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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Original |

Translator | 송장의간장

가장된 지혜로움 1화


휙. 탁. 즈즈. 딩. 철푸덕. 펑. 칭. 톡. 반짝. 부글. 삐. 쿵. 뽀각. 고오오.

월요일의 마법 수업 도중, 플리트윅 교수는 말없이 해리에게 다가가 잘 접힌 양피지를 건내주었다. 펼쳐보니 안에는 해리에게 시간이 비는 대로 교장실로 그 어느 누구에게도, 특히 드레이코 말포이나 퀴렐 교수에게 들키지 않고 찾아오라고 적혀있었다. 교장실 앞에 버티고 있는 석상의 일회용 비밀번호는 “비위 약한 수염수리”. 그와 함께 동봉된 현실감 넘치는 플리트윅 교수의 초상화가 가끔가다 눈을 껌벅거리며 그를 근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쪽지의 바로 밑에는 ‘쓸데없는 문제는 만들지 말도록’이라는 문구가 강조 한 번으로는 모자라다는 듯이 세 번이나 밑줄이 그어져있었다.

고로 해리는 변신술 수업을 끝내고, 헤르미온느와 함께 공부를 하고, 저녁을 먹고, 충심어린 부관들과 대화도 나누고, 마침내 시침이 9시에 도달했을 때 투명 망토를 쓰고 시간을 오후 6시로 돌렸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해리는 석상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나선형 계단을 올라갔고, 나무문을 열어, 각종 이상한 장치들이 난무하는 방에 도달해, 은빛의 기다란 수염을 자랑하는 교장님의 앞에 섰다.

이번에는 어째선지 덤블도어의 특유의 미소는 온데간데 없고 진중함만이 그 주름진 얼굴에 떠올라있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짙고 수수한 보라색 잠옷을 입고 있었다.

“와줘서 고맙구나 해리,” 교장이 말했다. 노마법사가 그의 왕좌에서 일어나, 기괴한 장치들이 가득한 방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혹시 어제 루시우스 말포이와 맞닥뜨린 사건에 대해 적은 메모를 소지하고 있니?”

“메모요?” 해리가 불쑥 말했다.

“너라면 그런 굵직한 사건들을 분명 어딘가 ​적​어​놓​았​을​텐​데​…​.​”​

해리는 다소 창피함을 느끼고 말았다. 그래,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암시하는 내용이 가득한 괴이한 대화를 나눈 이후 당연하다시피 해야할 행동은 바로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곧장 어딘가에 적어놓는 것이다. 나중에라도 읽어 해석해나갈 수 있게 말이다.

“할 수 없군,” 교장이 말했다, “최대한 기억을 읊어보렴.”

해리는 부끄럽다는 듯이 최대한 그의 기억을 살려 조곤조곤 읊기 시작했다. 반절 정도 지났을까, 문득 그는 사전에 생각을 정리해두지 않고 살짝 미쳐있을 가능성이 높은 교장님께 모든 진실을 털어놓는 행위는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허나 그 직후 분명히 악당 쪽이자 덤블도어의 적은 루시우스이기에 오히려 모조리 말하는 것이 더 좋은 생각인 것 같다는 상념이 찾아왔고, 이미 말을 시작했으니 사건을 재구성해나갈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서기 시작했다….

고로 해리는 그 사건의 회상록을 양심적으로 끝마쳤다.

해리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덤블도어의 얼굴은 더더욱 노회해져갔다. 진중한 공기가 방안을 메워갔다.

“그렇다면,” 덤블도어가 말했다. “최대한 말포이 가의 후계자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를 방지하도록 노력해야하겠구나. 나 또한 그리 하도록 하마.” 교장의 인상은 도무지 펴질 생각을 안했다. 그의 손가락이 불규칙적으로 ‘레리엘’이라고 적힌 판의 검은색 먹물이 진 표면을 두드렸다. “그리고 앞으로는 말포이 경과의 접촉을 가능한 피하는 것이 현명할거다.”

“그가 제게 보낸 편지들을 중간에 가로챈건가요?” 해리가 물었다.

교장은 기나긴 시간동안 말없이 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선지 해리는 통상적이라면 활활 끓어올랐어야 할 분노를 그닥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지금 당장은 교장님의 입장에 조금 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해리조차도 어째서 덤블도어가 그가 루시우스 말포이와 연루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코 악의가 있는 충고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교장님이 자비니를 협박하는 것과는 다르게…하지만 그조차도 오로지 자비니의 증언만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여태껏 자비니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인물이었고, 사실 자비니가 퀴렐 교수에게서부터 가장 공감을 얻을 수 있게 이야기를 각색하여 위증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떤가요. 저는 교장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해리가 말했다, “교장님께서는 계속해서 제게 향하는 부엉이를 도중에 가로채도 좋지만, 제게 말은 해주는 것으로 말이죠?”

