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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조정 문제 5화


그들이 집무실에 당도하자마자, 퀴렐 교수는 문을 단단히 단속을 하고 나서야 의자에 기대고는 입을 열었다.

방어술 교수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분했지만, 오히려 해리에게는 고함보다 더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현재,” 퀴렐 교수가 나지막히 말했다, “애써 네가 아직 어린 아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 또한 네 나이였을 때는 답이 없는 멍청이였다, 라고 말이지. 성인의 말투를 구사하고 성인의 판에 끼어들고는 하기에, 네가 그저 천방지축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혹 잊고는 한다. 훗날 그 치기어린 사고방식이 너를 죽음으로 몰아넣거나, 나라를 멸망시키거나 하지 않기를 빌도록 하지, 포터 군.”

해리는 숨을 가다듬을 수조차 없었다. “퀴렐 교수님, 제가 하고픈 말을 미처 다 꺼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뭔가 이의를 제기해야만 했어요. 교수님의 주장은 지난 세기의 머글 역사에 대해 쥐꼬리만큼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위험하게 들리니까요. ​‘​f​a​s​c​e​s​(​묶​음​)​에​서​부​터​ 따온 이름으로 스스로를 호칭한 혐오스러운 종자들, 즉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라는 단체는 막대기를 묶은 그림으로 통합은 곧 절대적인 힘이라고 상징했─”

“그래, 그 혐오스러운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들은 통합이 분열보다 강하다고 믿었지,” 퀴렐 교수가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점차 날이 서고 있었다. “아, 그리고 하늘이 파랗고, 머리에 돌을 던지면 아프다고도 믿었겠군. 참 이상하지 않나?”

‘우둔함’의 반대는 ‘지성’이 아니라구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가 태양은 밝다고 말했을 때, 태양이 어두워지는 건 아닌 것처럼…  “그래, 교수님 말씀이 맞아요, 그건 대인논증 오류였네요, 단지 파시스트들이 사용했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죠. 하지만 퀴렐 교수님, 한 나라의 시민들 모두를 일개 독재자의 ‘표식’을 새기게 할 수는 없다구요! 그건 무조건 처참한 실패로 이어져요! 이렇게 한번 가정해보죠. 그 표식의 주인, 즉 독재자가 적들의 임페리우스 저주에 당하기라도 한다면─”

“강력한 마법사일수록 임페리우스 저주를 걸기란 요원해진다,” 퀴렐 교수의 목소리는 메마르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훌륭한 지도자를 추대하지 못한다면, 국가는 언젠가 기필코 무너진다. 허나 그런 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 문제는 과연 시민들이 그를 따를 것인가, 다.”

해리는 짜증이 역력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거칠게 풀어헤쳤다. 당장이라도 이 대화를 멈추고 퀴렐 교수에게 ‘제3제국의 흥망’을 정독하게 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만 싶었다. “여기서 만약 제가 독재보다 민주주의가 더 나은 형식의 정부라고 주장하더라도─”

“그렇군,” 퀴렐 고수가 말했다. 그가 눈을 감고는, 다시 반쯤 게슴츠레하게 떴다. “네게 퀴디치의 바보 같은 규칙이 보이는 건 오랫동안 피부로 직접 느끼지 않아서 그렇다. 마찬가지로 선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이가 그 과정과 결과를 본다면, 저런 멍청한 짓이 또 어디있냐며 비웃고 불쾌해하겠지. 우리가 직접 선출한 마법부 장관의 작태를 봐라. 그가 이 국가에서 가장 현명하고, 강력하고, 위대한 자인가? 아니; 그는 루시우스 말포이의 손 안에서 놀아나는 머저리에 불과해. 마법사들은 어김없이 루시우스 말포이의 손아귀에 있는 예언자 일보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결을 펼쳐, 끝내 코르넬리우스 퍼지와 타니아 리치를 최종적인 후보자들로 꼽았지. 코르넬리우스 퍼지가 이 나라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지도자라는 건 그야말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조차 없는 어불성설이다. 내가 들은 바와 직접 확인한 바로는, 머글 세계도 별반 다를 것이 없더군; 내가 마지막으로 읽은 머글 신문에는, 미국의 전 대통령은 은퇴한 영화 배우였다는 기가막힌 기사가 실려있었으니 말이야. 선거를 보고 느끼면서 자라오지 않았다면 포터 군, 퀴디치와 마찬가지로 어이없을 것이다.”

