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문제 3화
그레인저: 237 / 말포이: 217 / 포터: 220
언제나 그랬지만 헤르미온느를 쏠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곤히 잠든 그녀의 평온한 표정에 해리의 마음이 더욱 더 아려왔다. 햇살이 제복을, 구름이 밤색 머리칼을 가리고, 그녀의 두 팔이 정처없이 물살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하지만 해리가 직접 그녀를 제거하지 않았다면…드레이코의 의심을 사는 것도 모자라, 헤르미온느가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죽은 게 아니야, 발을 박차며 해리가 그의 두뇌에게 속삭였다. 그냥 잠든 것뿐이라고, 머저리.
확신할 수 있어? 그의 두뇌가 되받아쳤다. 저 육신에 ‘헤르미온느’가 더 이상 없으면 어떡하지? 되돌아가서 한번 확인해볼래?
해리가 고개를 돌렸다.
봐, 멀쩡하잖아, 입에서 공기방울이 나오고 있다고.
그녀가 들이킨 마지막 숨이 지금 비집어나오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입좀 다물어라 제발. 어째서 그렇게 과잉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건데?
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귄 ‘진정한’ 친구니까? 야, 우리 애완용 돌에게 일어났던 일 기억 안나?
그 쓸데없는 돌덩이에 대해서는 부디 닥쳐줘, 살아있는 생명체도 아니고 심지어 지성체도 아니었다고, 그러니 이제와서 그런 한심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연합한 군대가 순식간에 흩어지며, 두 개의 물고기 떼로 다시 한번 변모했다.
그레인저 장군은 17점을 잃었고, 그녀와 함께 카오틱 세 명과 두 명의 드래곤을 길동무로 삼았다; 그리고 카오틱 한 명과 드래곤 두 명은 배신자로 처단되었고. 고로 그녀는 총 7점을, 해리는 1점, 드레이코는 2점을 잃은 셈이다; 정산하면 선샤인이 20점 차이로 드래곤을, 17점 차이로 카오스를 아직 앞선다. 남은 20명의 드래곤을 몰살시킨다면야 카오스가 판도를 뒤집어 가뿐히 승리를 취할 수가 있다. 변수란, 바로 남은 선샤인 병사 7명….
…물론 정말로 그들을 그렇게 부를 수 있다면 말이지만.
두 개의 물고기 떼는 다소 경계하듯이 떨어져있었다, 각 군대의 병사들은 언제라도 자신의 진짜 소속을 밝혀, 지팡이를 치켜들 순간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비밀 지령을 받은 이들은,” 해리가 크게 외쳤다, “1번부터 3번까지 모두 상기해두도록. 그리고 3번은 ‘멀린 가라사대’ 라는 것을 명심하라. 고개는 끄덕이지 말고.”
부대의 충직한 3분의 2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고, 나머지는 그저 당혹한 표정을 띠었다.
비밀 지령 그 첫번째: 전투 내에서 쓰잘데기 없는 암호명 따위를 남발하지 말고, 총사령관의 허락을 받지 않은 계략이나 계획은 시행에 옮기지 않는다; 그저 헤엄, 실드 전개, 그리고 공격만이 있을 뿐이다.
헤르미온느와 드레이코는 병사들이 제멋대로 계략을 구상하며 행동에 옮기려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해 12월 내내 골머리를 앓고 또 앓았다. 허나 해리는 오히려 그의 병사들을 부추켰고, 특히 지난 두 번의 전투에서는 오히려 즉흥적인 계략을 권장하기까지 하였다…그 대신에 언젠가 그가 계략 구상을 그만둬달라고 부탁할 날이 오면 순응해달라고 요구를 하였고, 병사들은 군말 없이 승낙했다. 고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번 전투에서, 그들은 기꺼이 해리의 명령을 듣게 된 것이다.
헤르미온느나 드레이코, 둘 중 어느 누구도 이런 명령을 완벽하게 내리지는 못했을 거라고 해리는 확신했다. 병사들에게 계략을 함께 구상할 아군으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흥을 깨는 눈치없는 범생이로 여겨지는 것과의 차이는 명백하다. 질서의 강제는 곧 혼돈을 불러일으키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
“저기 있다!” 누군가가 외치며 그 방향을 가리켰다.
호수의 어둠 속에서 잊혀진 자들의 인영이 드러났다. 조금 전의 격돌에서 버림받았던 자들, 즉 7명의 선샤인 병사들이 전장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두 갈래의 물고기 떼가 일렁거리며,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겨냥했다.
