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감옥 실험 4화
선두에 길을 밝히는 희미한 녹색빛을 따라가는 것은 투명화한 사용자에 의해 발현한 은색의 인영뿐이었다. 다섯 개의 복도를 지나, 우측으로 다섯 번 꺾고, 다섯 층의 계단을 올랐다. 두번째 초코우유 병을 들이킨 벨라트릭스의 손에는 이제 커다란 초콜릿 바가 쥐어져있었다.
벨라트릭스의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세번째 초콜릿 바를 끝마치고나서였다.
해리가 그 소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생전 처음 듣는 소리 같았으니까. 음정은 박살난지 오래였고, 발음도 두루뭉술했기에, 그것이 벨라트릭스의 울음소리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벨라트릭스 블랙이 울고 있었다. 어둠의 마왕에게 가장 총애받는 흉기가 서럽게 오열했다. 투명화한 나머지 보이지는 않았으나, 지금도 그녀가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아내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꿈이 아니지?” 벨라트릭스가 말했다. 더 이상 속삭임이 아닌, 음정이 되돌아온 목소리였다. 그녀가 재차 스스로에게 물어보 듯 되풀이했다. “현실…현실?”
그렇다, 어둠의 마왕을 연기하는 해리의 뇌가 말했다, 그러니 이만 입 다물 ─
그러나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법은 없었다.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주인님이 ─ 언젠가는 ─ 오실거라, 믿, 믿었습니다,” 울먹이는 벨라트릭스의 목소리는 간헐적으로 떨렸고 발성도 엉망이었다, “주인님이 ─ 살, 살아계실거라 ─ 제게 돌아오실, 거라고 ─ 주인님….” 그녀가 마치 호흡을 가다듬 듯 숨을 가쁘게 쉬었다, “그렇지만 ─ 돌아오셔도 ─ 저를 사랑해주지는 ─ 영원히 ─ 제 사랑에 대답하지는 않으실거야 ─ 그래서, 그래서 ─ 그들이, 내 사랑을 ─ 빼앗지 못했답니다 ─ 더 이상 기억은 ─ 너무 많이 잊어버렸지만 ─ 아, 잊어버린 게 뭐였더라 ─ 그래도 주인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히, 기억합니다 ─”
날카로운 비수가 해리의 심장을 파고들어갔다. 이토록 처참한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나. 듣는 것만으로도 어둠의 마왕을 추적해 죽여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저를, 아직도 사용할 데가 있는겁니까, 주인님?”
“아니,” 해리의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거의 무의식으로 토해낸 답변이었다. “일시적인 변덕으로 아즈카반을 침입했단다. 하, 당연히 네가 아직 쓸만한 구석이 있어서 이러는 거 아니냐! 이토록 멍청한 질문이라니.”
“하지만, 저, 전 약해요,” 벨라트릭스의 목소리는 울음이 가득 섞여있었다. 분명 작은 음성이었으나, 아즈카반의 텅 빈 복도에 울려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더 이상 주인님을 위해 살해할 수가 없어요, 죄송해요 주인님. 다 먹었어요, 다 먹혀버렸답니다. 이렇게 약한 제가, 주인님에게 어떻게 쓸모가 있을까요 ─”
해리는 뇌를 필사적으로 구동시키며 어떻게 하면 그녀를 안심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방도를 모색했다. 어둠의 마왕이 토해내는 말에서 ‘배려’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흉측해,” 벨라트릭스가 말했다. 그 말은 마치 그녀의 관에 쳐박히는 마지막 못과도 같았다. 그야말로 마지막 희망이 바스라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흉물스러워, 그것마저 먹혔어…전, 전 더 이상 아름답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하수인들에게, 저를, 포상으로 내릴수도 없게 됐네요 ─ 그래, 레스트랭도, 이제 나를, 괴롭힐 생각, 안 할거야 ─”
찬란한 은빛의 인영이 걸음을 멈추었다.
해리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어둠의 마왕, 그 자식이… 나약하고 무방비한 내면의 일부가 현실을 부정하듯이 비명을 내질렀다. 이해를 거부하고 현실을 외면해보지만, 단단하고 냉정한 또다른 일부가 자연스럽게 끈을 이어갔다: 그녀는 언제나 다름없이 그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따랐을 뿐이야.