입을 떡하니 벌린 해리가, 버벅거리면서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선거의 목적은 가장 훌륭한 지도자를 추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투표자의 힘을 정치인들이 두려워하게 만들어 독재자의 생성을 방지하기 위한─”

“지난 전쟁은, 어둠의 마왕과 덤블도어의 대결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비록 덤블도어는 전쟁에서 지고 있던 결함 있는 지도자였지만, 그렇다고 그 당시 당선됐던 마법부 장관이 덤블도어를 대신할 수 있던 것은 결단코 아니지! 진정한 힘은 선거와 바보 같은 당선자가 아니라, 위대한 마법사와 추종자들이 자아내는 거다. 그것이 영국 마법세계의 지난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이고, 앞으로 다가올 전쟁이 부여하는 교훈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그 치기어리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망상을 버리지 않는다면, 너는 결코 그 전쟁을 이겨낼 수 없을 거다, 포터!”

“지금 교수님이 권장하고 있는 행동에 진심으로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려있었다, “그 또한, 치기어린 망상에 불과합니다.”

해리는 음울한 눈으로 퀴렐 교수의 미동 없는 표정을 응시했다.

“그러한 위험은,” 퀴렐 교수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공개적인 연설이 아니라, 이런 집무실에서 논의하는 거다. 코르넬리우스 퍼지를 선출한 바보들은 복잡한 문제나 조심성이라는 것을 모르지. 그들에게 그저 박수 갈채만을 보내지 않는다면, 어느센가 홀로 전쟁을 치루고 있겠지. 그게 바로, 드레이코 말포이라면 심지어 8살 때도 저지르지 않았을 치기어린 네 실수다. 공개적으로 관중들에게 네 근심 걱정을 공표하는 대신 침묵을 고수하고, 우선 나와 먼저 상의해야한다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제가 알버스 덤블도어를 친애하는 건 아니지만,” 해리의 목소리에 서린 냉기는 퀴렐 교수의 그것과 비등했다 “그는 어린 아이가 아닐뿐더러, 제 걱정이 치기어리다고도, 제가 침묵했어야 한다고도 생각은 안하는 듯 하더군요.”

“하,” 퀴렐 교수의 눈매는 매서웠다, “그래, 이제 교장님이 죽으라면 죽을 기세로군, 포터?” 그리고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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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로 향하는 모퉁이를 돈 블레이즈는, 이미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그를 기다리고 있는 퀴렐 교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블레이즈 자비니,” 벽에서 등을 떼며 방어술 교수가 낮게 말했다; 흑요석처럼 어두운 그의 눈동자와 목소리에, 블레이즈는 등골에 오한마저 느꼈다.

잊지마 블레이즈, 그는 날 해할 수 없어, 그것만 명심해─

“내 생각에,” 퀴렐 교수가 또렷하고, 냉혹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네 ‘고용주’의 정체는 이미 밝혀진 것 같군. 허나 확실하게 하기 위해 네 입으로 직접 그 이름을 말하고, 그가 제시한 대가가 무엇인지 당장 털어놓아라.”

블레이즈는 망토가 그의 식은 땀으로 젖어들고, 이마에 수분이 송글송글 맺히는 것을 느꼈다. “그 세 장군들보다 제가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뿐입니다.  대다수는 저를 증오하겠지만, 반대로 상당수의 슬리데린은 저를 칭송하겠죠. 제게 고용주가 있다고 어떻게 확신─”

“오늘의 계략은 네 두뇌에서 나온 것이 아니야, 자비니 군. 누구의 고안인지 말해라.”

블레이즈가 침을 삼켰다. “그…정 그렇다면…이, 이미 배후가 누구인지 알고 있겠죠, 그렇죠? 그렇게 미친 계획을 꾸밀 수 있는 사람은 덤블도어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교수님이 제게 해꼬지라도 가하려고 했다간, 그가 움직일거예요.”

“물론 그렇겠지. 자, 그러면 대가는?” 방어술 교수의 눈빛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제 사촌 킴블리예요,” 애써 감정을 삼키며 블레이즈가 말했다. “전장에서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는 실제로 존재하고, 정말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포터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사전에 이미 조사를 해두었겠죠. 하지만 킴블리를 괴롭히던 녀석들은 실은 덤블도어가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사주한 거고, 제가 그의 말을 따르면 그녀는 더 이상 괴롭힘 당하지 않겠지만, 포터를 따를 경우 킴블리는 더욱 심하게 고생할거라며 협박했다구요!”

