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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Original |

Translator | 송장의간장

인본주의 3화


모라그 맥두걸이 흔들리는 목소리로 신음을 냈다, “으윽,” 그러자 덤블도어가 지체없이 패트로누스를 전개했다.

패르바티 패틸은 덤블도어의 불사조보다 훨씬 몸집이 큰 호랑이 형상의 패트로누스를 완벽하게 소환했으나, 밝기는 그저 그랬다. 안토니만큼의 충격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으나, 그 광경에 일제히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해리의 차례가 도래했다.

교장이 해리 포터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해리는 두려워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스스로가 실패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당연히 고통이 다가올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허나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했다; 디멘터의 존재를 느낀 마법사는 미약한 빛조차 불러올 수 없는 실력에서 완벽한 형상의 패트로누스를 소환하기까지 한번에 성장하기도 하니까.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지만.

그리고 디멘터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해리는 당연히 디멘터의 존재를 확연하게 느낄 것이고, 그 감각을 머리속에서 상기해, 더 늦기 전에 달아날 것이다.

자, 그럼 내게 가장 끔찍했던 기억은 무엇일까…?

해리는 교장이 그를 향해 걱정어린 시선이나, 기대어린 시선, 혹은 현기가 넘쳐흐르는 유익한 충고를 해줄 것이라고 반쯤 예상하고 있었다; 허나 예상과는 다르게 알버스 덤블도어는 고요한 눈동자로 그를 그저 바라만 보았다.

내가 실패할거라고 확신하지만, 내가 실망하지 않기 위해 언급하지 않는거야, 해리는 부정적인 사고를 발휘했다. 만약 자신감을 북돋을만한 충고나 명언이 있었다면, 지금 바로 말해줬겠지….

철창에 근접했다. 이미 상당 부분 오염으로 변색되어있었으나, 부식하지는 않았다.

망토가 근접했다. 실타래처럼 풀어지며 곳곳이 뻥뚫린 철창 사이로 사이한 기운을 흩뿌렸다; 오러 고리아노프에 따르면 그 철창은 오늘 새로 마련한 것이었다.

“교장님?” 해리가 무심코 물었다. “교장님께서는 뭐가 보이세요?”

교장은 목소리마저 너무나도 평온했다. “디멘터는 공포에서 비롯된 존재란다, 그리고 디멘터에 대한 공포가 흐려지면 흐려질수록, 그 형상의 혐오감도 한층 누그러지지. 나는 키가 크고, 갸냘픈 사내의 나신이 보인단다. 부패하지도 않았어. 그저 살짝 눈살이 찌푸려질정도란다. 그저 그뿐. 해리, 네게는 무엇이 보이니?”

…해리는 망토 안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게 아니라, 망토 안의 무언가를 그의 사고가 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니, 그의 사고는 망토 안의 무언가를 잘못 보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이 거짓의 존재를 강요하고 있다고 해리는 느꼈다. 허나 공교롭게도 해리는 그러한 사소한 혼란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훈련을 수도 없이 했다; 그리고 그 망토 속의 무언가를 정의하기 위해 사고가 적절한 거짓을 창조해낼때마다, 훈련으로 다져진 반사신경이 그 거짓을 무의식적으로 차단시켜버린 것이다.

망토 안을 들여다 본 해리는….

열린 질문을 보았다. 거짓을 눈에 담기를 거부하는 해리의 정신에 의해, 그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마치 그 부분을 관장하는 시각 피질이 아예 소멸한 것마냥. 그 시커먼 망토 밑에 맹점이 존재했다. 해리는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부패하는 시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것밖에.

망토 속의 보이지 않는 공포는 지근거리까지 다가왔으나, 아직은 그 달빛을 받는 백색의 불사조가 그들 사이에 굳건하게 버텼다.

해리는 다른 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도주를 택하고 싶었다. 패트로누스 마법을 실패한 운 없는 이들의 반절은 애초에 오늘 이 장소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남은 이들 가운데 반은 교장이 미처 패트로누스를 해제하기도 전에 뒤돌아 도망갔고, 아무도 그 행위에 토를 달지 않았다. 테리가 시도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되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디멘터와 대면을 해야만 했던 수잔과 한나가 분노를 터뜨렸고, 그 이후에는 모두 침묵을 유지했다.

허나 해리는 ‘살아남은 아이’이지 않은가. 만약 그가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한다면 어마어마한 명예와 존경심을 잃고말 것이다….

긍지와 지위, 역할이 어둠에 잠식되어, 저 망토 밑의 무언가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나는 어째서 아직도 이 자리에 서있는가?

