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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렐 얼터너티브

パラレル オルタネイティヴ


원작 | ,

역자 | 淸風

3. 새로운 수수께끼, 새로운 만남


 아침. 눈을 뜬 유키는 타케루와 함께 PX로 가서 아침을 먹고, 식후에는 함께 지하 19층을 향했다. 유코에게 불렸기 때문이다.
 유코의 집무실에 향하려 할 때, 타케루가 그 전에 들르고 싶은 곳이 있다는 말을 꺼내서 뒤를 따라간다.
 도착한 곳은 기묘한 공간이었다. 약간 어둡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기계들이 방 안에 설치되어 있다. 멋대로 들어가도 괜찮은가 싶었지만, 가지고 있는 ID카드로 들어갈 수 있으니 분명 문제 없는 거겠지.
 발을 디뎌 안으로 나아간 뒤 흠칫 놀란다.
 눈길을 뺏은 건, 거대한 실린더 같은 것 위에 떠있는 것. 그건 틀림없이 사람의 뇌랑 척수다.
“뭐야……이거.”
 저번 세계에선 본 적이 없다. 필경 무슨 의미가 있는 거겠지만, 좋은 취미라고 하긴 힘들었다.
“오……있다 있어.”
 타케루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방 안쪽 어두운 곳에 자그만 사람이 보였다. 사랑스런 드레스 같은 걸 입은, 겉보기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 이 방에 있는 게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갑자기 나타난 타케루와 유키 때문에 놀란 건지, 다가가려 하면 달아나듯 거리를 벌린다.
“잠깐, 도망치지 말아 줘~.”
 쭈그려 앉은 타케루가 한심하게 풀죽은 소리를 내자, 간신히 소녀는 달아나는 걸 멈췄다.
“저기, 이름 가르쳐 주지 않을래? 아, 나는 시로가네 타케루. 그리고, 이 녀석은.”
“나는 후쿠자와 유키. 잘 부탁해.”
 유키도 소녀와 눈길을 맞추려는 듯 두 무릎에 손을 짚고 허리를 굽힌다.
“일본어, 말할 수 있는 거 알고 있다고―.”
“…………야시로 카스미에요.”
 자그만 목소리로 소녀, 카스미는 이름을 말했다.
“그래? 카스미라고 하는구나. 안녕. 카스미……아,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는 건 너무 허물 없는 건가? 미안해. 나는 원래 그런 성격이야.”
“알고 있어요…….”
 이걸 보면 시로가네는 카스미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이전 세계의 경험에 의한 거겠지.
“자, 그럼. 인사도 마쳤고, 슬슬 유코 샘 있는 데로……아, 에, 그러어어어언?!”
“으앗?! 뭐야, 시로가네. 갑자기 큰 소리 내고.”
 실내에 울려퍼지는 듯한 목소리에 유키는 눈을 크게 떴고, 카스미는 어느샌가 방 구석까지 도망가 있다. 머리에 달려있는 토끼 귀가 움찔움찔 떨리고 있어, 혹시나 카스미의 감정과 링크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 그거…….”
 타케루가 가리킨 건, 청백색으로 빛나는 실린더.
 분명 보고 있으면 기분 좋은 광경은 아니지만, 이 방에 유키를 데려온 건 타케루니 당연히 뇌의 존재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긴 했지만……젠장, 이건 뭔 일이야.”
 놀란 타케루.
 그 눈길 끝에는, 두 개의 실린더와 두 개의 뇌와 척수가 있었다…….


