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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Original |

Translator | 송장의간장

가설을 찾는법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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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던 법칙이 보이고, 세계의 흐름을 듣기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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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호그와트의 목요일은 분명 어떻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현재 시각은 목요일 오후 5시 32분이었고, 해리는 교장실로 향하는 입구를 가로막는 거대한 석상 앞에서 플리트윅 교수의 옆에 서있었다.

맥고나걸 교수의 교무실에서 나와 래번클로 기숙사의 서재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한 학생이 다가와 플리트윅 교수님이 그를 호출했다는 전갈을 듣고, 해리는 덤블도어가 그와 직접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소 불안한 느낌을 받은 해리는 플리트윅 교수에 교장 선생님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보았다.

플리트윅 교수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이 무기력하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듣자 하니 덤블도어는 ‘무력과 광기의 언령’을 다스리기에 해리는 너무나도 어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혹시 얼씨구 절씨구 핑퐁 팡뇨 비브디 바브디?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해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포터,” 해리의 어깨 근저리에서 플리트윅 교수가 높은 어조로 말했다. (플리트윅 교수가 덥수룩하고 푹신한 수염을 기르고 있다는 것이 그토록 다행일 수가 없었다, 해리로써는 자기 자신보다 키가 작으며 목소리조차 그보다 더 높은 교수님에게 썩 잘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덤블도어 교장님은 때때로 이상하거나, 혹은 많이 이상하거나, 아니면 굉장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껏 학생에게 해를 끼쳤던 적은 단 한번도 없고, 오늘이 그날이 될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플리트윅 교수가 해리에게 격려가 담긴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것만 명심한다면 결코 정신적인 공황 상태까지 가진 않을 거예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행운을 빌게요!” 플리트윅 교수가 끽끽거리고는 석상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무언가를 중얼거렸지만, 분명 가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그의 말을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물론, 누가 엿들을 수 있다면 비밀번호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지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처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자 석상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유연한 동작으로 길을 비켜주었는데, 분명 아직도 고체임이 분명하고 형태를 바꿀래야 바꿀 수가 없는 돌로 이루어져 있는 석상으로 보이기만 해서 해리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석상의 뒤에는 천천히 회전하는 나선형 계단이 있었다. 그 광경은 왠지 모르게 불쾌할정도로 몽롱한 부분이 있었으며, 더욱 더 불쾌한 점은 나선형 계단을 회전시키면 제자리에서 도는 것밖에 되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어서 가보도록 하세요!” 플리트윅 교수가 말했다.

다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채 나선의 계단에 올라선 해리는, 그의 뇌가 어렴풋이조차 이해를 거부하고 있는 알수없는 조화로 인해, 서서히 상승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석상이 그의 뒤에서 쿵 소리를 내며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가고, 나선의 계단이 회전하면 할수록 해리는 더욱 더 엘리베이터처럼 올라갔고, 그런 멀미가 절로 나는 시간 끝에, 해리는 황동의 그리핀 고리쇠가 돋보이는 오크 나무 문 앞에 서있는 스스로를 작가해내었다.

손을 뻗은 해리는 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해리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흥미롭고 기상천외한 방을 보았다.

연기를 내뿜거나 형태를 변화, 혹은 조용히 회전하고 있는 작은 쇠 장치들이 잔뜩 있었다. 괴상하게 생긴 용기에 담겨 있는 수십개의 신비로운 액체들은 부글부글 끓거나, 간혹 변색을 해대며, 순간 각종 형태로 변화하다가 수 초 이내에 사라지는 것을 반복했다. 해석이 불가능한 언어나 숫자들이 새겨져있는 수십개의 시침들이 부착된 시계도 있었다.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는 렌즈 모양의 수정이 박힌 팔찌가 있었고, 금색의 연단 위에는 새가 있었으며, 피 처럼 보이는 액체가 담긴 나무잔이 있었고, 흑색의 에나멜이 각인된 매의 조각상이 있었다. 벽은 숙면을 취하는 사람을 그린 초상화들로 메꾸어져있었고, 분류 모자는 왼켠에 세 개의 붉은색 슬리퍼와 두 개의 우산을 걸고 있는 모자걸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혼돈의 상황 속에서 유독 깨끗한 흑색의 오크나무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 앞에는 오크나무 의자가 있었다. 책상 뒤에는 푹신해보이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 옥좌 위에는, 기다란 은색 수염을 늘어뜨리고, 짜부러진 거대한 버섯과도 같은 모자를 쓰고는 머글들의 눈에는 세 겹의 분홍빛 잠옷들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의류를 입은채, 알버스 퍼시벌 울프릭 브라이언 덤블도어가 앉아있었다.

미소를 짓는 덤블도어의 밝은 눈은 열정적일정도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몇 번 두려움으로 인해 멈칫하는 것을 반복하며, 해리는 책상 앞의 의자에 착석하는 것에 성공해냈다. 굉음과 함께 그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안녕, 해리,” 덤블도어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해리가 대꾸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겠단느 것인가? 그렇다면 덤블도어는 이제 그에게 그를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할 것인가?

“맙소사, 그리 하지 않아도 된단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교장 선생님은 너무 딱딱하고 격식을 차리는 것 같지 않니. 그냥 줄여서 ‘교’라고 불러주면 고맙겠구나.”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볼게요, 교,” 해리가 말했다.

잠시간 정적이 일었다.

“내 말을 한 치의 의문도 없이 곧이곧대로 따른 사람은,” 덤블도어가 말했다, “지금껏 너 하나뿐이었다는 것을 믿겠니?”

“아….” 해리가 말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은 울렁거림을 감추며 그는 안간힘을 쓰며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했다. “죄송해요, 저기, 교장 선생님, 그저 호칭을 그렇게 해도 좋다고 하셔서 ─”

“교, 라고 불러주렴!” 덤블도어가 유쾌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긴장해있지 않아도 된단다, 고작 실수 한번 한다고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 네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면, 먼저 충분한 경고가 주어지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사람들이 어떻게 네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이란다.”

그는 지금껏 학생에게 해를 끼쳤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것만 명심한다면 결코 정신적인 공황 상태까지 가진 않을 것이다.

덤블도어가 자그마한 금속 상자를 책상에 올려놓고 그것을 열자, 노란색의 자그마한 알갱이들로 이루어져있는 둔덕이 나타났다. “레몬 사탕?”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어, 됐어요, 교,” 해리가 말했다. 학생에게 몰래 LSD를 주입하는 것도 해를 끼치는 것으로 포함되는 걸까, 아니면 악의없는 장난으로 분류되는건가? “어, 그러니까, 무력과 광기의 언령을 구사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물론이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무력과 광기의 언령은 7 세기 전에 소실되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에 대해 요만큼도 아는 자가 존재하지 않지. 그저 사소한 비유였단다.”

“아….” 해리가 말했다. 스스로의 턱이 서서히 늘어져가고 있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럼 어째서 저를 이곳에 부르신 거죠?”

“어째서?” 덤블도어가 반문했다. “아, 해리, 어째서 내가 특정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일일이 고민한다면, 하루라는 시간은 내게 너무나도 부족할게다! 알다시피, 나는 상당히 바쁜 인간이란다.”

미소를 지으며,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절로 탄성이 나올정도의 이력이더군요. 호그와트의 교장, 위즌가모트의 마법 사장, 그리고 국제 마법사 연맹 회장. 죄송하지만 질문좀 드리겠습니다, 한 개의 시간을 돌리는 시계로 총 여섯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돌리는 건 불가능한 겁니까? 그러한 위대한 업적들을 겨우 하루 30시간으로 이루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거니까요.”

