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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Original |

Translator | 송장의간장

합리화 1화


작가의 말: 롤링의 업무를 해내는 자가 곧 롤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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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스스로가 좋지 않은 길로 빠지고 있지 않은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고심했다.

통상적으로 선과 악의 차이점은 너무나도 극명해, 어째서 다른 사람들이 그 차이에 대해 그토록 고뇌하는지 헤르미온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호그와트에서 ‘선’은 플리트윅 교수와 맥고나걸 교수, 그리고 스프라우트 교수였다. ‘악’은 스네이프 교수와 퀴렐 교수, 그리고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해리 포터…는 육안만으로는 도무지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특이한 케이스였다. 그가 어느 곳에 속하는지 그녀는 아직도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놓고 보자면…

헤르미온느는 해리 포터를 처절할정도로 박살내버리는 행위에 쾌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그와 함께 듣는 모든 수업의 성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빗자루 비행만은 예외였지만 그건 애초에 체육 시간 같은 것이니 논외로 친다) 첫째주부터 그녀는 기숙사 점수를 말 그대로 긁어모으고 있었다, 그것도 뭔가 얼토당토하기 그지없는 영웅적인 행동에 의한 것이 아닌, 다른 학우들의 공부를 도와주거나 마법 주문을 가장 빠르게 터득하는 것 같이 지적인 성과로 말이다. 그녀는 그렇게 쟁취한 기숙사 점수가 더욱 값지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가장 좋은 점은 해리 포터 또한 그것을 익히 숙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실제로 기숙사 점수를 가산받을 때마다 그의 눈에 서리는 감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착하다면, 이렇게 철저하게 승리하는 것에 이런 희열을 느낄리가 없었다.

소용돌이와도 같은 충격이 모두 가라앉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모든 것은 그 열차에서의 대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얼마나 그녀를 갓난아기 다루듯이 농락했는지 깨달은 것은 그날 밤이었다.

해리 포터라는 존재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딱히 누군가를 완벽하게 박살내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았다. 누군가가 수업에서 좋지 않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 그를 향해 조소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착하다’는 바로 그런 의미였다.

허나 지금은….

…지금 그녀는 이기고 있었고, 해리 포터는 그녀가 기숙사 점수를 딸때마다 움찔움찔거리고 있었으며,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도 유쾌하고 재밌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마약의 위험성과 중독성에 대해서 익히 경고를 해왔지만 그녀는 해리 포터를 좌절시키는 것이 몇 배는 더 중독성이 있을 거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녀는 무언가 정당한 일을 했을 때 선생님들이 지어주는 미소를 항상 좋아했다. 만점 시험지에 줄줄이 늘어져있는 체크 마크가 그리도 보기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업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일때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해리 포터가 이를 갈며 분을 삭이고 있는 모습을 곁눈질하게 되어버렸고, 그 광경을 확인하는 순간 디즈니 영화처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쾌감에 휩싸여버리게 되었다.

그건 나쁘다, 그렇지 않은가?

혹시 그녀가 악인으로 변모하고 있는것인지 헤르미온느는 고심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깨달음이 헤르미온느에게 들이닥치며 그녀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깡그리 날려버렸다.

그녀와 해리는 로맨스라는 관계에 빠진 것이다! 그럼 그렇지! 소년과 소녀가 툭하면 다툼을 가지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설령 어린아이라도 안다. 서로에게 말못할 애정을 보내고 있는게 아닌가! 거기에 분명 ‘악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 학교에서 가장 유명하며, 책 속에 수록되어 있고 책 처럼 말하며, 과정이야 어찌됐든 어둠의 마왕을 물리치고 심지어 스네이프 교수마저 지긋이 눌러준 것은 물론, 퀴렐 교수의 말에 따르면, 모든 수업에서 ‘살아남은 아이’의 자존심을 혼신의 힘을 다해 자근자근 밟아주고 있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를 제외한 래번클로 1학년 전부의 위를 군림하고 있는 해리 포터를 개관광시키며 프라이드를 몸소 탈탈 털어주는 행위를 그녀가 단순하게 ‘즐길’리는 없는 것이다.

