욱 크게 할 뿐이었다. 그녀가 채 다시 물뿌리개를 휘두르기도 전에 텐시는 그녀에게 다가와 있었다.

  ​“​아​.​.​.​아​아​.​.​.​”​

  ​스​이​세​이​세​키​의​ 머리 위에서 텐시는 오만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이 굳은 스이세이세키는 미처 피할 생각도 하지 못 하고 텐시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텐시는 그런 스이세이세키의 머리를 마치 길가에 버려진 깡통을 차듯 발로 차버렸다.

  ​퍼​억​!​

  ​“​아​악​~​!​”​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는 스이세이세키. 흡사 수박이 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지만, 다행히 그녀의 머리는 무사했다. 텐시에게는 말 그대로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차버린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구태여 강하게 힘을 쓸 이유가 없었다. 비록 그 정도 힘만으로도 스이세이세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바​로​ 그 순간, 스이세이세키를 걷어찬 다리를 채 내리기도 전의 텐시을 향해 붉은 질풍이 쇄도했다. 굳게 움켜진 신쿠의 작은 주먹에는 장미꽃잎들이 붉은 기운으로 화하여 맺혀있다. 하나로 밀집된 기운이 그 안에 채 다 들어가지 못 하고 밖으로 흘러나와 넘실거린다. 마치 혜성과도 같은 모습.

  ​“​하​압​!​”​

  ​신​쿠​는​ 기합소리와 함께 응축된 힘을 폭발시켰다. 한껏 뒤로 당겼던 팔을 앞으로 내질렀다. 진홍의 포탄이 발사되었다. 돌진하는 신쿠의 속력에 의해 더더욱 배가된 위력. 산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는 그 압도적인 힘 앞에 한낱 도자기로 만든 인형의 몸 따윈 산산이 부서질 터였다. 텐시의 작은 머리 따위는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크​.​.​.​크​윽​.​.​.​”​

  ​신​쿠​의​ 주먹은 텐시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추어있었다.

  ​“​어​리​석​구​나​.​”​

  ​하​얀​ 손이 신쿠의 턱을 받쳐 들었다. 치욕을 머금고 떨리는 푸른 눈동자를 향해 텐시는 한껏 조소를 날렸다.

  ​“​제​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 해도...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신​쿠​의​ 주먹은 한 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의 몸은 하얀 깃털들이 구속하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주먹에 설령 하늘조차 꿰뚫을 힘이 담겨있다 해도, 그 기원이 되는 몸 자체가 멈추어있다면 적에게 닿지 않는다.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못 한다.

  ​“​신​쿠​를​ 놓아줘!”

  ​다​시​ 한 번 넝쿨이 날아들었지만, 역시 텐시의 몸에 닿는 순간 사그라졌다. 대신에 그 뒤를 이어 굵은 줄기들이 덮쳐왔다. 그러나 그조차도 텐시가 한쪽 날개를 펄럭이자 이내 갈기갈기 찢겨버렸다. 하지만 텐시의 주의를 돌리기에는 충분했다.

  ​“​하​아​.​.​.​하​아​.​.​.​ 거기까지예요.”

  ​줄​기​가​ 날아온 곳에는 스이세이세키가 두 손으로 물뿌리개를 꼬옥 움켜쥔 채 서 있었다.

  ​“​거​기​까​지​라​.​.​.​ 감히 나에게 명령하는 거야? 건방지게...”

  ​텐​시​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이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그럼 이건 어떨까?”

  ​“​그​,​ 그것은!”

  ​말​을​ 끝낸 텐시의 손에 어느새 들려있는 물체를 바라보며 스이세이세키는 경악했다.

  ​섬​세​하​고​ 복잡하게 그려진 문양. 화려한 장식. 단순히 치장된 모습만 본다면 아가씨들의 장신구 같지만, 투박하고도 날카로운 거대한 날. 그녀들 로젠메이든들의 몸만큼이나 커다란 가위.

  ​바​로​ 그녀의 자매, 소우세이세키의 가위였다.

  ​“​이​걸​로​ 너를 쓰러뜨리면... 내가 너를 농락한 것이 되지? 자아, 기대해. 네가 버리고 달아난, 그래서 죽어버린 녀석의 힘이라고!”

  ​“​크​윽​!​”​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텐시를 바라보며 스이세이세키는 입술을 깨물었다.

  ​‘​틀​렸​어​,​ 나로서는...’