다시금 내려앉은 살을 에는듯한 정적 속에서, 해리는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했다. 조금 두렵, 아니 실은 굉장히 두려웠지만, 덤블도어가 그를 의도적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아무런 반항없이 힘없는 통나무처럼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그의 내면의 무언가가 결코 용납하지 못했던 것이다.

“불행히도 시간은 과도하게 확장되는 것을 싫어한단다,” 덤블도어가 잠시간의 침묵 끝에 말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욕심을 부려, 우리들의 인생을 시간에 억지로 우겨넣으려고 하고 있지.”

“그렇죠,” 해리가 진중하고 엄숙하게 말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요점만을 말하는 것을 배워야합니다.”

순간 해리는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말았나 하고 덜컥 겁을 먹었다.

그리고 덤블도어가 웃었다. “그렇다면 요점으로 넘어가도록 해야겠구나.” 교장님이 그에게로 몸을 기울이자, 뭉게진 버섯 같은 모자가 옆으로 기울여지고 수염이 책상에 늘어졌다. “해리, 저번 월요일 너는 설령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불가능한 일을 해내었단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간을 돌리는 시계‘만’을 사용했다면 말이다. 그 두 개의 파이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날라온거니?”

아드레날린이 해리의 몸 속에 광속같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쪽지와 함께 온 크리스마스 선물상자 안에 있는, 투명 망토를 이용해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 쪽지는: ‘만약 덤블도어가 ‘죽음의 성물’ 중 하나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한다면 절대로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테니까’ 라고 적혀있었다….

“통상적인 추측으로는,” 덤블도어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 자리에 있던 1학년 신입생들은 그러한 마법을 구사할 수가 없으니, 다른 이가 그 자리에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해야겠구나, 그것도 사람들의 시선에서부터 은신되어있는 채로. 그리고 만약 그의 존재를 아무도 파악할 수가 없었다면야, 파이를 던지는 건 지극히 쉬운 일이었겠지. 그 추측을 더욱 더 넓혀가자면 너는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소지하고 있었으니, 투명한 상태로 지켜보고 있었던건 바로 너였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겠구나; 그리고 환멸 마법은 현재 네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니, 너는 투명 망토를 가지고 있다는 셈이 되겠군.” 덤블도어가 의미심장하게 미소지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잘 추리하고 있는거니, 해리?”

해리는 얼어붙고 말았다. 왠지 모르게 당장 거짓을 고하는 것은 결쿄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 같았고, 상황을 호전시키지도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 외에 달리 무슨 말을 해야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덤블도어가 다정하게 손을 흔들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해리, 너는 잘못한게 하나도 없으니까. 투명 망토는 규칙에 어긋나지 않지 ─ 사실 상당히 고가에다가 드물기에 규칙에 추가할 필요조차 없었겠지만. 하지만 나는 조금 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단다.”

“흠?” 가능한 한 평정을 유지한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덤블도어의 눈이 흥분으로 밝게 빛났다. “해리, 모험을 몇 개 하다보면 이러한 일들에 대해 상당히 익숙해지게 된단다. 보이지 않던 법칙이 보이고, 세계의 흐름을 듣기 시작하지. 진실이 드러나기 전부터 추측과 의혹부터 가지게 된단다. 너는 ‘살아남은 아이’이고, 무슨 연유에선지 너는 영국의 마법세계를 발견하고 고작 4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귀하다는 투명 망토를 소지하게 되었지. 그러한 망토는 다이애건 앨리에서도 찾을 수 없단다, 하지만 귀속된 소지자에게 스스로 찾아가는 망토 하나가 있지. 그렇기에 나는 네가 어떤 기묘한 우연으로 단순히 투명 망토가 아닌, 소지자를 죽음의 시선에서부터 은신시켜주는 ‘투명 망토’, 즉 죽음의 성물 중 하나를 찾았다고 밖에 볼 수가 없구나.” 덤블도어의 시선은 열정적이었고 그 무엇보다 맑았다. “한번 봐도 되겠니, 해리?”

해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육체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홍수처럼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무의미했다, 그의 앞에 있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이고 저 문 뒤로 도망칠 수 있는 방법따위 없었으며 호그와트 내에서 그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장소는 존재하지 않고 설령 그런다고 하더라도, 그맘때쯤이면 포터 가에 까마득한 세월동안 전해져 내려오던 망토는 이미 그의 손에서 사라진 상태일것이다 ─

천천히 덤블도어가 몸을 다시 그의 옥좌에 기대기 시작했다. 눈동자에 서려있던 환한 빛은 이미 꺼져있었고, 그는 다소 당황하고 슬퍼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리,” 덤블도어가 말했다, “보여 줄 수 없다면, 그저 ‘싫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된단다.”

“그런건가요?” 해리가 신음하듯이 말했다.

“그렇단다, 해리,”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근심과, 슬픔이 서려있었다. “보아하니 너는 나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구나, 해리.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째서 내가 네 신뢰를 잃어버렸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해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법적인 무언가로 절대로 제 망토를 뺏어가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실 수 있나요?”

덤블도어가 천처히 고개를 저었다. “깨트릴 수 없는 맹세는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란다. 그리고 설령 한다고 하더라도, 해리, 네가 그 주문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너는 그 주문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지 아닌지 전혀 알 도리가 없게 된단다. 하지만 내가 그 망토를 보는 것에 꼭 네 허락이 필요할것이라고 생각하는거니? 모크가죽 주머니 속에 있는 없든, 나는 그걸 당장이라도 내 손에 소환할만한 능력이 있단다.” 덤블도어의 얼굴이 침중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하진 않을거다. 그 망토는 네것이니까, 해리. 강제로 빼앗지는 않을거란다. 네가 내게 허락해줄 때까지는, 손으로 건드리지도 않을게다. 이건 약속이고 맹세란다. 정녕 내가 교내에서 그 망토의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면, 나는 네게 그 망토를 그린고트의 금고에다가 넣어두라고 할것이다.”

“아….” 해리가 말했다. 홍수처럼 흐르는 아드레날린을 무시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해리는 심호흡을 했다. 이내 그는 허리띠에서 모크가죽 주머니를 떼어냈다. “만약 정말로 제 허락이 필요치 않는다면…여기 있어요.” 덤블도어에게 주머니를 건내며 아랫입술을 깨문 해리는, 혹시라도 기억이 삭제당할 경우를 대비해 그 ‘신호’를 스스로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손을 뻗은 노마법사는, 그 어떤 소환 주문도 읊조리지 않은채, 투명 망토를 꺼내었다.

“아,” 덤블도어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내가 맞았군….” 그가 반짝이는 흑색의 면과도 같은 망토를 손으로 쓸었다. “몇백년 지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어제 만들어진 것처럼 완벽하기 그지없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는 수많은 마법을 잃었고, 작금에 이르러서는 나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이러한 물품을 만들 수가 없지. 어느 누구도 듣지 못하는 영원의 노래처럼, 이 안에 내제되어있는 강대한 힘이 머릿속에 ​메​아​리​치​는​구​나​…​.​”​ 마법사는 망토에서 시선을 떼었다. “절대로 팔지 말거라,” 그가 말했다, “그 누구에게도 빌려주지 말거라. 설령 친구라고 해도 이것을 보여주기 전에 두 번 심사숙고하고, 이것이 죽음의 성물이라는 것을 밝히기 전에 세 번의 장고를 하거라. 조심히 사용하도록, 이건 정말 강력한 물건이니까.”

순간 덤블도가 애석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망토를 해리에게 돌려주었다.

