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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Original |

Translator | 송장의간장

가설을 찾는법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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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던 법칙이 보이고, 세계의 흐름을 듣기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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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정확하게 말하자면, 목요일 오후 3시 32분경.

해리와 다른 1학년 남학생들은 후치 부인과 함께 운동장에 나와, 호그와트 전용 빗자루 더미들 옆에 서있었다. 여학생들은 따로 비행수업을 들을것이다.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의 존재하에 빗자루로 비행수업을 듣는 것을 꺼려하는 듯 했다.

해리는 약간의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그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그 특정한 시공간적으로 안정된 가능성이 선택되었는지에 대해 너무나도 궁금한 나머지 죽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빗자루라니, 농담하는건가? 지금 세상은 그보고 작대기에 올라타 비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는건가? 한가닥의 선이라니, 그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도형중에서도 가장 불안정한 형태가 아닌가? 도대체 그 수많은 가능성중에서 하필이면 그 형태를 비행도구로 선택하다니, 이걸 발명해낸 사람은 바보인가? 해리는 ‘빗자루’라는 단어가 그저 은유적인 표현이기를 애타게 바랬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들은 부엌용 나무 빗자루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형태의 빗자루 옆에 서있었다. 이걸 발명해낸 인간은 ‘빗자루’라는 어처구니 없는 착상에 너무나도 심취해버린 나머지 여타 다른 가능성들은 애초에 염두에조차 두지 않았었단 말인가? 그래야만 했다. 백지에서부터 시작했다면 절대로 부엌용도와 비행용도에 최적화된 물건들의 도안에 상관관계가 존재할리가 없었다.

하늘은 한 점의 구름조차 없는 밝은 푸른빛깔이었고 만일 비행을 하려고 시도할 경우 눈을 멀게 만들 정도의 강렬한 태양빛이 내리쬐고 있는, 그런 오후였다. 운동장은 바삭하게 말라있어 풀내음이 풍겼고, 무슨 연유에선지 해리에게 유별나게도 딱딱하게 느껴졌다.

해리는 시종일관 이 수업이 대다수의 11세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지는 필수과목이기에 그렇게 어렵진 않을것이라고 되뇌이며 자기위안을 하고 있었다.

“빗자루 위로 오른손을, 왼손잡이라면 왼손을 뻗고,” 후치 부인이 외쳤다. “모두들 위로! 라고 외쳐라.”

“위로!” 모두가 합창하듯이 외쳤다.

그러자 해리의 빗자루가 단박에 해리의 손으로 튀어올라왔다.

덕분에 그는 호그와트에서 지낸 이례 처음으로 우수생이 될 수가 있었다. 보아하니 ‘위로!’는 그의 예상과는 달리 매우 어려운 듯 했고, 대다수의 빗자루들은 바닥에서 마구 뒹굴고 있거나 예비 탑승자들의 손에서 몇 인치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물론 해리는 오전 중에 수업을 들었던 헤르미온느가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에 전재산을 걸 마음이 있었다. 헤르미온느조차 첫번째 시도에 완벽히 행하지 못한것을 그가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세상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며, 만약 정말 그것이 사실이고 그가 유일하게 헤르미온느보다 월등한 것이 지식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빗자루 비행술이라는 전개라면, 해리는 차라리 자살을 택할 것이다.)

바로 앞에 놓여있는 빗자루를 모두가 손아귀에 쟁취할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허비되었다. 후치 부인은 그들에게 빗자루에 올라타는 방법을 보여주고는, 운동장을 오고가며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보아하니 집에서 이미 비행 예습을 해둔 소수의 아이들또한 올바르게 배우지 않은 것 같았다.

전방을 살펴보며 나열해있는 남학생들을 한차례 살펴본 후치 부인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내가 호루라기를 불면, 땅을 세게 걷어차라.”

위 속의 울렁거림을 죽이기 위해 해리는 억지로 침을 삼켰다.