“사격 일시 중지!” 해리가 외치자, 말포이 장군도 비슷하게 고함을 질렀다.
숨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7명의 선샤인 병사들이 헤엄쳐, 드래곤 군대의 사이로 녹아들어갔다.
이내, 드래곤 군대가 승리의 환성을 내질렀다.
반면 카오스 군단의 3분의 1 정도가 절망의 탄식을 토해냈다.
남은 병력 중 몇 명은 위장조차 잊어버린채 미소지어버리고 말았다.
해리의 입가에 웃음기는 없었다.
이거, 제대로 풀리지만은 않겠는걸….
허나 해리는 이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비밀 지령 2번과 3번은 여전히 유효하다!” 해리가 외쳤다. “공격하라!”
“카오스 군단을 위하여!” 20명의 카오틱 군단원들이 포효했다.
“드래곤 군대를 위하여!” 20명의 드래곤과 선샤인 7명의 연합군이 함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카오틱들이 연합군을 향해 잠수하며 쇄도하자, 배신자들이 서서히 숨겨둔 날카로운 칼날을 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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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저: 237 / 말포이: 220 / 포터: 226
사방을 다급하게 살피며, 드레이코는 당장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급급했다; 더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어째선지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네 개로 작게 분산된 카오틱 부대가 네 개로 크게 분산된 드래곤 부대에게 쫓기고 있었지만 교전을 시도하는 건 바로 드래곤 쪽이었고, 그 말인 즉슨 카오스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대형이 이지러지며 카오틱 분대들이 서서히 적나라하게 노출된 드래곤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듯한─
그 날의 악몽이 반복되고 있다!
“프리즈마티스!” 지팡이를 치켜든 드레이코가 외치자, 물 속에서도 확연하게 알아볼 수 있는 다색의 커다랗고 평평한 벽이 형성되어 드레이코와 다섯 명의 드래곤을 막 지나치며 그들을 향해 주문을 쏘는 카오틱 병사들에게서부터 보호했다. 남은 드래곤 다섯 명은 그제사야 그들이 쫓고 있던 카오틱 병력을 향해 다시 집중할 수가 있었다.
수면 주문이 융단 폭격처럼 드레이코의 프리즈마틱 월에 부딪쳐가며 폭음을 자아내자, 드레이코는 부디 저 카오틱 네 명중에 장벽 돌파 나선 마법을 익힌 자가 없기를 멀린께 빌었다.
그 순간 드래곤의 점수 취득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고, 카오틱 병사들이 즉시 뒤로 회전하며 헤엄쳐 멀어져갔다; 그 광경을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드레이코가, 프리즈마틱 월을 해제하고는 지팡이를 쥔 팔을 힘없이 축 늘어뜨렸다.
수중전은 빗자루를 타고 치룬 공중전보다 배는 더 벅찼다.
“추격하지 말도록!” 병사들이 서서히 움직이려 하자 드레이코가 황급히 외쳤다, 그리고, “소노루스! 전 부대 나를 중심으로 재정비하라!”
드래곤 부대가 드레이코 주위로 서서히 집결하자, 멀어져가던 카오틱 병사들이 바로 선회하며 마귀처럼 드래곤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 카오스의 점수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오자 드레이코는 육두문자를 크게 내뱉었다, 누군가가 심플 실드를 제대로 전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 그리고 드래곤 부대가 서로의 지원 사거리까지 당도했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카오틱들은 다시 등을 돌려 호수의 흐릿한 저편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수적으로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드래곤들이 3점을 득점할 때마다 카오틱들은 4점을 득점했고, 심지어 드래곤의 첩자마저 처형당하고 말았다. 확실한 것은 분명 해리 포터가 그 찰나의 순간에 기막힌 전략을 구상했거나, 아니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어떤 불가사의한 이유로 인해 그가 실은 수중전의 대가라는 것.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낀 드레이코는, 지금이야말로 그가 작전을 재구성할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보아하니 모두들 헤엄을 치면서 지팡이를 조준하는데 상당한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전투를 끝맺지 못한채 시간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일이다…흐릿한 물 속에서 희뿌옇하게 빛나는 수중 달은 이제 반달로 변해있었다,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닌 셈…당장 무언가 생각해내야만 한다….
“무슨 일이십니까?” 파드마 패틸이 물어보며, 그녀의 부대와 함께 드레이코에게 헤엄쳤다.
