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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상황의 차이 1화


​방향의 상실, 그리고 이질적. 그것이 9와 4분의 3 승강장을 넘어, 본래 그가 알았던 세계로 넘어오는 순간 해리가 느낀 감각이었다. 마법사나 마녀의 고풍스러운 망토가 아닌, 평범한 셔츠와 바지로 이루어진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벤치 곁에는 소량의 쓰레기. 잊고 있었던, 대기를 날카롭게 꿰뚫는 기름의 냄새. 호그와트나 다이애건 앨리보다는 조금 덜 활기찬 킹스 크로스 역의 환경; 사람들의 전체적인 신장이 조금 더 작아보였고, 더 초조해보였으며, 당장 보유하고 있는 불안을 악랄한 어둠의 마법사와 얼마든지 맞바꿀 준비가 된듯 했다. 해리는 흙에 ‘스코지파이’ 마법을 걸고, 쓰레기를 ‘이베르토’로 소멸시키고, 배우지 않았지만 이 탁한 공기를 마시지 않기 위해 ‘거품머리 마법’이라도 사용하고픈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허나 더 이상 지팡이는 사용할 수 없었다, 적어도 이 곳에서부터는….

이것이 바로 제1세계에서 제3세계로 들어선 기분이구나라고 해리는 깨달았다.

단지 해리는 제0세계, 즉 마법의 세계에서 왔다는 것뿐이었다. 청소 마법과 집요정이 살아 숨쉬는 세계; 적절한 간호를 받고 적당하게 마법을 유지한다면 ‘인생은 170부터!’ 라고 외치는 노인네들이 들끓는 세계.

그리고 마법이 전무한, 해리가 일시적으로 돌아온 머글의 런던.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마법의 존재를 깨닫거나, 뭔가 치명적으로 일이 틀어지지 않는 이상 그의 엄마와 아빠가 평생을 보낼 세계인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해리의 고개는 그를 꾸물꾸물 거리며 따라오고 있는 목제 트렁크로 향했다. 그래, 머글의 인지에서 완벽하게 숨겨진 채,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바닥을 기어오는 촉수가 바로 지금까지 겪은 모든 것이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주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의 석연찮은 압박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부모님은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해리?” 호리호리한 체형, 금발, 그리고 잡티하나 없는 뽀얀 피부에 의해 많이 잡아봐야 서른 살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인이 그를 불렀다; 그리고 해리는 바로 그녀의 주변에 도사리는 마법의 존재를 자각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그 윤곽이 어렴풋이 보였다. 도대체 어떤 마법약을 썼길래 효과가 이토록 오래 지속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독약에 가까운 물건이었을것이다. 마녀들 중에서도 저런 방법을 사용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아무도 저 정도까지 절박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해리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해리?” 뱃살이 도드라진 중년의 사내가 그의 이름을 외쳤다. 진녹색의 셔츠에 검은 조끼를 걸친, 그야말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람이다. 누가봐도 ‘교수’처럼 보이는 완벽한 그 사내는, 마법의 유전자 단 두 쌍만 가지고 태어났다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법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해리는 말없이 손을 들어 흔들어보였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도무지 말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헐레벌떡 달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그리고 점잖게 그를 향해 걸어왔다; 그것이 바로 마이클 베레스-에반스 교수의 걸음걸이였기에, 페투니아 에반스-베레스도 맞춰주었다.

아버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그리 환하지만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의 아버지는 결코 환한 미소를 짓는 법이 없었다; 적어도 새로운 연구 제의가 들어오거나, 그의 학생이 성공적으로 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짓는 미소와 버금갔기에, 해리는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엄마는 눈을 엄청나게 깜박거리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려 하는 듯 했지만, 어쩐지 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곁에 다가온 아버지가 유쾌하게 말을 걸었다. “그 동안 뭔가 혁명적인 발견이 있었니?”

물론 농담으로 건넨 말이 분명했다.

예전, 그러니까 그 누구도 그를 믿지 않았고, 덤블도어 교장이나 퀴렐 교수 같은 어마어마한 인물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몰랐을 당시에는, 이런 말을 들어도 이토록 가슴이 시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해리는 ‘살아남은 아이’가 오로지 영국 마법세계에만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머글의 런던에는 그러한 인물 대신, 크리스마스 휴일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11살의 소년밖에 없다.

“실례란 것을 알지만,”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잠깐 주저앉아 울도록 할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학교가 나빴던 건 아니니까.”

