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프린세스·나이트 에필로그
유키 군과 놀러 간 날의 다음 주.
장미관에선 평소처럼 산백합회의 일을 마친 뒤에 생긴 짬에, 홍차를 마시며 모두 담소하고 있었다.
쌓여있는 일도 없고 여유도 있어서, 온화한 분위기의 다회. 옆에 있는 노리코가 말을 걸어 온다.
“저기, 언니. 이번 휴일에, 오랜만에 순방하러 가지 않을래요?”
“그렇구나, 그것도 괜찮겠네.”
차를 한 모금 머금는다. 정말 평범한 레몬티지만, 감귤계의 냄새가 향기롭다.
“저기, 시마코 선배.”
다른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이쪽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걸 알자, 노리코는 평소의 말투로 돌아갔다.
“왜?”
“그러면, 저번에 산 옷 입고 와 주지 않을래요? 딱 괜찮잖아요.”
노리코의 얼굴이 기쁜 듯 풀렸지만.
“……미안해 노리코. 그건 좀, 입고가기 힘들어.”
“엣, 어째서요?”
면목없지만, 어쩔 수 없다.
그날에 입었던 옷에서 흙탕물로 더러워진 부분은 세탁을 마쳤지만, 아무래도 땅에 뭔가가 떨어져 있었던 모양이라서 흙탕물 외에 뭔가에 더러워진 부분이 좀 씻기지 않는다. 물론 입고 다닐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버린 옷을 억지로 입을 건 없다.
“미안해. 아, 그래도 니트 정도라면 괜찮으려나.”
내의였으니까, 그리 더러워지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노리코는 납득하지 못하는 듯이.
“그, 그게 아니라. 어째서 못 입는 거예요?”
“에에…….”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솔직히 말하는 건 왠지 꺼려졌다. 노리코와 함께 사러 가서 노리코랑 같이 놀러 갈때 입겠다고 말했었는데, 그 전에 다른 사람과 외출할 때 입느라 옷을 버렸다니.
“미안해. 얼마 뒤에 이유를 말할테니까.”
지금은 단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노리코가 당황한다.
“아니아니아니, 별로, 그런 야단스런 일은 아닌데요. 그렇게 깊게 고개를 숙일 만한 일이 아니니까, 시마코 선배도 참.”
“응, 정말 미안해…….”
까지 말한 시점에서 말이 막힌다.
나는 또 계속 사과만 하고 있었다. 물론 노리코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내가 잘못한 거니, 이번에는 사과하는 게 실수가 아니긴 할텐데.
“시, 시마코 선배?”
“쿡쿡……나도 참, 정말로 계속 사과만 하는구나.”
“에에, 저기?”
물음표 마크를 머리 위에 띄우고 있는 노리코. 이번에는 그 노리코의 표정이 우스워서, 웃음이 나올 것만 같다.
“시, 시마코 선배, 괜찮아요?”
“괜찮아, 노리코.”
웃음을 참고 있자, 문득 유미 양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요시노 양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유키도 참 집을 나갈 때랑 돌아올 때 옷이 완전히 바뀌어서.”
“흐응. 뭔가 수상하네, 그거. 냄새가 나. 수상쩍은 냄새가. 응.”
“유키의 말로는, 중간에 빗속에서 넘어져서 옷을 버린 탓에 코바야시 군의 집에서 옷을 빌려 왔다는 모양인데, 그 옷이 굉장해서―잔뜩 웃어 버렸어.”
역시, 그건 웃음을 사겠지.
“뭐야 그거. 그런 게 말이 돼?”
“음―, 그래도 코바야시 군이라면 있을까도 싶어서.”
아, 말이 되는구나…….
그때 거기서 중요한 걸 떠올렸다.
나는 큰 가방에 넣어서 가져온 봉투를 꺼내, 유미 양 옆까지 걸어갔다.
“어머, 시마코 양. 무슨 일이니?”
“저기, 유미 양. 면목 없지만 이거, 유키 군에게 건네 주지 않을래?”
“별로 상관 없는데……뭔데?”
물건을 받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미 양.
요시노 양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봉투를 바라보고 있다. 레이 님도 무슨 일인가 싶어 이쪽에 눈길을 향하고, 사치코 님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곤 홍차를 입에 담았다.
“저기, 미안하지만 내용물이 뭔지는 말할 수 없어. 그냥, 유키 군에게 전해주면.”
“뭐야뭐야, 시마코 양 수상해! 유키 군에게 선물?”
“헤에, 시마코도 의외로 대담하네.”
요시노 양과 레이 님이 사촌 자매답게 마음이 맞은 듯한 모습으로, 목소리를 맞춰 물어본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내용물은 저번에 놓고 간 옷이고, 세탁한 뒤에 가져온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솔직히 말할 수도 없을 거고.
“그런 게 아니라……건네주면 알테니까.”
“엣―, 둘 사이에서만 통하는 뭔가? 점점 더 수상해지잖아.”
“시, 시마코 선배?! 무무무, 무슨 일인가요?!”
“그런 게 아니야. 별것 아니니까.”
“유미 양, 유키 군을 추궁해서 내일 살짝 가르쳐줘.”
“이봐, 요시노. 남의 프라이버시는 너무 캐내지 마.”
왠지 예상치 못하게 큰 소란이 되어 버렸다.
유미 양이 이상한 듯 포장을 보고, 요시노 양은 눈을 찬란하게 빛내고, 레이 님은 그런 요시노 양을 타이르려 하면서도 포장이 신경 쓰이는듯한 모습, 사치코 님은 그냥 조용히 모두를 바라보고, 노리코는 허둥지둥거리고 있다.
유키 군과의 외출은 이미 끝났다. 원래 도움을 받은 답례라는 거였으니까, 원래대로면 그 뒤는 특별히 아무 일도 아니었어야 할 텐데. 그런데도 나는, 서막이 끝난 것뿐이라는 걸 어쩐지 모르게 막연히 이해하고 있었다.
분명 또, 다음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끝을 알고 있다는 듯의 잘난듯한 걸 생각한 적도 있지만, 애초에 나는 시작조차 한 상태가 아닌 거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작되면 뭐가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더더욱 그렇기에 두근두근한다.
그런 마음을 나도 간신히 이해할 수 있게 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모두의 소란을 보면서, 나는 웃었다.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 지니까.
화이트 프린세스·나이트
~ 끝 ~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