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Original |

Translator | 송장의간장

과학적 방법 1화


                          언제, 어디선가부터, 무언가가 크게 비틀렸다….

페투니아 에반스는 옥스퍼드의 생화학 교수인 마이클 베레스 교수와 결혼했다.

해리 제임스 ​포​터​-​에​반​스​-​베​레​스​는​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집에서 자랐으며, 로그가 뭔지 모르는 수학 선생님을 깨물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괴델, 에셔, 바흐’와 ‘불확실성 아래의 판단력: 그 경험과 편견’과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제 1권을 독파했다. 그리고 지금껏 그가 만났던 사람들이 무어라고 말하고 타이르고 어르고 충고했던 간에, 그는 어둠의 마왕이 되고픈 야망을 쥐의 눈곱만큼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는 가정교육을 판타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마법의 숨겨진 비밀과 원리를 깨달아 세계의 유일신으로 거듭난다, 그거면 만족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빗자루 비행 수업을 제외한 모든 수업에서 그를 압도적으로 관광태우고 있었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만약 다스 베이더가 애지중지 키운 11살짜리 꼬마가 있다면 대체 어떤 인물상일까, 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표본이다.

퀴렐 교수는 꿈에도 그리던 어둠의 마법 방어술, 혹은 그의 말로 표현하자면, 전투 마법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의 학생들 전원이 이번 방어술 교수님에게는 대체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벌써부터 서로 머리를 맞대고는 매일밤 추리를 해댈만큼 그는 토론의 대상이었다.

덤블도어는 훌륭하게 미쳐있거나, 닭에 불을 질러버리는 것을 포함한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모종의 계획을 꾸려나가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맥고나걸 교감 선생님은 위장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당장에라도 아무 빈 방에나 들어가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했다.

  ​                                             이들이 소개하는:

  ​                                   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여드립니다.

​-​-​-​-​-​-​-​-​-​-​-​-​-​-​-​-​-​-​-​-​-​-​-​-​-​-​-​-​-​-​-​-​-​-​-​-​-​-​-​-​-​-​-​-​-​-​-​-​-​-​-​-​-​-​-​-​-​-​-​-​-​-​-​-​-​-​-​-​-​-​-​-​-​-​-​-​-​-​-​-​-​-​-​-​

작가의 말:

작품내 인물들의 생각, 개념, 혹은 정의는 결코 작가의 것과 같지 않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선한 해리의 생각은 따르면 좋을법한 괜찮은 예시들임에는 분명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과학적인 근거들을 이리저리 떠벌리면 거의 확실합니다. 하지만 해리의 모든 생각이나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이야기가 전개가 안되죠. 그리고 조금 더 능구렁이 같은 캐릭터들의 말은 분명 인생에 도움이 될 교훈이 될 수는 있지만, 때때로 양날의 칼도 될 수도 있습니다.

​-​-​-​-​-​-​-​-​-​-​-​-​-​-​-​-​-​-​-​-​-​-​-​-​-​-​-​-​-​-​-​-​-​-​-​-​-​-​-​-​-​-​-​-​-​-​-​-​-​-​-​-​-​-​-​-​-​-​-​-​-​-​-​-​-​-​-​-​-​-​-​-​-​-​-​-​-​-​-​-​-​-​-​-​

전략의 기초는 조앤 롤링에게 향하는 길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길이 조앤 롤링에게 향하게 만드는 것이다.

​-​-​-​-​-​-​-​-​-​-​-​-​-​-​-​-​-​-​-​-​-​-​-​-​-​-​-​-​-​-​-​-​-​-​-​-​-​-​-​-​-​-​-​-​-​-​-​-​-​-​-​-​-​-​-​-​-​-​-​-​-​-​-​-​-​-​-​-​-​-​-​-​-​-​-​-​-​-​-​-​-​-​-​-​

래번클로의 기숙실 중 하나가 아닌, 호그와트 교내에 까마득하게 존재하는 수많은 빈 서재중 하나. 암회색의 바닥, 적갈색의 벽, 짙은 나무색의 천장, 그리고 네 개의 빛나는 전등이 방의 사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검은색의 통짜 대리석처럼 보이는 기둥이 지탱하는 검은색의 통짜 대리석이 가운데에 존재하고 있었는데, 무게며 질량이며 가벼웠고 필요에 따라 원하는대로 들어옮기는 것도 가능했다. 그 방에는 방석처럼 푹신한 두 개의 의자가 정말 생뚱맞은 장소에 우두커니 존재하고 있었고 이상하게 아무리 힘을 주어보아도 옮기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몇 번의 실험 끝에 그 두 명은 그들이 허공에 몸을 기대어 앉는 동작을 취하는 순간 그 의자가 재빨리 그들에게 움직여 편안한 자리를 마련해준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무슨 연유에선지 박쥐 또한 몇마리가 방 안에서 날아다니고 있엇다.

