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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요코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마음이 미스테리 제 4화


 덥다.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내리쬐는 햇살, 들어왔다 빠지는 파도, 타는 듯 뜨거운 모래, 울려 퍼지는 환호성, 그리고 제각각 수영복을 몸에 두른 남녀.
 확인할 것까지도 없이, 여기는 여름 해안가. 여름방학 중에다 날씨도 좋으면 당연히 북적거릴 만해서, 가족 동반이나 커플이 가득 넘치고 있다.
 어째서 내가 바다에 온 건가 하면, 그건 히노 양의 말에 넘어갔다고밖에 할 수 없다. 어쨌거나 우리들은 지금 바다에 와 있는 거다.
“기다렸지~ 유키 군!”
 곁에서 걷고 있던 히노 양이 밝은 소리를 내며 손을 든다.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고개를 들고 앞쪽을 보니 셔츠에 수영복 차림의 유키 군이 비치파라솔이나 의자 같은 것들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고하셨어요. 좋은 자리 잡았네요.”
 히노 양을 기준으로 반대쪽을 걷고 있는 나나오 양은, 히노 양의 후배고, 봄방학까지 같은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현재 고교 3학년, 귀여운 여자애다.
 그렇다, 우리는 넷이서 바다에 온 거다. 처음에 히노 양에게서는 “후배와 그 친구랑 간다”는 말만 들었기에 유키 군이 있다는 걸 안건 오늘 실제로 만난 뒤였다. 확실히 봄방학까지 아르바이트하고 있었다고 하니까, 유키 군과는 친구겠지만.
 짐을 내려두자 히노 양도 나나오 양도 입고 있던 셔츠를 벗고 수영복 차림이 된다. 히노 양은 진홍색 비키니, 나나오 양은 눈부신 주황색 탱키니.
“새 수영복인데, 어때, 어울려 유키 군?”
“에, 예. 정말로.”
 욱.
 유키 군도 참, 수영복 차림의 히노 양이나 나나오 양을 보고 얼굴이 풀리기는.
“아아, 미즈노 양, 무서운 표정 짓지 말아 줘. 미즈노 양의 수영복 차림도 유키 군에게 선보여 줘야지.”
“에, 자, 잠깐.”
 아직 마음의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내 사정은 무시하고, 히노 양이 내가 입고 있는 파카를 벗기려 한다. 저항은 했지만 나나오 양도 더해져 둘이 달려들어, 결국 벗겨져 버렸다.
“봐, 어때, 유키 군? 미즈노 양의 수영복.”
“아으…….”
 이상한 소리를 내며, 얼굴뿐만이 아니라 몸까지 새빨개진 채로 유키 군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내가 입고 있는 수영복은 네이비의 줄무늬 비키니. 짙은 네이비 블루와 옅은 물색 등의, 여러 가지 푸른색 계통의 색으로 짜낸 무늬가 여름답다고 생각한다.
“아, 저기, 수영복…….”
 거기까지 밖에 말하지 않았지만, 유키 군이 생각하고 있는 건 알 수 있다. 이건 처음 데이트를 했을 때 실수로 들어간 수영복 매장에서 유키 군이 나한테 어울리리라 생각한다고 말해준 수영복인 거다.
 차암, 보고 있는 이쪽이 부끄러워진다.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팔로 몸 앞을 가려보려 하지만, 가려질 리가 없다.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라는 거야? 우리들과는 반응이 다르네ー.”
 즐거운 듯 히노 양이 우리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자, 넋을 잃는 건 그 정도로 해두고, 모처럼 온 거니까 놀자!”
“아, 자, 잠깐만요 히노 씨, 짐이.”
“괜찮ー아, 괜찮ー아, 귀중품은 로커에 넣어 뒀고. 자, 둘 다!”
 히노 양은 오른손으로 유키 군의, 왼손으로 내 팔을 끼고 달려나간다. 거기에 끌려서 푹 꼬꾸라지는 듯한 모습으로 달려나가는 우리들. 물가에서는 나나오 양이 즐거운 듯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우리를 부르고 있다.