해리는 망토를 다시 주머니 속에다가 넣었다.

덤블도어의 얼굴이 다시한번 진중하게 변했다. “어째서 내가 네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물어보아도 되겠니?”

별안간 해리는 스스로가 창피해졌다.

“망토 위에 쪽지가 있었어요,” 해리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쪽지에는 만약 교장님이 이 망토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제게서 뺏어갈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 쪽지를 누가 적은 건지는 모릅니다, 정말이예요.”

“그…렇구나.” 덤블도어가 천천히 말했다. “뭐, 그 쪽지를 남긴 자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진 않을거란다. 그 쪽지가 순전히 네 안녕과 안전을 위해 그랬을수도 있잖니? 어쨌든간에 그 인물은 네게 망토를 주었으니까.”

덤블도어의 자애스러움에 감탄함과 동시에 그의 일방적인 태도에 수치스러워하며,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마법사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너와 나는 같은 색의 장기말일거라고 생각한단다. 마침내 볼드모트를 무찌른 아이와, 네가 세계를 구할때까지 그를 막아두고 있던 늙은이. 네 그 조심성을 뭐라 탓하지는 않겠다, 해리, 우리는 가능한 한 현명하게 행동해야 하니까. 나는 그저 앞으로 네게 다른 인물이 나를 믿지 말라고 조언할때는, 돌다리도 두번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해주고 싶구나.”

“죄송해요,” 해리가 말했다. 이맘때쯤 그는 완전히 자기혐오에 빠져있었다, 그는 간달프를 믿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덤블도어의 다정함은 그의 기분을 더욱 더 악화시켜만 가고 있었다. “교장님을 믿어야 했어요.”

“슬프게도, 해리, 이 세계에서는…” 노마법사가 고개를 저었다. “설령 나라고 하더라도 네 행동을 어리석다고 매도할 수가 없구나. 너는 나에 대해서 몰랐지. 그리고 사실 이 호그와트에서도 네가 웬만하면 믿어서는 안될 인물들이 몇 명 있단다. 심지어 네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인물들 중 몇 명도.”

해리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왠지 모르게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들려왔다. “가령 누구죠?”

자리에서 일어선 덤블도어는, 그의 수많은 도구들 중 하나인, 여덟 개의 침을 지닌 다이얼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노마법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네 눈으로 보기에 그는 상당히 매력적이겠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적어도 ─ 네게는 예를 차리니까. 언어구사력도 뛰어나고, 심지어 감탄스럽기 까지 하지. 네게 언제나 손을 내밀어주고, 도움을, 그리고 조언을 해주는 ─

“아, 드레이코 말포이!” 헤르미온느가 아닌 것에 다소 안도하며, 해리가 말했다. “아뇨, 아뇨 아뇨 아뇨, 교장님은 틀렸어요, 제가 그에 감화되고 있는게 아니라, 제가 그를 교화하고 있는 겁니다.”

다이얼을 바라보던 그 자세 그대로 덤블도어가 굳었다. “네가 뭐라고?”

“제가 드레이코 말포이를 어둠에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거라구요.” 해리가 말했다. “뭐 있잖아요, 착하게 말이죠.”

등을 피며 덤블도어가 해리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는 지금껏 해리가 보아온 그 어떤 표정, 하물며 은색의 기다란 수염을 지닌 사람의 얼굴에 피어난 것들 중 가장 어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가 그 아이의 안에서 찾은 선한 무언가가,” 침묵 끝에 노마법사가 말했다, “그저 네 희망사항이 만들어낸 착각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해리? 네가 바라본 그것이 그저 너를 유혹할 미끼일까 나는 두렵구나 ─”

“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해리가 말했다. “제 말은 만약 그가 속내를 숨기고 선한 사람의 연기를 하고 있는거라면 완벽한 발연기니까요. 이건 그저 드레이코가 온갖 매력을 발산하고 제가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선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간단한게 아니에요. 그가 말포이 가문의 자제이고 만약 굳이 구원한다면 당연하게도 그가 최선의 선택일 뿐이죠.”

덤블도어의 왼쪽 눈이 경련을 일으켰다. “너는 단순히 말포이 가의 계승자가 훗날 네게 커다란 가치가 될 것이기에 사랑과 자애의 ‘씨앗’을 드레이코의 마음에 심겠다는 말이니?”

“제게 뿐만이 아니에요!” 해리가 분개하며 말했다. “제대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영국 마법세계 전역에 도움이 될거라고요! 그리고 드레이코도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것이고 행복할거예요! 이거봐요, 전 어둠에서부터 모든 이를 구출할만한 시간이 없고 어디에서 빛이 가장 유리한 이점을 갖는지 최대한 빨리 알아내야 ─”

덤블도어가 웃기 시작했다. 해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거세게, 거의 비명을 지르듯이 웃어재꼈다. 실로 무례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늙고 강력한 마법사는 바닥을 치며 숨이 부족해질 정도로 웃는 것이 아니라, 진중하고 허허롭게 웃어야 하는 법이다. 해리 또한 ‘막스 브라더스의 스파이 대소동’이라는 영화를 보며 너무 웃은 나머지 말 그대로 의자에서 굴러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덤블도어의 상태가 바로 그 상황이다.

“그렇게 웃기지는 않았아요,” 해리가 한참후에 말했다. 그는 다시금 덤블도어의 온전한 정신상태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안간힘을 다하는 기색이 역력한 덤블도어가 최선을 다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 해리, 지혜라는 ‘병’의 증세 중 하나가 남들이 웃기지 않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웃는 것이란다. 네가 지혜롭다면 말이다, 해리, 실제로 농담을 이해하기 시작하거든!” 덤블도어가 눈물이 고인 눈가를 닦아냈다. “오 이런. 오 이런. 악당은 언제나 실수를 하는 법이지, 그렇고 말고.”

그 낯익은 대사에 해리의 두뇌가 맹렬히 돌아갔다…. “앗, 그거 톨킨의 인용이잖아요! 간달프의 대사 맞죠!”

“정확히는 세오덴이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머글 태생이세요?” 경악하며 해리가 말했다.

“불행히도 아니란다,” 다시 미소를 띠며, 덤블도어가 말했다. “나는 그 책이 출판되기 70년 전에 태어났단다, 얘야. 하지만 대다수의 머글 태생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구나. 나는 단지 20여개의 반지의 제왕과 톨킨의 모든 작품을 3 차례 정도 수집했고, 각각의 수집품들을 모두 동등하게 애지중지하고 있지.” 덤블도어가 지팡이를 꺼내 하늘로 치켜들며 위풍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결코 넘지 못할 것이다! 어때보이니?”

“아,” 뇌가 서서히 정지해가는 것을 느끼며 해리가 말했다. “우선적으로 발록 한마리가 빠진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 분홍빛 잠옷과 뭉게진 버섯 또한 그닥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도움이 안되었다.

“그렇구나.” 한숨을 쉬며 덤블도어는 우울하게 지팡이를 집어넣었다. “불행히도 이 늘그막한 나이에 이제 내게 남은 발록은 고작 몇 밖에 되지 않는구나. 이제는 항상 의제가 산으로 향하고 우주로 향하는 위즌가모트의 회의와, 외국의 인사들과 신경전을 하며 누가 더 고집 센 멍청이인지 겨루는 격식 차린 저녁식사뿐이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외관을 심어주고, 알 도리가 없는 것들 것 대해서 빠삭하고, 사태가 일어나고 뒤늦게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의미심장한 수수께끼들, 그리고 영웅의 길과 법칙에서 벗어난지 오래인 강력한 노마법사가 스스로와 세계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타 모든 사소한 것들도 말이다. 말해서 말인데, 해리, 네게 전해줄 물건이 있구나, 네 아버지가 소유했던 물건이란다.”