바로 이곳이야말로, 후인들이 훗날 ─ 어디까지나 만약 그 실험이 먼 미래의 후세까지 전해질정도로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면 ─ 마법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두 호그와트 1학년생들에 의해 그 위대한 도약을 한 첫 장소로 기억할것이다.

이론가, 해리 제임스 ​포​터​-​에​반​스​-​베​레​스​.​

그리고 실험자와 동시에 실험 대상자, 헤르미온느 제인 그레인저.

해리는 적어도 그가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는 과목에 한해서는 예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었다. 고작해야 11살 따위의 책 치고는 난해한 고등서적을 거리낌없이 읽었다. 그에게 주어진 여분의 시간 중 한 시간을 할애해 몇 번이고 변신술을 반복했으며, 나머지 시간에는 짬짬이로 오클러먼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들어볼 만하다고 결론을 내린 수업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기껏해야 숙제만 해가는 것이 아닌, 확보한 자유 시간을 소비해 필요 이상의 지식을 받아들이며, 주어진 교과서 그 이상의 책들을 섭렵하고, 시험 범위만을 암기하는 것보다 조금 더 나아가 발전하도록 노력했다. 래번클로 외의 기숙사에서 그러한 노력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래번클로 내에서도, 그에게 남은 유일한 경쟁자들은 파드마 패틸(영어권이 아닌 나라 태생이기에 보다 근면성실했다), 안토니 골드스타인 (25%의 노벨상을 싹쓸이한 자그마한 인종에서부터 비롯되는 녀석), 그리고 물론, 모두의 위를 마치 절대적인 골리앗과도 같이 오만하게 군림하고 있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밖에 없었다.

그가 떠올린 이 실험을 실행키 위해서는 먼저 실험 대상자가 그 누구의 도움이나 지적없이 16가지의 처음보는 마법주문을 익히게 해야 한다. 그 말은 즉 그 누가 뭐래도 실험 대상자는 헤르미온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맘 때쯤 방을 선회하며 허공을 유영하는 박쥐들은 결코 빛을 발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 사실이 도대체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지 이해력이 딸리는 해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글리 부글리!” 헤르미온느가 다시 외쳤다.

그리고 헤르미온느의 지팡이 끝에서는, 또다시 의심할 여지 없는 박쥐의 형상이 나타났다. 찰나 전에는 허공. 그리고 다음 순간, 박쥐. 그것도 도래하자마자 날개를 힘차게 퍼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박쥐는 빛을 발하고 있지 않았다.

“이제 그만 멈춰도 돼?”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정말로,” 목을 막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애써 무시하며 해리가 말했다, “조금만 더 연습해보면, 박쥐에서 빛을 발하게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거야?” 그는 사전에 미리 적어두고 암기해둔 이 실험의 법칙을 위배하고 있었고, 그것은 곧 중죄이며, 그것도 모자라 실험이 나타내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기에 법칙을 위반해버린 그의 행동은 대죄, 즉 과학의 지옥으로 떨어지고도 마땅했지만, 현재 상황에 그 따위는 아무런 상관없었다.

“이번에는 무엇을 바꿨는데?” 조금 힘없는 목소리로,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우’, ‘으’, 그리고 ‘이’ 발음의 지속시간이야. 비율로 따지면 순서대로 3, 1, 1이 아니라 3, 2, 2여야 해.”

“우글리 부글리!”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한쪽 날개만 부착된 채 탄생한 박쥐는 허공에서 애처롭게 원형으로 회전하며 회색 바닥으로 추락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이번엔 3, 2, 1의 비율로.”

“우글리 부글리!”

이번에 박쥐는 아예 날개 자체가 없이 탄생해 마치 쥐의 사체처럼 힘없이 바닥에 툭, 하고 창조되자마자 떨어졌다.