파드마는 그의 부사령관이었다; 명석함과 강인함을 겸비한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그레인저를 증오했고 해리를 경쟁 상대로 여겼기에 믿음직했다. 파드마와 함께하며 그는 ‘래번클로과 슬리데린은 남매나 다름없다’라는 옛 속담을 온 몸으로 느끼곤 했다; 예전에 아버지가 미래의 신부감의 출신으로 슬리데린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용인할 수 있는 기숙사가 바로 래번클로라고 말했을때 드레이코는 대경했었지만,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전군이 집결할 때까지 대기하도록,” 드레이코가 말했다. 사실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했다. 장군이나 가장 강력한 마법사로써 지니는 단점이 바로 이거였다, 언제나 마력을 소모해야하지 않는가.
다음에 등장한 건 서니 두 명과 네 명의 드래곤을 대동한 자비니였다. 개중 한 명은 자비니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그레고리였다. 드레이코는 자비니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레이코나 자비니 둘 중 어느 누구도 서니들을 부대의 과반수로 둘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그들은 오로지 드레이코에게, 아니면 그레인저에게 충성을 하고 있을 테니까. 두 세력이 전멸 직전까지 가면 드래곤을 배신할 거라는 약속에 그레인저가 속아넘어갔듯이, 해리의 충심어린 카오틱들도 나중에 카오스로 소속을 변환할 테니 수면 주문을 쏘는 척만 하겠다는 약속에 속아넘어가 서니들을 실제로 공격하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서니 몇 명이 실은 카오스에게 포섭되어 수면 주문을 쏘는 척만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드래곤이 수적으로 우세함에도 오히려 수세에 몰려버렸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도착한 분대는 거의 전멸이나 다름없었다. 병사 셋이 무장해제를 당한 병사 둘의 뒤통수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있던 것이다.
드레이코가 거칠게 이를 갈았다. 또 배신자 문제인가. 반드시 퀴렐 교수에게 최소한 배신자를 처단할 방법이라도 건의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은 애초에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현실에서 누가 이런단 말인가, 그냥 배신자를 속 편하게 고문해서 죽여버리지.
“말포이 장군!” 문제성이 다분한 분대의 분대장이 외쳤다, 테리라는 이름의 래번클로 학생이었다. “어떻게 합니까 ─ 체시가 보그단을 쐈는데, 체시는 보그단이 스펙터를 쐈다고 켈라가 말해주었다고 ─”
“난 그런 말한 적 없어!” 켈라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아니야, 그랬어! 그랬다고!” 체시가 고성을 질렀다. “말포이 장군, 이 년이 첩자입니다,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 ─”
“솜니움” 드레이코가 읊조렸다.
드래곤에게서 1점을 앗아가는 종이 세 번 연속으로 울렸고, 켈라의 축 늘어진 육신이 물살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맘때쯤 ‘재래’라는 단어가 드레이코의 뇌리를 스쳐지나갔고, 몇 번이고 당한 그가 해리 포터적인 계략을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드레이코가 자가면역장애에 대해서 들어봤을리가 없었다. 영리한 바이러스는 먼저 자가면역장애의 증상을 초래해 육체가 스스로의 면역체계를 불신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장군의 이름으로 명한다!” 드레이코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첩자를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그레고리, 파드마, 그리고 테리로 제한한다. 수상한 언동이나 거동이 의심될 경우 즉각 우리들에게 보고하도록.”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선샤인의 2점 득점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뭐라고?” 드레이코와 자비니가 거의 동시에 외쳤다; 그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피격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선샤인의 남은 잔존세력은 모두 여기에 집결해있다. (파드마의 분대에 섞여있던 ‘정체불명’의 배신자에게 피격당한 패르바티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물론 패르바티가 연기를 하고 있을 경우를 대비해 파드마가 한번 더 쏴서 확인사살을 했으니, 분명 그녀는 아니었다….)
“카오스에 서니 배신자가 있다고?”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자비니가 의문을 던졌다. “하지만 내가 파악한 놈들은 카오스가 선샤인을 공격할 때 모두 행동을 개시했을텐데─”
“아니야!”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과 함께 파드마가 경악성을 터뜨렸다. “아까 그건 카오스가 첩자를 처형한 거야!”
