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라비린스 제 5화
나는 처음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방에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귀고 있는 상대의 방이다. 혹시나 아이돌의 포스터가 가득 붙어 있다거나, 이상한 피겨가 잔뜩 놓여 있다거나, 재활용품 가게처럼 어수선한 방이라거나 하면 어쩌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단순하고 잘 정리된 방. 내가 온다니까 허둥지둥 정리했다는 느낌도 아니고, 평소부터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는 유키 군이 가끔 이야기 할 때가 있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포스터. 달력은 영화의 명 신을 모은 것.
침대에 책상, 책장, 미니 컴포넌트.
딱히 눈을 끌만한 건 없지만, 그래도 유키 군 답다고 생각하는 건 콩깍지가 낀 탓일까.
입구의 문을 닫자 소리가 사라졌다. 유키 군은 차분하지 못하게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에에, 아무것도 없어서 미안. 적당히 앉아 주시겠어요?”
“응……아, 그 전에.”
침대에 앉으면서 나는 유키 군을 올려봤다.
그리고.
“―――무슨 일이야?”
“에, 뭐가…….”
유키 군이 주춤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나는 날카로운 눈길로 조금 노려보듯 말을 잇는다.
“당연하잖아.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나를, 게다가 두 분만이 아니라 유미 쨩까지.”
“그, 그건, 정말로 몰랐어요! 내가 있는 앞에선 한 번도 그런 적 없었고.”
“그게, 아니라.”
꾹 치마를 움켜쥔다.
“그건, 괜찮아. 그것보다도.”
나는 휙 고개를 돌리면서도 눈길만은 슬쩍 유키 군을 올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저씨랑 아주머니는 그렇게 불러주시는데, 어째서 유키 군은 아무리 지나도 그렇게 안 불러 주는 거야……?”
“으?!”
그러자 갑자기 유키 군의 몸이 비틀거리곤, 불안한 걸음으로 뒤로 물러나더니 책상에 손을 짚고서야 간신히 몸을 지탱한다.
놀란 나는 걱정스런 마음에 당황하며 일어나 옆으로 다가갔다.
“무, 무슨 일이야, 괜찮아?!”
“괘, 괜찮아. 너무 위력이 강했으니까…….”
“위력?”
“아니, 평소에 어른스런 여성이 그런 식으로 삐친 눈과 말투로 말하면…….”
머리를 감싸쥐며 유키 군은 자그맣게 의미를 잘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일단 큰일이 안 난 거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앉으면 어때?”
“으, 응.”
의자를 꺼내곤 유키 군은 힘이 빠져나간 듯 주저앉는다. 그 순간 책상에 짚은 손이 뭔가를 쳤다.
눈길을 향해보자, 그건 뒤집어 둔 액자 같이 보였다. 그 순간, 유키 군이 “아” 하는 소릴 내곤 액자에 손을 뻗는다. 하지만 유키 군의 손이 그걸 잡기 전에 내가 그걸 잡았다. 거의 무의식적인 동작이었지만, 그대로 사진이 있는 면을 앞으로 돌려 보고는.
“에, 이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 버렸다.
왜냐면 그 사진엔 내가 찍혀 있었으니까. 아니, 단순히 내가 찍혀 있는 것뿐 이라면 그렇게 놀라진 않겠지. 여하튼 우리는 사귀고 있는 거고, 나도 유키 군의 사진 쯤은……아니 그게 아니라.
문제는, 내 모습이다.
사진 속의 나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운 릴리안의 교복.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도 보이지만, 나는 그 교복을 좋아했다.
이건 언제의 사진인 걸까. 나는 즐거워 보이는 표정으로 누군가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뒤에는 세이와 에리코의 모습도 보인다―――아아, 이건 아마, 졸업식 날에 함께 찍은 사진 중 하나. 포즈를 잡지 않고 서로 수다떨거나 장난치거나 하는 자연스런 모습을 카메라 쨩이 찍어 준 거겠지. 그날의 광경이 떠올라, 순식간에 그리움이 흘러넘친다.
“어떻게, 이걸?”
물음을 꺼내자 유키 군은 부끄러운 듯이 머리카락을 구깃구깃 헤집었다.
“유미한테 받았어. 릴리안 시절의 사진이 없는지 물어봤더니 보여줘서……그 중에 한 장을.”
“그래도, 왜 이런.”
“아니, 내가 알고 있는 건 거의 대학생이 된 뒤의 모습이니까. 거기에, 학생 시절의 모습이라면 지금의 나랑 가까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흐응―, 정말? 혹시나 유키 군, 교복 페티시즘 같은 건 아니니?”