녹색의 빛무리가 위아래로 붕붕 흔들리며 전방으로 쏘아져갔다.
은의 인영은 여전히 제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벨라트릭스의 오열이 더욱 더 거세져갔다.
“저, 저는, 고장나, 더 이상 쓸모가, 없습니다….”
거대한 손이 해리의 가슴을 옥죄여, 마치 빨래마냥 쥐어짜 심장을 부숴나가기 시작했다.
“제발,” 벨라트릭스가 중얼거렸다, “부디 저를 잊어주시길….” 그 말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저를 죽여주십시오. 주인님께 힘이 되어드리지 못하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습니다…이만 끝내고 싶습니다…사랑하는 주인님, 제게 마지막 고통을 내려주소서, 제가 망가질 때까지….”
그것은 해리가 인생을 통틀어 들은 가장 슬픈 말이었다.
은빛 형상의 패트로누스가 위태롭게 깜박거리고 ─
흔들리며 ─
밝아진다 ─
해리의 내면 속에서 분노가 타올랐다. 모든 일의 원흉인 어둠의 마왕을 향한 분노, 디멘터를, 아즈카반을 향한 분노, 그리고 이의 존재를 허락한 세상을 향한 분노가 팔에 내제되어, 거침없이 지팡이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 흐름을 거스르려고 노력해봤지만 헛수고에 불과했다.
“주인님!” 퀴렐 교수의 변모한 목소리가 다급하게 속삭여왔다, “제 마법이 통제를 잃고 있습니다! 부디 도움을, 주인님!”
빛이 강렬해지고 또 강렬해진다. 패트로누스는 해리가 디멘터를 소멸시켰던 날보다 훨씬 더 급속도로 몸을 부풀리고 있었다.
“주인님!” 실루엣이 두려움에 질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발, 모두 알아차릴 겁니다, 주인님!”
모두가 알아차린다, 해리가 생각했다. 그의 상상력이 뚜렷한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을 감싸던 한기와 어둠이 걷히고, 치유의 빛이 내리쬐는 모습을.
주변 공간의 노출된 표면은 겉잡을 수 없는 빛을 반사해 마치 하얀 태양처럼 작열하기 시작했다. 그 섬광에 살가죽만 남은 벨라트릭스와 누르슴한 사내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 압도적인 빛에는 투명 마법마저 맥을 못추렸다; 오로지 죽음의 성물 중 하나인 ‘투명 망토’만이 아직 그 힘을 유지할 뿐이었다.
“주인님! 제발 멈춰주세요!”
그러나 해리는 더 이상 그 힘을 통제할 수 없었다. 아니, 통제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패트로누스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아즈카반의 전역에서 생명이 터져나오는 것이 감지되었다. 그 빛의 날개가 펼쳐지며 주변의 대기가 순수한 은색으로 물들자, 해리는 여기서 그의 의무가 무엇인지 자각했다.
“제발, 주인님!”
퀴렐 교수의 외침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건물 중앙에 뚫린 나락 안 디멘터들과의 거리는 상당했으나, 빛이 강대하기만 하면 충분히 소멸시켜버릴 수 있을거라고 해리는 자신했다. 그가 힘을 억누르지 않는다면 죽음은 감히 그 앞에 맞서지 못할 터. 해리는 모든 문을 활짝 열어재끼고 전신에, 영혼에, 그리고 모든 의지에 마법의 티끌까지 긁어모아 담았 ─
그리고 그 밝은 태양의 내면 속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움직이며 그를 향해 필사적으로 간청하는 듯 손을 내밀었다.
안 돼
하지 마
갑작스러운 파멸의 징조가 강철같던 해리의 의지를 강타했다. 대의로 가득 찬 의념을 유일하게 뚫은 그 징조는 불안함을 선사했다. 인영이 한 발자국 더 내딛자, 파멸의 징조는 이제 재앙처럼 느껴지기에 이르렀다. 순간적으로 차디찬 물을 뒤집어쓴 것 마냥, 해리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의 어리석은 행동의 결과, 위험, 그리고 함정을.
외부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 밝기가 태양과도 같았던 빛의 구체는 물결쳤고….