“빗자루를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고, 수십 센티 정도 비상하다가, 상체를 앞으로 약간 숙여서 곧장 돌아 내려오는 거야. 자, 셋─ 둘─”

순간 한대의 빗자루가 어린 소년의 환희로 가득찬 것이 아닌, 두려운 기색이 역력한 비명소리를 배경 삼으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 빗자루에 올라탄 아이는 너무나도 기상천외하게 회전하며 하늘로 비상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그의 새하얗게 탈색된 얼굴을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해리는 그의 빗자루에서 내려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도대체 어떻게 무슨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지팡이를 수색했다. 그는 여태껏 단 두번의 ‘마법’ 수업을 들었을 뿐이고 가장 최근의 수업은 우연찮게도 부유 마법이었지만 해리는 그 주문을 세 번에 한 번 꼴로 성공시키는 수준이었고 설사 하늘의 도움으로 성공시킨다고 하더라도 사람 하나를 완벽하게 부유시키는 것은 도저히 무리였다 ─

만약 내게 끝내주는 잠재능력이 존재한다면, 부디 나타나 주시옵소서!

“돌아와라, 얘야!” 후치 부인이 외쳤다(물론 그 명령은 폭주하는 빗자루를 목도한 비행 선생의 입에서 튀어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쓸모없고 멍청했기에, 거의 반자동저인 해리의 두뇌 한켠은 후치 부인의 이름을 그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바보들의 행렬’에 추가시켰다).

그리고 허공으로 치솟은 아이가 빗자루에서 떨어져내렸다.

얼핏 보면, 그는 한 순간 굉장히 느릿느릿하게 추락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해리가 외쳤다.

주문은 실패했다. 실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쿵, 하는 둔탁한 충돌음과 함께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고, 떨어진 아이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채 풀밭에 엎드려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지팡이를 갈무리한 해리는 그에게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후치 부인과 같이 그의 앞에 당도한 해리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이런 빌어먹을 그거 이름이 뭐였지 “구급약 키트!” 라고 외치자 손에 무언가가 빨려들어오듯이 잡혔고─

“손목이 부러졌군,” 후치 부인기 말했다. “진정하거라, 얘야, 단지 손목이 부러졌을 뿐이야!”

순간적으로 패닉 모드에서 헤어나온 해리의 정신이 한차례 요동쳤다.

‘구급약 키트 플러스’는 그의 앞에서 개봉된채 바닥에 놓여있었고, 해리의 손에는 혹시 떨어진 아이의 목이 부러졌을 경우를 대비해 뇌에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액화가 차있는 주사기가 들려있었다.

“아….” 다소 흔들리는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심장이 너무나도 크게 고동하고 있는 나머지 스스로의 헐떡이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뼈가 ​부​러​졌​다​고​요​…​그​래​요​…​고​정​줄​ 쓰실래요?”

“그건 긴급한 용태일 경우에만 사용된다,” 후치 부인이 쏘아붙였다. “다시 넣어두거라, 이 아이는 괜찮으니까.” 떨어진 아이에게로 몸을 숙인 그녀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괜찮으니까 어서 일어나거라 얘야!”

“설마 다시 빗자루를 태우실 생각은 아니겠죠?” 경악에 가득찬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후치 부인이 해리를 노려보았다. “물론 아니지!” 그의 다치지 않은 팔을 잡으며 그녀가 말했다 ─ 비로소 피해자의 면상을 확인한 해리는 그것이 또다시 네빌 롱바텀의 얼굴임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단 말인가? ─ 그리고 그녀는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모두에게 몸을 돌렸다. “내가 이 아이를 병동에 데려갈 동안 말썽 피우지 말고 조용히 있도록 해라! 빗자루는 건드리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거라. 그렇지 않았다가는 ‘퀴디치’라고 말하기도 전에 호그와트에서 쫓겨나고 말 테니까. 자, 이쪽이다 얘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네빌은 손목을 부여잡은채, 그의 팔을 부축하고 있는 후치 부인과 함께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슬리데린 무리들 중 한명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기폭제가 되었다.