“그, 그런 거 아냐! 아니, 그야 귀엽고, 싫지는 않지만.”
내가 심술궂게 말하자 유키 군은 당황하며 부정했다.
“그래? 아니면, 사실은 세이나 에리코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함께 찍혀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물어보자.
“그럴 리 없잖아요, 나는 요코 쨩한테 푹 빠졌으니까요!”
바로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 응……고, 고마워.”
직설적인 말투에, 저도 모르게 말이 막혀 버린다. 얼굴을 마주보고 이렇게나 확실히 이야기하면, 물론 기쁘기야 하지만 부끄러움을 먼저 느껴 버린다.
둘 사이에 찾아오는 침묵.
이런 정적은 좀 곤란하다. 게다가 지금은, 유키 군의 방에서 단 둘이 있는 상태인 거다.
“―――아, 그, 그래!”
거기서 나는 중요한 걸 떠올려, 짝 하고 손뼉을 쳤다.
“선물, 가지고 왔어. 받아 주겠니?”
그렇게 말하며 침대 옆에 놓아둔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려 웅크려 앉는다. 손에 든 건 사치코랑 같이 산 깨끗하게 포장된 선물.
“물론! 진짠가요, 정말 기뻐!”
온몸으로 기쁨을 드러낸다. 거짓 없이 기뻐해 주고 있는 게 느껴져서, 나도 기뻐진다.
하지만.
열어도 괜찮은지 물어보는 유키 군에게 된다고 말하면서도, 내 마음 속은 불안의 안개에 뒤덮여 있었다.
포장을 벗기고 안에 있는 걸 꺼내는 유키 군.
“이건……시계네.”
“으, 응.”
“우와, 고마워! 잘 쓸게요.”
“으, 응……그래도, 그게.”
유키 군은 순수하게 기뻐해 줬지만. 아무래도 가슴이 아파, 나는 일의 전말을 모두 이야기하기로 했다. 즉, 선물을 고르고 있는 중에 사치코랑 만난 것, 유키 군에게 살 선물이라고 말할 수 없어서 아버지에게 사는 거라고 말하고 사 버렸던 것. 그래서 정말로 유키 군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걸 사지 못했단 사실을.
“미안해, 내가 이상한 고집을 부려 버린 탓에.”
“그랬구나……어쩐지, 좀 차분한 느낌이라곤 생각했었는데.”
그건 그렇겠지. 여하튼, 보통 손목시계가 아니라 회중시계니까. 디자인도 세련되었다고 하기 보단 시대가 느껴지는 듯한 차분한 느낌이라, 굳이 말하자면 연배 있는 신사에게 어울릴 것 같은 물건이다. 왜 이걸 고른 건지, 내가 생각해도 모르겠다.
“정말 미안해.”
“왜 사과하는 건가요. 괜찮잖아요, 이거. 전 마음에 들었어요. 우와, 그래도 이런 건 굉장히 비싼 거 아녜요?”
“그렇진 않아. 물론 비싼 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싸지만, 내가 고른 건 평범하게 용돈으로 살 수 있을 정도니까.”
“정말로?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멋있어요―.”
내 생각관 반대로 유키 군은 아무래도 정말 기뻐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회중시계랑 세트인 체인을 맞춰, 어디에 달지를 고민하고 있다. 타산적이게도, 방금까지 불안했었는데도 기뻐하는 유키 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맞아, 그, 나도 선물이 있는데…….”
회중시계 덮개를 열거나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던 유키 군이, 뭔가 떠올린 듯이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미소지었다.
오늘 이 순간까지 유키 군의 집에서 환대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론 만족하고 있었지만, 유키 군이 날 위해서 선물을 준비해 줬다는 걸 들으면 역시 기뻐지기 마련이니까.
“정말? 기대되네.”
“그, 마음에 들어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의외로 커다란 종이봉투를 책상 아래서 꺼냈다.
“자, 에에,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고마워.”
새삼스런 모습에 웃으며, 선물을 받는다.
“……열어봐도 괜찮니?”
그렇게 물어 봤다.
집에 돌아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언니나 사치코에게서 받은 선물과는 또 다른 기쁨이 나를 뒤덮는다.
수줍어하며 끄덕이는 유키 군을 보며 나는 신중하게 포장을 벗겨간다. 빨리 열어보고 싶다는 충동과, 가급적 긴 시간동안 이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는 두 가지 기분을 느끼면서 선물 내용물을 잡았다.
“우왓, 귀여워!”