 생각할 것들은 여럿 있지만, 일단 지금은 전부 잊어버리고 즐기기로 했다. 옆을 바라보면 미소를 돌려주는 유키 군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어느새 유키 군은 ‘요코 씨’라고 이름으로 부르게 된 거니? 가게에서는 ‘미즈노 씨’지?”
 점심을 마치고 손을 씻은 뒤 세면장에서 히노 양은 그런 소리를 꺼내 왔다.
“그랬었나?”
“그래. 그보다, 이제 와서 숨겨도 소용없어.”
 그리 깨끗하다고는 하기 힘든 거울로 머리카락을 세트하면서 히노 양은 말을 이었다.
“솔직히, 어떤 거니? 유키 군과 사귀고 있는 거지? 그 공원에서 고백한 뒤, 어떻게 된 거야?”
“어떻고 저떻고, 어떻게도 안 됐으니까.”
 하고 말한 건 거짓말이고.
 사실은 첫 데이트 뒤에도 한 번 밖에서 만났다. 영화에 대한 답례라는 걸로 미술관에 초대했다. 미술관 같은 데 흥미가 있을지가 약간 걱정이었지만, 아무래도 유키 군은 그날에 대비해 열심히 공부해 와 준 모양이어서. 그래도 역시나 벼락치기론 한계가 있어서, 바로 나한테 들통이 나버렸지만, 기뻤다. 그 외에 알바 중 같은 시프트일 때는 함께 돌아가고, 중간에 차를 마시거나 했으니, 어떻게도 안 된 거랑은 좀 다를지도 모른다.
“어머머, 뭘 떠올리고 웃고 있는 거니, 미즈노 양. 역시 뭔가 있었지?”
“아니야.”
“어째서 그렇게 숨기려고 하는 거야ー.”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라고 하잖아.”
 비슷한 소리를 서로 되풀이하면서 파라솔 쪽으로 돌아가자, 그쪽에는 유키 군과 나나오 양이 어쩐지 즐거운 듯한 분위기로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본 순간 뭔가가 마음 깊은 곳에서 삐걱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런 기분이 든 거다.
“자, 밥도 먹었고, 다시 놀자ー.”
 옆에는 히노 양이 주먹을 들어 올리며 선언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나나오 양이 손을 흔들고 있다.
“뭘 할까? 비치 발리볼이라거나?”
“아, 미안해. 나 밥 먹은 직후니까 약간 쉬고 있을게. 먼저 셋이서 놀고 있어 줄래?”
“에ー. 뭐, 어쩔 수 없나. 그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을 때 와 줘.”
 세 사람은 함께 모래사장을 걸어 물가를 향해간다.
 나는 홀로 파라솔 아래서 의자에 몸을 걸쳤다.
 히노 양에게 말한 건 거짓말이 아니라, 먹은 뒤에 잠시 쉬고 싶었으니까. 나는 토트백 안에서 읽던 책을 꺼내 들었다.
 한동안 페이지에 눈을 향했지만, 아무래도 집중할 수 없었다. 고개를 들어보자 모래사장이나 바다에서 각기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에 함께 온 세 사람의 모습도 바로 보였다.
 셋이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즐거운 듯 물을 뿌려대고 있다. 유키 군도 웃고 있다.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가져온 아이스박스에서 미네랄 워터 페트병을 꺼내 입을 댄다.
 바다에선 여전히 세 사람이 신나게 놀고 있다.
 그리고 파도에 발이 휘말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장난치고 있는 건지, 나나오 양이 유키 군에게 앞에서 안아 붙었다.
 균형을 무너뜨린 유키 군을 뒤에서 히노 양이 껴안는다. 딱 여자 두 사람에게 앞뒤로 샌드위치 당하는 꼴이 되었다.
 아, 유키 군도 참, 헤프게 얼굴이 풀려선. 정말, 흐물거려 갖고선, 칠칠치 못하다. 곤란한 척을 하며 여자애의 살갗을 즐기고 있는 게 틀림없어. 가슴 같은데 눌려서 내심 기뻐한다거나.
 보고 있자 속이 드글드글 끓는다.
 나는 그런 화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로 물결에 흔들리는 세 사람의 모습을 쫓고 있었다.