“3, 1, 2.”

그리고 드디어 정상으로 탄생한 박쥐는 온 몸에서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힘차게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

헤르미온느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음은 뭐지?”

기나긴 침묵이 일었다.

“정말이야? 정말로 ‘우글리 부글리’라는 주문의 ‘우’, ‘으’, 그리고 ‘이’라는 발음을 차례대로 3, 1, 그리고 2의 비율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리 박쥐가 튀어나와도 결코 빛을 내뿜지는 않는 평범한 박쥐가 탄생한다고? 어째서? 왜? 이런 빌어쳐먹을, 도대체 왜냐고?”

“뭐 어때?”

​“​으​와​아​아​아​아​아​아​악​!​!​”​

쿵. 쿵. 쿵.

별안간 마법의 구성과 그 원리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던 해리는, 지금껏 마법사들이 일구어낸 믿음과 발견등이 모조리 잘못되었다는 전제를 깔아두고 모종의 실험을 개시했다.

물건을 허공으로 띄우는 행위에 꼭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는 주문을 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고? 시전자가 단 한 개의 실수조차 없이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는 주문을 완벽하게 외웠는지 우주의 절대적인 의지가 확인을 하고, 완벽하지 않았을 경우 물건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아니다. 진지하게 심사숙고해보면 그 답은 뻔하디 뻔할 정도로 적나라히 드러나있다. 아마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먼 옛날 어린아이, 그렇지만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영어권의 어린아이가, 문득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는 말이 어딘지 모르게 공중적이고 부유적으로 느낀 나머지, 그만 그 말을 낭송하며 부유 마법을 시전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마 그 주문이 부유 마법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그것이 없이는 마법 자체가 발현되지 않는다고 다른 모든 이에게 전해주었겠지.

하지만 (해리는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게 논파했다)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 그 정보는 세계 그 자체에 각인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신에 각인된 정보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에게 아주 오래전부터 전승되어온 한 가지 전설이 있다, 바로 블론드롯과 N선의 발견에 관한 이야기다.

X레이의 발견 직후, 르네 프로스페 블론드롯이라는 프랑스의 저명한 물리학자가 ─ 무선 전파의 속도를 측정했고 그것으 광속에 육박한다는 것은 규명했다 ─ 스크린에 비추면 희미한 빛을 발현한다는 신비롭기 그지없는 N선을 발견했다고 선언하였다. 육안으로 구별하려면 상당히 집중해서 봐야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N선에는 흥미로운 특징이 다수 존재했다. 알루미늄에 의해 쉽게 굴절되었고, 알루미눔 프리즘으로 빛을 집속해 과학적으로 처리된 황산카드뮴 실에 비추면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얼마 안가 다수의 과학자들, 특히 프랑스의 인물들이 블론드롯의 발견을 증명했고, 갖가지의 증거를 통해 입증하였다.

하지만 아직 몇몇 영국이나 독일의 과학자들은, 본인들이 직접 실험을 해본 결과 그러한 은은한 빛을 관찰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어느날 블론드롯은 직접 N선에 대한 시연을 했다. 방의 불을 모두 끄고, 블론드롯이 그의 기기를 조정할때마다 그의 조수는 그에 따라 스크린에 비추고 있는 빛의 밝기에 대한 변화를 소리내어 면밀하게 외쳤다.

평범하디 평범한 시연이었고, 모든 정황이 블론드롯의 발견이 진실된 것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심지어 로버트 우드라는 한 미국의 과학자가 빛을 조정하는 블론드롯의 기기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던 알루미늄 프리즘을 은밀하게 스리슬쩍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N선의 몰락이었다.

필립 K. 딕이 말하기를: ‘아무리 현실을 외면하고 그것에서부터 도피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회고하자면 블론드롯의 죄는 명백했다. 그는 결코 조수에게 그가 이 실험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발설해서는 안되었다. 블론드롯은 그의 조수를 이 실험에 대해 무지하게 두고 무엇을 실험하고 있으며, 어떠한 결과를 원하는지 비밀로 함구해두고 스크린의 밝기를 설명하게 했어야 했다. 알고보면 정말 간단한 원리인 것이다.