그건 나쁜 일이니까.

아니다. 그건 로맨스다. 바로 그거다. 그게 그들이 자주 다투는 이유였다.

오늘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이 그렇게도 다행일 수가 없었다. 이제 전교가 알게되어버린 그들의 독서 시합에서 해리가 쓰디쓴 패배의 잔을 마시는 것이 바로 오늘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과 함께 밀려드는 행복에 그녀는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현재 시각은 토요일 오후 2:45분이었고 해리 포터는 아직도 바틸다 백셧의 ‘마법의 역사’를 반절 정도밖에 읽어내지 못하였다. 헤르미온느는 그녀의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영겁과도 같이 느껴지는 분침이 47로 서서히 향해가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래번클로 기숙사의 휴게실에 있는 전원이 그들을 숨죽여 바라보고 있었다.

이 대결에 대한 소문은 빛보다도 빠르게 퍼져나갔고, 결국 단지 일학년생뿐만이 아니라 래번클로 기숙사의 반절 이상이 휴게실에 모여 소파에 이중으로 겹쳐 앉거나, 책장에 기대거나, 혹은 의자 받침대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호그와트의 전교 여회장을 포함한 여섯 명의 반장 또한 그들 가운데 있었다. 심지어 공기가 서서히 고갈되어 가고 있었기에 지속적으로 통풍 마법을 걸어줘야만 했다. 그리고 제한 시간이 다다르자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오던 대화가 자그마한 속삭임으로 사그라들더니 이제는 침묵 그 자체로 변모했다.

오후 2:46분.

공기가 긴장감에 의해 팽팽하게 당겨져있었다. 만약 그가 아닌 인물이 저 자리에 있었다면, 그의 운명은 이미 필패로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해리 포터였고, 다음 몇 초 이내에 그가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길것이라는 가능성은 절대로 배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순 그렇게 생각하자 정말로 해리 포터가 그럴 수도 있다는 공포가 그녀를 엄습해왔다. 그는 일부러 사전에 책의 마지막 반절을 이미 읽어두어 이 자리의 모두를 엿먹일 법한 성격이 충분히 되니까.

헤르미온느의 시야가 어지럽혀져갔다. 숨을 들이쉬려고 시도해보았지만, 손가락 하나도 꿈쩍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10초. 아직도 손이 올라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5초.

2:47분.

조심스럽게 책갈피를 꽂아넣은 해리가 책을 닫고, 내려놓았다.

“만일을 위해서 일단 말해두겠는데,” 또렷한 음성으로 ‘살아남은 아이’가 말했다, “나는 고작 이 책, 그것도 반절만을 남겨두고 있었고, 예기치 못한 사건들에 의해 피치 못한 사정이 생─”

“네가 졌어!”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지르다시피 외쳤다. “네가 졌다구! 이 대결은 네가 진거야!”

주위의 모두가 다시 공기를 흡입하게 되며 자연스래 곳곳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해리포터가 그녀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쏘아보았지만, 쾌감과 희로애락 그 중간쯤에서 노니고 있는 그녀의 정신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당최 내가 보낸 이번 주가 얼마나 카오스 했는지 알기나 해?” 해리 포터가 말했다. “나보다 하등한 생물들이었다면 닥터 수스의 책 여덟 권조차 읽기 힘들어했을 거라고!”

“제한 시간을 정한 건 너잖아.”

그 말에 해리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한층 더 활활 불타올랐다. “스네이프 교수님에게서부터 전교를 구해내야 한다는 것과, 방어술 수업에서 구타를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사전에 파악할 수 있을리가 없었고, 어떻게 내가 목요일의 오후 5시부터 저녁 시간까지의 시간을 모조리 허비해버렸는지 털어놓는다면 너는 아마 나를 미치광이로 볼─”

“헤에, 내 생각에 귀여운 어느 누구가 ‘계획 오류’의 마수에 걸려버린 것 같네.”