“불행하게도 나는 지금까지 이미 네게서부터 너무나도 많은 부엉이를 가로챘단다,” 덤블도어의 음성은 진지했다. “해리, 넌 유명인사란다, 그리고 만약 내가 되돌려보내지 않았다면, 너는 심지어 외국에서까지 먼 길을 오는 것을 포함해 매일 약 수십 개 이상의 편지를 받게 됐었겠지.”

“그건,” 일말의 분노를 느끼게 된 해리가 입을 열었다, “너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개중 대다수는,” 노마법사가 나지막히 말을 이어갔다, “네게 불가능을 요구할 거다. 물론 난 단 한 개도 펼쳐 읽어보지 않았고, 그저 미발송된채로 발송자에게 되돌려보냈지. 허나 나는 딱히 보지 않아도 그 편지의 내용들을 안단다, 내게도 항상 오곤느 하니까. 그리고 매일 미처 아침 식사를 하기도 전에 마음이 약 여섯 차례나 부숴지는 나날을 반복하기에는 해리, 너는 아직 너무나도 어리다.”

해리는 그의 신발만을 내려다보았다. 여기서는 그래도 편지를 자신이 읽고 그런 것은 스스로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테지만…그의 내면에서 작디작은 상식이 점차 속삭여오더니, 이제는 거의 비명을 지르며 그를 막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해리가 중얼거렸다.

“너를 여기 소환한 또다른 이유는,” 노마법사가 말했다, “네 특수한 재능에 관해 개인적으로 상담을 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변신술 말인가요?” 놀랍다는 기색의 해리가 기쁘게 되물었다.

“아니, 그 특수한 재능이 아니야,” 덤블도어가 말했다. “말해주렴, 해리. 만약 디멘터가 이 호그와트 성내에 들어오게 된다면, 너는 그것을 이용해 어떤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니?”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퀴렐 교수가 학생들에게 패트로누스 마법을 가르치기 위해 우선적으로 주문과 동작을 가르치고, 실전을 위해 진짜 디멘터를 학교에 들여오기를 부탁, 아니 요구를 해왔다고 한다.

“퀴렐 교수님 본인은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신단다,” 장치들 사이를 거닐며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건 언제나 결코 좋은 징조라고는 할 수 없지. 허나 배움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얼마든지 외부에서 패트로누스 마법을 가르칠 강사를 초청해도 상관없다는 조건을 걸었단다; 내가 거부한다면, 본인이 모든 경비를 부담한다고까지 했지. 솔직히 감탄할 수밖에 없더구나. 허나 이제는 실제 디멘터를 들여오기를 요구하다니─”

“교장님,” 해리가 나지막히 말했다, “퀴렐 교수님은 실제 같은 전투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실전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 여깁니다. 실제 디멘터를 들여오려는 생각은 지극히 교수님다운 행동이라고 생각되네요.”

교장은 해리를 기이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답다고?”

“제 말은,” 해리가 말을 이었다, “퀴렐 교수님의 통상적인 행동양식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해리는 말을 흐렸다. 어째서 굳이 이런 식으로 설명해버렸을까?

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래, 그건 그저 핑계에 불과해. 엄밀히 말하자면 굉장히 타당한 핑계지; 네가 이해하고 있는 범위를 상회할정도로. 패트로누스 마법을 발현할 수 없는 마법사들이 실제로 디멘터를 맞닥뜨렸을 때, 뿌옇한 안개마저 뛰어넘어 완벽한 형체를 가진 패트로누스를 불러올 수 있게 되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단다. 어째서 이러한 현상을 일어나는가는, 아무도 모르지; 허나 사실은 사실이야.”

해리가 인상을 썼다. “그렇다면 어째서 교장님이 그렇게 의심스러워 하는지 이해가 안─”

교장은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팔을 벌렸다. “해리, 우리 방어술 교수님께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어둠의 생물을 호그와트 성내로 들여오기를 요구한거란다. 자연스럽게 의심할 수밖에 없지.” 교장이 한숨을 토해냈다. “허나 디멘터는 철저한 감시 하에 특수 제조된 철창에 가둬질 것이고, 내가 직접 감독할 게야 ─ 그야말로 흠을 찾아볼 수 없는 철통보안일 터. 허나 내 통찰력으로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도사릴 수도 있기에, 이렇게 너한테 물어보는 거란다.”

해리는 입을 딱 벌리고 교장을 멍하니 응시했다. 너무나도 충격을 받은 나머지 숨을 쉬는 것조차 그만 잊어버렸다.

