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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고타로 괴담집

日本怪談全集


역자 | 일각여삼추

황금 베개


신도탁(辛道度)은 방랑길을 계속하고 있었다. 옷은 얇고 호주머니는 비어, 먹을 것을 주는 동정심 많은 사람이 없을 때는 물로 굶주림을 견디고, 잠자리 빌릴 곳이 없으면 나뭇잎을 깔고 노숙했다. 그렇게 궁핍한 삶이었지만 그는 결코 속상해하지 않았다. 그의 앞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행복이 보였다. 요컨대 그는 젊었다.
옹주성(雍州城) 서문에서 오 리 정도 북쪽으로 갔다. 울적한 저녁이었다. 도탁은 그날도 아침부터 물 외에 아무 것도 입에 대지 못해 뭔가 줄 것 같은 부잣집을 찾아 걸었다. 밭 가운데나 숲 그늘에 닿자 민가 지붕이 조금씩 보였지만 들어가 볼만한 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일을 매일 같이 겪은 그는 그다지 당황하지도 않고 비관하지도 않았다. 조만간 어딘가 좋은 곳을 찾겠지 하는 마음에 태연한 얼굴로 느릿느릿 걸었다.
작은 시내의 흙다리를 건너고 단풍이 든 대지 아래쪽을 돌자 저택 구조의 큰 건물이 보였다.
“겨우 좋은 곳을 찾았군.”
도탁은 그 문 쪽으로 갔다. 출입구에 하녀 같은 여자가 서 있었다. 마치 그가 오는 걸 기다린 것처럼.
도탁은 여자 앞으로 갔다. 여자는 그리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는 농서(隴西)의 서생, 도탁이란 사람입니다만 돈이 떨어져 식사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주인께 식사를 하게 해주십사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만 여쭤봐 주실 수 없으실지요.”
“아, 식사를. 그럼 잠시 기다려 주세요. 가져다 드릴 테니.”
여자는 선선히 말하고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탁은 돌에 걸터앉아 기다렸다.
이윽고 여자가 되돌아왔다.
“그렇다고 하시면 오늘 밤 묵고 가셔도 좋다고 말씀하셨으니, 들어오시지요. 여기 주인은 마님이세요.”
도탁은 감사 인사를 하며 그 뒤를 쫓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빨갛게 칠한 기둥, 녹색의 벽 등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주인님께서는 여기 계셔요.”
여자는 문을 열었다. 도탁은 멋쩍어 주저주저하며 들어갔다.
방 한가운데에는 호리호리한 몸에 예쁘게 차려 입은 여자가 걸상에 앉아있었다. 방 구석구석에는 운모로 된 칸막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도탁은 멀리서 인사했다.
“이 분이 방금 부탁 드렸던 서생 님이세요.”
여자는 이렇게 주부에게 소개했다.
“자, 들어오세요. 이 집에는 저 혼자 있으니 편하게 계셔도 됩니다. 거기에 앉아 주세요. 곧 뭔가 만들어 오게 할 테니.”
주부는 잠시 허리를 들어 자기 앞 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저는 농서에서 온 사람으로, 신도탁이라고 합니다. 유학하고 있습니다만 노자가 부족해 여러분께 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와 죄송합니다.”
도탁은 눈부신 듯한 얼굴로 섰다.
“그건 이미 이 아이한테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며 주부는 여자 쪽을 힐끗 봤다.
“자, 거기에 앉아 주세요.”
도탁은 겨우 주부 앞에 가 앉았다. 그걸 본 여자는 나갔다.
“저도 혼자라, 쓸쓸해하던 참이었어요. 귀찮으시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도탁은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이 들어 얼굴을 똑바로 들지 못했지만 차츰 편안해졌다. 주부는 비쳐 보일 듯 새하얀 얼굴에 어렴풋이 볼연지를 발랐다.
“그렇게 돌아 다니시니 재미있는 일도 있겠지요.”
예쁜 주부는 조금의 격의도 없이 도탁의 말상대를 해주었다. 부드러운 부인의 말이 젊은 남자의 귀에 기분 좋게 울렸다.
“저처럼 불행한 사람은 또 없을 거예요.”
주부는 이런 말도 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때 여자 둘이 상을 들고 왔다. 주부는 방 동쪽에 있는 탁자 위에 그걸 놓았다.
“변변치 않지만 들어 주세요.”