해리는 몸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기회에 웃는 놈들의 면상을 기억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해리는 드레이코가 크레이브 씨와 고일 씨를 대동한채 그에게로 유유히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크레이브 씨는 웃고 있지 않았다. 고일 씨는 분명 웃음을 짓고 있었다. 드레이코는 마치 가면과도 같은 평정심이 돋보이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보아하니 드레이코 또한 이 상황을 마치 희극과도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작금의 상황으로 보건데 지금 당장 웃는 것보단 상황이 종료된 후 지하감옥에서 박장대소를 일으키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이득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해리는 추측했다.

“그래, 포터,” 여전히 간간히 경련을 일으키는 가면을 장착한채, 드레이코가 흔들림 없는 중저음으로 말했다, “일단 말해둘게. 긴급한 상황을 빌미로 통솔력을 입증하고 싶다면, 사태를 완벽하게 파악했다는 듯이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거지, 속된 말로 ‘패닉’에 빠진 것처럼 발광하면 안된다고.” 고일 씨가 소리내어 웃자, 드레이코가 자제하라는 듯한 눈빛을 그에게 쏘아보냈다. “뭐 그래도 이미지에 플러스는 되었겠지. 그 구급약 키트, 도와줄까?”

해리가 그의 구급약 키트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자연스래 드레이코의 얼굴을 외면하게 되었다. “괜찮아,” 해리가 말했다. 다시금 주사기를 본래의 위치에 돌려놓은 그는, 걸쇠를 잠그고, 일어섰다.

해리가 키트를 다시 모크가죽 주머니에 먹이고 있던 와중, 어니 맥밀란이 그에게 당도했다.

“고마워, 해리 포터, 후플푸프를 대표해서 감사를 전할게,” 어니 맥밀란이 예의를 차리며 정중하게 말했다. “괜찮은 시도였고 훌륭한 생각이었어.”

“물론 훌륭한 생각이였음은 틀림없지,” 드레이코가 느릿하게 말했다. “어째서 후플푸프 중 아무도 지팡이를 꺼내들지 않은거지? 포터 한명 말고 너희들 모두가 도움을 주었다면, 녀석이 추락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거야. 후플푸프는 단결력이 뛰어나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니의 표정은 수치스러워서 자살해버리고 싶다는 욕구와 순수한 분노의 경계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어 ─”

“아하,” 드레이코가 말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라, 어째서 후플푸프의 전원보다 래번클로 한 명을 친구로 두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인지 이제야 알 것 같군.”

이런, 젠장할, 이 사태는 도대체 어떻게 완화시키지…. “하나도 도움이 안되고 있다고,” 해리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디 드레이코가 그의 말을 너는 지금 내 계획을 망치고 있으니까 제발 닥쳐달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를 희망하며.

“어, 이게 뭐야?” 고일 씨가 말했다. 멈추어 선 그는 몸을 숙이고는, 새하얀 안개가 속에서 휘몰아치는 커다란 구슬과도 같아보이는 물체를 주웠다.

어니가 눈을 껌벅거렸다. “네빌의 리멤브럴이야!”

“리멤브럴이 뭐야?” 해리가 물었다.

“소지자가 뭔가를 잊어버렸을 때 붉게 변색돼,” 어니가 말했다. “뭘 잊어버렸는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이리 줘, 내가 나중에 네빌에게 돌려줄 테니까.” 어니가 손을 내밀었다.

순간 고일 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나더니, 별안간 몸을 돌리고는 냅다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그 자리에서 멍때리던 어니는 이내 제정신을 차리고는, “멈춰!” 라고 소리치며 고일 씨를 추격했다.

해리의 턱이 떡하니 벌어졌다. 분명 후치 부인이 저런 식의 행동은 퇴학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것이라고 경고하지 않았던가?

“저 멍청이가!” 드레이코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그가 입을 열어 무어라고 외치려고 하는 순간 ─

“이봐!” 어니가 외쳤다. “그건 네빌의 물건이야! 당장 돌려줘!”

슬리데린들이 환호성을 보내며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드레이코의 입이 꾹 하고 닫혔다. 해리는 그의 얼굴에 떠오른 망설임을 쉽사리 파악할 수 있었다.