현대에서 과학자들은 이것을 ‘맹실험’이라고 부르며 당연시하고 있다. 만약 실험자가 과연 적색 경찰봉에 머리를 후려맞은 사람이 터뜨리는 분노가 녹색 경찰봉에 맞은 사람의 분노보다 격한가, 라는 식의 심리학 실험을 행할 경우, 그 분노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실험자가 아니다. 실험자는 그저 경찰봉으로 얻어맞은 피실험자들의 사진을 찍고 그것을 미리 선별한 평가자들에게 보내고, 그 평가자들은 누가 어떤 색의 경찰봉으로 후려맞았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사진속 인물이 표출하는 분노의 도를 1에서 10까지 등급을 매긴다. 평가자들에게 이것이 무엇을 위한 실험인지 알려줄 필요 따위 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피실험자들에게 적색의 경찰봉으로 후려맞을 경우 더 큰 분노를 표출해야한다고 굳이 말할 필요는 더욱 더 없다. 실험자는 그저 그들에게 20파운드라는 미끼를 건내고, 실험실로 끌어들여, 무작위로 집힌 색의 경찰봉으로 후려패고, 사진을 찍으면 되는 것이다. 아니 아예 경찰봉으로 후드려패는 것과 사진찍기 또한 고의적으로 한 경찰봉으로 더 강하게 후려치거나, 알맞은 타이밍으로 사진찍기, 혹은 피실험자의 분노를 유발하는 무언으로 압박하는 시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실험자가 새운 가설에 대해 무지한 조수가 해야 한다.

블론드롯은 1991년 당시의 대학생 과정에서 낙제 점수를 받고도 모잘라 수업의 도우미에게 비웃음마저 받을 수 있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인해 그의 이력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고 말았다.

그것도 과학의 창세 후 무려 2세기나 지났을 당시에 말이다. 과학 역사의 중반부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그 너무나도 단순한 개념은 그 당시에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즉, 다시 말해 과학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고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 조차 모르는 것 같은 자그마한 마법세계에서는, 현대 과학자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고려할 그 상식 중의 상식을 그 누구도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책에서는 마법을 발현시키기 위해 온갖 해괴한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는 법 따위가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정확한 단계를 정확하게 따르고, 완벽하게 실시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분명 있을 수는 있다고 해리는 추론했다. 바로 마법에 본능적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저 지팡이를 휘두르며 간절하게 소망하라고 말해서는 결코 의욕이 샘솟지가 않는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마법을 발현시켜 그 마법은 반드시 이러이러한 행동을 해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지식이 뇌에 강제적으로 주입되어 ‘각인’이 되고, 그 수법 그대로 몇 백번이고 연습한다면, 그 마법을 발현시키는 법이 오직 한 가지만 존재하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게 될 지도 모른다….

…적어도 단순하지만 어디까지나 외도를 해, 독창적인 방법을 시도해보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아예 원래의 주문이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지 아는 바가 없다면?

만약 헤르미온느에게 아직 그녀가 모르는, 즉 호그와트의 도서관 구석에 짱박혀있는 장난질 마법 주문등을 알려주고, 몇 개의 주문은 올바른 동작을 알려주고, 다른 몇 개는 의도적으로 동작 몇 군데와 주문 자체를 다르게 알려준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만약 동작은 올바르게 가르쳐주었지만, 붉은색의 지렁이를 소환했어야할 주문의 효과를 반대로 파란색의 지렁이가 소환되어야 한다고 거짓 정보를 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뭐,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말 그대로 실험을 해본 해리는…

…눈 앞에 펼쳐진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심전력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헤르미온느에게 ‘우글리 부글리’의 모음자 비율을 정상인 3,1,2이 아니라 3, 1, 1로 외우라고 했을 때, 박쥐는 여전히 생성되었지만 더 이상 빛을 뿜지는 않았다.

딱히 ‘믿음’이 여기서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딱히 주문의 정확한 발음과 지팡이 동작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헤르미온느에게 완벽히 잘못된 주문의 정보를 말해주었을때는, 아예 마법이 발현되지조차 않았다.

어떤 마법인지 아예 알려주지 않고 주문만을 알려주었을 때 또한, 마법은 실현되지 않았다.