 한동안 지나, 유키 군을 선두로 셋이 돌아왔다.
“요, 요코 씨도 슬슬 함께 놀지 않으실래요?”
“어머, 내가 있으면 방해인게 아니니? 유키 군, 여자애 두 명에게 안겨서 정말로 기쁜 듯 했는데.”
“에, 아, 아니에요!! 그, 그건 우연이었고, 에에.”
 당황하며 말을 꺼내려는 유키 군. 하지만 나는 흥하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어떠려나? 흐물거리는 얼굴로, 칠칠치 못한 표정 짓고 있었잖아.”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어머, 뭐야뭐야, 혹시나 미즈노 양, 젤러시?”
 질투?
 질투하고 있어?
 내가, 누구에게?
“질투 같은 거, 안 했어요.”
“어떻게 봐도 그런 걸로 밖에 안 보이는데~?”
“안 했습니다. 그냥, 히노 양이나 나나오 양과 마음껏 잘 지내면 되잖습니까.”
“아하하, 미즈노 양은 귀엽다니까. 자, 계속 삐쳐있지 말고 같이 놀자, 응? 모처럼 온 거니까 애정싸움 같은 건 관두고.”
“잠깐, 애정싸움이라니.”
 반박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히노 양과 나나오 양 두 사람에게 손을 잡혀서 억지로 일으켜 세워진다.
 그래도 결국, 이 뒤에 아무리 놀아도 나는 어딘가 신경이 날카로워진 채였다.


 저녁이 되어서 역시 슬슬 사람이 줄어왔을 무렵, 우리들 네 사람도 빠져가기로 했다.
 실은 이번에 1박 예정으로 왔는데.
“자, 잠깐 기다려?! 나랑 유키 군이 같은 방이라니, 어떻게 된 거야?!”
 호텔 프론트에서 나는 무심코 큰 소리를 질러 버렸다. 그것도 그렇겠지. 지금 말한 대로, 유키 군과 같은 방이라는 소리를 들은 뒤 입 다물고 있을 순 없다. 게다가, 트윈도 아니고 더블이라는 소리니까.
“저기, 신경 써 줄 셈이었는데, 안돼?”
“당연하잖아. 두 방이라면 남자와 여자로 나눠야지.”
“에에, 그래도 그렇게 되면…….”
 거기서 히노 양은 옆의 나나오 양과 얼굴을 마주 봤다. 그리고 내 쪽으로 다가와서,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살며시 말했다.
“미즈노 양, 우리랑 셋이서, 할래?”
“하아? 뭘?”
“그러니까……야한 짓.”
“야한, 짓, ​이​라​니​…​…​에​ー​ー​ー​ー​ー​ー​ー​엣​?​!​”​
 다시금 큰 소리를 질러 버려서 당황하며 입을 막는다. 프론트의 사람들이나 유키 군도 의아스런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나랑 나나오야, 사귀고 있으니까. 밤이 되면, 뭐어, 그게, 역시, 그치. 그래서, 같은 방이 되면 아무래도 미즈노 양도 함께가 되어 ​버​리​는​데​…​…​우​리​들​은​ 뭐어, 괜찮지만, 미즈노 양이 괜찮다면.”
“아, 아아아아아니, 사양할게!”
 고개를 붕붕 흔든다.
 그렇달까, 머릿속이 새하얗다. 저기, 무슨 소리? 히노 양과 미즈오 양은, 그, 그, 그런 거였어?!
“그럼, 방 나누기는 결정이라는 걸로. 자, 가자.”
 반쯤 얼이 빠진 채로 나는 느릿느릿 나뉜 방을 향하는 거였다.