주부는 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도탁은 친척집 식탁에 앉은 것처럼 사양 않고 그곳에 앉았다. 향기 좋은 술도 딸려 있었다.
도탁은 술을 마시고 고기를 뜯었다. 두 여자가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 여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도탁은 이제 완전 유유자적해서 타고난 남자다움을 보여주었다.
도탁은 주부와 나란히 앉았다. 등잔 빛이 방 안을 붉게 물들였다. 도탁은 넋을 잃었다.
“그대는 저를 어떤 사람으로 보시나요?”
도탁은 주부의 태생은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저는 아직 그대가 어떤 분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일이 없습니다.”
“저는 진(秦) 민 왕(閔王)의 딸로 이 조(曹)나라에 오게 된 후 이십삼 년간 혼자서 지낸 자예요.”
도탁은 그런 귀족과 동석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겼다.
“그대가 싫지 않다면 부부가 되어주세요.”
“그렇지만 그대는 고귀한 신분이 아닙니까?”
주부의 아름다운 몸이 도탁에게 기댔다.
주부와 도탁은 푸른 장막 그늘이 된 침상 위에 나란히 있었다.
“이렇게 당신과 삼일 밤낮 있었지만 이 이상 같이 있으면 재앙이 닥쳐요. 이제 부디 돌아가 주세요.”
주부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별에 대한 저의 진심을 보여드리기 위해 드릴 물건이 있어요.”
주부는 침상 뒤 작은 상자에 손을 넣어 그 안에서 황금 베개를 꺼냈다.
“이걸 드릴게요. 가져가 주세요.”
이렇게 말한 주부는 다시 울었다.
도탁은 처음에 신세를 진 여자의 배웅을 받아 문을 나섰다. 열 발자국 걷더니 뒤로 돌았다. 저택이 사라지고, 가시나무가 무성한 고분(古塚)이 있었다. 도탁은 놀라 허둥지둥 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달리다 정신이 들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황금 베개는 여전히 있었다.
도탁은 진 나라에 갔다. 궁핍한 끝에 그는 황금 베개를 팔아 돈을 얻고자 했다. 도탁은 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시장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교역을 하고 있었다. 도탁은 돈이 있을 법한 사람을 찾아 그 베개를 꺼내 보였다.
“이걸 사주지 않겠는가.”
가난한 서생이 가지고 있기에 어울리지 않는 황금 베개였다. 몇 명에게 보여도 사고자 하는 이가 없었다.
“이걸 사지 않겠는가. 싸게 팔아도 좋네.”
도탁은 다시 지나가다 만난 남자에게 그 베개를 보였다.
소가 끄는 아름다운 마차가 반대편에서 왔다. 마차 주위에는 남자, 여자 수행원이 붙어 있었다. 마차에는 진의 왕비가 타고 있었다. 왕비는 도탁이 손에 든 황금 베개를 살펴 보았다.
“저 베개를 가진 남자를 이곳으로 부르도록.”
수행원 하나가 도탁 옆으로 왔다.
“황후 님의 부르심이다, 이쪽으로 오도록.”
도탁은 수행을 따라 마차 옆에 갔다. 마차는 서 있었다.
“그 베개를 이쪽으로.”
수행원이 도탁의 손에서 베개를 들어 마차 창문가에 내밀었다. 베개는 왕비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 베개를 어떻게 해서 그대가 가진 것이냐.”
도탁은 땅바닥에 머리를 대고 베개를 손에 넣은 경위를 말했다. 말하는 동안 왕비는 울기 시작했다.
“이건 확실히 내 딸이 갖고 있던 것이다. 그럼 여자에게서 받은 것이냐.”
왕비는 하염없이 울었다.
도탁은 왕비의 마차를 따라 진 왕궁에 갔다. 왕궁에서는 도탁의 말에 의심을 품고 사람을 시켜 무덤을 파헤쳐 관을 열어 조사하게 했다. 이십삼 년 지난 여자의 시체는 썩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시체와 함께 넣은 물건을 대조했다. 다른 물건은 전부 그대로였지만 황금 베개만 없었다.
다음으로 죽은 이의 몸을 조사했다. 거기에는 마치 정교한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진 왕비는 도탁의 사정을 양해했다.
“이 사람이야 말로 진실된 사위다. 딸 또한 신이다. 죽고 이십삼 년이나 지나 산 인간과 교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왕비는 도탁을 ​부​마​도​위​(​駙​馬​都​尉​)​로​ 삼아 금과 비단, 거마를 내리고 본국인 농서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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