충격 그 자체가 해리 포터의 얼굴에 서렸다.

“아, 말이 나온 김에 말하는건데, 네가 빌려준 책들 다 읽었어,” 그녀가 지어낼 수 있는 가장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개중 몇 개는 정말 난해하고 어려운 책들이었다. 문득 해리가 그 책을 읽는 데 얼마나 걸렸을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살아남은 아이가 말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자손들이 이 은하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어디서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었는지 고뇌한다면, 그들은 곧 최초의 오류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에게 독서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거야.”

“하지만 그래도 넌 졌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녀가 턱에 손을 짚으면서 고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이제 네 벌칙에 대해서 말인데….”

“뭐라고?”

“넌 내기에서 졌잖아,” 헤르미온느가 설명했다, “그럼 그에 따른 대가를 치뤄야지.”

“난 그런 약속 따위 한 적 없어!”

“정말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말했다. 그녀가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얼굴에 환하게 빛이 만발했다, “그러면 투표를 해보자. 래번클로에서 해리 포터가 벌칙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 손 들어!”

​“​뭐​라​고​오​오​오​?​!​”​ 해리 포터가 비명을 질렀다.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본 그는 손을 들지 않고 있는 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해리 포터가 만약 더욱 더 주도면밀하게 관찰했었다면, 구경꾼들의 대다수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개중 전원이 손을 들고 있었다는 것을 파악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멈춰!” 해리 포터가 울부짖었다. “저 녀석이 내게 도대체 무엇을 요구할지 알지도 못하잖아! 저 녀석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너희들에게 선행적인 서약을 미리 받아둠으로써, 너희들이 앞으로 그녀가 말할 기타 다른 요구들에도 기꺼이 수락하게 한다는 교묘한 수법을 쓰고 있는 거라고!”

“걱정하지마,” 반장인 페넬로페 클리어워터가 말했다. “만약 그녀가 너무 무리하거나 얼토당토 않은 것을 요구해온다면, 우리가 반대를 하면 되니까. 그렇지, 얘들아?”

페넬로페 클리어워터가 미리 헤르미온느의 계획을 알려주고 사전에 매수해둔 여학생들이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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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인영이 공기가 차갑게 내려앉은 호그와트의 지하 감옥 복도를 조용히 거닐었다. 그는 누군가와 대면하기 위해 오후 6시까지 어떤 방으로 가야 했고, 그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어 음영이 짙고, 침묵이 내려앉은 오래된 교실로 들어서자, 그곳에는 이미 인영이 먼지가 쌓인 책상줄 옆에서 말없이 서있었다. 그 인영은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녹색의 봉을 들고 있었는데, 그 빛이 너무나도 창백하고 희미한 나머지 방을 밝히기는커녕, 손아귀에 쥐인 작금에도 거의 보이지가 않았다.

문이 그의 뒤에서 쾅하고 닫힘과 동시에 희미하게나마 밝혀지던 복도에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고, 그 환경이 서서히 드레이코의 눈에 익어가기 시작했다.

그를 반기기 위해 인영이 서서히 몸을 돌리자, 음산하기 그지없는 녹색의 빛에 반절 정도만이 밝혀져있는 음영어린 얼굴이 드러났다.