“드레이코,” 해리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당장 저 멍청이에게 돌아오라고 명령하지 않는다면, 선생님이 돌아왔을 때 ─”

“멍청한 훌라후프들,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봐!” 고일 씨가 그렇게 외치자, 슬리데린 무리들에게서부터 우레와도 같은 환성이 들이닥쳤다.

“난 못해!” 드레이코가 속삭였다. “그랬다간 슬리데린들이 나를 겁쟁이로 생각할거라고!”

“그리고 만약 고일 씨가 퇴학을 당한다면,” 해리가 사납게 말했다, “네 아버지는 너를 쓸모없는 머저리로 생각할거야!”

드레이코의 얼굴이 고뇌로 일그러졌다.

그 순간 ─

“이봐, 슬라임 자식들,” 어니가 외쳤다, “누가 너희들에게 후플푸프들은 언제나 단결한다고 말해주지 않던? 지팡이 전개, 후플푸프!”

그러자 수많은 지팡이들이 고일 씨의 방향을 향했다.

약 삼 초 가량 후 ─

“지팡이 전개, 슬리데린!” 다섯 명 가량의 슬리데린들이 외쳤다.

그러자 수많은 지팡이들이 후플푸프들의 방향을 향했다.

약 이 초 가량 후 ─

“지팡이 전개, 그리핀도르!”

“뭐라도 좀 해봐, 포터!” 드레이코가 속삭였다. “이건 내가 멈출만한 매사가 아니야, 너야 한다고! 빚진걸로 할 테니까 제발 뭐라도 좀 생각해봐 너 천재 중의 천재잖아?”

별안간, 해리는 오 초 가량 지난 시점에 누군가가 분명히 ‘수메르인의 기초 사격 마법’을 걸 것이고 이 혼돈의 카오스가 끝나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퇴학처리를 끝마친 이후에 이 학교에 남은 1학년 남학생들은 래번클로들 뿐일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팡이 전개, 래번클로!” 이 혼돈의 재앙에서 왕따당하는 것이 못내 서러웠는지 마이클 코너가 외쳤다.

“그레고리 고일!” 해리가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네빌의 리멤브럴을 걸고 시합을 신청하겠어!”

갑작스러운 정적이 일었다.

“호오, 그래?” 여태껏 해리가 들었던 것 중 가장 커다란 느릿한 목소리로 말포이가 말했다. “굉장히 흥미롭게 들리는군. 무슨 시합이지, 포터?”

어….

‘시합’ 까지가 해리의 창의성의 한계였다. 무슨 시합인가, 승낙하는 드레이코가 바보처럼 보일테니 ‘체스’라고 말할 수는 없고, 고일 씨가 그를 박살낼 것이 분명한 ‘팔씨름’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이건 어때?” 해리가 크게 말했다. “그레고리 고일과 나는 서로 멀찍히 떨어진 채로 서있고, 우리들에게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와서도 안돼. 우리들은 지팡이를 사용할 수 없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야. 나는 내가 서있는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일도 마찬가지지. 그리고 만약 이곳에서 내가 네빌의 리멤브럴을 쟁취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그레고리 고일은 저 리멤브럴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포기하고 내게 넘겨야 해.”

사람들의 얼굴에 서려있는 안도감이 혼란으로 변모할 때까지 다시 한번 정적이 일었다.

“하, 포터!” 드레이코가 우렁차게 외쳤다. “네가 꼴사납게 발버둥치는 그 몰골을 한번 보고 싶군! 고일 씨가 수락하겠다!”

“좋아!” 해리가 말했다.

“포터, 이게 무슨?” 무슨 조화인지 입을 전혀 움직이지 않으며, 드레이코가 속삭였다.

복화술을 구사할 줄 모르는 해리는 그에 대한 답변을 돌려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은 서서히 지팡이를 도로 집어넣기 시작했고, 고일 씨는 혼란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지은채 우아하게 빗자루를 타고 운동장에 내려앉았다. 후플푸프 몇 명이 고일 씨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지만, 해리가 그들에게 애절하고도 간절한 눈빛을 보내자 말 없이 물러나주었다.