처음 나온 소리가 이거였다.
손에 들린 건 스트레치 펀치 시폰이 달린 재킷이었다. 밝은 하얀색의 산뜻한 재킷은 허리 정도까지 내려오는 짧은 기장의 컴팩트한 스타일 업의 실루엣이었다.
앞쪽 끝에 시폰이 꿰매 붙여져 펀치 재킷에 상냥한 디테일을 곁들이고 있다. 소맷부리에는 슬릿이 있어서 끝을 접을수도 있게 되어 있다. 맞댄 디자인의 넥 라인은 보디에 따른 형태지만, 앞쪽에 깃이 있어서 좌우로 열 수 있게 되어 있다.
장구 버튼 외에도 시폰 리본이 달려 있어서, 더더욱 귀여움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어울리는 퀼로트 바지까지 세트로 갖춰져 있다.
“마음에 들어해 주면 좋겠는데.”
“정말 귀여워! 고마워, 유키 군.”
나는 재킷을 꾹 껴안곤, 거짓 없는 마음을 담아 말했다. 설마 옷을 선물 받을 결론 생각지도 못했지만, 귀여운 디자인의 재킷과 퀼로트 바지는 내 옷장에 든 게 없고, 앞으로도 내가 혼자서 살 것 같지는 않은 것들이었다.
“그래도, 비싸지 않았어?”
“아, 아뇨. 괜찮은 브랜드 물건도 아니고, 정말로 그렇게 비싼 게 아니니까.”
“그래?”
“응. 그래도 다행이다……옷은 어려우니까, 재킷으로 했는데.”
“나도 놀랐지만, 그래도 왜 옷으로 하려고 했는지 들어도 괜찮을까?”
솔직한 질문을 꺼내 보았다.
무난한 느낌이긴 하지만, 나는 액세서리나 자그만 장식들 같은 걸 상상하고 있었던 거다.
“에, 아아, 그게 그, 저번에 가게 앞에서 지긋이 보고 있었잖아.”
“……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 적이 있었나.
“그게, 오늘 일로 초대한 날에 가게 앞에서 멈춰서서.”
“에……아아!”
그 말을 듣고 떠올렸다.
확실히, 어딘지 기억 안 나는 가게 앞에서 진열되어 있는 옷들을 바라보고 있던 기억이 있긴 하지만, 그건 옷이 고팠다기보다는 그런 귀여운 옷들을 입으면 자기도 동년배 여자애들처럼 될 수 있을까라거나, 유키 군과 동년배의 여자애들처럼 될 수 있을까 싶어 바라보고 있었던 거다.
그걸 유키 군은 내가 그런 옷들을 원했던 거로 생각한 거다. 그러니까 이런 사랑스런 재킷과 바지를 선물로 골라 준 건가.
“그게, 그, 유키 군. 사실 그건…….”
가만히 있어도 괜찮았겠지만, 나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이 기회에 내가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던 것, 유키 군과 함께 있을 때 마다 느꼈던 것들을. 과연 내 그런 울적한 기분을 들으면 유키 군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나는 계속 생각했어. 내가 옆에 있어서 유키 군이 즐거울까 하고. 다른 좀 더 평범한 여자애처럼 될 수 없을까 하고.”
침대에 걸터앉아서 천장을 올려다본다.
유키 군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그럴 리가요, 무슨 소릴 하는 건가요. 나야말로 요코 씨랑 같이 걷고 있으면 느낄 때가 있어요. 나 같은 게 요코 씨의 옆에 있어도 괜찮은지.”
“……에?”
돌아온 말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었다.
눈길을 향하자, 유키 군은 고뇌로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짜내고 있었다.
“요코 씨랑 같이 있으면 즐겁지만, 문득 느껴지는 거야. 요코 씨 같은 어른스럽고 아름다운 여성의 옆에 나처럼 어린애 같은 남자가 있는 게 어울리나 싶고. 혹시나 모두들 이걸 비웃는 건 아닐지, 요코 씨가 창피를 느끼게 하고 있는건 아닌지 하고.”
“그, 그렇진!”
“나 같은 남자가 요코 씨의 옆에 있어도 괜찮을지. 안 어울리는 게 아닌가 느끼거나 하고.”
“그, 그런 일, 있을 리 없잖아.”
설마 유키 군이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곤 생각지도 못해 놀라면서도, 나는 힘을 담아 말했다. 유키 군이 그런 걸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도 그럴게, 나는―――
“――응, 그럴 거로 생각하고 있어.”
“…………엣?”