 유코의 집무실에서 다시금 브리핑을 하고, 타케루는 훈련을 위해 운동장을 향해갔다. 남겨진 유키 쪽은 어젯밤에 이어서 전술기의 새로운 기동개념을 더더욱 상세히 설명해 간다.
 놀랍게도, 신 OS의 개발을 맡는 건 카스미라고 한다. 어린 소녀로 보여도 실제론 굉장히 우수한 유코의 조수며, 동시에 얼터너티브 계획에도 밀접히 관여하고 있는 모양이다.
“카스미는 너나 시로가네 따위 보다 훨씬 중요하고 우수하니까.”
 유코는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그걸로 이해된 것도 있다. 도움이 될지 아닐지도 알 수 없는 신 OS 개발을 시원스레 허가해준 부분이다. 바쁜 유코 자신이 손을 대는게 아니라, 조수인 카스미가 개발하는 거니까. 카스미가 한가하다고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아침의 상태를 보면 유코보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건 확실하겠지.
 덧붙여서 유코는 유코대로 어제 중에 새로운 기동개념에 대해서 마리모에게 설명해, 전술적으로 유효하며 실제로 실현할 수 있으면 전사자를 줄여 전술의 폭도 넓힐 수 있으리라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신 OS는 β버전이 되자마자, 너에게 테스트를 맡길 테니까.”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 뭔가 용건은 있습니까?”
“현시점에선 특별히 없어. 후쿠자와는 어쩔 셈이야?”
“아무것도 없다면, 오늘은 기지 안을 돌아본 뒤에 자주훈련을 할까 하고 있습니다.”
 하여간에 이 요코하마 기지의 내부 구조에 대해서도 모르고, 육체적으로도 정말로 예전의 기능이나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 해야만 하니까.
 유코에게서 허가를 받고 바로 기지 안을 걸어다니며 구조를 머리에 집어넣는다. 중간에 머리를 스친 건 이전 세계의 무사시노 기지. 무사시노 기지에서는 츠타코 등이 있었다. 물론 평화로운 세계의 친구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타고난 성격 같은 건 크게 다르지 않아 츠타코라면 츠타코라고 느낄 수 있어서, 그게 유키를 분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세계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을 순 없다.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요코하마 기지만 해도 드넓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거다.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보기 힘들다.
“아―젠장, 찾을 수 없는 사람을 신경 써도 뭐가 되는 것도 아닌데.”
 별수 없는 일에 열받거나 골을 썩히거나 해도 도움이 안된다. 생각을 바꿔, 첫 예정대로 자주훈련을 하기로 했다.
 그렇긴 해도 운동장은 훈련생들이 쓰고 있다고 하고, 시뮬레이터도 어제 실시한 걸로 전술기를 조종하는 감이 떨어지지 않은 건 확인했고, 그래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
“실내 트레이닝 시설도 있을 텐데.”
 저번 기지에는 있었다. 요코하마 기지에도 있다면, 아마 비슷한 곳에 있을 거다. 어정어정 걸음을 옮겨서 찾다가, 이윽고 목적장소를 찾아냈다. 만일을 위해 유코에게 확인을 취한 뒤, 실내 연습장으로 걸음을 디딘다.
 우연인지 아니면 평소에도 이런지는 알 수 없지만, 안쪽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쓸쓸하지만 아무 눈에도 띄지 않고 맘편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탈의실에서 운동용 차림으로 갈아입고, 신발도 갈아신는다. 유연성 운동을 한 뒤, 우선은 러닝. 실내인 만큼 오랫동안 달릴 마음이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체력쪽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건 파악했다. 완전군장으로 달려도 문제는 없겠지.
 가볍게 땀을 닦은 뒤 걸음을 멈추고, 뭘 할지 고민한다. 홀로 시설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음~~~아, 맞아.”
 가볍게 그 자리에서 폴짝 뛰어오른다. 몸의 탄력도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한 뒤에 달리기, 손짚고 옆돌기, 손짚고 뒤돌기, 공중 뒤돌기를 한 뒤 착지. 연결도 매끄럽고, 기술도 제대로 되었다. 역시 신체능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완력같은 것보다도 순발력이나 몸의 탄력 같은 쪽에 자신이 있었고, 이전 세계의 훈련에서 단련한 걸로 이 정도의 운동이라면 매트가 없어도 문제없이 할 수 없게 된 거다.
“오~, 훌륭해~~.”
 그 때, 짝짝짝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을 돌아보자.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야~?”