파동을 치더니…
…마침내 태양과 비교했을 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달빛의 밝기 정도로 화했다.
달빛이 자아내는 어둠 속에서 애처롭게 손을 뻗고있는 누르스름한 피부의 사내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저앉은 깡마른 여인이 드러났다.
그리고 여전히 투명화한 채 그대로인 해리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었다. 최대의 위험은 비껴나갔다. 이제 마법을 최소한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다. 마치 무언가가 빠져나간 듯이 공허한 기분이었다. 부디 그게 영구적이지 않기만을 빌 뿐.
미리 알아챘어야 했는데, 미리 떠올렸어야 했는데.
패트로누스를 지탱하는 연료는 단지 ‘마법’만이 아니라는 것을 ─
“감사합니다 주인님,” 누런 사내가 중얼거렸다.
“멍청한 것,” 어둠의 마왕을 연기하는 소년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그 주문은 치명적이라고 내가 친히 경고하지 않았었나?”
물론 퀴렐 교수는 그 말을 듣고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네 주인님, 이해했습니다,” 더듬거리며 고개를 숙여보인 어둠의 마왕의 하수인은, 이내 벨라트릭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때마침 그녀는 마치 몸이 아픈 머글 노파처럼 천천히, 조심스럽게 지면을 딛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웃겨,” 벨라트릭스가 중얼거렸다, “방금 너, 패트로누스 마법에 의해 죽을 뻔 했네….” 그녀가 기도에 먼지를 털어내는 듯이 메마른 웃음소리를 냈다. “어쩌면 너를 처벌할 수 있을지도. 주인님이 너를 석화시키고, 내게 단검만 있다면…그래, 나도 조금은 쓸모가 있으려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걸까, 이상하지….”
“조용하거라 벨라,” 해리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그 입 다물도록.”
대답이 없다는 건, 곧 굴복을 뜻한다.
복도를 걸어가며 해리는 패트로누스로부터 흘러나오는 빛에 잠깐이나마 두려움을 벗는 죄수들을 보았다. 그 달콤하고 소중한 찰나의 시간 동안 그 치유의 빛을 내리쬐며 안식을 되찾았던 그들은, 해리가 지나가자마자 곧 들이닥치는 한기와 어둠에 다시 허물어져내렸다.
해리는 그 모든 것을 뇌리에서 지워버리려 노력했다.
그러지 않으면 패트로누스는 아즈카반의 모든 디멘터를 이 거리에서조차 불태워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으리라.
그러지 않으면 패트로누스는 아즈카반의 모든 디멘터를 이 거리에서조차 불태워버릴 때까지, 연료로 그의 생명을 앗아갈 때까지 멈추지 않으리라.
아즈카반 정상의 오러 숙소, 한 오러 3인조는 병영 안에 곯아떨어진 채로, 다른 오러 3인조는 휴게실에서 잠깐의 여가 시간을, 마지막 오러 3인조는 통제실에서 경계를 서는 중이었다. 통제실은 오러 3인조가 앉는 의자 3개밖에 없는 간단한 양식이면서도 상당한 크기였다. 오러들은 패트로누스 3개를 유지하기 위해 지팡이를 항상 쥐고있어야만 했다. 과연 빛을 흩뿌리는 새하얀 동물 형상의 패트로누스들은 활짝 열린 창문 앞에서 뛰놀며 디멘터의 공포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주었다.
평소 3인조는 통제실 뒤쪽에 모여 포커 따위의 카드 게임을 즐겨했고, 창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 물론 하늘 비스무리한 건 보였고 심지어 하루에 한 두시간 정도는 태양이 드러나기 까지 했지만, 동시에 그 창문으로는 중앙에 뚫린 인세의 지옥이 적나라하게 보였던 것이다.
혹시라도 디멘터가 날아와 말을 걸기라도 할까봐 그들은 창문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부양할 가족만 없었더라면 오러 리는 설령 남들의 3배에 달하는 월급이라고 해도 이런 망할 근무처에 발령을 거부했을 것이다. (그의 진짜 이름은 ‘소광’이었으나, 모두들 그를 ‘마이크’라고 불렀다; 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그는 자녀들을 더 간편하게 각각 ‘수’와 ‘카오’라고 이름을 지었다.) 고액의 연봉을 제외한다면 그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바로 동료들의 ‘드래곤 포커’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맘때쯤 되면 도리어 못하는 게 이상하지만.