고작 다른 사람들의 눈빛에 어릴 실망감 때문에 그가 발을 떼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금이 간 명예를 복구하기 위해 지팡이를 든 게 아니었다.

패트로누스 마법을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손을 움직여 첫 동작을 행한 게 아니었다.

그 무엇과도 달랐다. 저 망토 밑에 도사리고 있는 무언가를 저지하기 위해였다.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어둠이었고, 해리는 그를 격퇴하기 위해 어딘가 내제되어있을 힘을 찾아야먄 했다.

방금 전까지는 한번 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서적 사냥을 떠올려볼까하고 고민했었으나, 마지막 순간 디멘터와 조우한 뒤, 또다른 기억이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가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기억; 통상의 것처럼 온기가 느껴지거나 행복한 기억은 아니었으나, 어째선지 뭐라고 해야 할까, 더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는 별들을 떠올렸다. 고요한 밤에 한 점 흔들림 없이 찬란하게 빛을 끊임없이 내뿜던 그 별들을; 그는 그 광경을 온 몸에 담았다. 정신을 보호하는 오클러먼시 방벽처럼 전신에 그 기억을 담은 해리는, 이내 공허의 무의식에 몸을 맡겼다.

눈부신 은색의 불사조가 스르르 사라졌다.


그리고 디멘터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그의 정신을 신의 일격처럼 강타했다.


공포


추위


어둠


번개처럼 두 힘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해리의 손이 이제는 거의 반사적인 경지에 오른 동작을 할때도, 평온한 별빛의 기억은 해일처럼 밀려오는 거대한 공포를 억눌렀다. 완벽한 암흑 속에서 점처럼 빛나는 별들의 기억은 따뜻하거나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디멘터가 수월하게 침투할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 

고요하게 불타는 별들에게 두려움 따위는 없으며, 광활하고 차디찬 암흑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자연상태이니.

허나 항거할 수 없는 저력에 항전하는 부동심에는 정말 희미하지만, 빈틈이 존재했다. 디멘터가 그를 갉아먹을수록 해리는 미약하게나마 분노가 느껴졌고, 그것은 마치 축축한 얼음판에서 미끄러지는 것과도 같았다. 해리의 정신은 점차 칠흑 같은 격노, 씁쓸함, 그리고 살의의 저편으로 탈선하기 시작했다 ─

해리의 지팡이가 마지막 동작을 위해 휘둘러졌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정처없고 공허한 목소리가 주문을 읊었다.

그리고 해리는 암흑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빠르게, 그리고 깊게. 빠져가면 빠져갈수록 가속도가 붙어, 디멘터가 완벽하게 노출된 그의 정신을, 신념을, 빛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흐릿해져가는 반사신경이 필사적으로 온기를 찾아 헤맸지만, 헤르미온느를 떠올려도, 엄마나 아빠를 떠올려도, 디멘터는 그들의 형상 자체를 비틀고 뒤틀었다. 차가운 지면에 누운 헤르미온느의 시체, 어머니와 아버지의 부패한 시체, 그리고 이내 그마저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공허의 무저갱 속에서부터 기억이 솟아올랐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떠올리기 싫었던 기억. 너무나도 오래 전이고, 너무나도 어렸었기에 신경 패턴이 이미 사멸했어야만 했던 악몽. 이미 잊혀지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했을 기억.


“릴리, 해리를 데리고 도망쳐! 그 자야!” 남성이 다급하게 외쳤다. “어서 가! 도망가! 내가 막을 테니까!”

공허한 암흑면의 수렁에 사로잡힌 해리는 제임스 포터의 그 어처구니 없는 오만함에 비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볼드모트 경을 막는다라? 도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그러자 높고 마치 뱀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한 단어들은 들리지 않았으나 해리의 신경을 옭아맬정도로 차갑게 메말랐고,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치 온 몸에 액체 헬륨으로 식혀진 쇠 막대기가 달라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냉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바다 케다브라.”

(경련을 일으키며 무너져내리는 소년의 무감각한 손가락에서 지팡이가 날아갔고, 경악으로 눈동자를 크게 뜬 교장이 황급히 패트로누스 마법을 전개했다.)

“해리는 안 돼요, 해리는 안 돼요, 제발, 제발 해리만은 안 돼요!” 여성의 목소리가 절규했다.

빛이 떠나가 잿더미가 된 해리의 잔해가 공허하게 의문을 던져보았다. 설마 저 사람은 최대한 공손하게 부탁한다면 볼드모트 경이 멈추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물러서라, 이 멍청한 계집아!” 고주파의 냉혹한 목소리가 사납게 외쳤다. “이 몸이 몸소 행차한 건 네년 때문이 아닌, 오직 아이를 위해서다.”