장시간동안 퀴렐 교수는 침묵했다.

“그렇군,” 퀴렐 교수의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웠다.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바로 내게 도움을 청하거라 자비니 군. 주변인을 보호할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니까. 자, 그러면 마지막 질문이다: 전장에서 그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의도적으로 무승부를 자아내는 건 상당히 어려웠을 거야. 그 결과가 불가능한 경우, 어느 세력이 우승하게 하라고 덤블도어에게 지시받았지?”

“선샤인입니다,” 블레이즈가 대답했다.

퀴렐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대로군.” 방어술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훗날 네가 무슨 직종에 종사하건 간에, 복잡하기 짝이 없는 계략은 결코 시도하지 말도록.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어, 사실 저도 교장님에게 그런 말로 반박했어요,” 블레이즈가 얼떨떨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의 계략을 동시에 시도해야 한다’는 대답을 받았죠.”

퀴렐 교수가 힘없이 이마를 짚었다. “이쯤되면 그와 대적했던 어둠의 마왕이 미쳐버리지 않은 게 용할 정도군. 이만 교장님과의 면담에 가봐도 좋다, 자비니 군. 입은 철저하게 함구하겠지만, 혹시라도 교장님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지금 있었던 대화에 대해 알아낼 경우, 내가 어떻게 해서든 보호해주겠다는 권유를 잊지 말도록 하거라. 이만 가보도록.”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블레이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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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서 몇 초를 인내했을까, 퀴렐 교수가 문득 말했다, “이만 나와도 좋다, 포터 군.”

곧바로 해리는 투명 망토를 벗어재끼고 주머니에 우겨넣었다. 분노로 인해 몸이 떨리는 나머지 말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뭐라고? 뭐라고 지시했다고요?”

“네 혼자서 눈치챘어야 했다, 포터 군,” 퀴렐 교수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나무보다는 숲 전체를 통찰하는 포괄적인 시선을 지니는 방법을 배워야 하지. 네가 신비로운 ‘살아남은 아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지금까지의 네 행보에 대해 들었다면, 손쉽게 네가 투명 망토를 보유하고 있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건에서 한 발자국 멀어져, 세부 사항들을 흐트러뜨리면, 무엇이 보이지? 학생들 사이에서는 거대한 경쟁심이 솟아오르고 있었건만, 대결은 완벽한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그런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포터 군, 그리고 매사를 소설로 여기는 인물은 이 학교에 단 한 명만이 존재하지. 너는 그 기묘하고 몇 중으로 복잡한 계략을 눈치챈 즉시 어린 슬리데린의 머리에서 나올 법한 레벨이 아니라고 눈치챘어야 했다. 허나 이 학교에는 그 정도로 정밀하고 정교한 계획을 거리낌 없이 다루는 자가 있지. 예상하겠지만 그의 이름은 ‘자비니’가 아니다. 그리고 전에 내가 ‘사중간첩’에 대해 경고한 바가 있었지; 너도 자비니가 최소 ‘삼중간첩’은 될거라고 예상한 만큼, 그를 요주의 인물로 주의깊게 지켜보며 의심했어야 했다. 아니, 전투를 무효처리 하지는 않을 것이다. 너희 셋 모두 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공공의 적에게 패배하고 말았어.”

해리에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퀴렐 교수의 시험이 아니었다. “덤블도어가 자비니의 사촌을 위협해 그를 협박했단 말입니까? 고작 우리 전투를 무승부로 끝내기 위해서? 어, 어째서죠?”

퀴렐 교수가 공허하게 웃어재꼈다. “아마 교장님은 그의 ‘애완 영웅’에게 경쟁심이 이롭다 판단하여 이어나가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보다 더 큰 ‘선’을 위하여 말이야. 아니면 그냥 미쳤거나. 포터 군, 보다시피 덤블도어가 미친 척하며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그의 정신은 멀쩡해. 그리고 모두들 그의 미친 행동에 숨겨진 의미를 눈치챘다고 착각하고는 스스로를 날카롭고 명석하다고 여겨 자랑스러워하며, 시선을 거두지. 허나 그들은 가면 속에 또다른 가면을 쓰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는 미처 못한다. 미친 척하는 가면을 썼지만 실은 멀쩡하다는 가면을 쓴 미치광이일 거라고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아. 안타깝지만, 급하게 볼 업무가 있기에 이만 여기서 멈춰야겠군; 하지만 진심으로 충고하건데, 전쟁을 치룰 일이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알버스 덤블도어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말도록 해라, 포터 군. 그럼 나중에 또 보지.”