 일단 방에 짐을 두고, 서로의 방 안을 비교하거나 잠시 쉬거나 한 뒤에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그 뒤에, 나나오 양이 가져온 어마어마한 양의 불꽃을 모래사장에서 즐기고, 방에 돌아가서 넷이서 수다를 떨고.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10시를 한참 지나 있었다.
“자, 그럼 슬슬 우리들도 방으로 돌아갈까?”
 기지개를 켜며 히노 양이 일어났다. 거기에 따라 나나오 양도 앉아 있던 침대에서 내려온다.
“에, 벌써 가는 거니?”
“응, 오늘은 아침부터 노느라 지쳤고, 너무 늦어지면 내일이 괴롭고.”
“그, 그래도, 역시 곤란하다고 생각하는데.”
 까놓고 말해, 마음이 준비되어있지 않다. 남자애와, 유키 군과 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다니. 저녁부터 지금까지,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걸 피하고 있었던 거다.
 내가 그런 식으로 곤란하다는 표정을 보이자, 히노 양은 빙긋 웃으며 요염하다고도 할 수 있는 눈길을 유키 군에게 향한다.
“그렇게나 곤란하니? 그러면 유키 군, 우리 방에서 같이 잘래? 유키 군이 괜찮다면 우리들은”
“그, 그런 건 안돼!! 유, 유키 군은 나랑 잘 거니까!!”
 냉정하게 생각하기 전에 나는 소리쳤다.
“엣…….”
 새빨개져가는 유키 군.
 한순간 뒤에 나도 자신이 한 말의 내용을 눈치채고 한순간에 새빨개진다.
 무, 무, 무슨 소리를 소리쳐 버린 걸까.
“그럼, 그런 걸로. 둘이서 잘 보내~.”
 손을 흔들고 따뜻한 눈으로 우리들을 바라보며 히노 양 일행은 방을 떠나갔다.
“저기…….”
 그 뒤로는 얼굴이 새빨개진 나와 유키 군이 둘만 남겨졌다.
 TV에서 흘러나오는 개그 프로 소리만이 방에 가득찬 미묘한 공기를 휘저으려는 듯 훌리고 있었다.



 TV를 끄자 시계 소리가 쓸데없이 크게 느껴진다. 규칙적으로 시간을 새기고 있는 소리였지만, 시간은 믿기 힘들 정도로 천천히 나아가서.
 여하튼 계속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뿐이고.
“아, 요코 씨, 나왔으니까 괜찮으시면 부디.”
“예, 예!”
 말을 건 쪽을 향하자 보인 건 샤워를 마친 유키 군. 하지만 그 얼굴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어서 눈을 피하듯 샤워실에 들어간다.
 세련된 호텔이라기보다는 가격을 신경 쓴 비즈니스호텔 비슷한 거여서, 온천같이 좋은 건 없다. 그러니 실내의 좁은 샤워실을 쓸 수밖에 없다.
 뜨거운 물과 시원한 물을 번갈아 받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 보아도 그리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몸을 깨끗이 씻고 있으면, 더욱더 이 뒤의 일을 이상한 방향으로 상상해 버린다.
 샤워실에서 나와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금 자리에 멈춰 선다.
 속옷이 새 것이 아니다.
 ……아니, 그건 딱히 상관없고, 문제는 잠옷이다. 가지고 온 건 평범한 티셔츠와 핫팬츠다. 그 모습으로 유키 군 앞에 나와서 같은 침대에 들어가야 한다는 건가.
 하지만 고민해 봐야, 이대로 알몸으로 나갈 수 있을 리도 없다. 나는 옷을 입고 세면장 거울 앞에 섰다.
 자그마한 거울이어서 온몸이 다 보이진 않는다. 샤워를 받아 빨개진 피부는 하루 동안 쌓인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서 반들반들해졌다. 셔츠 아래쪽이 비쳐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한다. 이럴 걸 알았으면 좀 다른 걸 가져왔을 텐데.
 그럼, 계속 세면장 앞에 있어 봐야 별수 없다. 나는 마음을 굳히고 방으로 돌아갔다.
“……후우, 개운하다.”
 가급적 말투가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하고 빠져나가자, 이쪽을 돌아본 유키 군은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연 모양이지만 그 도중에 멈춰 버렸다. 내 온몸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혀 버렸다.
 반쯤 예상했던 반응이긴 해도, 역시나 자신의 차림새가 창피해진다. 무심코 팔로 가슴을 숨겨 버린다. 낮에는 좀 더 노출도가 높은 수영복 차림을 보였었는데, 사람의 심리라고 하는 건 어려운 거다.
​“​저​기​…​…​어​떡​할​까​.​ 이제, 잘래?”
 우와, 갑자기 실패. 이런 핵심을 찌르는 듯한 걸 말해 버리다니. 이래선 마치 내가 꼬시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을까?
 그래도, 유키 군은 의외로 차분했다.
“저, 저기, 괜찮아요, 요코 씨. 저, 바닥에서 잘 테니까요.”
“에, 그런 건 안 돼.”
“괜찮아요, 하룻밤쯤은. 융단도 깔렸고.”
“그래도, 그런 건 역시 안돼.”
 같이 자는 건 창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키 군을 바닥에서 재울 수도 없다.
“하지만 저, 그, 자신 없고.”
“에?”
“요코 씨와 함께 자서, 이성, 지킬 수 있을지가, 그.”
 횡설수설하면서도 솔직한 심정을 입 밖으로 꺼내 준 유키 군.
 더블침대라고 들었는데, 놓여 있는 건 새미더블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어서 함께 자면 몸이 닿아 버리는 건 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럼, 이러면 어떨까?”
“에?”
“혹시나 유키 군이 나한테 수상한 짓을 했다만, 나, 유키 군을 싫어할 테니까.”
“에엣?!”
“그리고, 유키 군이 바닥에서 자도 싫어할 테니까.”
“에에에, 그,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그러니까, 나랑 같이 자서 아무것도 안 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먼저 침대 위에 누웠다.
 유키 군이 침대 옆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사실 내심 심장이 마구 맥박치고 있었다. 그런 걸 말했지만, 그런 걸로 유키 군을 억누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설령 유키 군이 나한테 뭘 해 온다고 해서 정말로 싫어질 것 같은 자신도 없다.
“…………읏.”
 등불이 꺼지고, 유키 군이 조심조심하는 느낌으로 내 옆에 들어온 기색이 느껴졌다. 아마도 유키 군은 나와 반대쪽을 향해, 둘이서 등을 마주 댄 형태가 되어 있겠지.
 자연스레 고동이 빨라진다.
 설령 혹시, 유키 군이 이성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면 아마 나는 저항할 수 없다. 그렇게 되어 버려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으로 만들어 버린 건 나 자신이니까.
 침묵이 답답하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잘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낮 동안 놀았었던 것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몸은 피곤했던 모양이어서. 눈을 감고 있는 사이에 어느샌가 내 의식은 희미해져 갔다.