 장신의 여성이, 굉장히 허물없이 말을 걸어왔다.
 모르는 얼굴인데, 뭐라고 대답하면 괜찮을런지.
“……조금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 자주훈련을.”
“그래? 나도 오늘, 오픈데 할 거 없어서 여기 왔어. 저기, 모처럼 이렇게 됐으니 같이 안 할래?”
“모처럼 오프 날이면, 쉬면 괜찮지 않나요?”
“역시, 경쟁 상대가 있는 쪽이 즐겁잖아.”
“……하는 말 안 들었네요.”
 그 여성은 유키는 신경쓰지 않고,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한 뒤 유연성 체조를 시작했다. 어떡할까 했지만, 확실히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기엔 상대가 있는 쪽이 좋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적일 리야 없을 테고, 굉장히 붙임성 있는 미소와 분위기 탓도 있어 쉽사리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읏차.”
 윗도리를 벗고, 탱크톱 차림이 된 여성. 그 풍만한 버스트에 무심코 눈을 빼앗긴다.
‘――잠깐, 지금 난, 육체는 어쨌든 정신적으론 애가 아냐. 강화장비에도 눈이 익었는데, 이제와서 뭘 부끄러워하고 있는 거야.’
 가볍게 머리를 때린다.
“왜 그래?”
“아니, 그럼, 뭐부터 할까요?”
 이렇게 서로 이름도 말하지 않고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해도 괜찮겠지. 상대 여성도 꽤나 신체능력이 괜찮아서, 훈련생 레벨이 아닌 건 확실했다. 그렇다고 해서 빼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전 세계에서 단련했던 유키랑 비교하면 훨씬 부족하다.
 대시, 순발력, 격투기, 모든 부분에 있어 유키의 승리로 끝났다. 단지, 마지막에 한 농구 자유투 대결에서는 상대가 이겼지만.
“이야~, 졌네~. 너 대단하네. 나도 질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남자랑 여자 사이에 신체능력 차이는 있지 않을까요. 거기에, 마지막에는 졌었고.”
 바닥에 대자를 그리며 뻗어있는 여성. 그 옆에서 유키도 주저앉아, 대전에 대해 간단히 되돌아봤다. 유키도 완전 전력으로 갔으니까, 온몸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아하핫, 그건 특기니까.”
 상반신을 일으켜 땀을 닦으며 붙임성 있게 웃는다.
“그래도, 농구공이랑 골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둘 다 낡아 빠졌지만. 다들 농구 같은 건 모르고. 오히려, 네 쪽이 알고 있는 게 신기했어.”
 오락이 없는 세계. 그건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젊은 남성 대부분은 군대에 징병되었고, 운동능력이 높은 녀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이 세계에서 농구 같은 건 스포츠로서도 오락으로서도 퍼져있지 않다. 이 훈련장을 만든 사람은 꽤나 별났을지도 모른다.
 유키도 체감적으론 대체 얼마만에 농구를 한 건지. 오랜만에 한 농구에, 수많은 일들을 잊고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던 기분이 든다.
“괜찮은 걸 배웠네요. 아, 그러고 보면 말인데요.”
“왜?”
“이름을 물어도?”
 어렵사리 물어보자.
 한동안 정적이 깔리고.
“――――풋. 아하, 아하하하핫! 뭐야 그거, 이제와서 묻는 거야?”
 폭소를 터뜨렸다.
“자, 잠깐, 애초에 갑자기 이야기를 걸어온 건 그쪽이잖아요.”
“그 때 물으면 괜찮았을텐데. 게다가, 여성에게 이름을 묻기 전에 우선 남성 쪽부터 이름을 말해줬으면 하는데~.”
 이 시대에 남자도 여자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상대가 그걸 변명으로 생각하면 뭣해서 말하는 건 관뒀다.
“저는 후쿠자와 유키예요. 잘 부탁해요.”
“나는 카시와기 하루코. 에에, 유키 군이면 괜찮을까? 비슷한 나이고.”
“저는……18.”
 빠른 생일이기도 해서 사실은 16살이지만, 왠지 나이를 속여 버렸다.
“그럼, 같네. 어디 소속이야?”
“에에……그건.”
 현재, 어느 부대에도 속해있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코즈키 유코의 직속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 이야기를 해도 좋은지는 주저된다. 군장을 하면 소속도 계급도 알겠지만, 하루코와는 그런 걸 빼고 알게 되었다. 이런 인연은 소중히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뭐어, 억지론 말 안해도 괜찮지만. 다음에 만날 때 기대하는 걸로 할까?”
“그럼, 그런 걸로 해 두고, 시간도 시간이니 쿨다운 한 뒤 돌아갈까요?”
“그렇네……아, 그러고 보면, 새삼스럽지만 계급이 나보다 위……라거나 하진 않지? 그랬으면 나, 굉장히 무례한 녀석인데.”
“그거야 말로 새삼스러워요. 뭐, 그것도 다음에 만났을 때를 기대하는 걸로.”