경악어린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린 해리를 버려둔 채, 방어술 교수는 아이러니컬한 표정을 지으며 자비니가 사용했던 문을 열어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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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해리 포터.

벽, 초상화, 학생들 등 모든 사물을 무시하며, 해리는 터벅 터벅 래번클로 기숙사로 향했다; 멈추거나 걸음을 재촉하는 것을 완벽하게 배제한 채, 그는 스스로가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며 무의식적으로 걸어갔다.

그가 아는 한, 덤블도어가 연루되었다는 정보의 제공원은 오직 (가) 앞으로 그가 믿으면 차라리 자살을 택해야 하는 블레이즈 자비니, 그리고 (나) 덤블도어와 비슷하게 계략을 꾸몄고, 학생들 간의 경쟁은 나쁠 것 없다고 생각했으며, 조금 더 포괄적인 면으로 바라볼 경우 마법 세계에 독재 정권을 제안한 퀴렐 교수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퀴렐 교수가 떠난지 한참이 지나서였다.

정말로 자비니의 배후에는 덤블도어가 있고, 퀴렐 교수가 정말로 어둠의 표식과 맞서고, 이전의 어처구니 없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해리가 홀로 어둠의 마왕과 맞서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가 구원하기를 기다리며 겁에 질린 나머지 집에 틀어박혀 온 몸을 움츠리는 말로를 방지하기 위해.

하지만 사실…

그러니까…

해리는 그래도 딱히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자고로 영웅의 길이 혹독하고 후회스러운 이유는 바로 그러한 이면 때문이니까.

못할 것도 없다. 살아남은 아이가 홀로, 아니면 소수의 동료들과 함께 어둠의 마왕과 싸움으로써 다른 모든 이가 안전할 수 있다면 꺼릴 것이 뭐가 있겠는가. 만약 그와 어둠의 마왕과의 대적이 번져 제2차 마법 대전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된다면, 해리는 이미 실패한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훗날 마법사와 머글 간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누가 이기건 간에 그런 참혹한 사태가 벌어질 때까지 손만 빨며 내버려둔 해리는 지탄받아 마땅한 것이다. 게다가, 설령 마법의 비밀이 세어나간다고 해도 각 세계가 평화적으로 통합할 수 없는 건 아니지 않은가? (벌써부터 해리의 머리속에는 퀴렐 교수의 메마른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그가 얼마나 멍청하고, 온갖 당연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그리고 만약 마법사와 머글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다면, 해리는 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내버려두느니 차라리 어떻게든 마법과 과학을 접목해 모든 마법사들을 화성 같은 장소로 이주시켜 버릴 것이다.

어째서냐면, 만약 정말로 몰살 전쟁이 발생할 경우….

불행히도 퀴렐 교수는 한가지를 깨닫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를 이 어린 장군에게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제 얼마나 어둠의 마왕과의 전쟁에서 도움이 될지라도, 해리가 ‘빛의 표식’의 중요성을 한사코 부인하고 부정한 결정적인 이유를.

일개 어둠의 마왕과 그의 표식을 받은 50명 가량의 추종자들이, 영국 마법 세계를 거의 나락으로까지 몰아붙였다.

만약 영국 마법 세계 전체가 강력한 지도자의 표식을 받아들인다면, 아마 마법 세계 그 자체에 위협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법 세계 그 자체가 하나의 표식 아래 단결할 경우, 언젠가 인류를 위협하고 말 것이다.

이 세계에 마법사의 인구가 총 얼마나 되는지는 확실치 않다. 헤르미온느와 몇 번 대략적으로나마 계산한 결과, 그 수는 백만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60억명의 머글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이 몰살 전쟁을 벌일 경우….

그때 해리가 과연 어느 세력을 지지할 지 물어보는 것을, 퀴렐 교수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끝없이 위로 뻗어나가고 우주의 저편을 꿈꾸며,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과학 문명.

그리고 지식이 실전되어감에 따라 점차 사그라들어가고, 구시대적인 귀족들에 의해 다스려지며 머글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마법 문명.