앞으로 걷기 시작한 해리는 이내 멈추고, 아버지와 어머니 둘 중 누구를 안아야 할지 고뇌하며 갈팡질팡했다. 혹여나 어느 한 쪽을 더 끌어안아 다른 쪽에게 실망을 안겨주지는 않을까─

“이런,”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정말이지 못말리겠구나, 해리,” 그렇게 말한 그가 해리의 어깨를 잡고는 그를 어머니의 품으로 부드럽게 밀어넣었다. 그렁그렁 눈가에 눈물이 맺힌 그녀가 무릎을 꿇고는 해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안녕, 엄마,” 해리의 목소리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다녀왔어요.” 기계음과 기름이 타는 냄새가 그득한 장소를 배경으로 두고, 해리는 그녀를 마주안았다.

그리고 해리는 쉴세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와 함께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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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밤의 가공할 교통량을 뚫고 옥스포드 대학로로 들어서자 하늘은 벌써 군청색으로 물든 뒤였고, 빛나는 별들이 서서히 새겨지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그들의 차는 작고 거무칙칙한 오래된 주택에 주차를 했다. 말이 주택이지 거의 책을 보관하는 창고나 다름없었지만 말이다.

정문으로 향하는 짧은 인도를 걸을 무렵, 그들은 화분 위에 놓여진채 흐릿하게 밝혀진 불빛 여러개를 지나쳤고 (낮동안 태양광을 받아 충전을 하니까 흐릿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들이 지나치는 순간 불빛이 밝게 켜졌다. 방수처리가 됐고 적절한 거리에서 작동되도록 설치된 동작 인식 센서를 찾는 것이 약간 고역이었다….

호그와트에서는 진짜 횃불이 복도를 밝히곤 했다.

이윽고 정문이 열리자, 해리는 두 눈을 꿈벅거리며 거실로 들어섰다.

사방을 감싸는 벽을 다시 한번 감싸는 수많은 책장들. 모든 책장들은 여섯개의 책꽂이로 나뉘어져 있고, 그 높이도 가히 천장에 닿을 정도로 크다. 어떤 책장들은 과학, 수학, 사회, 기타등등의 양장 제본들로 가득 메워져 있고, 다른 책장들은 두개의 겹으로 종이책의 공상 과학 소설들을 꼼꼼히 쌓아놓고 책들의 뒷부분은 낡은 휴지 상자 또는 작은 재목에 받쳐져 있어서 뒷면이 책들의 앞면 위에 보이게끔 해놓았다. 그것마저 모자른지 상 위에마저 책들이 쌓여 있는 것은 물론 소파, 심지어 창문틀에 까지 겹겹이 쌓여 있다….

전보다 책이 조금 더 많아진 부분을 제외한다면, 베레스 주택은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했던 그대로였다.

그리고 구석에 자리한, 크리스마스 이브 이틀 전인 이 날까지 장식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발견한 해리는 입을 벌렸다. 자각하기도 전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따뜻해져갔다. 그래, 부모님이 그를 잊었을리가 없지 않은가.

“책장을 더 들여두려고 네 방의 침대는 내다놓았단다,” 아버지가 말했다. “넌 트렁크에서 잘 수 있지?”

“아빠가 제 트렁크 안에서 주무시면 어떨까요,” 해리가 말했다.

“아 그렇게 말하고보니,” 그의 아버지가 탄성을 내질렀다. “수면 주기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주던?”

“마법이요,” 그렇게 말한 해리는 혹시라도 아빠의 의문이 그저 농담만이 아니었을 경우를 대비해 쏜살같이 활짝 열린 방 문으로 달려갔다.

“그보다는 더 정확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구나!” 베레스-에반스 교수가 외치는 순간, 해리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제 책장의 빈 공간까지 전부 다 메꿔버린건가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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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12월 23일을 그가 단순히 변신술을 적용하여 생성해낼 수 없는 머글 물품들을 쇼핑하는 데 소모했다; 공교롭게도 그 날 아버지는 업무가 있었기에 정 가야 한다면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야 할 것이라고 말해주었으나, 솔직히 그래도 해리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철물점의 손님들과 직원들이 그를 향해 의문섞인 눈초리를 보내왔지만, 그럴때마다 해리는 아주 선량하고 순진무구한 목소리로 그의 아버지가 근처에서 쇼핑을 하기 바쁘기에 대신 그를 보냈노라고 둘러댔다 (그와 함께 성숙하면서도 읽기 힘든 필체로 작성된 쇼핑목록을 보여준 건 덤이다); 뭐 결국, 정확한 금액을 지불하는 이상 철물점 입장에서도 해리는 소중한 고객이었다.