 몸을 움츠려 보인다. 사실대로 말해봐야 도움도 안 되고.
 다시금 하루코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이로 봐도 분위기로 봐도, 하루코는 아마 위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다. 분명 하루코도 유키를 비슷하게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말을 건 거겠지만, 설마 대위라곤 생각할 리도 없다. 유키는 자신이 동안인 걸 자각하고 있고, 육체 연령이 16살이기도 하다. 어떻게 봐도 하루코보다 연하, 잘해봐야 같은 나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군대에서 계급은 절대적이니까 사실을 알면 하루코도 태도를 바꿀 거다. 하지만 유키는 원래 평화로운 세계의 사람이고, 이전 세계에서의 계급적인 의식도 어딘가 애매해진 상태기에 별로 계급에 구애되거나 하지 않았다. 모처럼 알게 된 동년배 상대에 대해선 더더욱 그렇다.
“그래, 그럼 그런 걸로. 혹시 높으신 분이라도, 용서해 줘. 아, 뭐하면 몸으로 갚을 테니까.”
 농담을 섞어 말하는 하루코에게 웃어 보인다.
 언젠가는 알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가 올 때까지 일부로 알려줄 것도 없겠지. 이런 식으로 농담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걸 정말로 기쁘게 생각하니까.
 즐겁게 땀을 흘린 뒤여서, 더더욱 유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코와 헤어진 뒤에는 예정대로 기지 안의 남은 부분을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시설 내부를 파악한다. 이럴 때 대위의 계급장을 받은 건 고맙다. 좀 이상한 곳에 들어가 버려도 그리 문제 되지 않고, 세세한 이유를 이야기 않아도 된다. 사관이 그런 데를 한가하게 걷거나 하지도 않을 테니, 대외라는 계급은 편리할지도 모른다. 뭐, 겉보기는 단순한 애송이니까 수상쩍은 눈길을 받을 때도 많았지만 그것만은 별 수 억다.
 PX에서 저녁을 먹고, 배정된 방으로 돌아간다. 타케루와 위치가 먼 건 빈방 위치 탓인지, 둘을 경계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양쪽 단지.
 유키에게 이유는 어찌됐든 좋다. 간소해서 따분한 방 안도, 예전 방과 다를게 없어서 금방 익숙해 졌다.
 잠들 때까지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중에,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했더니 타케루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대위님.”
“……뭐 하는 거야.”
 진지한 표정으로 경례하는 타케루를, 기막힌 표정으로 바라보며 방 안에 들여놓고 의자를 권한다.
“아니, 봐. 일단, 난 지금은 훈련생이고. 남의 눈에 안 띈다고 할 순 없으니까.”
 웃으면서 자리에 앉는 타케루를 보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다.
“그래서, 뭐하러 왔어……라고 해 봐야, 뭐 하는 생각은 마찬가지지.”
“아아, 다시금 정보 교환이야.”
 어제부터 수많은 소란 탓에, 타케루와 둘이 느긋이 이야기할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둘 다 다른 세계에서 와서 루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예전 세계의 지식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식이 비슷하고, 역으로 어느 정도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둬야 할 건 많기에, 둘은 서로 부딪쳐가며 시간을 들여 검증해 간다.
 알게된 건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비슷한 전개를 밟았다는 것. 발생한 사건과 기억에 다른 부분은 거의 없어, 역시 같은 세계에 존재했던 게 아닌가 싶어진다. 단지, 인물에 대해서는 당연하게도, 여러모로 다른 부분도 많았다.
 예를 들어 유키의 이전 세계에서는 지금 유코의 위치에 에리코가 있었다든가. 유코 정도로 얼터너티브 계획에 깊게 관여하던 것 같진 않았다든가. 훈련병이 다섯인 건 마찬가지였고, 카스미는 없었고 뇌수가 든 실린더 룸도 없었다. 단지 이건 그냥 유키가 못 봤을 가능성도 있지만.
“신기하네. 전혀 다른 세계가 아닌가 싶은데, 우리들 분명히 중간에 잠시 만나서 이야기도 했었으니까.”
 같은 세계선에 존재했다고 하기엔, 커다란 모순도 존재하고 있다.
“……애초에, 무사시노 기지같은 덴 들은 적도 없고.”
“그런가. 나는 요코하마 기지는 들은 적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잘 기억은 안 나……젠장, 전혀 모르겠네.”
 포기하고 싶어진다.
“머리가 오버히트 할 것 같아. 지쳤기도 하고, 이 이야기는 일단 끝내자.”
 타케루의 제안에 이의따윈 없었다.
“이야기를 바꿔서, 유키……이름으로 괜찮지, 우리들?”
“완전 오케.”