“그래요?” 해리가 말했다. “와,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사실 너무 뻔했지, 그렇지 않니?” 그의 얼굴이 엄숙하게 변모했다. “뭐 어쨌거나….”

책상으로 돌아선 덤블도어는 자리에 앉은 뒤, 서랍 하나를 열었다. 두 팔을 모두 서랍 안에 집어넣은 덤블도어는, 힘겹게 다소 커다랗고 둔중해보이는 물건을 끄집어낸 뒤, 그 물건을 쿵 소리와 함께 오크 나무 책상 위에다가 올려놓았다.

“이건,” 덤블도어가 말했다, “네 아버지의 돌이었단다.”

해리는 그것을 가만히 응시했다. 색감은 옅은 회색이었고, 다소 퇴색된 듯한 느낌에, 불규칙했고, 구석은 날카로웠으며, 무엇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커다란 돌이었다. 덤블도어는 안정성을 위해 그것을 그의 책상 정가운데에 놓아 최대한의 면적을 차지하게 했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돌은 책상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해리가 고개를 들었다. “농담이죠, 그쵸?”

“아니란다,” 고개를 저으며 말한 덤블도어의 얼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했다. “나는 이것을 고드릭 골짜기에 있는 제임스와 릴리의 집의 잔해에서 가져왔단다, 너도 그곳에서 발견했지; 그리고 나는 이것을 지금껏 지니고 있었단다, 언젠가 네게 돌려줄 그 날만을 기다리며.”

해리가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가설의 소용돌이 속에서, 덤블도어가 미쳤을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허나 아직 그와 대조적인 가능성에 대한 확률 또한 미약하나마 남아있다…. “음, 이거 마법적인 돌인가요?”

“내가 알기론 아니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서라도, 그 무슨 상황에서라도 반드시 네 곁에 지니고 다니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구나.”

좋다. 덤블도어는 분명 미쳤을지 몰라도…뭐, 불가해의 노마법사의 충고를 무시해서 곤경에 처하는 것도 굉장히 웃기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인생의 가장 허망한 순간에서 4위 안에 들 것이다.

앞으로 나선 해리는 돌에 손을 얹고, 베이지 않고 안전하게 돌을 들 수 있을만한 각도를 찾기 위해 더듬기 시작했다. “그럼 제 주머니에 넣을게요.”

덤블도어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렇게 하면 그 돌은 너라는 존재 그 자체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된단다. 그리고 만약 네가 모크가죽 주머니를 잃어버리거나, 빼앗긴다면?”

“그럼 교장님은 제가 이 무식하게 큰 돌을 제 신체의 일부처럼 들고 다니라는 말씀이세요?”

덤블도어가 해리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겠지.”

“아….” 해리가 말했다. 돌은 다소, 아니 상당히 묵직하게 보였다. “다른 학생들이 제게 각종 질문들을 던질 확률이 굉장히 높을 것 같은데요.”

“내가 명령했다고 전하거라,”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아무도 질문하지 않겠지, 학생들은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니까.” 여전히 그의 얼굴은 진지했다.

“어, 죄송합니다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학생에게 커다란 돌을 항상 들고다니라고 명령하는 교장님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이 충분히 이해가 가기 시작하는데요.”

“아, 해리,” 덤블도어가 말했다. 노마법사가 한번 부드럽게 손짓하자, 장내에 존재하는 모든 기묘한 장치들이 동조를 하는 듯 했다. “젊으면 젊을수록 우리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달았다고 생각하지, 그렇기에 만약 어떤 현상에 대한 설명을 밝혀내지 못하면, 우리는 그 설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치부한단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 먹어갈수록 우리는 세계가 흐름과 이유로 작동된다고 깨닫지, 설령 우리의 자아는 깨닫고 있지 못해도 말이야. 우리에게 ‘광기’로 나타나는 것은 곧 우리의 ​‘​무​지​함​’​이​란​다​.​”​

“현실은 언제나 질서적입니다,” 해리가 말했다. “설령 우리가 그 질서를 모르고 있다고 해도 말이죠.”

“정확하다, 해리,” 덤블도어가 말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 그리고 보아하니 너는 충분히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하구나 ─ 바로 지혜의 본질이란다.”

“그래서…어째서 이 돌을 들고다녀야만 하는 겁니까?”

“사실 이유따윈 잘 모르겠구나,” 덤블도어가 말했다.

​“​…​모​르​는​거​군​요​.​”​

덤블도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지 내가 그 이유를 모른다고 해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

장치들이 까딱거렸다.

“좋아요,” 해리가 말했다, “도저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절대로 세계의 작동법에 대한 우리들의 드러난 무지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닌 것 같군요.”

“아닌거니?” 다소 놀라고 실망했다는 기색이 역력한 노마법사가 말했다.

해리는 이 대화가 결코 그의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을것이라는 기분이 들었지만, 상관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이러한 오류에 정확한 명칭이 있는지조차 의문이지만, 만약 제가 정의를 내린다면, 대충 ‘가설의 특권성’정도 겠군요. 이걸 어떻게 설명하냐…음…한 사람이 대충 백만 개의 상자를 가지고 있고, 단 한 상자 안에만 다이아몬드가 들어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리고 그 사람은 다이아몬드 탐지기가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보유하고 있고, 각개의 탐지기는 다이아몬드를 감지할때마다 반응하며, 반의 확률로 다이아몬드가 없는 상자 앞에서도 반응한다고 합시다. 모든 상자를 20 차례에 걸쳐 탐지기를 사용해 감지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평균 한 개의 오답 후보자와 한 개의 정답 후보자가 남겠죠. 결론은 수만가지의 정답이 산재해있다면, 답을 산출해내는 데 필요한 증거들은 그 백만 개의 가능성 중 정확한 가설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법입니다 ─ 바로 초반부터 주목을 이끄는 것이죠. 두세개의 타당성 있는 후보자들 가운데에서 파악하는 것이 몇배는 더 확률적으로 정답을 찾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그 어떠한 증거도 없이 한 가지의 가능성만을 유심히 주목하게 되어버린다면, 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게 됩니다. 가령, 인구수가 백만명인 도시에 살고 있는데, 살인 사건이 일어났어요, 근데 탐정이 하는 말이, “뭐, 증거도 뭣도 없는데, 모티머 스노드그래스가 저질렀을 가능성은 고려해보았나?”, 였습니다.”

“그가 저질렀니?” 덤블도어가 말했다.

“아뇨,”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후에 살인자의 머리색은 검정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모티머 또한 공교롭게도 검은색의 머리칼을 보유하고 있었죠, 그래서 모두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 결국 모티머가 저질렀구나.’, 라고요.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경찰들이 그를 용의자로 선택할 아무런 이유조차 없이 그에게로 모든 이목과 관심을 끄는 것은 모티머에게 너무나도 불공평합니다. 수많은 가능성이 산재해있을때는, 진정한 답을 찾는 것이 작업의 대부분이죠 ─ 바로 주목을 이끄는 것입니다. 과학자나 재판이 필요로 하는 심증과 물증은 필요없지만, 어떤 실마리는 필요하죠, 그리고 그 실마리는 그 특정한 가능성을 타 몇백만개의 가능성에서 식별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저 허공에서 답을 끄집어내기란 요원한 일이고 불가능하니까요. 그것만이 아니라, 허공에서 고려해볼만한 가능성을 산출해내는 것 조차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제 아빠의 돌을 갖고 다니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족히 수백만 가지는 될 것입니다. 단지 제가 세계에 대해 무지하다고 해서 명백한 불확실성을 느끼며 사고를 해야할지조차 망설인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능성을 사용한 사고의 법칙은 결코 정통의 논리적인 법칙에 꿀리지 않으며, 교장 선생님의 행동은 결코 옳지 않습니다.” 해리가 멈추었다. “물론, 교장님이 아직 언급하지 않은 ‘실마리’가 존재하지 않는 한 말이죠.”