끔찍할 정도로 슬프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의 마음은 확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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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블레이즈 자비니.

무식할정도로 거칠게 박동하는 심장에 인상을 쓰며, 블레이즈는 조심스럽고, 다소 느릿느릿하게 복도를 가로질렀다─

“커흠,” 방금 지나친 그늘 진 벽감에서 메마르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렀다.

블레이즈는 경악하며 펄쩍 뛰었지만, 끝내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천천히, 그가 고개를 돌렸다.

작고 그늘진 모퉁이에는 지나치게 커다랗고 부풀어오른 검정색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어 그 속의 인물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분간이 안가는 인영이 있었다. 그리고 망토의 인영은 넓은 챙의 검은색 모자를 썼고, 그 밑에 암운처럼 흐릿한 안개가 형성되어 주인의 얼굴을 더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보고,” ‘검은망토 씨’가 중얼거렸다.

“말한대로 했어,” 블레이즈가 말했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의 목소리는 다소 차분했다. “그리고 퀴렐 교수님의 반응도 당신이 ​예​상​했​던​대​로​더​군​.​”​

챙이 넓은 모자가 기울여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아마 그가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했을 것이다. “아주 좋아,” 불명의 목소리가 말했다. “약속했던 보상은, 이미 부엉이로 네 어머니에게 향하고 있다.”

블레이즈는 주저했지만, 끝내 호기심이 그를 사로잡았다. “혹시 어째서 퀴렐 교수님과 덤블도어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길 원했는지 물어봐도?” 블레이즈가 알기에 교장님은 그리핀도르 악동들과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게다가 교장님은 킴블리를 도와주는 것도 모자라, 마법의 역사 수업에서 숙제로 백지를 내더라도 빈스 교수를 시켜 우수한 성적을 받게 해주겠다고까지 제의했었다, 물론 수업을 듣는 척은 해야겠지만. 사실 블레이즈는 공짜로라도 그 장군 세 명을 전부 기꺼이 배신할 용의까지 있었고 사촌의 고난도 딱히 신경쓰지 않았으나, 그걸 대놓고 말할 정도로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넓은 챙 모자가 의문스럽다는 듯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혹시,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은 결국 참혹한 최후를 맞이한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나, 친구?”

“아니,” 모자 밑에 형성된 검은 안개를 직시하며 블레이즈가 말했다. “호그와트 학생들은 절대로 다치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

검은망토 씨가 너털하게 웃었다. “그렇지,” 그가 속삭였다. “50년 전에 살해당한 한 머글을 제외한다면 말이야, 만약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살라자르 슬리데린 본인이 교장보다 더한 힘을 사용해 고대의 마법으로 그의 괴물을 가뒀을 테지.”

문득 자리가 조금 불편해진 블레이즈가 검은 안개를 바라보았다. 경보를 터뜨리기도 전에 그의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호그와트의 교수쯤은 되야 가능할 것이다. 이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은 고작해야 퀴렐이나 스네이프가 다였고, 퀴렐은 스스로를 속여넘기는 멍청한 짓은 안할 터, 그리고 스네이프는 그의 사랑스러운 슬리데린들을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다…아마?

“친구,” 검은 안개가 속삭였다, “성인이 되면 이런 짓은 시도조차 하지도 말라고 충고를 해주고 싶군. 지나치게 많은 배신은 더 많은 복수를 불러올 뿐이야.”

“우리 어머니는 단 한번도 복수를 당하지 않으셨어,” 블레이즈가 자랑스레 선언했다. “남편을 무려 7명이나 두었고, 한 명도 빠짐없이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 의문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인가?” 그가 속삭였다. “일곱번째는 처음 여섯이 어떻게 죽었는지 들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네 어머니와 결혼한건가?”

“어머니께 물어봤지,” 블레이즈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아직 나는 너무 어리다고 하셨어. 그래서 몇 살이 되면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어. 그러자 자기보다 나이를 더 먹으면, 이라고 하시더군.”

그가 속삭이듯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뭐 그렇다면, 어머니의 위업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은 것을 축하한다, 블레이즈 친구. 이제 어서 가라. 앞으로 나를 만날 일은 물론, 오늘 이 대화를 이어갈 일도 없을 거다.”

어째선지 석연찮은 기분에 인상을 찌푸리며, 블레이즈는 불편하게 뒷걸음질쳤다.