“뭐라?” 자비니가 반문했다. “하지만 어째서─”
그리고 드레이코는 깨달았다. 빌어먹을! “포터의 입장에서는 선샤인과 점수 차가 벌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와는 아무리 거리를 벌려도 안전권이 아니라고 여기는 거다! 그래서 배신자를 처단하는데 단 1점도 잃지 않겠다는 거지! 장군의 명령이다! 배신자를 꼭 처단해야할 경우, 먼저 ‘선샤인’을 외치도록! 그리고 처단한 이후에는 다시 ‘드래곤’으로 소속을 변환하는 것을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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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저: 253 / 말포이: 252 / 포터: 252
사지를 펄럭이며, 축 늘어진 롱바텀의 육체가 물살을 타고 혼돈스럽게 흘러갔다. 마침내 드레이코가 그를 피격시켰을 때, 확실하게 하기 위해 전군이 한번씩 번갈아가며 그를 쏘고 또 쐈다.
호수 중앙의 초승달이 서서히 그 윤곽을 잃어가는 순간, 롱바텀의 근처에는 프리즈마틱 스피어로 전신을 보호한 해리 포터가 암울한 안색으로 그들을 말없이 응시했다. 만약 롱바텀이 딱 한명이라도 더 제거할 수 있었다면 (드레이코는 해리의 생각을 읽었다), 만약 남은 카오틱 두 명이 조금만 더 버텨줬다면, 승리할 수도 있었을텐데….
드레이코가 부대를 정비하고 재공격을 가했을 때, 뒤이은 전투와 선샤인의 이름으로 배신자들을 처단한 결과, 선샤인이 단 1점 차이로 드래곤과 카오스를 앞서가게 되었다. 해리가 시행했을 때, 드레이코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 선샤인의 이름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지금은 카오스 장군을 3대 1이라는 수적인 우세로 몰아붙였다. 바로 드래곤 군대의 생존자들과 마지막 남은 서니 배신자의 연합군: 드레이코, 파드마, 그리고 자비니였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롱바텀이 그레고리를 피격시키고 드레이코에게 제거당하는 순간 파드마를 시켜 자비니의 지팡이를 빼앗았다. 모욕당했다는 생각에 그가 인상을 쓰며, 빚으로 달아두겠다는 말과 함께 지팡이를 건네주었다.
남은 건 드레이코와 파드마가 카오스 장군을 제거하는 것뿐이다.
“항복할 의사는 없겠지?” 해리 포터에게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악마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드레이코가 물었다.
“항복하느니 차라리 잠들고 말겠다!” 카오스 장군이 외쳤다.
“아,” 드레이코가 말했다, “실은 말이야, 자비니에게는 네가 그리핀도르 양아치들의 손아귀에서 구해줄 누나 따위 없어. 하지만 그레인저 같은 머글 태생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으신 어머니가 있기에, 몇 번 편지를 주고받았고, 자비니에게 몇가지 권유를 했지 ─ 뭐 우리 아버지까지 연관시키지는 않았고, 내가 학교에서 해줄 수 있는 것들 말야. 그리고 참고로, 자비니의 어머니는 ‘살아남은 아이’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으셔. 혹시 아직도 자비니가 실은 네 편이라는 생각을 할까봐 말이야.”
해리의 표정이 더욱 더 암울해졌다.
지팡이를 높게 치켜든 드레이코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장벽 돌파 나선 주문을 위해 힘을 끌어올렸다. 그레인저의 프리즈마틱 스피어는 이미 그의 것에 근접해있었고, 그건 해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그런 시간을 만들었는가?
“라간!” 이 주문에 온 힘을 다 쏟아부은 드레이코가 외치자, 녹색의 나선형 빛무리가 뿜어져나오며 해리의 방어막을 박살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솜니움!” 파드마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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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저: 253 / 말포이: 252 / 포터: 254
해리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건 단지 그가 더 이상 프리즈마틱 스피어를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었다.
“하아,” 해리가 입을 열었다, “혹시나 싶어 순간 정말 긴장했었다고.”
비밀 지령 그 두번째: 서니 배신자가 ‘공격하는 척’ 할 경우, 간혹 피격당한 시늉을 해라. 서니보다는 드래곤을 우선적으로 제거하지만, 불가피할 경우 서니부터 먼저 제거하라.
비밀 지령 그 세번째: 멀린 가라사대, 블레이즈 자비니나 파틸 쌍둥이를 공격하지 말아라.
패르바티 패틸이 환하게 웃으며 변신술을 건 제복의 휘장을 잡아 뜯어, 물살의 흐름에 맡겼다.
“그리핀도르는 카오스를 위하여, 라고 할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자비니에게 지팡이를 되돌려주었다.