“아,” 덤블도어가 말했다. 고심하는 듯한 기색으로, 그가 볼을 몇번 두드렸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장이로구나, 하지만 백만명의 잠재적 살인자들과 진정 살인을 저지른 자 사이를 유추하는 시점과, 비슷하게 현명한 행동들이 많은데, 개중 단 한가지의 행동만 선택한다는 시점에서 그 주장은 붕괴되지 않니? 나는 네가 아버지의 돌을 들고 다니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는 하지 않았단다, 그저 갖고 다니지 않는 것보다 현명하다고 했을 뿐이지.”

덤블도어는 다시금 고개를 숙여 예의 그 서랍을 열고는, 이번에는 내용물들을 휘저으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 적어도 그의 손은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내가 관찰해 보았는데,” 해리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반격에 마땅한 반박을 고심하고 있던 와중 덤블도어가 말했다, “지식이 뛰어난 이들은 모두 다른 기숙사는 내버려두고 래번클로에 배정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있더구나. 그건 사실이 아니란다; 래번클로에 배정된다는 것은 곧 그 인물의 지식을 탐구하려는 욕망이 크다는 것이지, 지능적과는 거리가 멀지. 평범한 예비 ‘영웅’보다는 예비 ‘신비롭고 늙은 마법사’로 더 치우쳐져 있단다. 나는 네게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던 것 같구나, 해리, 너는 아주 소수의 또래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러니 나는 소량의 모험심을 발휘해, 네게 또 하나의 가보를 건내줄 생각이란다.”

“설마…” 해리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우리 아버지가…또 하나의 돌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아니겠죠?”

“잠깐만,” 덤블도어가 말했다, “나는 여전히 너보다 훨씬 더 늙고 신비로우니 만약 그 어떠한 충격적인 진실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이 내가 되어야만 한단다, 자…오 이런 대체 그걸 어디에 뒀더라!” 덤블도어가 서랍의 더욱 더 깊고, 더 깊은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머리와 어깨, 그리고 상반신 전체가 서랍 속으로 사라지고, 마치 서랍이 그를 먹고 있는 것처럼 그의 하반신만이 보였다.

도대체 저 서랍 속에 얼만큼의 물건이 존재할지 해리는 궁금해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서랍에서 빠져나와 상체를 일으킨 덤블도어는, 각고의 노력 끝에 발견해낸 무언가를 들어, 책상 위의 돌 바로 옆에다가 놓았다.

그건 구석이 너덜너덜하고 낡은 교과서였다: 리바티우스 보레이지가 작성한 ‘중급 마법약 만들기’. 책의 표지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유리병이 그려져있었다.

“이건,” 덤블도어가 억양을 강조하며 말했다, “네 어머니의 5학년 마법약 교과서였단다.”

“그리고 전 이것을 언제 어디서나 몸에 소지하고 다녀야겠군요,”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이건 굉장히 끔찍한 비밀을 내제하고 있지. 이 비밀이 폭로되는 것은 곧 재앙과도 같을 수 있기에 우선적으로 이것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그 어느 것에게도 결코 발설하지 않을 것이라는 ─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라, 해리, 네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생각하던지 간에 ─ 맹세를 받아야겠구나.”

해리는 듣자하니, 끔찍하기 그지없는 비밀을 보유하고 있는, 그의 어머니의 5학년 마법약 교과서의 존재에 대해 잠시 고려해보았다.

문제란 해리는 그러한 맹세들을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옳바른 사람과 행한 맹세는 곧 ‘깨트릴 수 없는 맹세’가 되는 법이다.

그리고….

“저 목이 마른데요,”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그건 절대로 좋은 징조가 아니예요.”

덤블도어는 그 수수께끼와도 같은 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완벽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맹세할 수 있니, 해리?”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의 눈은 해리를 강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 않을 경우 나는 말해줄 수 없단다.”

“네,” 해리가 말했다. ​“​맹​세​하​겠​습​니​다​.​”​ 래번클로의 단점이 바로 이것이다. 저런 권유를 절대로 거절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엔 호기심이 너무 크니까.

“그리고 나 또한,” 덤블도어가 말했다, “지금부터 네게 말하는 모든 것은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진실이라고 맹세하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규칙적으로 덤블도어가 책을 열자, 해리는 책을 보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여기 이 책의 여백들에 적혀있는,” 덤블도어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낮은 나머지 거의 속삭임마냥 들려왔다, “작은 주석들이 보이니?”

해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노르스름한 책의 장은 ‘독수리의 화려함’이라는 마법약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었는데, 대다수의 재료들은 해리가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들이었고 몇몇은 아예 영어에서 유래된 단어조차 아닌 것 같았다. 여백에 휘갈겨 쓴 주석은, ‘여기다가 블루베리 대신 세스트랄의 피를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라고 적혀있었고 그 주석의 바로 밑에서는 다른 필체로 답변이 적혀있었다; ‘몇 주 가량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겠지’.

“네, 보여요,” 해리가 말했다. “그래서 이게 뭐 어떻다고요?”

덤블도어가 두번째의 주석에 손가락을 가리켰다. “이 필체로 작성된 건,”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네 어머니가 쓴 것이란다. 그리고 여기 이 필체로 작성된 건,” 그가 첫번째의 주석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내가 쓴 것이란다. 나 스스로에게 투명 마법을 걸고 그녀가 자고 있을 때 그녀의 기숙사 방에 잠입했지. 릴리는 그것이 친구의 장난이라고 생각한건지, 이를 데 없이 훌륭한 우정 싸움이 자주 일어났었단다.”

그 순간이 되어서야 해리는 호그와트의 교장이 정말, 진정, 진심으로, 미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덤블도어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내 말이 도대체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지 깨닫겠니, 해리?”

“에에에에….” 해리가 말했다. 도무지 말이 나오질 않았다. ​“​죄​송​해​요​…​저​…​아​무​래​도​ 모르는 듯한….”

“뭐, 그럴수도 있지,” 덤블도어가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네 천재성도 한계란 있는법이로구나. 너무 흥분한나머지 유치하게 굴었던 것 같군. 그냥 내가 범죄행위에 대한 그 어떤 자백도 하지 않았다는 척하면 그걸로 좋겠니?”

고정된 미소를 지으며, 해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이죠,” 해리가 말했다. “저기 보아하니 상당히 늦은 시각인 것 같고 공교롭게도 배도 고파오니, 이만 저녁 식사를 하러 내려가 보도록 할게요,” 그리고 해리는 최단 코스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문의 손잡이는 돈다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완벽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해리, 너는 내게 상처를 주는구나,” 자그마한 덤블도어의 목소리는 어째선지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네게 이것을 말해준 이유는 일종의 신뢰의 표시라는 것을 모르는 거니?”

해리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앞에 있는 존재는 기다란 은색 수염을 늘어뜨리고, 뭉게진 버섯 같은 모자를 썼으며, 머글들의 눈에는 세 겹의 분홍색 잠옷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의류를 걸친, 어마어마하게 강력하면서도 훌륭하게 미쳐있는 마법사다.