모자가 기울어졌다. “정말이지, 어린 슬리데린이여. 네가 정말 해리 포터나 드레이코 말포이와 동급이라면, 지금까지 내가 은유적으로 표현한 협박은 그저 알버스 앞에서 입을 함구하라는 경고였을 뿐이라고 진작에 눈치챘을 터. 정녕 너를 해치고자 했다면, 나는 암시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내가 온종일 침묵했더라면 마땅히 경계를 곧두세워야 했겠지.”

조금이지만 모욕감을 느낀 블레이즈는 등을 꼿꼿하게 피며, 검은망토 씨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새침하게 몸을 돌리며 교장님과의 면담을 위해 멀어져갔다.

그는 당장이라도 누군가 나타나 ‘검은망토 씨’를 배신할 기회를 선사하기만을 내심 강렬하게 희망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조차도 일곱 명의 남편들을 한 번에 배신때리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만 보면, 그의 업적이 그녀보다 우위에 선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오중간첩’으로 거듭날 생각으로 만연한 채, 블레이즈 자비니는 미소지으며 교장실로 유유히 걸어갔다─

그 순간 갑자기 어린 소년이 비틀거리더니, 얼마 안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왠지 모르게 혼미해진 정신을 다잡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사중간첩’으로 거듭날 생각으로 만연한 채, 블레이즈 자비지는 미소지으며 교장실로 유유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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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그녀가 홀로 남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전갈이 도착했다.

간혹 고민거리가 있을때마다 찾아오고는 하는 여자 화장실에서 막 나오던 헤르미온느의 앞에, 은은하게 빛을 흩뿌리는 고양이가 느닷없이 튀어나오며 입을 열었다, “그레인저 양?”

당연하게도 작게 비명을 지른 그녀는 이내 그 고양이가 맥고나걸 교수의 어투로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그저 당황했을 뿐이었다; 은색의 후광을 담은 아름답고 찬란한 고양이는 마치 달빛과도 같았기에, 두려워할래야 두려워할 수가 없었다.

“뭐, 뭐?”

“맥고나걸 교수님의 전언이다,” 고양이가 여전히 교수님의 목소리로 고했다. “이 대화에 대해 철저히 함구를 하고, 지금 내 집무실로 와줄 수 있겠니?”

“아, 곧바로 갈게요…?” 여전히 얼떨떨한 헤르미온느가 그렇게 대답하자, 고양이가 공중으로 도약하더니 이내 소멸했다; 허나 그 광경을 두 눈으로 지켜본 그녀의 감각은 어째선지 저건 실제로 소멸한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장소로 ‘이동’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교수님의 집무실에 다다랐을 때쯤, 헤르미온느의 사고는 자연스레 온갖 상상과 망상으로 가득차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혹 변신술 성적이 잘 안나오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그런 거면 어째서 함구하라고 하셨지? 그래, 분명 해리의 부분적 변신술 연습 때문에 골치가 아프신 걸꺼야….

깐깐하기만 했던 맥고나걸 교수의 얼굴은 드물게도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헤르미온느는 책상 앞에 자리하며, 맥고나걸 교수의 서류들이 담긴 보관함들에서 눈을 떼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하고 있었다. 항상 학교를 운영하는 성인들의 업무가 무엇인지 곧잘 상상하며, 혹시 자신도 그들을 도울 수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기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레인저 양,”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우선적으로 교장님께서 네게 그런 소원을 말하라고 시켰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구나─”

“교장님께서 말해주셨나요?” 당혹한 헤르미온느가 불쑥 토해냈다. 교장님께서는 결코 누구도 알아서는 안된다고 철저하게 내 입을 단속시켰는데!

그대로 그 자리에 정지한 맥고나걸 교수가, 헤르미온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슬픈 듯이 웃어보였다. “포터 군에 의한 타락이 뼛속까지 침투하지는 않았나 보구나. 단지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정말로 내가 안다는 보장은 없지, 그렇게 자기 입으로 실토해서는 안되는 거란다. 그리고 아니, 교장님께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으셨다, 그저 내가 그 사람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으니까.”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괜찮다, 그레인저 양!” 맥고나걸 교수가 다급하게 덧붙였다. “너는 ‘래번클로’의 1학년이다, 그 누구도 네게 ‘슬리데린’의 면모를 바라지는 않아.”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듯 했다.