“감사를 전하지,” 하나의 연극배우처럼 그리핀도르 소녀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며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네게도 마찬가지로,” 자비니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네가 이 계략을 들고 찾아왔을 때, 네가 과연 천재인건지 미친놈인지 순간 고심했지만, 결국 네가 둘 다라고 결론을 내렸어. 아, 그리고 참고로,” 축 늘어진 드레이코의 육체를 향해 몸을 돌리며 해리가 밝게 말했다, “자비니에게 누나는 몰라도 사촌은─”
“솜니움,” 자비니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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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저: 255 / 말포이: 252 / 포터: 254
그리고 해리 포터의 몸이 물살을 타고 흘러갔고, 충격과 공포로 가득찬 그의 표정이 서서히 잠이 들며 편해져갔다.
“정정할게,” 패르바티의 목소리는 발랄하기 그지없었다, “그리핀도르는 선샤인을 위하여, 라고.”
아마 지금이야말로 그녀가 태어나사 가장 크게 웃은 날일 것이다. 일생일대의 소원이나 다름없었던 ‘쌍둥이 여동생을 암살하고 그녀로 변장해 연기한다’가, 오늘 완벽하게 실현되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행복해서 미쳐버릴─
─그리고 그녀가 지팡이를 쥔 손을 번개같이 회전시켜, 막 그녀를 겨눈 자비니의 지팡이와 맞닥뜨렸다.
“잠깐!” 자비니가 외쳤다. “공격하지 말고, 저항하지도 마. 이건 명령이다.”
“뭐?” 패르바티가 어이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미안해,” 전혀 미안하지 않은 것 같은 얼굴로 자비니가 말했다, “하지만 현재 네가 정말 선샤인 소속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가 없어. 그러니 얌전히 내게 제거당하는 것을 명령하지.”
“잠깐, 기다려!” 패르바티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우린 고작 1점 차이로 카오스를 이기고 있다고! 지금 나를 쏘면─”
“당연히 드래곤의 이름으로 너를 쏠거야,” 조금 오만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자비니가 말했다. “저들을 속여 이 편법을 사용하게 했다고 해서, 지금 사용할 수 없는 건 아니잖아?”
패르바티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말포이 장군의 말에 따르면 네 어머니가 헤르미온느를 싫어한다는데.”
“뭐 그렇지,” 여전히 오만한 미소를 유지한 자비니가 긍정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드레이코 말포이보다 자신들의 부모님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싶은 사람들도 있거든.”
“그리고 해리 포터는 네게 사촌이 있다고─”
“아닌데,” 자비니가 부정했다.
말없이 그를 응시하며 패르바티는 애써 머리를 굴려봤지만, 그녀는 딱히 훌륭한 전략가가 아니었다; 자비니의 계략이란 바로 카오스와 드래곤의 점수를 최대한 균등하게 유지시켜 그들이 1점을 손해보는 것 대신 선샤인의 이름으로 배신자들을 처단하게 만드는 것이었고, 보기좋게 성공했다…하지만…뭔가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고, 그녀는 교활한 슬리데린의 사고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내가 ‘널’ 드래곤의 이름으로 쏘면 안 되는 이유가 뭐지?” 패르바티가 말했다.
“내가 너보다 더 뛰어나니까,” 자비니가 대답했다.
뭔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기나긴 찰나 동안 패르바티는 그를 멍하니 응시했다.
그리고─
“솜니─” 그녀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으나, 그 전에 드래곤을 외치지 않은 것을 깨달았고, 황급히 입을 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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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저: 255 / 말포이: 254 / 포터: 254
“안녕 모두들,” 화면 속에서 상당히 유쾌해 보이는 블레이즈 자비니의 얼굴이 말했다, “결국 내 손에 모든 게 달려있나보네.”
호숫가에서 보고 있던 전원이 호흡을 멈추었다.
선샤인은 단 1점 차이로 드래곤과 카오스를 앞서가고 있었다.
블레이즈 자비니에게는 드래곤이나 카오스의 이름으로 자결하거나, 그냥 시간이 달아날 때까지 기다리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차임벨 소리가 울려퍼지며, 제한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며 경고를 해댔다.
그리고 괴물같이 보이는 짙은 해조를 배경으로 둔 슬리데린 소년은 괴이하고, 비틀린 미소를 지어보이며,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여러 번 연습한 것처럼 뚜렷한 어조와 발음으로, 블레이즈 자비니의 목소리가 말했다.
“사실 이건 그냥 놀이일 뿐이거든. 그리고 놀이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지. 그러니까, 그저 내가 꼴리는대로 결정하면 되는거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