“좋아. 그래서 바로, 너, ‘바르자논’ 했었지?”
“아, 뭐야, 너도? 그거 중독성 짱이지.”
 아까까지완 돌변해 표정도 밝아지고, 말도 빨라진 두 사람. 그도 그럴게, 정말 오랜만에 둘의 ‘원래 세계’에 대한 화제인 거다.
 어느 기체를 주력캐로 했는지, 특기 기술은, 연승 기록은, 그런 걸 이야기하는 게 터무니없이 즐거워 참을 수 없었다.
 타케루가 쓰는 기체는 오소독스한 카이젤. 한편 유키가 즐겨 쓰는 건 트리키한 움직임의 스나이델.
“아~, 응 알겠어! 분명 그 시뮬레이터에서의 움직임, 그런 느낌이었고.”
“아니아니, 알겠냐? 아, 그래도 타케루도…….”
 이런 식으로, 게임인 ‘바르자논’과 시뮬레이터에서의 후부키의 움직임을 겹쳐보곤 이야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아~, 그래도, 현실은 게임같인 안되지.”
​“​그​렇​네​…​…​그​래​도​,​ 혹시 게임이랑 비슷한 걸 할 수 있다면, 타케루는 어떤 걸 해보고 싶어?”
“편리하다고 하면, 미사일 런처, 유도탄, 산탄총이려나.”
“레이저라든가 비트도 괜찮지. 그리고 나, 사이스도 좋아해.”
“아, 좋지! 나, 유성각이나 부스트 어퍼도 집어 넣을래.”
“BETA한테 쓰는 건 ​무​리​일​텐​데​…​…​근​거​리​라​면​ 빔 사벨.”
“아니, 역시 여기는 남자의 낭만이잖아.”
 펀치를 지르는 시늉을 하고, 그 말을 하면서 빙긋 웃는 타케루. 얼굴을 마주보고, 유키도 웃어 보인다.
 그리고 동시에 입을 연다.
““파일 벙커!””
 우연히도 똑같은 무기를 입에 담았다.
“그렇지. 이거야 못 빼지.”
“그야 그래. 아, 그래도 드릴이란 것도 매력적인데.”
”그것도 남자의 꿈이야!”
 쓸데없는 이야기로 한바탕 들뜬 뒤, 타케루가 문득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저기. 지금 이야기한 것 같은 무기나 공격을 현실화하는 건, 정말 무리일까?”
“에? 그야……게임 속 이야기고.”
“물론, 모두 다 어떻게든 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중에 일부라도 실현할 수 있으면 BETA와의 싸움도 유리해지는게 아닐까 싶어서.”
“할 수 있다면, 진작에 만들지 않았을까? 그도 그럴게, 전술기 같은 전투용 로봇을 만들 정도의 과학력이고.”
​“​확​실​히​…​…​그​렇​겠​네​.​”​
 남자라면 멋지고 위력이 있는 무기나 필살기 같은 것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이 세계는 혹시나 그것들이 유효했다면 진작에 장비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거다. 위기에 드러나 있어, 그만큼 군사력, 병기 개발에 힘을 넣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계인 거니까.
“――아니, 기다려. 혹시나 이야기를 해 볼 가치는 있을지도 몰라.”
“응? 무슨 일이야, 유키?”
 유키나 타케루는 원래 세계의 기억이 있으니까 어차피 게임이나 만화속의 일이고, 분명 현실적이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유효하다면 진작에 개발되어 있을 거라고.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근본적인 부분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BETA의 침략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지금 세계에선, 비디오 게임같은 오락은 존재하지 않고, 로봇 애니메이션도 나오지 않았다.
 둘이 당연히 알고 있는 지식은, 이 세계의 인간은 가지지 않은 거다. 지식이 없다면 개발같은 건 애초에 행해지지 않을 거고, 그 이전에 떠올리지조차 못했을 거다.
“과연. 캔슬이나 콤보같은 건 게임 특유의 요소니까 생각하기 힘들었지만, 무기같은 것도 떠올리지 못했을 가능성은 있나.”
“아아. 밑져야 본전이니, 나는 내일 코즈키 박사한테 이야기를 좀 꺼내 볼게. 존재하면 정말로 유효할만한 걸 좀 생각해 보자.”
“OK. 좋은데, 이건 좀 즐거워.”
 둘이서 바르자논만이 아니라, 알고 있는 범위 내의 무기나 병기, 공격방법 등을 들어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둘 다 이전 세계에선 괴로움을 맛봐, 이번 세계에서야말로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혼자서는 생각이 미치지 않아도, 둘이서 이야기하는 걸로 상승효과처럼 아이디어가 솟아오른다.
 혼자가 아니다.
 엉뚱한 생각이라고 해도 이해해 주는 상대가 있다는 건, 굉장히 마음이 든든했다.
 둘의 뜨거운 대화는 깊은 밤까지 이어졌다.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주간 패럴렐 얼터너티브입니다.
 ……여기선 평안하세요가 맞으려나요? 아니, 그래도 패럴렐은 또 평안하세요가 아니니……. 그냥 안녕하세요로.

 뉴페이스 하루코 등장. 히로인 격의 캐릭터 중 한명입니다.

 당분간 이런 느낌의 밀리터리풍 일상물(??)이 이야집니다.

 자,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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