“저한테요?” 해리가 물었다.

“그렇단다,” 희미하게 미소를 지은 덤블도어가 긍정했다. “난 항상 적들의 사고를 파악하려 노력한단다, 그들의 사악함을 꿰뚫어보아 다음 행동을 예측해보고는 하지. 허나 그런 나조차도 후플푸프 학우의 뼈를 깎아 무기로 만들겠다는 상상은 고려조차 해보지 않았다.”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가 있나?

“교장님,” 해리가 힘없이 말했다, “다소 신빙성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전 정말 진지합니다: 저는 결코 악한 게 아니라, 그저 굉장히 창의적일 뿐─”

“네가 악인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덤블도어가 진지하게 대꾸했다. “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지; 허나 그들은 그저 ‘지혜’을 가장하는 것뿐이야. 오히려 그건 사랑을 모르고,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안해보고, 사랑을 이해할 수 없는 악이지. 그리고 난 네가 스스로를 계속 사랑하면서도 나보다 훨씬 더 어둠의 마법사들의 생각을 쉽게 예측할 수 있을거라고 확신한단다. 그러니까 해리,” 교장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만약 네가 지금 퀴렐 교수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면, 디멘터의 반입이 호그와트 내에 허가되었을 때 무슨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니?”

“잠깐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말한 해리는 반쯤 멍하니 교장의 책상 앞에 있는 의자로 비틀비틀 걸어가 앉았다. 이번에는 작은 나무 의자가 아니라 커다랗고 푹신한 의자였기에, 해리는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마치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덤블도어는 그가 퀴렐 교수의 수를 읽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첫째: 해리는 덤블도어보다는 퀴렐 교수에게 조금 더 호의적인 편이었다.

둘째: 이 시점에서 가설은 바로 방어술 교수가 뭔가 악행을 저지르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가정법이 들어맞는다는 경우, 그를 방지하기 위해 해리는 교장님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한다.

그리고 셋째….

“교장 선생님,” 해리가 말했다, “만약 정말로 퀴렐 교수님이 뭔가 꾸미고 있다면, 저는 도무지 그의 계략을 읽을 자신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경험부터 저와 차이가 월등하게 나니까요.”

노마법사는 고개를 저었다. 어째선지 미소를 띠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결연한 표정이었다. “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구나.”

해리가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구나,” 노마법사가 말을 이었다, “바로 이 교장실에서, 냉막하고 절제된 행동으로 슬리데린 기숙사 사감과 맞서고, 학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장을 협박하던 그 앳된 소년이. 나는 그 소년이 퀴렐 교수님이나 루시우스 말포이보다 더 노련하다고 생각하고, 언젠가 볼드모트의 적수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상담을 하고 싶은 건, 바로 그 소년이란다.”

언급된 그 이름에 해리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오싹함을 억누르며, 교장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건가…?

교장은 해리가 미지의 암흑면의 가장 깊은 장소까지 빠졌을 당시를 목격한 인물이었다. 아직도 시간을 돌려 투명한 상태에서, 과거의 자신이 슬리데린 상급생들을 맞서는 광경을 바라보는 느낌이 어떠했는지 해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마에 흉터가 새겨진 소년은 다른 이들과는 사뭇 다르게 행동했다. 물론 교장은 교장실에서의 사건부터 줄곧 그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을 터….

그리고 덤블도어는 그의 애완 영웅이 운명의 숙적인 어둠의 마왕과 맞설 정도로 노련, 요컨데 ‘교활’하다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사실 어둠의 마왕이 하수인들의 왼쪽 팔에 확연하게 드러나는 어둠의 표식을 새기고, 그가 그리도 사사받고 싶었던 무술을 가르치는 수도원을 몰살시킨 꼴을 보면 그리 놀라운 결론은 아니었다.

퀴렐 교수와 맞먹을 교활함이라는 건 차원이 틀린 문제였다.

그러나 해리가 냉담하고 어둡게 되어 기막힐정도로 교활한 대답을 할때까지 교장은 흡족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명백했다…그와 동시에 그가 내놓은 적절한 답변 때문에 실제로 퀴렐 교수가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방어술 수업에 차질이 가지 않도록 해야한다….

또한 나름대로 정직하기 위해 잠깐 암흑면으로 빠져 실제로 그쪽의 입장에서 고려해보기는 할 것이다.

“디멘터의 반입 방법과,” 해리가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 감독될 것인지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세요.”