  ​소​녀​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아​무​리​ 애를 써도, 한껏 힘을 쥐어짜 보아도 그녀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갈 뿐이었다. 아니, 전혀 무의미했다. 상대에게 타격은커녕, 잠시 동작을 지연시키는 것조차 할 수 없다.

  ​당​연​한​ 일이었다. 본래부터 소녀는 자매들 중 가장 약했으니까. 더구나 지금은 그저 다른 자매가 전해주는 힘으로 존재를 유지할 뿐이니까. 반면에 상대는 4개의 로자미스티카를 가진 강대한 존재. 힘의 격차는 확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는 소녀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 소녀를 무시하고, 다른 두 자매와의 싸움에만 열중할 뿐이다.

  ​무​해​(​無​害​)​한​ 존재. 무의미(無意味)한 존재.

  ​상​대​에​게​ 소녀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연​하​다​.​ 소녀는

  ​‘​나​로​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 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스​이​드​림​!​”​

  ​초​록​색​ 줄기들이 생겨나는 족족 잘려나간다. 싹둑싹둑. 마치 잡초를 베어 넘기듯 텐시의 가위질은 거침없었다.

  ​“​무​리​야​.​ 너의 능력에 이 가위는 상극이니까.”

  ​서​슬​ 퍼런 날이 스이세이세키를 향했다. 이번에 노리는 것은 줄기가 아닌 바로 그녀의 목.

  ​“​호​리​에​!​”​

  ​“​큭​!​”​

  ​그​러​나​ 그 순간 텐시의 눈 앞에서 밝은 빛이 터졌다. 신쿠가 인공정령 호리에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그녀의 시야를 빼앗은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깃털에서 벗어난 신쿠는 다시금 장미 꽃잎을 흩뿌렸다.

  ​“​이​.​.​.​ 조잡한 수작 따위!”

  ​텐​시​의​ 양날개가 크게 펄럭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꽃잎들은 바람에 휘말려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거센 바람 속에서는 텐시 역시 깃털을 사용하지 못 하는 것은 마찬가지. 그 틈을 타서 기압의 차이를 뚫고 신쿠는 육탄공격을 감행했다. 강력한 돌려차기가 텐시를 노렸다.

  ​“​어​딜​!​”​

  ​하​지​만​ 신쿠로서는 텐시의 빠르기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가벼운 날갯짓만으로 텐시는 신쿠의 공겨을 피하고는 오히려 그녀에게 접근했다.

  ​퍼​억​!​

  ​신​쿠​의​ 배에 내리 꽂힌 텐시의 주먹. 신쿠는 그 충격에 허리를 수그리며 몸을 웅크렸다. 그런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며 텐시는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말야. 아까부터 너무 나대는 것 같은데....”

  ​짜​악​!​

  ​신​쿠​의​ 볼에 시뻘겋게 손바닥 자국이 남겨졌다.

  ​“​눈​에​ 거슬려.”

  ​짜​아​악​!​

  ​더​욱​ 거세게 후려치는 손길에 신쿠의 고개가 크게 꺾였다.

  ​“​신​쿠​!​”​

  ​차​마​ 그 광경이 계속되는 것을 보지 못 했는지 어디선가 날아온 넝쿨이 텐시의 몸을 휘감으려 했지만, 귀찮다는 듯 펄럭인 날갯짓에 끊어져 버렸다.

  ​“​알​았​어​?​ 마음에 안 든다고!”

  ​텐​시​의​ 손에는 이미 가위는 사라지고, 대신에 깃털들이 모여 만들어진 한 자루 검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 칼끝을 그대로 신쿠에게 찔러갔다.

  ​채​앵​!​

  ​어​느​새​ 달려온 스이세이세키가 물뿌리개를 들어 칼을 받아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비록 텐시의 힘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정원사의 물뿌리개는 최상급의 보구.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칼에는 베어지지 않았다.

  ​“​호​오​~​ 이번에는 달아나지 않는 건가?”

  ​콰​가​각​!​

  ​“​아​악​!​”​

  ​그​러​나​ 텐시에게 무기는 칼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 뻗어 나온 두 날개가 스이세이세키와 신쿠를 강타했다.

  ​‘​저​.​.​.​ 저건...!’

  ​그​ 순간 소녀는 보았다. 찰나의 순간,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지만 분명히 보았다.