 아침, 나는 자연스레 눈이 뜨였다.
 몸에 밴 건 제법 떨쳐내기 힘들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 6시 반에는 일어나도록 몸에 새겨져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오늘도 변하지 않았다.
“음…….”
 역시나 잠에서 막 깼을 때는 의식이 좀 멍해진다. 누운 자세를 유지한 채로, 한동안 반쯤 졸고 있었는데.
“……엣! 유, 유키 군?!”
 무심코 나는 소리를 지르며 뛰쳐 일어나 버렸다.
 그건 딱히, 유키 군이 내게 안겨 붙어 있었다거나, 알몸으로 있었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내가 놀란 건 유키 군의 모습이었다.
 놀랍게도, 유키 군의 양손 양발이 각각 타올에 묶여 있었다.
“자, 잠깐 유키 구…….”
 어깨에 손을 대서 흔들어 깨우려 하다 그만둔다.
 대체 어째서 이런 모습이 된 건지. 생각하면 바로 알 법한 일이었고, 상상하면 바로 그 의도가 그려진다.
 밤중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자신을 묶은 거겠지. 하지만 발은 그렇다 치고 손은 잘도 스스로 묶을 수 있었구나.
“………….”
 뭔가 신음하는 듯한 느낌으로, 거북한 듯 스멀스멀 몸을 움직이는 유키 군.
“……요코 ​씨​…​…​…​…​좋​아​합​…​…​니​다​.​”​
“엣?!”
 생각지도 못한 말에 무심코 몸이 떨려, 유키 군에게 눈을 향한다. 일어났나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으​음​…​…​싫​어​…​…​…​…​하​지​ 말아, 주세요…….”
 약간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런 소리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잠꼬대인 모양이지만, 대체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유키 군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표정이 풀어지는 걸 억누를 수 없었다.
“후우……치사해, 유키 군.”
 손가락으로 몰캉몰캉한 뺨을 찔러본다.
 정말, 두 번이나 고백해 와서, 게다가 양쪽 모두 의식이 없을 때라니.
 내게 뺨을 찔린 채로도 유키 군은 일어날 기색이 없었다. 나는 손가락을 떼고 다시금 침대에 누웠다.
“……싫어하게 될 리, 없잖아…….”
 아침의 평온한 분위기 속에 나는 질리는 일 없이 유키 군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컹.