그들은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했고, 해리는 꼭대기에 춤을 추고 있는 작은 요정을 얹어놓았다 (갬볼 & 제입스에서 2시클하고도 5크넛을 주고 샀다).

그린고트가 갈레온을 머글 돈으로 환전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해주고 있었지만, 그들도 거액의 금화를 면세하여 뒤가 깨끗한 지폐로 바꿔 스위스 은행 계좌에 집어넣는 방법은 없는 모양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스스로가 스스로의 금고에서 훔친 금화의 60%는 국제 인덱스 펀드로, 나머지 40%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둘 생각이었던 해리의 계획에 초를 쳤다. 당분간 해리는 그의 자산을 나눠 보관하기 위해 어제 새벽에 시간을 이동해 투명 망토를 걸치고, 뒷마당에 100갈레온을 고이 묻어두었다. 뭐 이유야 어찌됐든 이것 또한 남자의 로망이었고,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으니까.

12월 24일의 일부는 베레스-에반스 교수가 해리의 책을 읽으며 수십가지의 의문을 던지는 것에 할애되었다. 그의 아버지가 제안한 실험들 대부분은 적어도 작금의 상황으로썬 실현이 비현실적이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실험들은 대부분 해리가 이미 시행했던 것들이었다. “네 아빠, 과연 헤르미온느에게 주문 발음을 의도적으로 바꿔 말해준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미 확인해봤어요. 제가 가장 처음 한 실험이었다구요, 아빠!)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법과 마법의 약’ 책을 읽던 해리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물어본 질문은, 바로 만약 마법사가 이 책을 읽는다면 이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가, 였다.

그리고 해리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그쯤에서 그의 아버지는 마법이란 매우 비과학적인 무언가라고 장엄히 선언했다.

엄연한 현실의 일부분을 비과학적이라고 확실하게 단정하는 그의 모습에 해리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아버지는 만약 그의 직관과 세계의 현실이 대립하는 경우가 도래하는 날이 오더라도 잘못된 것은 세계이지 그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는 인물인 것이다.

(허나 아직도 양자역학이 이상하다고 굳게 믿는 물리학자들이 많다. 정작 양자역학은 정상이고 이상한 건 그들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은채.)

해리는 집에 하나 장만해두기 위해 사온 구급 키트를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비록 대다수의 마법약은 아빠에게 듣지 않겠지만 말이다. 키트를 망연하게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을 본 해리는 자기도 모르게 혹시 엄마의 여동생은 이러한 것들을 에드윈 할아버지와 엘레인 할머니에게 단 한번도 선물한 적이 없었는지 물어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대답없이 침묵을 고수하자, 해리는 재빨리 ‘분명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덧붙였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그의 방으로 도망갔다.

슬픈 건 바로 정말 릴리 에반스가 단 한번도 그러한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불편한 생각, 슬픈 생각, 고통스러운 기억 등은 필사적으로 머리속에서 지워버리려 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 것을 해리는 알고 있었다. 그래, 마치 타오르는 불을 굳이 손으로 만지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해리도 머글 태생들이 별다른 사건이 없을 경우 그들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 것이 분명한 다른 가족들에 대해서 빠르게 망각해버리는 성향을 혹 습득해버리는 게 아닌지 점차 의심하고 있던 참이었다. 떠올려봤자 쓰라린 아픔밖에 없을 테니까.

물론, 그렇다고 한들 해리는 그런 자들처럼 변질해버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24일 밤이 서서히 어둑하게 찾아오자, 그들 가족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를 위해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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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의 기준으로 보면 평범했지만 그 집은 상당히 거대했다. 옥스포드에서 사는 교수를 아버지로 둘 경우에나 살 수 있을 법한 훌륭한 주택이다. 깔끔하게 2층으로 쌓여올려진 벽돌이 노을빛에 물들어갔고, 커다란 창문 위에 또 달린 창문을 보아하니 거실이 상당한 규모인 것 같다….

크게 심호흡을 한 해리는, 이내 초인종을 눌렀다.

“여보, 대신 가줄 수 있어요?” 희미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발소리가 점차 커져갔다.

상냥해보이는 인상, 둘글고 장밋빛의 얼굴에 벗겨지는 머리카락, 그리고 솔기 부분에서 약간 구겨지는 청색의 버튼다운 셔츠를 입은 사내가 문을 열며 등장했다.