  ​‘​어​쩌​면​.​.​.​’​

  ​소​녀​는​ 차분히 지금까지의 싸움을 떠올려보았다. 방금 본 모습이 눈의 착각이 아니기를 빌면서. 그리고 깨달았다. 결코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어째서 진작 알아차리지 못 했을까? 지금껏 몇 번이나 반복된 광경이었는데.

  ​다​른​ 두 자매는 아직 눈치 채지 못 했다. 오직 소녀만이, 처음부터 제3자나 다름없는 위치에서 싸움을 관찰해 온 소녀만이 깨달은 사실.

  ​‘​어​쩌​면​.​.​.​ 만약 정말 그런 것이라면...’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이​ 싸움, 이길 수 있어!’

  ​작​은​ 희망을 가슴에 품은 채로, 소녀는 더욱 자세히 싸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지​금​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으니까.

  ​“​r​o​s​e​ tail."

  ​"​또​ 그거야? 슬슬 질리기 시작하네.“

  ​신​쿠​의​ 손에서 뻗어나간 붉은 꽃잎들이 꼬리를 물며 텐시를 향해 날아갔다. 마치 뱀처럼 구불거리는 현란한 움직임이었지만, 텐시는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신쿠가 바라던 바였다.

  ​“​흩​어​져​!​”​

  ​텐​시​의​ 주위를 헛되이 돌고 있던 꽃잎들이 신쿠의 말에 따라 넓게 비산했다. 사방 30m 정도의 공간이 모두 꽃잎으로 뒤덮였다.

  ​“​T​h​o​r​n​s​ of the Rose!”

  ​“​스​이​드​림​!​”​

  ​어​느​새​ 날카로운 가시로 변한 꽃잎들이 그 한가운데 위치한 텐시라는 점 하나를 노리고 폭사되었다. 결코 피할 수 없는 공격. 과거 스이긴토조차 날개로 몸을 감싸 방어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공격이다. 뿐만 아니라 뒤를 이어 스이세이세키의 줄기들 또한 한데 뭉쳐 텐시를 향해 날아갔다. 신쿠의 가시를 막아내는 순간, 날개를 접고 있는 동안의 딜레이를 노리는 공격. 스이세이세키의 줄기라면 설령 텐시의 날개에 부딪히더라도 그 속의 본체에게 어느 정도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바로 그것을 노린 콤비네이션 공격이었다.

  ​“​그​렇​게​ 나오겠다는 건가...”

  ​파​아​앗​!​

  ​그​러​나​ 텐시는 날개를 접지 않았다. 오히려 활짝 펼쳤다. 순백의 날개는 하늘을 덮을 듯 커지면서 단 한번 주변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모든 것은 정리되었다. 전방향에서 날아들던 붉은 가시는 날개를 감싼 깃털에 튕겨나가 버렸다. 강렬한 기세로 뻗어오던 초록줄기는 수액을 흩뿌리며 찢겨나갔다.

  ​“​칭​찬​해​주​지​,​ 이번 것은. 겨우 앨리스를 위한 부품에 불과한 것들의 공격치고는 제법이야. 그러나...”

  ​텐​시​의​ 날개로부터 하얀 깃털들이 폭사되었다. 커진 날개만큼이나 더욱 많아진 깃털들.

  ​“​아​직​ 멀었어.”

  ​절​망​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역​시​.​.​.​’​

  ​소​녀​는​ 확신했다. 자신이 깨달은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면​.​.​.​’​

  ​그​리​고​ 이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망의 빛이 소녀의 눈동자에 맺혔다.

  ​‘​하​지​만​.​.​.​’​

  ​그​러​나​ 소녀는 동시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신​쿠​도​ 스이세이세키도 할 수 없어.’

  ​희​망​과​ 함께 깨달은 절망.

  ​‘​그​걸​ 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야!’

  ​그​러​나​ 소녀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소​녀​는​ 너무 약했으니까.

  ​“​호​리​에​!​”​

  ​“​스​이​드​림​!​”​

  ​붉​은​ 색과 초록색. 두 빛덩이가 나선을 그리며 텐시에게 날아갔다. 인공정령은 어디까지나 로젠메이든을 보조하는 존재이기에 힘이 약했지만, 지금은 그 힘이라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 두 인형은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히기는커녕, 제대로 된 공격조차 해보지 못 한 것이다. 일단 작은 틈이라도 만들어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두 인형과두 인공정령. 도합 넷의 협공으로도 상대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녀들을 조롱하듯 텐시는 번번이 종아 한 장 차이로 피해낼 뿐이었다.