그의 뒤에는 공교롭게도 현재 작동불능인 것 같은 문이 있다.

덤블도어는 다소 무기력하고 우울해하는 것 같았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마법 지팡이에 기대고 싶어하는 것처럼. “정말이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110년 동안 지켜왔던 삶의 패턴을 버리고 조금 다른 것을 시도할때마다, 별안간 모두 다 도망가기 시작하니 어떡한담.” 노마법사가 침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네게 조금 다른 것을 기대했었다, 해리 포터. 내가 듣기로 네 친구들 또한 너를 미치광이로 취급한다는 것 같거두나. 그들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다. 그와 동등하게 나를 믿어줄 수는 없겠니?”

“이 문을 열어주시죠,” 흔들리는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제 신뢰를 영원토록 잃어버리고 싶지 않으시다면, 문을 여세요.”

그의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듯한 찰칵거리는 음이 들려왔다.

“네게 말해주려고 생각한 것들이 몇 개 더 있었단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리고 만약 지금 저 문 밖으로 뛰쳐나간다면, 너는 그것들에 대해 영원히 알지 못할거다.”

지금 이 순간 해리는 래번클로에 배정되었다는 것을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그는 결코 학생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어, 그리핀도르 해리가 말했다. 그것만 명심한다면 정신적인 공황상태까지 가진 않을 거야. 고작 일이 조금 재미있어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망치진 않겠지, 그렇지?

교장 선생님을 거스르면 안돼! 후플푸프 해리가 말했다. 기숙사 점수를 감점하면 어떻게 해? 그가 너를 싫어하게 되는 순간 너는 암울하기 그지없는 학교생활을 보내게 될 거야!

그리고 비록 해리가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조용히 입을 닥칠 줄 모르는 면은 교장이고, 마법 사장에다가, 국제 마법사 연맹 회장이기도한 이 미친 노마법사의 몇 안되는 친구가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이득을 안겨다주는지 떠벌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의 내면의 슬리데린은 드레이코 보다 사람을 어둠의 이면으로 이끌어들이는 것에 몇배는 더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쌍하게도, 그저 말동무가 필요한 것 같은데? 그리고 너는 저 강대하기 그지없는 사람이 비도덕적인 인물을 신뢰하게 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을거야, 그렇지? 그리고 생각해봐, 만약 네가 그와 친구가 된다면, 그가 네게 얼마나 흥미로운 비밀들을 많이 알려줄까? 게다가 굉장히 우수할 것이 분명한 서재 또한 갖추고 있을것이 틀림없겠지’ 따위를 말하고 있었으니까.

너희들 다 정신병자들이야, 그렇게 해리가 그 자그마한 모임을 향해 쏘아붙였지만, 해리는 만장일치로 스스로의 내면들에게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

몸을 돌린 해리는, 활짝 열린 문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 의도적으로 다시 닫았다. 이미 남겠다고 결정했음에도 잃을 것 없는 희생이었다, 어쨌거나 덤블도어는 그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지만, 적어도 덤블도어를 감탄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해리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는 그 강인하고도 미친 마법사가 다시금 다정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광경을 발견했다. 뭐, 아마도 좋은 징조일것이다.

“제발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해리가 말했다. “저는 감금당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그것에 대해서는 미안하구나, 해리,” 덤블도어가 진심이 담겨있는 것 같은 어조로 사과했다. “하지만 너를 네 아버지의 돌 없이 보내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않았을 거다.”

“물론입니다,” 해리가 말했다. “퀘스트 아이템을 제 인벤토리에 넣기 전에는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한 제가 이성적이지 못했던거겠죠.”

덤블도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책상으로 다가간 해리는, 모크가죽 주머니를 그의 허리띠 앞으로 오게 비틀고는, 각고의 노력 끝에, 그 커다란 바위를 11살의 갸냘픈 팔로 들어올리는 것에 성공하고 그것을 주머니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늘어나는 입’ 주문이 돌을 먹기 시작하자 그는 서서히 무게감이 줄어드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건을 먹이고나서 여김없이 들리는 트림 소리가 다소 크고 짜증마저 서려있었다는 것은 분명 착각일것이다.

그의 어머니의 5학년 마법약 교과서 (상당히 경악스럽기 그지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 또한 얼마 가지 않아 주머니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해리의 내면속의 슬리데린이 교장님의 환심을 사라는 교활한 권유를 해왔다.

“그래서,” 해리가 말했다. “음. 제가 여기 머무르는 동안만이라도, 이 교장실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없나요? 여기 있는 물건들이 조금 흥미로워서 말이죠,” 그러나 그건 정말 절제할대로 절제해서 표현한 것이다.

그를 응시하던 덤블도어는, 이내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흥미를 가져다주니 고맙구나,” 덤블도어가 말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게 소개할게 많지는 않은 것 같구나.” 벽 쪽으로 한걸음 다가간 덤블도어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초상화를 가리켰다. “이 초상화들은 모두 역대 호그와트의 교장님들이란다.” 몸을 돌린 그가 책상을 가리켰다. “이건 내 책상이지.” 그가 그의 의자를 가리켰다. “이건 내 의자고 ─”

“실례하지만,” 해리가 말했다, “저는 사실 이것들이 가장 궁금했어요.” 해리는 ​“​부​글​…​부​글​…​부​글​…​”​이​라​고​ 조그맣게 속삭이고 있는 자그마한 정육면체를 가리켰다.

“오, 그 장치 말이니?”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건 교장실과 함께 딸려온 물건이기에 어디에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단 한 개도 모른단다. 하지만 이 여덟 개의 침이 달려 있는 다이얼은, 그러니까, 프랑스의 국경 안에 있는 왼손잡이 마녀들이 재채기한 숫자를 세주는 도구란다,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얼마나 피땀을 흘렸는지 모를게다. 그리고 이 금색의 위블러가 부착된 건 내 발명품으로 미네르바는 죽었다 깨어나도, 하늘이 무너져도 이것이 무엇에 사용되는 물건인지 절대로 밝혀내지 못할거다.”

잠시 이 모든 것을 머릿속으로 처리하는 동안 덤블도어가 모자걸이로 다가갔다. “알다시피 이건 바로 마법의 분류 모자지, 이미 구면인 것 같군. 배정식이 끝난 후에 내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도 절대로 자신을 네 머리 위에 놓지 말라고 경고하더구나. 너는 호그와트의 역사에서 14 번째로 모자에게 그러한 경고를 받았단다, 개중 한명이 바바 야가였고 나머지는 네가 더 크면 말해주마. 이건 우산이란다. 이것 또한 우산이지.” 몇걸음 더 나아간 덤블도어가, 환하게 웃으며 돌아보았다. “그리고 물론, 나의 사무실에 오는 이들 중 대다수가 ‘퍽스’를 보고 싶어한단다.”

덤블도어는 금색의 연단 위에 있는 새 옆에 서있었다.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한채, 해리가 걸어갔다. “이게 퍽스라고요?”

“퍽스는 불사조란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아주 귀하고, 굉장히 강력한 마법 생물이지.”

“아….” 해리가 신음했다. 고개를 숙이며 그는 그 작고, 반짝거리는 눈을 정면으로 주시했지만, 그 안에서는 단 한 톨만큼의 강대함이나 지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아….” 해리가 다시 한번 신음했다.

어째선지 그에게는 이 새의 형태와 특성이 굉장히 낯익어 보였다. 사실 이게 낯설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어어….”

뭔가 지혜로운 말을 내뱉어! 해리의 정신이 스스로에게 고함쳤다. 웅얼거리는 머저리처럼 서 있지 말고!