벌써부터 드레이코는 이 회담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싸늘한 녹색의 불빛과 함께, 둘 모두의 키를 조금 더 늘리고, 후드와 가면을 지급해, 장소를 교실에서 무덤가로만 변경한다면, 그의 아버지의 친구들이 열변한 죽음을 먹는 자들의 모임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미리 말해두겠지만 드레이코 말포이, 나는,” 인영이 침착하기 그지없는 평정의 음성으로 읊조렸다, “내가 최근에 겪은 패배가 결코 네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항변이라도 하려는 듯이 드레이코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쳤다. 애초에 그가 책망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데─

“오히려, 나 자신의 아둔함을 탓해야겠지,” 인영이 이어갔다. “그 참혹한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서 나는 다른 선택을 취해, 다른 방법으로 알뜰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너는 결코 나에게 내가 취했던 행동을 요구해오지 않았다. 단지 도움만을 청했을 뿐이지. 불필요할 정도로 번거롭고 난해한 거동을 행했던 것은 나다. 허나 내가 고작 책의 반절을 남겨놓고 내기에서 패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네 졸개 녀석의 어벙한 행동과, 네 개인적인 청, 그리고 물론 나 스스로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나는 상당량의 시간을 허비할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 잃어버린 시간은 끝내,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버렸지. 드레이코 말포이, 네가 부탁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승리했을 것이라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코​…​지​지​는​…​않​았​겠​지​.​”​

드레이코는 이미 해리의 패배에 대해 들었으며, 그레인저가 그에게 요구한 벌칙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들었다. 그에 대한 소문은 이미 교내에 부엉이 편지보다 더 신속하게 퍼져버린 상태였다.

“알고 있어,” 드레이코가 말했다. “미안해.” 해리 포터를 친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과 외의 선택지가 없었다.

“결코 이해나 동정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평정 그 자체의 목소리로 인영이 말했다. “허나 나는 주어진 ‘어떤’ 복장을 한채,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무려 두 시간이나 강제로 동행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내게는 콧물줄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자그마한 폭포부터 시작해, 호그와트의 신비롭고 흥미롭기 그지없는 곳곳을 탐방했지, 물론 다수의 여학생들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변신술이 가미된 꽃잎을 우리가 향하던 길에 수놓았던 일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 말포이의 자제여, 나는 데이트에 가고야 말았다. 그것도 나의 첫 데이트. 그리고 내가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한다면, 너는 반드시 그리해야 할것이다.”

드레이코가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소에 도착하기 전 그는 혹시라도 이 밀회 도중에 웃음이 터져 정신을 잃을 때까지 대소하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 해리의 데이트에 관한 모든 정보와 각각의 소견들을 사전에 모아 질릴정도로 경기를 일으키며 미친듯이 웃어재낀 후였기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혹시, 그 그레인저 녀석에게,” 드레이코가 말했다, “뭔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

“그레인저는 나의 것이며 그 누구라도 나의 일에 참견하는 자가 있으면 사지를 전세계 방방곡곡에 뿌릴 것이라고 슬리데린 기숙사에 언질을 해둬. 그리고 내가 그리핀도르가 아닌 이상 나는 우랴돌격보다는 지성을 사용할 테니까, 설령 그녀를 향해 내가 미소짓는 광경을 포착한들 당황할 필요는 없을거야.”

“설령 두번째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너를 발견해도?” 아주 약간의 의혹을 담아, 드레이코가 말했다.

“두번째는 없을거야,” 녹색으로 은은하게 비추던 인영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소름끼치고 음산했던 나머지, 죽음을 먹는 자들을 연상시키는 것도 모자라, 언젠가 그의 아버지가 ‘너는 어둠의 마왕이 아니니 그만둬라’라고 경고를 주었던 아미커스 캐로우의 그것과 비슷했다.

물론 음성은 변함없이 앳된 소년의 미성이었고 실제 입밖으로 튀어나온 단어들과 함게 그 목소리를 결합시키면, 뭐가 될래야 될 수가 없었다. 만약 언젠가 해리 포터가 정말 제 2의 어둠의 마왕으로 거듭난다면, 그 즉시 그가 펜시브를 이용해 오늘 이날의 기억을 은밀하고 안전한 장소에다가 숨겨놓기만 해도 해리 포터가 그의 뒤통수를 때리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긍정적인 매사에 대해서 논해보도록 하지,” 녹색의 빛이 비추는 인영이 말했다. “가령 지식이나 힘에 대해서 말이야. 그래, 드레이코 말포이, 과학에 대해서 의논해보도록 하자고.”