허나 그녀가 그 주문이 과연 어떠한 마법인지 약소하게나마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거나, 아주 약간의 오류만을 냈을때는, 그가 그녀에게 그 어떤 거짓말을 했던 간에 주문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

현재, 해리는 말 그대로 벽돌로 된 벽에다가 머리를 찧고 박아대고 있었다. 강하게는 아니었다. 그랬다간 그의 소중한 뇌가 다치니까. 하지만 이 스트레스를 당장에라도 풀지 않는다면, 정말 온 몸이 불에 타 연소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쿵. 쾅. 쿵.

보아하니 우주의 의지는 정말로 시전자가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는 정확한 주문을 외우게 하고 싶은 듯 했고 그것이 올바른 이상 물리적인 중력의 법칙 따위는 한낮 주문의 발음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았다.

우째서어어어어?!

허나 가장 끔찍한 것은 바로 헤르미온느의 얼굴에 서려있는 자부심이었다.

헤르미온느는 얌전히 앉아 설명조차 없이 잠자코 해리의 명령을 듣고만 있는 상황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해리는 그들이 현재 무엇을 실험하고 있는지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어째서 이 실험을 행하는지도 순순히 말했다.

어째서 지금껏 그 어떤 마법사도 이러한 시도를 해보지 않을법했는지도 설명했다.

그리고 해리는 사실 자신의 가설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으며, 거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왜냐하면, 우주의 의지가 정말로 우리에게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는 주문을 정확하게 외우는 것을 강요한다는 것은 절대로, 네버, 하늘이 두쪽나도 말이 안되니까.

그러한 말은 그녀가 읽었던 책의 설명에 위배된다고 헤르미온느가 지적했다. 헤르미온느는 정말로 그가 고작해야 11살이며 호그와트에서 고작 한 달정도의 교육만을 받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견을 반대하는 세계의 모든 마법사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해리는 일말이 주저도 없이 이러한 답변을 내놓았다.

“물론이지.”

현재 해리는 그의 정면에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벽돌벽을 바라보며 얼마나 머리를 세게 찧으면 부분적 기억상실증에 걸려 훗날 이 모든 사태를 잊고 살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웃고 있지 않았지만, 그녀의 아우라가 그의 후방을 미친듯이 압박하며 당장 쳐웃으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싶다는 뉘앙스를 마구 풍겼다. 솔직히 말해 연쇄살인범에게 쫓기는 상황이 몇 배는 더 나을 것 같았다.

“속내를 말해 봐,” 해리가 말했다.

“그럴 속셈은 아니었는데,”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쁜 짓 같았으니까.”

“그냥 빨리 듣고 빨리 끝내는 게 나아.” 해리가 말했다.

“알았어! 그래서 너는 가장 기초적인 과학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어쩌면 이 문제만을 놓고 35년이 넘는 긴 세월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기나긴 연설을 해놓고는, 실험을 시작한지 고작 몇 시간만에 마법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을 하기를 예상하고 있었어. 그저 바램이 아니라, 정말로 당연하다는 듯이 예상하고 있었어. 솔직히 말해 너무 유치해.”

“칭찬 고마워. 자 그러면─”

“네가 준 책들을 모두 읽고서도 나는 네 성격을 도대체 뭐라고 칭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과신? 계획오류? 미친 듯한 워비곤 호수 효과? 아니, 아예 새로운 명칭을 창조해야 할거야. 바로 ‘해리적 편향’.”

“알았다고!”

“하지만 그런 점이 귀여워. 가끔씩이지만 네 나이에 알맞은 짓을 한다고?”

“하루 빨리 네가 관 속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아우, 요 귀여운 것. 정말 낭만적인 말만 골라서 한다니까.”

쿵. 쿵. 쾅.

“그래서 다음엔 뭔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해리는 벽돌벽에 머리를 가만히 기대었다. 박치기를 해대고 있던 부분이 슬며시 아려왔다. “없어. 이제 돌아가서 다른 실험을 계획해야지.”

지난 달동안, 해리는 적어도 12월 까지는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갖가지의 실험들을 사전에 미리 면밀하게 계획해두었다.

가장 처음 행했던 실험이 정말 예상 밖의 결과를 나타내지만 않았더라면 최상의 실험들이었을 것이다.

어쩌다 이런 바보가 되어버렸는지 해리는 고뇌했다.