“해리는 안 돼요! 제발…자비를 ​베​푸​세​요​…​제​발​요​…​제​가​,​ 제가 무슨 일이든 할 테니….”

아무래도 처음부터 릴리 포터는 어떤 인간군상들이 어둠의 마왕으로 거듭나는지 이해를 못한 모양이라고 해리는 생각했다; 만약 저게 그녀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떠올릴 수 있었던 최선의 계략이었다면, 그야말로 엄마로써 낙제점수를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나는 네게 도망을 칠 아주 귀중한 기회를 주었다,” 날카로운 목소리가 말했다. “허나 네년을 납득시킬 가치는 없을 뿐더러, 너의 죽음조차 아들을 구할 수는 없다. 그러니 작게나마 이성이 있다면 당장 물러서라, 어리석은 계집!”

“해리는, 해리는 안 돼요, 제발 안 돼요, 차라리 절 데려가세요, 차라리 절 대신 죽이라구요!”

해리라는 이름의 공허한 무언가는 릴리 포터가 정말로 멍청하게 볼드모트 경이 납득하고 그녀를 살해한 뒤, 아들을 가만히 내버려두고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지 의아해했다.

“어쩔 수 없군,” 죽음의 목소리가 유난히 냉혹하고도 유쾌하게 들렸다, “그 제의를 수락하도록 하지. 네년이 내 손에 죽고, 아이는 살 것이다. 고로 그 지팡이를 내리거라, 내가 손수 죽여줄테니.”

살을 에는 듯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볼드모트 경이 세상이 떠나갈 듯이 오만하게 광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릴리 포터가 절박한 증오심이 어린 비명을 토해냈다, “아바다 케─”

죽음의 목소리가 그녀보다 먼저, 주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끝냈다.

“아바다 케다브라.”

눈부신 녹색 섬광이 릴리 포터의 삶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유아용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는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치 작은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붉은색의 두 눈동자가, 그와 정면으로 마주친 해리의 시야를 잠식해나갔다─





학생들은 해리 포터가 무너져내리는 광경을 지켜보았고, 해리 포터의 비명을, 그들의 귀를 칼로 도려내는 듯이 찢어지는 비명을 멍하니 들어야만 했다.

교장이 중후한 음성으로 “익스펙토 패트로눔!”이라고 외치자, 찬란한 은빛의 불사조가 허공에서 솟아올랐다.

허나 해리 포터의 지독한 비명소리는 끝없이 지속해나갔다. 심지어 교장이 그를 두 팔로 들어올려 디멘터와 거리를 벌렸을 때도, 심지어 네빌 롱바텀과 플리트윅 교수가 동시에 초콜릿을 가지러 갔을 때도, 그리고 ─

헤르미온느는 깨닫고 말았고, 보고 말았다. 그녀의 악몽이 점차 현실에 나타나고 있었다, 어째선지, 점점 진실로 변해가고 있었다.

“당장 초콜릿을 먹여!” 퀴렐 교수가 급박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이미 플리트윅 교수의 작은 몸이 교장을 향해 미친듯이 질주하고 있었기에 무의미했다.

헤르미온느도 멍하니 앞으로 나아갔다, 문제는 그래봤자 그녀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

“패트로누스를 전개하라!” 해리를 오러들의 후방으로 들고 온 교장이 우렁차게 고함을 질렀다. “가능한 사람은 전부! 해리와 디멘터 사이로 보내라! 아직도 영혼이 먹히고 있어!”

찰나의 시간 동안 군중이 경악에 얼어붙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플리트윅 교수와 오러 고리아노프를 시발점으로, 안토니 골드스타인이 전개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한번에 성공한 패르바티 패틸을 이어, 다시 한번 시도한 안토니의 지팡이 끝에서 날개를 활짝 핀 은빛의 새가 튀어나와 디멘터를 향해 울었다. 딘 토마스가 불을 토하는 듯이 포효하며 주문을 외우자, 그의 지팡이에서 흰색의 거대한 곰이 스르르 나왔다; 얼마 안가 해리와 디멘터 사이에 무려 여덟의 패트로누스가 당당하게 버티고 있었지만, 교장이 그를 메마른 잔디 위에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 해리는 피맺힌 비명을 질러대고 또 질러댔다.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헤르미온느는 누워있는 해리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속으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계산하고 있었다. 20초가 지났을까? 아니면 그보다 더?