도대체 뭘 어떻게 말하란 말야?! 해리의 정신이 반격했다.

아무거나!

그러니까, “퍽스는 닭이잖아요”를 제외하고 말이지 ─

그래! 그 말 빼고 아무거나 어서 지껄여!

“그러니까, 어, 그럼 불사조는 무슨 마법을 구사할 수 있죠?”

“그들의 눈물은 회복의 능력이 있단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들은 불의 생물이지, 그리고 불이 꺼졌다고 순식간에 다른 장소에서 불타오르는 것처럼 그 어느 장소로도 쉽게 비행할 수 있고. 그들이 사용하는 마법력은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나머지 수명 자체는 짧지만, 그럼에도 생물체가 접근할 수 있는 불사의 경계에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이 다가간 생물일거다, 육신의 수명이 다할때마다 그들은 스스로를 불태워 그 재에서 다시 어린 새로 태어나거나, 심지어 알의 상태로 돌아갈 때도 있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덤블도어는 닭을 살피며, 인상을 찡그렸다. “흐음…상당히 무기력해 보이는구나, 내가 보기에는.”

해리의 머리가 이 말을 완벽하게 받아들인 순간, 닭은 이미 화염에 휩싸이고 있었다.

닭이 애달프게 부리를 열었지만, 한차례 힘차게 울기도 전에 삽시간에 불타올라 재로 화해버렸다. 초열은 짧았지만 거셌고, 한 지점에 집속되어 있었다; 매캐한 탄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불꽃은 타오르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연소되어, 볼품없는 자그마한 재의 둔덕만을 연단 위에 남기고는 사라졌다.

“그렇게 충격받을 필요 없단다, 해리!” 덤블도어가 말했다. “퍽스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주머니에 오른손을 넣은 덤블도어가, 손을 꺼내고 재의 둔덕에 파묻어 작고 노르스름한 알을 꺼내었다. “자, 보렴, 여기 알이 있잖니!”

“오…와아…참 대단하군요….”

“하지만 이만 이야기를 전개하도록 해야겠구나,” 덤블도어가 말했다. 닭이 남긴 재 속에 알을 두고는, 그는 옥좌로 되돌아가 착석했다. “알다시피 조금 있으면 저녁 시간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네 시간을 돌리는 시계는 사용해서는 안되니까.”

그 무렵 ‘해리 정부’는 바야흐로 정권의 탈환을 향한 거센 시대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호그와트의 교장이 닭에 불을 질러버리는 광경을 본 순간 슬리데린과 후플푸프가 서로 세력을 바꾼 것이다.

“네, 그렇죠,” 해리의 입이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저녁이죠.”

너 또 웅얼거리는 머저리처럼 들리고 있어 라고 해리의 내부 비평가가 냉정하게 평론했다.

“자,” 덤블도어가 말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네게 자백할 것이 있단다, 해리. 자백과, 사과를 말이다.”

“사과 그거 좋죠.” 의미조차 모르겠어!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노마법사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자백을 하고 난 이후에도 네가 그렇게 생각할지 어떨지 모르겠구나. 해리, 나는 여태껏 네 인생 그 자체를 내가 원하는대로 조종하고 있었단다. 너를 그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양부모에게 맡긴 인물도 다름아닌 나다 ─”

“제 양부모님은 결코 사악하지 않아요!” 해리가 불쑥 내뱉었다. “아니, 제 부모님은요!”

“사악하지 않다고?” 놀라고 실망한 기색이 다분한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러니까 요만큼도? 그건 법칙에 어긋나는데….”

해리의 내면의 슬리데린이 그 존재하지 않는 입으로 우렁차게 비명을 질렀다, 저 미치광이가 너를 그들과 분리시키기 전에 어서 닥쳐 이 멍청아!

“아뇨, 아뇨,” 입술을 지독할정도로 일그러뜨리며, 해리가 부정했다, “교장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기 싫었어요, 사실 우리 양부모님은 굉장히 악독하고 사악하답니다….”

“정말이니?” 몸을 그에게 향해 기울인 덤블도어가 그를 강렬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정확히 어떻게 하던?”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해라. “아, 그러니까, 설거지도 하고 수학 문제도 풀어야 하고 책을 많이 읽지 못하게 하고 그리고 ─”

“아, 좋군, 아주 좋아,” 다시금 등을 기대며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가 슬픈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것에 대해서 사과해야 하겠구나. 내가 어디까지 했었지? 아, 그래. 해리, 지금껏 네 인생에서 일어난 모든 불행과 불쾌한 일들은 모조리 내탓이란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너는 아마 내게 굉장히 분노하고 있겠지.”

“그럼요! 저는 무지하게 화났다고요!” 해리가 말했다. “크르르!”

해리의 내부 비평가가 주저없이 그에게 ‘역사상 최대의 발연기상’을 수여했다.

“그리고 또,” 덤블도어가 말했다, “혹시 너나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진심으로, 진정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우선적으로 해두고 싶구나. 이미 일어나버린 일들과, 앞으로 일어나버린 일들에 대해서.”

노마법사의 눈가에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 머리 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너무나도 격노한 나머지 교장님이 달리 할 말이 아무것도 없으시다면 당장 저 문을 박차고 나가버릴 정도로 말이죠!”

그냥 저 인간이 네게 불을 지르기 전에 어서 튀어! 슬리데린, 후플푸프, 그리고 그리핀도르가 비명을 질렀다.

“이해한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해리. 너는 3층 복도에 있는 금지된 문에 다가가서는 안된단다. 네가 그 수많은 함정들을 뚫고 지나갈 순 없을 뿐더러, 나는 네가 시도하다가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싶지 않구나. 솔직히 네가 첫번째 문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구나, 그 문은 잠궈져있고 네가 ‘알로호모라’라는 주문을 알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

몸을 회전하다시피 돌린 해리는 출입구를 향해 전속력을 향해 달렸고, 고맙게도 손잡이가 제대로 작동되자 미친듯이 질주한 그는 나선계단이 회전하는 순간에도 헐레벌떡 내려간 나머지 몇 번이고 넘어질 뻔 했다. 찰나의 시간 안에 밑에 도착하자 석상이 그의 길을 비켜주었고, 해리는 마치 포탄처럼 계단통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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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해리 포터는 분명 어떻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모두에게 목요일은 분명 동등함에도, 해리를 제외한 다른 이에게는 이러한 기상천외한 일들이 분명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시각은 목요일 오후 6시 21분인 지금,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계단통에서 포탄처럼 뛰쳐나온 해리 포터는, 교장 선생님에게로 향하던 중 복도의 구석을 돌던 미네르바 맥고나걸에게 충돌하고 말았다.

다행히다 양쪽 모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오늘 아침 해리가 들었던 설명에서 알수 있다시피 ─ 그가 영원토록 빗자루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거부하던 그 무렵 ─ 퀴디치에서는 선수들에게 부상을 입히기 위해 통짜 쇠로 만들어진 블러저를 사용했다, 마법사들은 머글보다 충격에 대한 내성이 강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럼에도 해리와 맥고나걸 교수 양쪽 모두 바닥에 나뒹구는 것은 피할 수 없었고, 그녀가 들고 있던 양피지들은 모두 화려하게 복도 바닥에 흩어졌다.

살을 에는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해리 포터,” 해리의 바로 옆에 널부러져 있는 맥고나걸 교수가 숨을 들이켰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비명에 가깝게 높아졌다. “도대체 교장님의 사무실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니?”

“아무것도 안했어요!” 해리가 즉답했다.

“방어술 교수님에 대해 말한거니?”