“그레인저 박사님?” 해리가 무어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의 아버지가 활발하게 말을 걸었다. “제가 마이클, 그리고 이쪽은 아내인 페투니아와 아들인 해리입니다. 음식은 모두 저 마법 트렁크에 들어있고요,” 그렇게 말한 그가 어딘가 확실치 않다는 기색으로 그의 뒤를 가리켰다 ─ 물론 진짜 트렁크가 있는 장소와는 완벽하게 동떨어진 방향이었다.

“어서 와요 어서 와, 얼른 들어와요,” 레오 그레인저가 화답했다. 그리고 교수가 두 팔로 건네고 있는 와인병을 받고는 “고마워요”라고 작게 감사를 표하고, 손으로 집 안쪽을 가리켰다. “부디 편안하게 자리해주세요. 그리고,” 그가 고개를 숙이며 해리를 주시했다, “장난감은 저기 지하실에 있단다, 저기 오른쪽 첫째 문 말이지. 물론 곧 헤르미도 내려갈거란다.”

등 뒤에서 그를 향한 부모님의 시선을 느끼며, 해리는 막연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장난감이요?” 두 눈을 크게 뜬 그가, 흥분된 말투로 외쳤다. “우와, 저 장난감 무지 좋아하는데!”

어머니가 뒤에서 헛바람을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해리는 잽싸게 종종걸음으로 집 안쪽으로 들어갔다.

바깥에서 추론했듯이 거실은 정말이지 거대했다. 드높은 천장에 달린 거대한 샹들리에는 물론이고, 과연 어떻게 문을 뚫고 들어왔는지 궁금하게 하는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트리의 하층은 정성들여 붉은색과 녹색, 그리고 금색의 양식으로 장식되어, 간헐적으로 푸른색과 브론즈색도 보였다; 어른만이 닿을 수 있을법한 높이부터는 작은 전구가 달린 전깃줄이 무작위로 걸쳐있었고 그 주위를 반짝이 조각이 마무리했다. 부엌의 고급스러운 가구까지 쭉 이어지는 복도와, 2층으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은 번쩍거리는 금속 난간은 과연 웅장했다.

 “우와!” 해리가 말했다. “집 정말 크네요! 길을 잃으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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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타 그레인저 박사는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초조한 기색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들의 공동 합작이나 마찬가지인 칠면조와 로스 구이는 오븐에서 착실하게 요리되어가고 있다; 나머지 요리들은 그들 부부의 손님이자 해리라는 이름의 아이를 입양한 베레스 부부가 가져올 예정이다. 또한 그 입양한 아이는 마법세계에서 ‘살아남은 아이’라고 불리우기도 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의 입에서부터 살아 생전 유일무이하게 ‘귀엽다’라는 소리를 들은 소년이기도 했다.

그리고 베레스 일가의 말에 따르면 해리가 또래아이들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사람 취급과 동시에 존재유무를 존중 해주는 아이가 바로 헤르미온느였다.

사실 지나친 설레발일지도 모르지만; 양측의 부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만간 사돈이 생길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는 언제나처럼 남편의 가족들과 함께 보내되, 크리스마스 이브만큼은 사랑스러운 딸아이의 장래 신랑과 시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은 베레스 일가와 같이 보내기를 결심했던 것이다.

칠면조를 베이스팅 하던 도중 초인종이 울리자, 그녀는 언성을 높여 남편을 불렀다, “여보, 대신 가줄 수 있어요?”

의자와 그에 앉아있던 주인의 신음소리가 한차례 들리더니, 그녀의 남편이 자아내는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레인저 박사님?” 중후한 사내의 활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마이클, 그리고 이쪽은 아내인 페투니아와 아들인 해리입니다. 음식은 모두 저 마법 트렁크에 들어있고요,”

“어서 와요 어서 와, 얼른 들어오세요,” 그녀의 남편이 화답했다. 그리고 선물을 잘 받았다는 듯이 “고마워요”라고 한차례 중얼거리고는, 레오가 해리의 가족들에게 자리를 권유했다. 그렇게 말하던 그가 순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석연찮은 목소리로 고했다, “장난감은 저기 지하실에 있단다, 저기 오른쪽 첫째 문 말이지. 물론 곧 헤르미도 내려갈거란다.”

잠깐동안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앳된 소년의 해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장난감이요? 우와, 저 장난감 무지 좋아하는데!”

집 안으로 들어서는 발소리가 얼마간 지속되고, 예의 그 소년의 목소리가 말했다, “우와! 집 정말 크네요! 길을 잃으면 어쩌지?!”