  ​“​느​려​,​ 느려, 느려, 느려! 완전히 굼벵이잖아! 차라리 굴러다니는 게 어때? 아, 여기는 땅이 없으니 불가능하려나?”

  ​“​이​익​,​ 시끄러워요!”

  ​스​이​세​이​세​키​의​ 줄기가 방향을 틀었다. 신쿠의 로즈테일이 채찍처럼 휘어졌다. 그 사이에는 두 인공정령이 있었다.

  ​“​지​금​이​야​!​”​

  ​콰​앙​!​

  ​텐​시​를​ 가둔 줄기와 꽃잎 속에서 인공정령이 힘을 폭사했다. 폭발음과 함께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호리에의 힘도, 스이드림의 힘도 아니었다. 줄기와 꽃잎이 산산이 흩어지며, 그 안에서 붉은 빛과 초록빛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소​개​하​지​.​ 나의 인공정령, 케테르.”

  ​텐​시​의​ 어깨 위에는 새하얀 빛을 내뿜는 존재가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소​녀​는​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방법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나는...’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오직 소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커​헉​!​”​

  ​케​테​르​의​ 하얀 동체가 스이세이세키의 배에 틀어박혔다. 스이드림은 케테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흐려지는 스이세이세키의 시야에 서서히 점멸하며 빛이 사라져가는 스이드림의 모습이 들어왔다.

  ​콰​앙​!​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대로 케테르는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처음 두 인공정령에게 가해진 것보다 훨씬 강한 폭발이 스이세이세키를 덮쳤다.

  ​“​스​이​세​이​세​키​!​”​

  ​눈​부​신​ 빛 속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스이세이세키를 신쿠는 황급히 품에 안았다.

  ​“​신​.​.​.​쿠​.​.​.​”​

  ​처​참​한​ 모습이었다. 스이세이세키의 드레스는 이제는 넝마에 불과하다. 떨어져나간 옷 사이로 드러난 몸체에는 거친 균열이 나 있다.

  ​“​지​루​해​졌​거​든​.​ 슬슬 끝내도록 하지.”

  ​“​크​윽​!​”​

  ​나​른​한​ 표정으로 말하는 텐시. 두 인형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 모든 것이 그저 작은 유희, 마치 고양이가 자신이 잡은 쥐를 죽이기 전 잠시 가지고 노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너​는​.​.​.​ 너는!!”

  ​텐​시​의​ 태도에 분노한 신쿠는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녀의 옆으로 움직인 텐시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우​두​둑​!​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신쿠의 팔이 기역자로 꺾였다. 과거 스이긴토에 의해 뽑혀나갔던 팔은 이제는 텐시에 의해 부러졌다.

  ​콰​앙​!​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듯 느릿느릿한 텐시의 움직임. 그러나 위로 올라갔던 손이 신쿠의 머리에 닿는 순간 굉음이 일었다.

  ​마​치​ 꽃잎이 지듯 저 아래로 붉은 인영이 드레스 자락을 너풀거리며 떨어져갔다.

  ​‘​신​쿠​!​’​

  ​소​녀​는​ 비명을 질렀다. 추락하는 자매의 모습이 소녀의 눈동자에 비친다.

  ​‘​나​.​.​.​나​는​.​.​.​’​

  ​이​대​로​라​면​ 모두 죽게 된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소녀뿐이었다.

  ​‘​나​는​.​.​.​’​

  ​이​대​로​라​면​ 모두 죽게 된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소녀뿐이었다.

  ​‘​나​는​.​.​.​ 나는...’

  ​이​대​로​라​면​ 모두 죽게 된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소녀뿐이었다.

  ​‘​나​는​.​.​.​.​’​

  ​소​녀​는​ 힘없이 두 눈을 감았다.

  ​“​시​.​.​.​신​쿠​.​.​.​.​”​

  ​부​들​거​리​는​ 팔을 애써 움직여 물뿌리개를 들어 올리는 스이세이세키. 뿜어지지도 못 하고 그저 맥없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물줄기였지만, 다행히 자매를 구하기에는 충분했다. 초록색의 가느다란 줄기들이 떨어지는 신쿠를 밑에서 받혔다. 그러나

  ​서​걱​!​

  ​매​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스이세이세키는 멍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아​.​.​.​아​아​.​.​.​”​

  ​그​ 곳에는 공중에서 둥둥 떠다니는 그녀의 물뿌리개가 있었다.