“그렇군요,” 헤르미온느가 신랄하게 대꾸했다, “그럼 전 해리 포터에게 ‘슬리데린’의 면모를 배우기 위해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 말은 그게 아니었….” 황급하게 말하던 맥고나걸 교수가 말을 흐렸다. “그레인저 양, 나는 걱정하는 거란다, 어린 래번클로 소녀가 슬리데린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어! 교장님께서 요구하는 사항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얼마든지 거부할 권리가 있단다. 그리고 중압감을 느낀다면 나를 대동하거나, 먼저 나와 상의를 해보겠다고 교장님께 말씀드리거라.”

헤르미온느의 눈이 튀어나올만큼 커졌다. “교장님께서도 실수를 저지르실 때가 있나요?”

맥고나걸 교수의 눈빛이 슬프게 반짝였다. “고의는 아니시겠지, 그레인저 양, 하지만 내 생각에는…그래, 교장님께서는 ‘어리다’라는 의미를 때때로 망각하시곤 한단다. 필시 그는 어릴적에도 촉망받는 인재고, 강한 마음과 심성을 지녔으며, 그리핀도르 세 명과 맞먹는 용기를 지녔을 터. 간혹 교장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지나칠정도로 기대를 거시거나, 쉽게 상처받는 이들에게 조심성없이 행동하시지. 분명 본성은 착하다만, 간혹 폭주해버릴 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용기롭고 강인한 건 오히려 좋은거잖아요,” 헤르미온느가 반박했다. “그래서 교수님이 제게 그리핀도르를 추천해주신 거, 아니었나요?”

맥고나걸 교수는 비틀린 미소를 띠었다. “아마 너를 내 기숙사에 배정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도 있던 것 같구나. 혹시 분류 모자가 ─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슬리데린을 제외한 그 어떤 기숙사에도 자질을 보인다고 말했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리고 어째서 슬리데린에는 자질이 없는지 물어보려고 하다가, 가까스로 스스로를 제지했다…. “그러니까 제게도 용기가 있다는 거잖아요, 교수님!”

맥고나걸 교수가 책상에 손을 짚고 앞으로 몸을 뻗었다. 이제 그녀는 표정에서 걱정과 근심을 숨길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다. “그레인저 양, 이건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어린 소녀의 정신적 건강의 문제다! 교장님께서는 음모에 너를 이끌어들이고 있고, 해리 포터는 비밀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제는 드레이코 말포이와 연합을 결성하기까지! 난 네가 호그와트에서 안전할 거라고 네 어머니께 약속을 해드렸단 말이다!”

헤르미온느는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허나 만약 그녀가 래번클로 소속의 여자아이가 아니라, 그리핀도르에 속한 남자아이였다면 과연 그때도 그녀가 이렇게 충고를 했을지 생각하자, 기분이 꿀꿀했다…. “노력해볼게요,” 그녀가 말했다, “아무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거니까요.”

맥고나걸 교수가 이마를 짚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그녀가 손을 떼자, 몇 년은 더 늙어진 것 같은 얼굴이 드러났다. “그래,” 그녀가 중얼거렸다, “넌 내 기숙사에 들어왔어도 훌륭했을거다. 몸 조심하거라 그레인저 양. 그리고 뭔가 불편하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다면, 주저말고 나를 찾아오렴. 이만 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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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드레이코 말포이:

그런 엉망진창의 격전 이후인 만큼, 둘 중 어느 누구도 딱히 머리를 굴리고픈 마음이 없었다. 고로 드레이코는 빈 교실에 드러앉아 ‘물리학의 개념’이라는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드레이코가 읽었던 것 가운데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책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물론 한시도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불거리며 눈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는 저 잡놈만 없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터─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자​아​아​압​조​오​옹​이​라​고​,​”​ 근처 책상에 몸을 기대 훨씬 더 고등한 책을 읽으며, 해리 포터가 비아냥거리듯이 노래했다.

“네 의도가 뭔지는 뻔해,” 책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드레이코가 차분히 반박했다. “그리고 소용없어. 반드시 연합을 구성해 기필코 너를 다굴해 쳐부숴줄 테니까.”

“마아아알포이라는 작자가 자아압조오옹과 힘을 합치다니, 네 아버지의 치이인구우우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말포이가 호락호락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겠지, 포터!”