고일 씨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 해리는 그와 서로가 서로를 간섭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지점에서 우뚝 멈추어 섰다.

서서히, 그러나 확연하게, 해리는 그의 지팡이를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모두가 한걸음 정도 뒤로 물러났다.

해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앞으로의 대략적인 상황 전개는 이미 계획을 끝마친 상태였지만, 그가 무엇을 했는지 그 누구도 알아챌 수 없게끔 감쪽같이 해내야 했다 ─

“좋아,” 해리가 크게 외쳤다. “그러면 이제….” 깊게 심호흡을 한차례 하며 한 손을 하늘을 향해 뻗은 그는, 손가락을 튕길 준비를 했다. ‘파이 대사건’에 대해서 들은 사람들, 그러니까 전원이 그 광경에 헛바람을 들이켰다. “나의 이름으로 선언하노니, 이 자리에 호그와트의 광기를 소환한다! 얼씨구 절씨구 핑퐁 팡뇨 비브디 바브디!” 그리고 해리는 손가락을 튕겼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해리는 그 정적이 잠시동안 만큼이라도 퍼져나게끔, 이어나가게끔 기다렸다.

“어,” 누군가가 말했다. “그게 다야?”

해리가 그 말을 한 아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 앞을 잘 수색해봐. 네 앞에 조금 메말라보이는 흙, 그러니까 풀 한포기도 보이지 않는 땅이 보여?”

“어, 응,” 그 그리핀도르(딘 뭐시기?) 아이가 대꾸했다.

“한번 파헤쳐 봐.”

이맘때쯤 해리는 다수의 기이한 것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받고 있었다.

“어, 왜?” 딘 뭐시기가 물었다.

“그냥 해,” 테리 부트가 힘없이 말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소용없어, 그건 내가 보증해.”

딘 뭐시기가 무릎을 꿇고 흙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일 분 가량 지나자, 딘이 다시금 일어섰다. “아무것도 없는데,” 딘이 말했다.

허. 해리는 고일 씨에게서 네빌의 리멤브럴을 돌려받은 후 시간을 과거로 돌려 그것이 숨겨져 있는 곳을 향하는 보물지도가 숨겨져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보물지도를 딘이 파헤진 그곳에다가 파묻는다는 계획을 생각중이었건만….

그 순간 해리는 그가 당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손쉽고 간결하게 시간을 거스르는 시계의 비밀을 드러내지 않고도 무사히 일을 끝마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마워, 딘!” 해리가 크게 말했다. “어니, 저쪽 네빌이 떨어진 부근에 가서 혹시나 네빌의 리멤브럴이 있는지 확인해줄래?”

사람들은 더더욱 혼란스러워진 듯 했다.

“그냥 해,” 테리 부트가 말했다. “뭔가 성과가 나타날때까지 이것저것 시도해볼 테니까 저 녀석은, 게다가 그게 무서운 점은 바로 ─”

“멀린 맙소사!” 어니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는 네빌의 리멤브럴을 손에 쥐고 있었다. “여기 있었어! 네빌이 추락한 곳에 있었다고!”

“뭐라고?” 고일 씨가 외쳤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아직도 네빌의 리멤브럴을 쥐고 있는 그의 손을 볼 수 있었다.

다소 기다란 침묵이 이어졌다.

“어,” 딘 뭐시기가 말했다, “미안한데 그건 불가능한 것 같은데?”

“플롯의 구멍이야,” 해리가 말했다. “나는 그저 나의 존재를 잠시간이나마 우주 의사를 일그러뜨릴 정도로 기묘하게 변화시킨 것뿐이고, 그에 따라 우주의 의지는 고일이 리멤브럴을 주웠다는 사실을 그만 잊어버린 것이지.”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건 결코 가능하지 않─”

“미안한데, 우린 그저 빗자루를 타러 밖에 나와 이렇게 서있는 거 아니었어? 물론 맞지. 그러니까 좀 닥쳐. 어쨌든 간에, 내가 네빌의 리멤브럴을 손에 쥐는 순간, 시합은 종결됐고 그레고리 고일은 리멤브럴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포기하고 내게 양도해야 해. 그게 규칙이었지, 아마?” 해리가 손을 뻗어 어니에게 손짓했다. “그냥 이쪽으로 굴려주면 돼, 아무도 내게 가까이 와서는 안된다는 것이 규칙이었으니까.”

