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라비린스 제 2화
신경 쓰이는 이야기를 들은 건, 아르바이트를 했던 레스토랑으로 오랜만에 걸음을 옮겼던 날이었다.
그날 나는 히노 양을 통해서 신작 메뉴의 시식을 해 줬으면 한다는 부탁을 듣고 찾아갔었다. 유키 군은 비번이었으니 이번에도 타이밍이 나빴지만, 평일 한낮이니까 어쩔 수 없다. 나는 마침 휴강이 겹쳐 평소보다 빨리 돌아가던 중에 가게를 방문한 거다.
가게의 사람들은 내가 일하던 시절과 거의 바뀌지 않았기에, 약간 그리운 기분도 들었고, 낯부끄럽기도 했다. 가게의 사람들에겐 나와 유키군이 사귀고 있다는게 잘 알려져 있었으니까.
조금 수다를 떨다가 셰프의 새 자신작인 파스타와 디저트를 시식하고 그 맛에 충분히 만족한 뒤, 감상을 무사히 전하고 가게를 나오려는 중, 지갑을 잊고 나온 걸 깨달았다. 몸을 돌려 가게 안으로 돌아가 휴게실 앞을 지나려던 타이밍에 그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안 믿기지~, 후쿠자와가…….』
귀에 들어온 단어에 움찔하고 반응한다.
이 가게에서 ‘후쿠자와’라고 하면, 그건 유키 군밖에 없다. 나는 신경이 쓰여, 소리가 들려온 휴게실 문에 다가가서 귀를 기울여 보았다.
『후쿠자와가 미즈노 양이랑 사귀다니~.』
『그렇지. 뭐라고 할까, 그 둘…….』
별로 좋은 짓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 듣는다.
『안 어울리지.』
“…………에!”
그 한마디가 가슴에 팍 들어박혔다.
저도 모르게, 한순간 숨이 막힌다.
내가 문밖에 있다는 걸 알 리 없는 안의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후쿠자와한테 미즈노 양 같은 여자는 너무 아까워. 분명, 절벽 위의 꽃이지~.』
『그런 완벽한 미인이 옆에 있으면, 유키 군도 큰일이겠네.』
『응 응, 좀 더 잘 맞는 상대로 해야 돼.』
『유키 군에겐, 나처럼 눈높이가 비슷한 귀여운 여자애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자기가 말하지 마.』
나는 가슴을 억누르며,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지금 둘은, 분명, 둘 다 나와 유키 군에게 호의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분명 그러니 그런 소리를 한 거겠지만, 충격이었다. 약간의 악의는 섞여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주위에서 보기에 그런 느낌인 거겠지.
요는, 걸맞지 않는다고.
그건 내 탓인가?
확실히 나는 스스로 생각해도 융통성 없는 성격인 것 같고, 딱딱한 부분도 있다. 그게 성실하고 딱딱하다든가, 우등생이라든가 하는 소리를 듣는 원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랑스럽지 않다는 것도 자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들으면 역시 괴롭다.
나는 유키 군의 곁에 있으면 안 되는 걸까.
그런 어두운 마음으로 가득한 수렁에 빠져 버릴 것만 같았다.
“……무슨 일, 있어?”
유키 군의 걱정스런 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아, 으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웃으려고 하긴 했는데, 제대로 미소가 나왔을까.
휴일, 저녁의 시내. 또 저녁부터 아르바이트에 들어갈 예정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점심 즈음부터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모처럼 오랜만에 단둘이서 느긋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인데, 이렇게 둘이 어깨를 나란히해 걷고 있으면 저번에 아르바이트 장소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라, 의미가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도 주위를 신경써 버린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떻게 보이는 걸까.
별로 키가 크지 않은 유키 군과 나는, 거의 눈높이도 비슷하다.
내가 좀 더 키가 작으면 좋았을까. 아니면, 유키 군의 키가 좀더 컸으면 좋았을까.
무의미하고 생산성 없는 생각이 소용돌이친다.
분명 나는, 다른 동년배 여자애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유행곡이라거나 TV 드라마라든가 패션이라든가 소문 이야기라든가 하는 것들관 거리가 멀었다. 복장도 히노 양이 말할 것까지도 없이 수수하다고 할까, 주위에서 말하기론 어른스럽다는 모양이다.
오늘도 회색 슈트에 검정 바지를 더한 시크한 차림이다. 러프하게 입은 유키 군의 모습과 비교하면, 확실히 붕 떠있을지도 모르고, 귀염성도 부족하다.
마침, 지나가는 길에 있는 부티크의 쇼 윈도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진열된 귀여운 색의 카고 치마, 블루종과 프릴 바지 세트. 이런 옷을 걸치면 나도 귀엽게 보일까.
“어라?”
가게 앞에서 발이 멈춘 내 옆으로 유키 군이 다가온다.
“마음에 드는 옷같은 게 있나요?”