그 말에 눈썹을 잠시 치켜올리던 덤블도어는, 이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디멘터는 세 명의 오러에 의해 호그와트 부지로 운송될 것이다. 오러들은 전부 교장과 개인적인 면식이 있는 인물들이며, 모두 완벽한 형상이 존재하는 패트로누스 마법이 가능한 인재들. 부지의 끝부분에서 대기하고 있는 그들을 덤블도어가 직접 찾아간 뒤, 몸소 디멘터를 호그와트의 결계 속으로 들일 것이다─

해리는 그 ‘통과’가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 물어보았다 ─ 바로 그 같은 디멘터를 다음날에도 누군가가 아무렇지 않게 호그와트 결계 내로 반입시킬 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에 의해서였다.

통과는 일시적이었고 (교장이 고개를 굳게 끄덕이며 답변해주었다) 설명이 계속되었다: 디멘터는 변신술을 이용한 것이 아닌 순수 티타늄으로 이루어진 철창 속에 갇혀있을 것이다; 디멘터의 존재하에 금속은 점차 부식해 먼지가 되어버리겠지만, 고작 하루 정도야 충분히 버티고도 남는 고강도의 철창이었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은 세 명의 오러들 중 두 명이 유지하고 있는 두 형체화 패트로누스에 의해 막힌 디멘터에게서 멀리 떨어져있을 것이다. 덤블도어는 디멘터의 우리 곁에서 그의 패트로누스와 함께 대기할 것이다. 단 한 명의 학생이 디멘터에게 접근한다; 덤블도어가 그의 패트로누스를 해제한다; 그리고 학생이 스스로 패트로누스 마법을 발현해보려 한다; 만약 그 학생이 실패할 경우, 그의 정신이 돌이킬 수 없을 지경까지 훼손되기 전에 덤블도어가 곧바로 패트로누스를 재전개한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전 결투 챔피언인 플리트윅 교수 또한 현장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독할 것이다.

“어째서 교장님만 디멘터 곁에 대기하시는 건가요?” 해리가 물었다. “혹시 모르니 주변에 오러 한 명이라도 같이 대기─”

그러나 교장은 고개를 저었다. “설령 오러들이라고 해도 내가 패트로누스를 해지할때마다 훤히 노출되는 디멘터의 사악한 기운을 얼마 버틸 수 없을 게다.”

그리고 설령 무슨 연유에든 간에 학생이 디멘터에게 근접한 와중 덤블도어의 패트로누스가 먹통이 될 경우, 잠자코 대기하고 있던 세 번째의 오러가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패트로누스를 시전하면 된다….

해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보안 자체에 허점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고로 해리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의자에 더욱 더 몸을 파묻으며, 눈을 감고는 그 날을 회상했다:

“그리고…5점? 아니, 네 건방진 태도로 인해 래번클로에서 10점 감점으로 해두지.”

냉혹한 감정은 예전보다 더 느릿하게, 그리고 석연치 않게 엄습했다. 최근 들어 암흑면으로 빠져본 적이 없기 때문인가….

그 날 마법약 수업의 기억을 처음부터 끝까지 회상했을 무렵, 해리의 표정은 건드리기만 해도 얼어붙을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리고는 디멘터를 떠올렸다.

모두, 뻔하디 뻔했다.

“디멘터는 그저 눈속임일 뿐입니다,” 해리가 입을 열었다. 덤블도어가 그리도 원했던 것처럼 그의 음성은 냉엄하기 그지없었다. “거대하고, 모두에게 두드러진 위협이지만, 그와 동시에 직설적이며 손쉽게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죠. 고로 모두의 시선이 디멘터에게로 향했을 때, 진정한 계략은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을 겁니다.”

잠시 해리를 직시하던 덤블도어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교장이 말했다. “그리고 만약 퀴렐 교수님께서 정말 악의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눈속임’이 무엇을 위해서일지도 대략 짐작이 가는구나…고맙다, 해리.”

허나 교장은 여전히 해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노회한 그의 눈동자에는 기이한 시선이 담겨있었다.

“뭐죠?” 핏줄을 타고 흘러내리는 냉기어린 피를 주체하지 못한 해리는 저도 모르게 짜증스럽다는 듯이 대꾸했다.

“사실 물어볼 질문이 하나 더 있단다, 얘야,” 교장이 말했다. “기나긴 세월을 고민하고 또 고뇌해왔지만, 오늘 이 날까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던 의문이 있어. 어째서인가?”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고통마저 느껴졌다. 

“어째서 한 개인이 스스로를 의도적으로 괴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악 그 자체를 위해 악을 숭배하는가? 어째서, 어째서 볼드모트인가?”

격주간 연재 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이번 파트는 흐름이 끊기면 안되기에 바로 바로 올리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해리 이놈은 앞으로 덤블도어랑 대화 안했으면 좋겠네요 ㅡㅡ 적어도 알아먹게 대화를 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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