“그래,” 드레이코가 말했다. “한번 말해보자.”

잠시 드레이코는 얼만큼의 그의 얼굴이 그에게 보이며, 얼만큼의 면적이 저 녹색 야광에 비추고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아무리 드레이코가 표정을 진중하고 엄하게 유지하려고 애써보아도, 마음속에는 줄곧 미소가 피어있었다.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성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네게 힘을 줄것이고,” 인영이 말했다, “그 힘에 대한 사항들과 그에 따른 대가 또한 알려줄거야. 그 힘은 곧 현실의 형태에 대한 자각과 함께 그것을 조정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찾아오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곧 조종할 수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달의 표면을 걷게 해주고도 남을만한 위대한 힘이야. 그 힘에 대한 대가는 자연 그 자체에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자세, 그리고 더욱 어렵겠지만 자연의 대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이야. 너는 실험을 행할것이고, 갖가지 가설을 시험해 그 결과물을 관찰할거야. 그리고 만약 네가 실수해서 그 결과물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너는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너는 내게 아닌, ‘자연에 패하는 법’을 터득해야 해. 현실에 대항하며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부정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면, 너는 굴복하고 그 ‘현실’에게 승리를 양보해야하고. 물론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울 거야, 드레이코 말포이, 그리고 솔직히 나는 네 성격상 그것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치뤄야 할 대가를 알게 된 지금도, 아직도 너는 정말 인간의 무한한 힘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거야?”

드레이코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미 생각해뒀던 일이다. 그리고 그 외에 다른 답변의 선택지는 별로 없어보였다. 이미 그는 해리 포터와 우정을 쌓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라는 충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저 가르침을 받는 것뿐이고, 꼭 무언가 해야 한다고 하지는 않았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이 교습을 거부할 권리가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교묘히 설계된 함정이라고 의심해볼 수 있는 사항이 몇 개, 아니 수십개는 존재했지만, 솔직히 말해, 그렇다고 해도 별로 잃을 것은 없어 보였다.

뭐 게다가 드레이코 또한 세계정복에 대한 야망이 완벽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드레이코가 말했다.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착각을 하고 계신 헤르미온느 양, 하지만 이것은 좋은 오해다!

2. 새디스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3. 첫 데이트의 해리포터.

4. 데이트에 다녀온 해리포터를 조롱하는 졸렬 말포이.

5. 죽음을 먹는 자 놀이 중인 해리포터.

6. 본격적인 내용 전개, 시작.

ㄷㄷ;; 저번 화를 너무 늦게 올린건지 오히려 선작이 더욱 더 깎였네요. 분발하겠습니다.

대결에서 기어이 져버리고 만 해리포터. 하지만 그가 호그와트에서의 첫째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고려하면 오히려 이기는게 이상한겁니다.

그리고 드디어 해리헤르의 조짐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만세! 게다가 적극적인 헤르미온느라니 이건 응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무슨 끔찍한 괴물로 여기고 있잖아? 안될거야 아마...

그리고 이번화부터, 본격적인 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이 시작된다고 봐도 되겠네요. 드레이코 말포이가 해리에게 과학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미 원작과는 억만광년 떨어져 있는 내용이 안드로메다로 날라가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원작은 머릿속에서 비워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

...미친 과학자와 예비 미친 과학자에게 혹사당할 호그와트 학생들과 타 교직원들에게 묵념...

그리고 책 신청수 젭라 자비좀요. 60건을 돌파했습니다. 나 만의 책 만들기 까페니 뭐니 쪽지로 지금 난리가 나고 있는데, 이거 책으로 못만드니까 신청하지 말아주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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