“으으응, 별로 그런 건 아냐. 좀, 괜찮을까 싶었던 것 뿐이야.”
“흐응~.”
유키 군이 옆에 서서, 내가 바라보던 옷을 함께 바라본다.
“들어가 볼래요?”
“아, 괜찮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것 까진 아니니까.”
유키 군을 재촉해, 다시 걸음을 옮긴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랑은 안 어울린다.
아아, 왠지 한 번 떠올렸더니, 점점 생각이 네거티브해진다. 생각해 보면 나는 요시노 쨩이나 유미 쨩처럼 귀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사치코나 시마코같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세이나 레이처럼 늠름한 것도 아니고, 에리코처럼 요염함을 풍기는 것도 아니다.
어른스럽다는 소리는 자주 듣지만, 그냥 그것뿐이다.
해가 저물어가는 거리를 나란히 걷는다. 마침 대화가 끊겨서 둘 사이에 침묵이 찾아왔다. 결코 마음이 불편한 침묵은 아니다. 지금까지도 때때로 이럴 때가 있었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상냥한 마음이 우리를 감싸 주니까 무리해서 이야기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래도.
이럴 때, 다른 여자애였다면 어땠을까.
뭔가 즐거운 것, 유키 군을 웃게 할만한 거라도 이야기하는 걸까. 그런 재치있는 이야기 솜씨 같은 건 내겐 없었다. 대학교 수업 이야기라거나, 정치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재밌진 않겠지. 물론 유키 군의 성격을 생각하면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싫은 안색은 내비치지 않고 들어 주겠지만.
우리와 엇갈려가는, 역시 고등학생 커플 정도로 보이는 짝의 모습이 굉장히 눈부시게 보인다. 활동적으로 보이는 머리를 짧게 친 여자애 쪽이 즐거운 듯이 말을 걸고, 남자애도 그 말에 익살스런 몸짓을 한다.
휙휙 표정을 바꾸는 여자애가 굉장히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아, 정말로 빛나는 듯이 보여서, 부러웠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광경이 몹시 눈부시게 보였다.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걸 강하게 바란다는 걸 실감한다.
유키 군은 내가 어떤 사람이길 바라고 있을까.
걸음을 옮기는 중에,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며 머리를 흔들었다. 바람은 길에 쓸쓸하게 널려있는 낙엽들을 내쫓듯이 흐른다.
“……저기, 유키 군.”
나는 걸음을 멈추고, 반걸음 앞을 걷고 있던 유키 군을 불러세웠다. 유키 군은 내 목소리를 듣고 나에게서 세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봤다.
눈을 크게 뜬 유키 군에게 나는 양손을 머리의 좌우로 옮겨가, 각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았다.
“유미 쨩, 이라거나~.”
사랑스러운 유미 쨩이 평소에 하는 머리 모양. 머리 모양이 같으면 나도 비슷하게 귀여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어서, 머리가 길어졌으니 할 수 있는 장난 같은 짓을 잠깐 해 봤는데.
“…………풋.”
“에………….”
잠시동안의 침묵 뒤에, 유키 군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기 시작했다.
“뭐, 뭐야. 그렇게 웃을 건 없잖아.”
“아, 아니, 우, 웃은 거 아니니까.”
“거짓말. 지금 웃었잖아.”
모처럼 사람이 부끄러운 걸 참으면서 한 건데. 웃지 않았다든가 하는 소릴 하고 있지만, 몸지금도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건 웃음이 터지려는 걸 참고 있어서겠지.
부끄러움과, 약간의 분노로 얼굴에 열이 올랐다.
“미, 미안. 너무 귀여웠으니까.”
“정말, 몰라.”
“진짜라니까. 아, 다시 한 번 보고 싶은데~.”
“싫어. 이젠 절대 안 해.”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부끄러움도 비례하듯이 올라간다. 정말, 왜 저런 짓을 해 버린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정말로 부끄럽고, 바보같았지만.
하지만.
“부탁이야, 다시 한 번 보여줘.”
손을 맞대며 부탁하는 유키 군.
“싫다면 싫은 거야.”
나는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옮긴다.
“요코 씨~, 화내지 말아 줘.”
“안 화났습니다.”
매달리듯이 쫓아오는 유키 군과, 쌀쌀맞게 대응하는 나.
“화내고 있잖아요. 그렇게 이마 찌푸리면, 귀여운 얼굴이 엉망이에요.”
“그렇게 아첨해도 안 돼. 어차피 나는 귀엽지 않으니까.”
“아첨이 아니라니까요~. 정말, 봐 주세요.”
“그렇네, 그럼.”
나는 걸음을 멈추고, 유키 군 쪽을 돌아봤다.
그리고 비스듬히 앞쪽에 보이는 가게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기에서, 가토 쇼콜라랑 오렌지 페코를 쏘면 봐줄게.”
“읏……물론 OK고 말고요. 뭐하면 딸기 타르트를 곁들여도 괜찮을 정도예요.”