알버스 덤블도어의 얼굴은 눈을 의심할정도의 고뇌와 경악으로 물들어있었다. 그의 기다란 검정색 지팡이는 손에 들려있었으나, 그는 주문을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그저 공포어린 눈동자로 경련을 일으키는 해리의 몸을 마냥 내려다보았다 ─

헤르미온느는 어쩔 줄을 몰랐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도 그녀와 비슷하게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불사조를 사용하십시오!” 퀴렐 교수가 고함을 질렀다. “디멘터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뜨려놓아야 합니다!”

일언반구조차 없이 교장은 바로 해리를 들고 어느샌가 등장한 퍽스와 같이 밝은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디멘터를 감시하고 있던 교장의 패트로누스도 깜박거리더니 소멸했다.

공포, 혼란, 그리고 이어지는 웅성거림.

“포터 군은 얼마 안가 완치할 겁니다,” 다시금 평정을 되찾은 퀴렐 교수가 언성을 높이며 고했다, “고작 20초를 아주 약간 넘긴 것 같군요.”

그 순간 격렬하게 타오르는 은빛의 불사조가 마치 어딘가에서 날아온 것처럼 재등장했다. 달빛을 머금은 생명체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의 앞까지 펄럭이며 날아와, 알버스 덤블도어의 음성을 토해냈다:

“이럴수가! 이 먼 곳에서까지 영혼을 갉아먹히고 있어! 어떻게? 어째서지? 답을 알고 있다면, 당장 말해다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당장!”

오러들이 일제히 그녀를 응시했고,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플리트윅 교수만은 예외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무방비하게 깨끗한 두 손을 보이고 있는 퀴렐 교수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초침이 자비없이 움직였다.

허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의 악몽이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어째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악몽이라고 생각했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리도 두려워했는지 ─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그녀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달았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만약 무엇이든 간에 해리에게 일어난 일이, 그녀에게도 똑같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는가?

사지가 죽은 것처럼 차갑고, 시야는 암흑으로 물들어, 공포가 그녀의 모든 것을 뒤덮었다; 해리가 죽고, 엄마와 아빠가 죽고, 친구들이 죽고, 모두가 죽어버려, 끝내 그녀마저 죽었을 때, 곁에는 그 어느 누구도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던 비밀의 악몽이었다. 그 악몽이 디멘터에게 주도권을 주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죽음.

다시는 그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다시, 다시는, 그런 끔찍한 곳에서 영원을 보내기는 싫 ─

너에게는 그리핀도르에 들어갈 만큼의 용기가 충분해, 기억 속의 ‘분류 모자’가 평온한 목소리로 고했다. 허나 어느 기숙사에 들어가든지 옳은 일을 하게 될게다. 어떤 기숙사를 선택하건 훌륭한 학업 성취도는 물론이고, 항상 친구들의 곁을 지킬거야. 그러니 두려워 말거라,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그저 네가 몸을 맡길 장소를 선택하거라….

선택할 겨를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해리는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헤르미온느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요, 다시 한번 디멘터 앞에 서볼 테니까….”

그리고 그녀는 디멘터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레인저 양!” 플리트윅 교수가 높은 음성으로 외쳤지만, 퀴렐 교수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기에 차마 막아낼 수가 없었다.

“전원!” 오러 코모도가 군대에게 명령을 하달하듯이 외쳤다. “그녀를 가로막는 패트로누스들을 해제하도록!”


“플리트윅!” 퀴렐 교수가 포효했다. “포터의 지팡이를 소환하십시오!”


헤르미온느가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는 순간, 플리트윅 교수는 이미 ‘아씨오’라는 주문을 외운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는 디멘터의 철창과 맞닿기 직전인 지팡이가 쏜살같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공허하고, 무기질적인 눈동자가 개안했다.

“해리!” 무색의 세계에서 한 목소리가 절박하게 들려왔다. “해리! 말좀 해보렴!”

멀게만 느껴지던 대리석 천장만이 가득한 시야에, 알버스 덤블도어의 근심 가득한 얼굴이 나타났다.


“너, 짜증 나,” 


공허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죽어버려.”

과거, 제임스와 릴리 포터의 죽음이 나왔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릴리의 변화는 충격적이네요. 아마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볼드모트는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마지막에서야 깨달았나보군요. 아바다 케다브라까지 사용해서 볼드모트를 죽이려고 하다니.

사실 원작이건 이 팬픽이건 간에 아마 해리포터라는 캐릭터에게는 이 기억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기억이겠죠. 디멘터가 없었다면 아예 기억이 잊혀진 채로 ​살​아​갔​겠​지​만​.​.​.​예​전​에​ 경험했던 별의 기억도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에게 있어서는 그녀가 언젠가 꾸었던 악몽. 모두가 죽고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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