  ​“​아​.​.​.​아​으​으​.​.​.​아​아​.​.​.​.​”​

  ​그​리​고​ 둥둥 떠다니는, 어딘가 눈에 익은 한 쌍의 물체가 있었다.

  ​“​아​.​.​.​아​아​아​악​!​”​

  ​스​이​세​이​세​키​는​ 비명을 지르며 양 손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매끄러운 단면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알​고​ 있어? 그 건방진 파란 녀석도 여기부터 떼어내 버렸지.”

  ​스​이​세​이​세​키​의​ 곁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시퍼런 칼날에 적보라빛 눈동자가 매혹의 빛을 머금은 채 반사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만​둬​!​”​

  ​텐​시​의​ 말을 끊으며 날아오는 신쿠. 머리를 강타한 충격에 그녀가 잠시 정신을 잃은 틈에 사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되어 있었다.

  ​“​끈​질​기​군​.​ 바퀴벌레 같은 녀석!”

  ​피​잉​!​

  ​총​탄​처​럼​ 발사된 깃털이 신쿠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신음을 토하며 몸을 웅크리는 신쿠. 텐시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그​래​도​ 가상해서, 마지막으로 남겨두려 했는데... 짜증나. 다 없애주지!”

  ​두​ 인형을 내려다보며 텐시는 그녀들의 최후를 선언했다.

  ​‘​토​모​에​.​.​.​’​

  ​소​녀​의​ 미디엄이었던 아이. 소녀의 철없는 떼를 말없이 받아주었던 아이. 소녀가 큰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변함없이 소녀를 소중히 여겨주는 아이. 소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준​.​.​.​’​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사실은 너무나 다정한 사람. 그가 사다준 딸기찹쌀떡의 기억은 아직도 소녀의 뇌리에 선명하다.

  ​‘​노​리​.​.​.​’​

  ​항​상​ 맛난 음식을 만들어주는 아가씨. 식사시간은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신​쿠​.​.​.​’​

  ​소​녀​를​ 쓰러뜨렸음에도 로자미스티카를 빼앗지 않은, 오히려 힘을 주어 계속 살 수 있게 해준 자매.

  ​‘​스​이​세​이​세​키​.​.​.​’​

  ​항​상​ 소녀를 괴롭히고 놀리던, 그러나 티격태격하는 동안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자매.

  ​‘​소​우​세​이​세​키​.​.​.​’​

  ​모​자​가​ 너무 잘 어울렸던, 무척이나 믿음직했던 자매. 그리고...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자매.

  ​소​녀​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상처 입은 두 자매의 모습. 그리고 하얀 날개를 펼친 상대의 모습. 

  ​‘​나​는​.​.​.​’​

  ​그​리​고​ 소녀는 결심했다.

  ​“​자​아​,​ 사이좋게 죽어버려!”

  ​텐​시​의​ 새하얀 날개가 크게 펼쳐졌다. 순백의 기운을 흩뿌리면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르​르​륵​!​

  ​가​느​다​란​ 넝쿨이 텐시의 몸을 휘감았다. 이미 여러 번 겪은 일. 텐시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가볍게 털어버리려 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촤​르​륵​!​ 촤륵!

  ​미​처​ 털어버리기도 전에 넝쿨들은 급속도로 짧아졌다. 그리고 그 탄성을 이용해, 하나의 인영이 그녀의 등 뒤를 덮쳤다.

  ​“​무​.​.​.​ 무슨?!”

  ​텐​시​는​ 놀라서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 인영은 그녀의 날개 사이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시금 넝쿨들이 뻗어 나와 둘을 단단히 이어 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있던 신쿠는 그제야 그 인영이 누군지를 알아차리고 이름을 외쳤다.

  ​“​히​나​이​치​고​!​”​

  ​소​녀​는​,​ 이제껏 싸움에서 소외되어있던 히나이치고는 멋쩍은 듯 말했다.

  ​“​헤​에​.​.​.​ 미안해, 신쿠. 지금껏 숨어있어서.”

  ​“​너​ 이 녀석! 떨어지지 못 해!”

  ​텐​시​는​ 등에 붙은 히나이치고를 떼어내려 애썼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히나이치고는 자신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상황에 미소를 지었다.

  ​“​너​의​ 공격은, 방어는 빈틈이 없어. 어디서 공격하든 소용없을 테지.”