“후훗, 농담이야. 같이 먹자.”
“아니, 남아일언 중천금이니까, 제가 쏠게요.”
“무리 안해도 괜찮아. 저번에, 이번 달은 핀치라고 말했었잖아.”
“아니, 괜찮다면 괜찮……다고 생각해.”
“……쿠쿡.”
“하핫.”
웃음이 터진다.
아까까지의 부끄러움이나 화났던 마음 같은 건, 눈 깜짝할 새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고.
유키 군도 즐거운 듯이 웃고 있고.
지금의 우리는, 방금 본 고등학생 커플과 비슷하게 보이는 걸까.
적어도, 나라도 유키 군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할 수 있구나 싶어서, 큰 일은 아니지만 나는 그걸로 만족스러웠다.
찻집에 들어가, 약속대로 케이크와 음료수를 주문한다.
옮겨온 케이크에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괜찮아. 그런 자그만 일로도 내 마음은 따스해진다. 아까 마음속에 있던 개운치 못한 기분도 지금은 깨끗이 사라졌다.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과 유키 군을 믿으면 괜찮다는 걸 스스로에게 납득시킨다. 자신을 가지자. 유키 군은 나를 골라 준 거니까.
이야기를 나누며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자,
“그래서 말야.”
유키 군이 뭔가 말하기 힘든 듯한 기색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표정을 보기에 별로 안 좋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진 않은데, 대체 무슨 일일까.
“곧, 크리스마슨데.”
물론 알고 있다.
사귀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맞는 성스러운 날. 아직 특별히 뭔가 이야기를 들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근처의 예정은 비워 두었다.
조금 두근거린다.
어디로 불러 주려는 걸까. 아니면 뭔가, 특별한 거라도 준비했다거나 한 걸까. 나 스스론 딱히 고급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든가, 유명한 곳에 가고 싶다든가 하는 소망이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유키 군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뿐이다. 맛있는 요리보다도, 멋진 야경보다도, 호화로운 선물보다도, 내게는 그쪽이 소망이었으니까.
“에에, 그게.”
“응.”
“우리 집에, 안 올래?”
“…………에?”
좀 예상치 못한 초대에 나도 당황한다.
아니 뭐랄까, 집이라니, 즉 그건 유키 군의 자택에 오지 않을까 하는 소리고, 지금까지 석 달간 사귀면서도 들은 적이 없었던 소리고.
“그, 그래도, 그건.”
“사실은, 말야.”
내가 뭔가 말하려는 걸 막으며, 유키 군이 말을 이었다.
“우리 부모님이 데려오라고, 만나게 해 달라고 시끄러워서. 그래서 괜찮다면 우리 집에서 같이 크리스마스 파티, 라고 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어떨까 싶어서.”
“에.”
그건 유키 군의 부모님께 내 존재가 알려졌다는 거려나. 아니, 굳이 숨겨야 하는 건 아니고, 유키 군이 이야기했어도 이상할 건 없지만, 그래도 부모님과 만나게 되는 건가.
에, 잠깐 기다려.
유키 군의, 부모님과?!
“물론, 무리해서 와 달라는 건 아니니까. 너무 급작스럽고. 그러니까 거절해도 상관 없으니까…….”
“아, 기다려.”
나는 당황하며 말을 꺼냈다.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가도 괜찮다면……실례 시켜 줄래?”
“아, 응……그래도, 괜찮아?”
“괜찮다니까. 별로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굴건 없잖아? 그리고 역시 부모님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알아주셨으면 싶고. 언젠가 가게 된다면, 즈게 크리스마스 때라도 상관 없어.”
그래. 진지하게 사귀고 있다고 하면,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나도 불안은 있다. 부모님의 마음에 안 들었다간 어떡하냐든지, 실수를 저지르면 어쩌냐든지.
태연한 척하면서 대답했지만, 그런 내 불안이 겉에 드러나 버린 걸까. 유키 군이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살짝 미소 지었다.
“괜찮다니까. 괜찮냐고 물었던 내가 하기에도 뭐한 소리지만, 괜찮으니까. 그것도 그럴게, 요코 씨가 마음에 안 들어하면 다른 누구를 데려가도 마음에 들어할 리가 없으니까.”
“에……응…….”
“그 정도가 아니라, 요코 씨가 우리 부모님을 보고 기막혀하면 어쩌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에, 뭐야 그거?”
“유미가 말야, 전 홍장미님이라는 걸로 잔뜩 띄우고 있으니까. 어머니도 릴리안 출신이니까 거꾸로 허둥지둥거려서.”
장난스레 말하는 유키 군의 말에, 나도 무심코 웃어 버렸다.
“그러니까 괜찮아.”
“응.”
조금, 마음도 진정됐다.
아직 마음의 정리를 하기 위한, 여러 준비를 하기 위한 시간도 충분히 있다.
그래, 결전은 크리스마스 이브―――――――
제 3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