로베르타는 미소를 지으며 오븐을 닫았다. 사실 ‘살아남은 아이’에 대해 지나칠정도로 자세하게 적힌 헤르미온느의 편지들을 읽고 조금 걱정스러웠던 건 사실이었다 ─ 물론 그 편지들을 읽어도 해리 포터가 ‘위험한 아이’라는 인상을 받지는 않았다. 그래, 적어도 다이애건 앨리에서 헤르미온느를 위해 구매한 책들 속에서 읽었던 어둠의 암시 같은 건 없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도 그저 해리가 마치 책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인물 같은 언어를 구사하며, 죽도록 노력해서 간신히 그를 학업적으로 제치고 있다는 말만 주구장창 늘어놓았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해리 포터는 영락없이 평범한 11살 소년에 불과한 듯 했다.

거실로 향하던 그녀는 다급한 얼굴로 결코 안전해보이지 않는 속도로 계단을 주파하는 딸아이를 포착하고 말았다. 헤르미온느의 말에 따르면 마녀는 일반인보다 낙하 시 충격을 훨씬 덜 받는다고 하지만, 로베르타는 그 말을 완전히 믿을 수만은 없었다 ─

이윽고 로베르타는 어딘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보이는 베레스 교수와 베레스 부인을 두 눈으로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무어라도 인사를 건네려는 찰나, 전설적인 흉터를 이마에 새긴 소년이 달려오는 그녀의 딸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장엄하게 중저음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거이거 참 훌륭한 밤의 우연찮은 만남이로군요, 그레인저 양.” 그의 손이 부모님을 향했다. “이쪽은 아버지이신 마이클 베레스-에반스 교수, 그리고 어머니이신 페투니아 에반스-베레스 부인이랍니다.”

로베르타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을 무렵, 다시금 발랄한 목소리로 되돌아간 소년이 그의 부모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엄마, 아빠, 얘가 바로 헤르미온느예요! 제가 말했었죠, 무지무지 똑똑하다고!”

“해리!” 그녀의 딸이 눈을 치켜뜨며 쏘아붙였다. “그만 좀 해!”

소년이 다시 헤르미온느를 주시했다. “대단히 비통한 소식이지만,” 소년이 침울하게 말했다, “당신과 저는 아무래도 지하실의 무궁무진한 장난감의 미로로 추방되고만 것 같습니다. 부디 여기 어른들이 극상의 도덕과 지혜를 겸하여 우리의 미개한 지식으로썬 인지조차 불가능한 수준높은 대화를 마음 놓고 구사할 수 있게끔, 어서 지하실로 추방되어 ‘변신술에 대한 흄학파의 투영주의’ 따위의 저급한 논제나 다루도록 하죠.”

“잠시 실례하겠으니 양해 부탁드려요,” 이를 갈며 굳은 어조로 말한 그녀의 딸아이는 소년의 멱살을 다짜고짜 잡아 복도로 끌고나갔다 ─ 일련의 행동을 망연하게만 바라보던 로베르타를 지나친 소년이, 멱살이 잡힌채로 그녀를 향해 활발하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 그리고 소년을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 안쪽으로 우겨넣은 헤르미온느가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아, 저, 방금 일은 정말 죄송….” 베레스 부인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교수의 다정한 미소가 조금 더 빨랐다. “해리가 이런 문제는 간혹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서 말이죠. 허나 별로 틀린 말을 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즉, 위험한 아이입니까? 로베르타는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침묵을 지키고 다른 질문을 떠올려보려고 애썼다. 무서운 내용을 듣긴커녕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마냥 킬킬거리며 웃고있는 옆의 남편이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역사상 가장 강대했던 어둠의 마왕이 그 소년을 손수 죽이려고 했건만, 오히려 그의 육신이 불타올라 사그라든 잿더미만이 유아용 침대 옆에서 발견되었다.

그녀의 장래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소년의 이야기다.

사실 처음부터 로베르타는 딸아이를 마법 세계로 보내는 행위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 특히 마법 책을 읽고 굵직한 날짜들을 조합해보니, 마법에 재능이 있던 어머니가 예전부터 아버지가 주장해왔던 것처럼 무리한 출산으로 인해 돌아가신 게 아닌, 아마 갤러트 그린델왈드 때문에 돌아가셨을 거라는 깨달음이 찾아온 이후로는 더더욱 그랬다. 허나 그 직후 맥고나걸 교수가 몇번 더 “그레인저 양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방문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의 부모가 그녀의 마법 세계 진출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노라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면, 그 생각을 고쳐주기 위한 방문이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로베르타는 애써 환한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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