“잠깐 기다려!” 한 슬리데린이 외쳤다 ─ 블레이즈 자비니라는, 해리로써는 상당히 잊기 힘든 이름의 소유자였다. “그게 네빌의 리멤브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지? 네가 다른 리멤브럴을 떨어뜨려 놓았을수도 있잖아 ─”

“슬리데린의 말에는 일리가 있어,” 해리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저기 어니가 들고 있는 건 네빌의 리멤브럴이 확실하다고 내가 장담할 수 있어. 그레고리 고일이 들고 있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자비니가 드레이코에게 몸을 돌렸다. “말포이! 설마 정말 이대로 수긍하는 건 아니겠지 ─”

“너, 닥쳐,” 드레이코의 뒤에 서있던 크레이브 씨가 으르렁거렸다. “말포이 씨는 네 말 따위 들을 필요없어!”

좋은 졸개녀석이군.

“나는 가장 고귀하고 유서깊은 말포이 가문의 드레이코와 내기를 했어,” 해리가 말했다. “자비니, 네가 아니라. 나는 말포이 씨가 원하는 것을 해내었고, 그 내기의 정당성에 대한 권한은 말포이 씨에게 있어.” 드레이코에게 머리를 조금 돌린 해리가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다. 이정도면 드레이코의 체면은 충분히 세워준것이다.

정적이 일었다.

“그게 네빌의 리멤브럴이 확실하다고 맹세할 수 있어?”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래,” 해리가 말했다. “어니가 쥐고 있는 건 분명 네빌 것이었으니 그에게 돌려줄 거야. 그리고 그레고리 고일이 들고 있는건 내가 가질 것이고.”

결론을 내렸다는 표정으로, 드레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 모든 상황이 얼마나 기이했던지 간에, 나는 고귀하고 유서깊은 포터 가문을 추궁하지 않도록 하겠어. 그리고 고귀하고 유서깊은 말포이 가문 또한 내뱉은 말은 지킨다. 고일, 포터에게 어서 그걸 건내줘 ─”

“이봐!” 자비니가 말했다. “아직 시합은 끝나지 않았어, 포터는 아직 리멤브럴을 쟁취하지 못했 ─”

“받아, 해리!” 어니가 말하면서, 리멤브럴을 던졌다.

해리는 허공을 수놓는 리멤브럴을 손쉽게 잡아내었다, 그쪽에 관한 운동신경은 언제나 좋았던 그이니까. “자,” 해리가 말했다, “내가 이겼어….”

해리가 말을 흐렸다. 모든 대화가 순간 멈추었다.

그의 손이 쥐고 있는 리멤브럴은 마치 백주대낮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작은 모형 태양처럼, 붉은빛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간지포풍 해리포터.

2. 눈물나는 연기력의 말포이.

3. 좋은 졸개 크레이브.

4. 시간을 거스르는 시계의 진면목.

5. 해리가 잊고 있는 것

연참하는 건 정말 오랜만인듯 하네요...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내기였지만 결과적으로 해리의 승리였습니다. 저번화에서 말했듯이, 세계에 모순은 없습니다. 미래에서 보낸 리멤브럴으로 결과적으로 과거의 해리는 리멤브럴을 소유한것이 되기에 내기에서 승리, 고로 리멤브럴의 소유권을 쟁취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일이 들고 있던 리멤브럴은 네빌에게 돌려주고, 새로이 발견된 또하나의 네빌의 리멤브럴은 다시 과거로 돌려보내는거죠. 이로써 시공간의 괴리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사실 저도 설명은 잘 못하겠네요. 그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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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번역 말인데 묵혀두었다가 대용량을 한꺼번에 투하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이번처럼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올르는 게 더 나을까요? 여러분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하겠습니다.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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