이걸로 확실했다. 방어술 교수는 덤블도어보다 더 미쳐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미래의 구원자라고 불리는 놈이 이토록 유치찬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봐, 정말 안타까운 게 뭔지 알아 드레이코? 넌 이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나나 너처럼 마법을 부여하는 대립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슬리데린의 다른 학우들은 이런 배경 지식이 저~언혀 없고 너는 그들에게 서어얼며어엉해서는 아아안되에엔다는 거지─”

드레이코의 악력 하에 책의 모서리가 일그러졌다. 설령 짓밟히고 얼굴에 침을 맞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인내력이 필요하지는 않으리라. 한시라도 빨리 해리에게 이 수모를 되갚아주지 않는다면, 범죄를 저지르고 말지도 모른다─

“그래서, 처음 적은 소원은 뭐였는데?” 드레이코가 말했다.

해리가 침묵을 고수하자 자연스레 책에서 눈을 뗀 드레이코는, 해리의 표정에 서린 슬픔을 읽고는 조금이지만 악의어린 만족감이 들었다.

“어,” 해리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게 많이들 물어보더라고, 하지만 퀴렐 교수님께선 내가 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실 거야.”

드레이코가 결연한 표정을 띠었다. “내게는 말해도 괜찮아. 어차피 지금까지 네가 털어놓았던 비밀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데. 친구가 왜 있겠어?” 그래 맞아, 나는 네 친구라고! 어서 죄책감을 느껴버려라!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어,” 해리의 목소리는 인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어색하리만치 경쾌했다. “그저, 내년에도 퀴렐 교수님이 전투 마법을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빌었을 뿐.”

해리는 한숨을 길게 토해내고, 다시 그의 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몇 초 안가, 추가로 덧붙였다, “네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집에 돌아가면, 아마 분노한 루시우스가 반기겠지. 하지만 네가 잡종 년을 언젠가 배신해 몰살시킬거라고 그의 앞에서 약속한다면 모두 원래대로 되돌아갈거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받을 수 있을거야.”

혹시 그가 그레인저와 함께 퀴렐 교수님께 지극히 정중한 태도로 부탁하고 퀴렐 점수를 조금 희생한다면, 저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카오스 장군에게 수면 마법보다 더 재밌는 주문을 걸 권한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드레이코는 간절히 희망했다.
​조정 문제, 끝.

자비니는 정체불명의 누군가에 의해 기억이 삭제당했네요 ㅜㅜ

그리고 이로써 퀴렐이 볼드모트일 가능성이 무지하게 올라갔습니다. 의도적으로 해리에게 덤블도어를 향한 불신을 심어주려고 하는 건 누가봐도 의심스러움. 그런데 존경하는 퀴렐의 말과 두 눈으로 직접 봤음에도 불구하고 고찰한 해리는 11살이라고 볼 수가 없음.

그리고 이 팬픽의 핵심 중 하나가 나온 것 같네요. 머글과 마법사가 전쟁을 벌이면 누가 이길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두 세계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거라는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원작에서 나온 설명만 보면 머글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건 확실해요, 물량도 물량이고. 변수야 얼마든지 있지만.

해리도 이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런 말을 한거죠. 퀴렐이 잊은건지 아니면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리는 마법세계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연구로 어느정도 깨달은 이후입니다. 예전에 말포이와 함께 실험을 해서 고대 지식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죠. 발전하기는 커녕 오히려 퇴화하고 있는 마법 문명과, 눈부신 발전으로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과학 문명 가운데 해리가 선택할 장소는 당연함.

요즘 얘가 발리면서 뭔가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는데, 얘는 지식이고 이성이고 거의 괴물 수준이란 것을 잊지 맙시다(...) 이 팬픽의 제목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아무튼, 나름 감회가 새롭네요. 이로써 1부격이 끝났다고 봐도 되겠군요, 겨울 방학이 시작하고 해리가 집으로 돌아갈테니까요. 이걸 번역한지도 벌써 1년 반이 넘었...무지 오래 됐네용. 


근데 아직 반도 번역 못함 ㅋㅋㅋㅋㅋㅋㅋ 그 사이에 원작은 87장까지 갱신됨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번역 시작했을 때 한 63장 까지 있었던 거 같은데? 내가 지금 어디였더라? 35장? ​우​헤​헿​ㅎ​헿​.​ㅎ​.​.​.​ㅎ​ㅎ​ㅎ​.​.​ㅎ​.​.​.​.​



...따라잡는 그 날까지, 앞으로도 열심히 번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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