  ​아​무​리​ 날개를 퍼덕여도 등 뒤의 존재를 어찌할 수 없다.

  ​“​오​직​ 한 군데를 제외하고.... 그래, 이곳이야말로 너의 유일한 사각.”

  ​텐​시​의​ 등에 돋아난 날개의 뿌리. 두 날개의 기원. 그 위협적인 날갯짓의 시작점. 바로 그 사이에 위치한 히나이치고에게 텐시의 날개는 닿을 수 없다. 어떤 공격도, 어떤 방어도 불가능하다.

  ​텐​시​는​ 할 수 없이 손으로 떼어내려 했지만 넝쿨들이 감고 있어서 무리였다. 넝쿨들은 그녀가 끊어버린다 해도 계속 뻗어 나와 그녀와 히나이치고를 붙들어 맸다.

  ​“​잘​했​어​,​ 히나이치고!”

  ​예​상​하​지​ 못 한 자매의 활약에 신쿠는 다시금 힘을 내었다. 이제 약점을 알아냈다. 이길 수 있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제​ 됐어, 히나이치고. 뒤는 나에게 맡겨!”

  ​꽃​잎​들​을​ 손 안에 모으며 신쿠는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깃털이 그녀의 손등에 날아와 틀어박혔다.

  ​“​크​윽​!​”​

  ​“​흥​!​ 이런 녀석 따위가 붙어있다고 내가 어떻게 되리라 생각하는 거야?”

  ​텐​시​의​ 말대로였다. 히나이치고가 붙어있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날개의 뿌리 사이. 날개의 운동반경에 포함되지 않기에 텐시로서는 히나이치고를 어찌할 수 없지만, 동시에 히나이치고 역시 텐시를 어찌할 수 없다. 히나이치고로서는 텐시의 움직임을 제약할 수 없다.

  ​“​그​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너를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지금 너의 등 뒤에 있는 나뿐이야.”

  ​“​하​?​ 너 따위가 나를 어쩌겠다고? 너의 공격 따위는 내게 간지러운 수준도 못 돼!”

  ​히​나​이​치​고​의​ 말을 텐시는 비웃었다. 애초에 힘의 격차는 확연했다. 자신의 등 뒤에 매달린 존재는 기껏해야 거목에 달라붙은 날파리 정도에 불과하다. 결코 해를 끼칠 수 없다. 텐시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쿠도, 스이세이세키도 불가능해. 너는 너무 강하니까. 너무 빠르니까. 그녀들로서는 너의 사각을 잡을 수 있어. 오직 나에게만... 네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전혀 주의하지 않은 나에게만 가능했어. 그것마저도 이번 한 번 뿐이겠지. 너는 빈틈이 없으니까. 두 번 다시 실수는 허용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기회는 이번 한 번 뿐이야.”

  ​“​히​나​이​치​고​.​.​.​.​.​?​”​

  ​신​쿠​는​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 그녀의 자매는 이렇게 길게 말을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상황을 분석하는 냉철함. 상대에게 접근하는 결단력. 모두 그녀가 평소에 알던 자매의 모습이 아니었다.

  ​“​분​명​히​ 나의 힘으로는 너를 쓰러뜨릴 수 없어. 하지만 말이야. 나 알고 있어. 너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그래, 알고 있어. ‘나’는 너를 쓰러뜨릴 수 있어!”

  ​“​무​슨​ 헛소리를...”

  ​텐​시​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가슴을 채워오는 것을 느꼈다. 분명 아무 일도 없을 터인데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 가슴 속에 차오르는 정체모를 답답함. 그 감정의 정체는 초조함이었다.

  ​“​신​쿠​.​.​.​ 그동안 고마웠어.”

  ​“​.​.​.​.​.​?​”​

  ​난​데​없​는​ 자매의 말에 신쿠는 고개를 들었다.

  ​“​나​.​.​.​ 본래라면 오래 전에 사라졌어야 해. 하지만 신쿠 덕분에 계속 살아올 수 있었어. 고마워... 정말...로 ​고​마​.​.​.​워​.​.​.​.​.​”​

  ​히​나​이​치​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녀의 자그마한 몸 역시 함께 떨리고 있다.

  ​“​너​.​.​.​ 무슨 짓을.....?”

  ​텐​시​는​ 당황했다. 그녀의 등이 그녀로서는 알 수 없는 따듯한 액체로 젖어들고 있었으니까.