“말을 정정할게,” 해리가 말했다. “한가지 실험을 새로이 제작해야 해. 다 끝내면 네게 기별을 줄줄 테니, 실험을 행한 뒤에는, 다음 실험으로 넘어가는거야. 어때?”

“내 생각엔 어느 누구가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해버린 것 같은데.”

쿵. 아야. 다소 생각보다 더 강하게 박아버렸다.

“그래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의자에 등을 기댄 그녀는 예의 그 자부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 우리의 발견은 뭐지?”

“내 발견은,” 해리가 이를 갈며 말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는 혼돈의 카오스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과학 기법을 사용하는 것에 한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책들은 거의 쓰레기─”

“말 조심해, 해리 포터! 여기에는 누군가와 달리 연약하고 순수한 여자애도 있다구!”

“좋아. 하지만 만약 내 책들이 시래기만큼이라도, 그런 표정 짓지마 시래기는 채소니까, 어쨌든 그만큼이라도 유용했다면 내개 다음과 같은 충고를 해주었을거야: 만약 난해한 질문을 풀어야 하고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가설로 시작을 하고 있다면, 먼저 시험을 해보라. 가장 기본적인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찾아 일던 사험해봐라. 후원자들에게 감탄을 유발시킬 정도로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만들 생각 따위는 하지도 말아라. 먼저 네 가설이 틀린지 아닌지부터 빠르게 해결한 뒤 비로소 시간을 들여 면밀한 실험을 주도해야 한다. 도의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 말 좋지 않아?”

“음…알았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는 ‘헤르미온느의 책들은 결코 쓸데없지 않아. 나보다 마법에 대해 더 잘 숙지하고 있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노마법사들에 의해 작성된 것이니까. 이제부터 헤르미온느의 책들에 나온 의견들도 주의 깊게 수렴해야겠구나.’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추가하면 안될까?”

턱이 으스러질 정도로 강하게 이를 갈고 있는 나머지 말을 토해내기는 어려웠기에, 해리는 그저 고개를 말없이 끄덕였다.

“고마워!”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나 이 실험 마음에 들어. 아주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보자, 고작해야 한 시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얼마나 생산적이야.”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앍​!​!​!​!​!​”​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여드립니다.

2. 고작 한개의 주문에 대해 이만큼 생각할 수 있는 해리는 탈 휴먼.

3. 블론드롯 안습.

4. 세기의 발견: 해리적 편향.

5. 해리 포터가 귀엽다는 헤르미온느의 발언 파문.

6. 우주의 의지가 네게 주문을 외우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한동안 번역을 못했네요. 뭐, 해리포터와 용기의 대가 비축분 마련하고 있는 탓도 있고요. 아는 분은 아는 달달물 용기의 대가, 조만간 갱신합니다.

쓰레기 = 시래기 부분 원문은 crap(주로 더러운 것에 대한 총칭) 과 carp(잉어)를 이용한 말장난. 더 좋은게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이번 화 첫부분에 드디어 인물 소개가 나왔군요. 어딜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어딘가 나사 빠진 인물 소개지만 뭐 어떻습니까.

모든 면에서 헤르미온느에게 뒤지고 있는 듯 보이는 해리지만, 사실 머리만을 놓고 보자면 해리가 더 우위에 있을 겁니다. 얘가 워낙 논리적이다 보니까 헤르미온느가 당연시 여기고 있는 마법에 대한 부분을 파고 들기에 발릴 수밖에 없죠, 인식이 다르니까. 사실 과학자가 보기에 마법은 진짜 악마의 술수. 접하는 순간 정말 멘붕 일어나겠죠.

그리고 타입문넷도 그렇지만 특히 조아라에서 저한테 쪽지를 보내시는 분들, 질문을 하시는 것은 좋으나 그냥 무턱대고 틀린 지식이라고 매도하거나, 얼토당토않은 교육 방식(특히 퀴렐 부분)이라고 욕설을 퍼붓는 건 별개의 일입니다...그럴 경우에는 역자인 제가 아니라, 작가님에게 문의해주세요.

근데 재미삼아 네이버에 '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쳐봤는데 의외로 많이 소개되었더군요. 소개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근데 한 카페에 텍본이 올라가 있는건 대체 어떻게 한거지....

(덧 - 반년 만에 원본이 갱신되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거의 일일연재중.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누가 날 죽여줘.)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