“아니라구요! 교장님은 저를 소환하시고는 제게 커다란 돌을 주시더니 앞으로 언제 어디서나 그것을 곁에 지니고 다니라고 하셨어요!”

또다시 살을 에는 정적이 일었다.

“그렇구나,”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이나마 차분해져 있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그녀가 옷을 털고는, 아수라장처럼 흩어진 양피지들을 노려보니, 차곡차곡 쌓이며 마치 그녀의 시선이 두렵다는 듯이 복도 한켠으로 직행했다. “네 말을 믿지 못해 미안하구나, 포터.”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자리를 박찬 그는 일어서서, 그녀의 믿음직스럽고, 제정신인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님….”

“무슨 일이니, 포터?”

“정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해리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우리 아빠의 돌을 언제 어디서나 갖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맥고나걸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교장님과 네가 결정할 일이다.” 그녀가 주저했다. “하지만 교장님의 말씀을 무시하는건 결코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란다, 거의. 네 딜레마에 대해서는 미안하구나, 포터, 만약 내게 도움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말하거라 ─”

“어,” 해리가 말했다. “사실 저는 만약 제가 이 돌을 반지로 변신시키는 방법을 배우기만 한다면 제 손에 끼고 다닐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게 변신술을 유지시키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다면 ─”

“내게 먼저 물어본 건 잘한 일이다,” 맥고나걸 교수가 얼굴을 조금 굳히며 말했다. “네가 그 변신술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순간 마법은 역류해 손가락은 물론이고 네 손 자체를 반절로 찢어버리고 말거다. 그리고 네 나이에는 그 작은 반지조차 마법의 고갈 없이 반영구적으로 유지시키기에는 너무나도 큰 물체다. 하지만 작은 보석을 얹을 만한 장소가 있는 반지를 만들어 줄 수는 있다, 그곳에 마시멜로 같이 안전한 물건을 변신시켜 유지시키는 것을 반복하면 되겠지. 네가 변신술의 유지를 숙면 중에도, 한 달 동안 단 한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하게 된다면, 네가 그, 뭐냐, 아버지의 돌을 변신시키는 것도 허락해주겠다….” 맥고나걸의 목소리가 점차 흐려졌다. “정말 교장 선생님이 그렇게 ─”

“네. 아…음….”

맥고나걸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건 아무리 교장님이라고 해도 이상한 일이구나.” 그녀가 상체를 구부려 양피지 무더기를 들어올렸다. “이 문제에 대해선 미안하구나, 포터. 너를 믿지 않았던 점은 사과하마. 하지만 이제는 내가 교장님을 볼 차례인 것 같구나.”

“아…행운을 빌게요, 아마도. 어….”

“고맙구나, 포터.”

​“​어​…​그​러​니​까​…​.​”​

석상을 향해 걸어간 맥고나걸 교수가, 무음으로 비밀번호를 중얼거리더니, 회전하는 나선 계단에 올라섰다. 그녀가 서서히 상승하며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석상이 입구를 가려가는 순간 ─

“맥고나걸 교수님 교장님이 닭에다가 불을 질렀어요!”

“뭐라─”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새로운 별명 '교'를 얻은 덤블도어.

2. 명탐정 코난 뺨치는 추리력, 덤블도어.

3. 톨킨 빠돌이 덤블도어.

4. 미쳐도 제대로 미친 덤블도어.

5. 제임스 포터의 애완용(?) 돌.

6. 미친 덤블도어에게 발린 해리포터.

7. 여자 기숙사에 투명 마법을 걸고 잠입한 용자 덤블도어 스네이크.

8. 해리가 학대당하지 않고 자란게 못내 안타까운 덤블도어.

9. 퍽스 = 닭.

10. 가지 말라고 해놓고 잠금 해제 주문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덤블도어.

순수 본문 용량 50 ​k​b​.​.​.​죽​겠​슴​다​.​

파란만장한 이번화네요. 17화도 이걸로 끝입니다. 목요일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 왜이렇게 많은지, 해리도 참 인생을 유쾌하게 사는군요....

개그요소가 상당히 많네요, 이번화는. 특히 덤블도어의 개그 캐릭터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흑막이자 선역이자 개그 캐릭터라는 1인 3역을 하고 있는 주옥같은 인물입니다. 나름대로 해리도 선전하고 있었습니다만, 결국 연륜과 덤블도어의 뭐같은 성격에 발리고 말았네요. 여자 기숙사에 당당히는 아니고 투명 마법을 이용해 잠입한 용자 덤블도어. 릴리가 알면 뭐라 그럴까요.

저 퍽스 건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작가님의 언급이 없었으니 100% 확실한건 아닙니다만, 저 '닭'이라는 표현은 아마 그저 퍽스가 닭같이 생겨서가 아닌, 진짜 '닭'입니다 --... 말 그대로 모양만 그럴듯하게 해서 닭을 불사조라고 우긴 것이죠. 불 타는 광경은 말 그대로 덤블도어가 진짜 마법을 써서 닭을 불태운 거고, 알은 덤블도어가 주머니에서 순식간에 빼서 재 속에 파묻은 다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뺀 겁니다. 당연히 해리는 벙쪄버렸죠. 여러모로 막나가는 사람입니다, 이 덤블도어라는 놈은.

...근데 다음 화도 17화에 맞먹는 용량에, 금요일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다룬 겁니다. 뭐야 이거....

이번 화에 삽화도 몇개 있으니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뭐같이 긴 화를 끝낸 기념, 그리고 선작 2000돌파 기념으로, 이거 원작 작가님 소개를 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이런건 안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서...

Elizer ​Y​u​d​k​o​w​s​k​y​,​ 1979년에 태어난 32세의 중년. 인공지능 연구의 선두주자. 2000년 때 ​S​i​n​g​u​l​a​r​i​t​y​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S​I​A​I​)​ 를 공동설립. 옥스퍼드 대학의 스폰서를 받으며 ​O​v​e​r​c​o​m​i​n​g​ Bias 라는 블로그를 개설.

옥스퍼드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의 Global ​C​a​t​a​s​t​r​o​p​h​i​c​ Risk에 무려 챕터 2개를 씀. Creating Friendly AI, Levels of ​O​r​g​a​n​i​z​a​t​i​o​n​ in General ​I​n​t​e​l​l​i​g​e​n​c​e​,​ Coherent ​E​x​t​r​a​p​o​l​a​t​e​d​ Volition, Timeless Decision Theory 등 각종 과학책들의 저자.

더욱이 중요한 건 위키피디아에 이름이 올라와있습니다.

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은 영어권의 팬픽계에서 당당히 #1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서평만 해도 무려 14000개, 팬픽션 계에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팬픽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위키는 물론이고, 각종 블로그에다가 수많은 과학자들마저 이 팬픽을 읽고 감상을 웹에 올렸으니까요. 일개의 팬픽에 일종의 팬덤마저 생긴것입니다. 지금으로써는 팬픽을 넘어선 작품이라고 불러도 되겠군요 (더 자세한건 제 뜰에 있습니다)

...오메.

...번역하면서 내내 어째 논문을 번역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진짜 논문을 몇개 쓴 사람이었어....

...이런 대단한 사람이 작성한 팬픽을 번역하다니,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제 자신이 좀 대단하게 느껴지는군요. 진짜 박사가 쓴 팬픽을 ​번​역​하​다​니​.​.​.​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신경쓰지 않고 있던 책 신청수가 천원돌파하는군요. 35건이 뭡니까 ​ㅋ​ㅋ​ㅋ​ㅋ​ㅋ ​

이거 책으로 못만드니까 그만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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