현재 그들은 5336번째 게임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고, 리는 5300번대 게임 가운데 으뜸인 패를 뽑았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2월의 토요일인데다가 참가자가 총 3명이니, 2, 3, 그리고 7을 제외한 카드 한 장을 바꿀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의 패를 유니콘, 드래곤, 그리고 7로 맞출 수 있다….
그 때 테이블의 맞은 편, 그의 동료인 제라드 맥커스커가 자신의 패를 보다 말고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려 가만히 응시했다.
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의 7의 하트가 ‘디멘터 변환기’에 공격당해 6으로 바뀐다면 바로 투 페어로 직속 나락행이고, 그러면 도리어 맥커스커가 이길 수도 있 ─
“마이크,” 맥커스커가 말했다, “너 패트로누스 좀 이상한데?”
리가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보았다.
그의 부드러운 은빛 오소리가 나락의 경계를 서다 말고 ‘그것’만이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바리의 달빛 오리와 맥커스커의 밝은 개미핥기 또한 참가해 똑같이 오소리가 내려다보는 장소를 가만히 주시했다.
서로 시선을 주고받던 오러들은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전하러 가지,” 바리가 말했다. 원칙대로라면 근무 중 뭔가 미심쩍을 경우 취침 중이 아닌 비번의 오러 세 명을 보내는 것이 맞았다. “너희 둘만 문제없다면, 녀석들 중 아무나 데리고 C 스파이럴 쪽으로 향하겠다.”
리와 맥커스커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즈카반으로 침입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강력한 마법사를 고용할 정도로 부유하고, 패트로누스 마법의 시전이 가능한 마법사를 회유할 수 있을 만큼의 순수한 의도를 가졌다면 말이다. 아즈카반에 투옥된 친구나 가족이 있는 자들이 간혹 그러했다. 그들에게 단 반나절만큼이라도 패트로누스의 따스한 안식을 선물해주기 위해, 악몽 대신 진짜 꿈을 꿀 기회를 선사하기 위해. 아니면 무사히 형량을 마칠 수 있게끔 그들의 옥에 초콜릿을 가득 숨겨놓고 가기도 했다. 그리고 경비를 서는 오러들은…뭐, 설령 그들이 발각되더라도 오러들은 적절한 뇌물만 받으면 그러한 행위를 눈감아주는 편이었다.
오러 리에게 적절한 뇌물이란 바로 2크넛과 시클 하나 언저리였다. 그는 아즈카반이라면 진저리를 칠 정도로 싫어하니까.
그러나 ‘외팔의 바리’에게는 투병 중인 아내가 있었고, 그에 따른 진료비에 허덕이는 중이었다. 아즈카반에 침입할 정도로 부유한 자라면 설령 바리에게 발각되더라도 그의 남은 손에 충분히 기름칠을 하고도 여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허나 그것을 굳이 지적하지 않고 셋은 암묵적인 동의 하에 포커 게임을 끝마쳤다. 끝날때까지 디멘터는 결국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기에 아무런 변수 없이 리가 손 쉽게 이겼다. 그리고 그맘때쯤에는 패트로누스들도 시선을 돌려 평소의 경계 태세로 되돌아간 상태였기에 정말 아무것도 아닐 가능성도 있었지만, 원칙은 원칙이다.
리가 판돈을 긁어모은 뒤, 둘을 향해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인 바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년의 사내의 기다란 백발이 멋드러진 붉은 망토를 스쳤고, 그 망토 또한 통제실의 강철 바닥을 스쳤다. 그리고 바리는 비번의 오러들이 쉬고 있는 휴게실로 향하는 문을 열고 나갔다.
후플푸프에 배정되었던 리인 만큼 이런 일이 가끔은 꺼려지고 거북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또한 바리가 보여줬던 사진들을 전부 지겹도록 본 인물 중 하나였다. 한 사내가 투병중인 가련한 아내를 살리려고 발악을 해대는데 그 앞길을 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욱이 사내가 은퇴를 고작 7개월 앞두고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