 소리로 하면 그런 느낌이었겠지. 평온한 분위기를 깨부순 건 생각지도 못한 유키 군의 움직임이었다.
“――――읏!”
 급작스런 일이었다. 묶여있던 양손이 갑자기 움직여, 내 가슴에 닿은 건.
 갑자기 일어난 일에 머릿속이 새하얘진 난, 몇초간 생각도 움직임도 멈춰버렸다. 그 공백에서 깨어나자, 다음 순간에는 멋대로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유, 유키 군!!”
 그렇게 소리친 뒤에는, 유키 군은 침대에서 멋지게 굴러떨어졌다.



“어라, 유키 군, 어떻게 된 거니?”
 아침, 만나자 마자 히노 양이 물어온다.
 이상한 쪽으로 고개가 꺾인 유키 군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거겠지.
“아니, 침대에서 떨어져서.”
“흐응ー, 굉장히 격렬했던 모양이네, 미즈노 양?”
“이상한 오해 하지 말아줘. 자, 빨리 가자.”
 말 대로 나는 앞장서 걸어나갔다. 잠시 후 히노 양 등 세 사람도 뒤를 따라온다. 그 사이에 히노 양과 유키 군이 뭔가를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다.
“……미즈노 양, 기분이 틀어진 모양인데. 유키 군, 혹시 실패했어?”
“에? 아뇨,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왠지 아침부터 저런 느낌이어서.”
“유키 군은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미즈노 양은 괜찮지 않았던 거 아니야? 뭐어, 처음부터 잘 되진 않는 거야. 신경 쓰지 말고 힘내.”
“……? 예, 예에.”
“잠깐, 뭘 중얼거리고 있는 거니? 아아, 맞아. 유키 군. 미안하지만 내 짐 들어 줄래?”
“엣, 아, 요코 씨? ……우왓.”
 반대할 틈도 없이 짐을 억누르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간다. 뒤쪽에서 짐을 들고 눈을 끔뻑거리는 유키 군.
 저런 짓을 한 거다. 짐쯤은 들게 해도 벌 받을 일은 아니겠지.
 거기에.
 유키 군이 옆에 오면, 또 어떤 반응을 해버릴지를 알 수 없었으니까. 닿았던 가슴은 지금도 약간 뜨겁고.
“기, 기다려 주세요, 요코 씨!”
 두 사람분의 짐을 안아 들면서 쫓아오는 유키 군.
 나는 따라잡지 못하도록 약간 발걸음을 빠르게 한다.
 쭉 기지개를 켜고 하늘을 올려보면, 어제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맑다. 오늘도 더워질 모양이다.


 이렇게 내 여름은 흘러간다. 뜨겁고 빛나는 여름.


 하지만 그런 여름에도 언젠가 끝은 찾아온다.
 올해의 여름도 이제 끝난다―――



 
제 5화에 계속
~추신~
 바다예요! 딱 9월에 들어와 버렸지만···
 그리고 역시 전형적입니다만, 둘이서 하룻밤을, 이란 녀석입니까. 시원스레 끝나 버렸지만요.
 그럼, 다음 회는.

역자의 말: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 상상치도 못한 전개가 계속되는 요코 편. 요코 쨩 사건에 이어서 이번도 무시무시합니다.

 그나저나, 번역하면서 걱정하고 있는게 하나 있습니다. 虹님 속도 너무 빨라요. 번역 속도보다 연재 속도가 빠르면 아무리 해도 따라갈 수 없으니, 벌어지지 않도록은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설 연휴. 자, 무슨 일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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