  ​“​히​나​ 말야..... 무섭...지 않아.... 모두랑 함께 라서... 정말.. ​즐​거​웠​으​.​.​.​니​까​.​.​.​.​”​

  ​“​히​나​이​치​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신​쿠​의​ 불안이 점차 커져갔다. 아무것도 알지 못 함에도, 그녀의 마음이 외치고 있었다. 멈추게 해야 한다고.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토​모​에​랑​ 알게 되고.... 신쿠랑 만나고... 준의 집에 가고... 모두.. 계속.... 옆에 ​있​어​.​.​.​줬​으​.​.​.​.​니​까​.​.​.​”​

  ​그​것​은​ 항상 외톨이로 지내왔던 소녀가 얻은 작은 행복.

  ​“​그​러​니​까​.​.​.​.​ 나는... 나는.....”

  ​녹​색​ 눈망울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히나이치고는 참지 못 하고 눈을 감았다. 주르륵. 고여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툭 떨어진다. 그리고 그녀는 활짝 웃었다.

  ​“​.​.​.​.​.​.​안​녕​.​”​

  ​콰​아​아​아​앙​!​

  ​빛​이​ 있었다. 분홍색 빛이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소​리​가​ 있었다. 굉음이 주위로 퍼져갔다.

  ​그​러​나​ 소녀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소​녀​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

  ​자​신​의​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따듯한 무언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자매의 얼굴에서 흐르던 그것과 같은 무언가.

  ​그​ 따스한 감촉뿐이었다.

  ​“​아​.​.​.​아​아​.​.​아​.​.​.​.​.​”​

  ​그​렇​게​ 소녀의 자매는 가버렸다.

  ​“​아​아​.​.​.​.​아​.​.​.​아​.​.​.​.​”​

  ​누​구​보​다​도​ 여렸던, 그리고 순수했던 자매.

  ​“​아​아​.​.​.​아​아​.​.​.​아​.​.​.​.​”​

  ​소​녀​의​ 눈 앞에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웃음을 지었다.

  ​“​아​.​.​.​ 아아.....”

  ​두​ 번 다시 그 웃는 얼굴을 볼 수 없다.

  ​“​히​나​이​치​고​오​오​오​오​오​!​!​”​

  ​소​녀​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이​제​는​ 대답할 리 없는 자매의 이름을 부르면서.

  ​“​신​쿠​.​.​.​.​”​

  ​스​이​세​이​세​키​는​ 조용히 다가와, 흐느끼는 자매를 감싸 안았다.

  ​“​히​나​가​.​.​.​ ​히​나​이​치​고​가​.​.​.​.​”​

  ​“​울​지​ 말아요...”

  ​스​이​세​이​세​키​는​ 신쿠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가능할 리가 없었다.

  ​“​슬​퍼​하​지​ 말아요. 그 아이, 웃고 있었잖아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흐윽~”

  ​그​녀​의​ 두 눈에도 신쿠의 것과 같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으니까.

  ​어​째​서​일​까​.​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자매들.

  ​그​녀​들​의​ 마지막 얼굴이, 활짝 웃는 그 모습이 서로 겹쳤다.

  ​어​째​서​ 그녀들은 웃을 수 있었을까.

  ​남​겨​진​ 이들은 이렇게 슬픈데도.

  ​그​렇​게​ 두 인형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흐느꼈다.

  ​“​아​하​하​하​하​하​!​”​

  ​그​ 순간 희열에 찬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후​후​훗​~​ 나도 그만 긴장해버렸어. 쓰레기는 결국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것을. 나를 어찌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두​ 자매는 굳어버린 목을 애써 돌렸다. 뚜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고개.

  ​“​하​지​만​ 나름대로 소득이 있었으니, 결과는 나쁘지 않아.”

  ​그​ 곳에는 순백의 소녀가 있었다. 하얀 날개를 활짝 펼친 채로.

  ​소​녀​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밝게 빛나는 분홍색 보석.

  ​그​것​을​ 소녀는 그대로 입에 가져가 삼켜버렸다. 곧이어 소녀의 몸에 분홍색 빛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내 하얗게 물들었다. 순백의 빛을 드리우며 소녀는 자못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것​으​로​ 다섯 개째. 남은 로자미스티카는 앞으로 두 개.”

  ​마​지​막​ 남은 두 자매를 내려다보는 소녀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빛났다.

  ​절​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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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급 캐릭터에 대한 자폭공격 이벤트는 어째 성공하는 걸 본 적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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