어떻게든 유키 군의 고뇌를 부정하려고, 지금 안고있는 고민은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거라는 걸 어떻게 말하면 알아줄지 필사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던 나를 받아 넘기는 것만 같이 유키 군은 가벼운 말투로 말을 꺼냈다.
“그럴게, 요코 씨는 그런 나를 받아들여주고 있는 거니까. 분명 요코 씨는 그런 걸 신경쓰지 않을 거고, 설령 주위에서 어떻게 생각하든 떳떳이 있어 줄 거고.”
“맞아, 그러니까―――.”
이야기를 이으려 한 나를, 유키 군이 막는다.
“그러니까, 요코 씨도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아.”
머리를 망치로 두드려맞은 것만 같은 충격이 나를 덮쳤다.
“다른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든, 어떻게 보든, 요코 씨에게 내가 안은 마음이 바뀌지도 않고, 어떻게 생각하지도 않아. 그도 그럴게, 내게 요코 씨가 옆에 있어준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이렇게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드니까.”
그렇게 말하며 유키 군은 내 옆에 앉았다. 침대가 삐걱거려, 내 몸도 약간 흔들린다.
“그러니까 요코 씨. 그런 거, 라는 것도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고민할 필요따윈 없으니까.”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한번 말하고, 내 손을 슬며시 쥔다.
―――아아, 그런가.
나는 여기까지 와서야 간신히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쓸데없는 걸로 고민하고 있었는지. 혼자 이상한 걸 생각하고, 자신을 비하하고, 멋대로 마음의 미궁에서 헤매여 버렸는지를.
출구는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지금, 나를 감싸안는 따스한 기분.
손을 통해 전해지는 마음.
“……그렇, 네. 나도 참, 바보같아.”
정말 그렇다. 아무리 학교에서의 성적이 좋다고 해도, 시험 점수가 높다고 해도, 이렇게나 간단한 답을 찾지 못하다니, 나는 얼마나 멍청한 걸까.
“저, 말야.”
“응?”
불려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정신을 차려 보면 우리는 유키 군의 방에서 단둘이 손을 맞잡고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 시추에이션은…….’
깨닫지 못하게 침을 꿀꺽 삼킨다.
가슴의 고동이 서서히 격렬해져 간다. 얼굴이 뜨거워진다.
“요, 요코 쨩…….”
속삭이는 듯한 유키 군의 목소리도, 기분 탓인지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연애에 초보고 둔감한 나라고 해도, 지금 이 상황에서 선택지를 잘못 고르거나 하진 않는다.
순수한 유키 군의 눈동자를 한동안 바라본 뒤, 가볍게 위를 향하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내 오른손을 잡는 유키 군의 손에 꾹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심장이 폭발할 것만 같이 두근거리고 있지만, 내게는 그것 말고도 신경쓰이는 게 있었다. 그건 아까 전에 거실을 나갈 때 유미 쨩이 했던 말. 이미 20분은 지났을 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와서 물러날 수도 없고.
다만, 왠지 시간이 길게 느껴져서.
“――――읏.”
뺨에 닿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촉.
지금, 유키 군의 손가락이 내 뺨을 쓰다듬고 있다.
초조하고, 근질근질하고, 그러면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사랑스런 순간.
유키 군의 입술이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 가슴 고동이 최고조에 이르려 한 그 순간.
뚜벅뚜벅하고 누군가가 복도를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에?!”
당황해서 몸을 떼어놓는 나와 유키 군.
“………….”
“…………”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로 마주본다.
문을 노크하는 소리.
“……유키? 차를 가져왔는데.”
“아아, 땡큐.”
문을 열자, 접시에 찻잔을 싣고 가져온 유미 쨩이 살짝 방 안의 상태를 살피며 들어왔다.
분명 나름의 배려로, 일부러 발소리를 내면서 찾아온 거겠지만.
천천히 유키 군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곤.
“에에. 혹시나, 타이밍 실패했어?”
라며, 유키 군에게 조용히 귓속말을 했다. (아니, 내 귀에도 제대로 들려오고 있는데.)
“시끄러, 알면 언넝 가 줘.”
“아아, 응. 그, 그럼 요코 님, 느긋하게~.”
“쓸데없는 소리 안 해도 되니까!”
접시를 받아든 유키 군이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려는 듯 유미 쨩을 방에서 쫓아냈다. 문이 닫히고, 유미 쨩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다시금 정적이 방을 지배했다.
“에에…………일단, 차로 할까?”
“그렇, 네.”
그리고 우리는 동시에 쓴웃음을 지었다.
~ 에필로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