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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나나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세븐스 게이트 후편


 골든위크에 들어가기 직전의 어느 날, 유키는 달리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날씨도 좋았고, 여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달리고 있으면 땀에 젖어 버리는 건 과연 지구 온난화의 탓인지, 단순히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런 건 일단 치워두고, 유키는 다리를 움직인다.
 오전중의 이른 시간대이기 때문인지, 아직 사람의 모습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유키는 마음껏 속도를 올려서 달려나간다.
 이렇게 어느 T자 교차로에 접어들었을 때, 오른쪽 길에서 갑자기 사람이 뛰쳐나왔다.
 속도도 낸 상태로 방심하고 있던 유키는, 피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부딪친다고 생각한 순간, 유키는 앞으로 꼬꾸라지듯 넘어지고 있었다. 기세가 붙어 있었기에, 일단 머리를 감싸듯이 돌아서 대미지를 줄인다.
 부분부분 까진 모양이지만 큰 부상은 입지 않은 모양이라서 안심하며 고개를 들자, 약간 떨어진 곳에서 유키의 모습을 살피는 사람이. 아무래도 뛰쳐나온 유키를 슬쩍 피한 모양이어서, 급작스런 일이었던 걸 생각하면 꽤 운동신경이 좋은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괜​찮​으​세​요​?​”​
“아, 응, 어떻게든……어, 어라?”
 거기에는 여자애가 서 있었다. 유키보다 얼마간 연하인지, 약간 얼굴은 어려보인다. 검은 머리카락을 이마 가운데쯤에서 예쁘게 좌우로 갈라, 예쁘게 생긴 이마가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지 고민했다.
“너, 예전에 어디서…….”
“옛날식 헌팅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분명……그 목소리랑 말투.”
“――아아, 저번의 변태 씨?”
“그러니까, 나는 변태가 아니니까!”
 말하면서 일어난다.
 눈앞에 있는 소녀는, 반달쯤 전에 만난 검도소녀였다. 그때는 학교 교복이었고 지금은 사복이어서 분위기가 달랐기 때문에 바로는 알아보지 못했던 거다. 크롭트 팬츠와 셔츠에 파카를 갖춘 스타일은 릴리안의 얌전한 원피스 교복과 너무나 다르다.
“……정말, 이번은 충돌인가요? 또 고전적인.”
 소녀는 흐린 눈초리로 유키를 바라보고 있다.
“또 잘 모르는 소리를……아니, 이러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어.”
 유키는 원래 목적을 떠올렸다.
 그러자 유키의 말을 들은 소녀가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달려나갔다. 도망가나 했더니, 그렇지는 않다는 감이 왔다. 유키도 바로 소녀의 뒤를 쫓아 달렸다.
 무슨 일인가 하면, 오늘은 국민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게임 소프트의 최신작 발매일이었다. 예약을 하는 게 확실했었지만, 당초에 유키는 흥미가 좀 부족해서 예약도 넣지 않았다. 하지만 발매일이 다가와 서서히 주위도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고 정보가 이것저것 나오기 시작하자, 역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뒤론 그 마음은 계속 강해지기만 했고, 하지만 이미 예약은 마감이었고, 이제와서 예약하는 건 어떤가 하는 이상한 프라이드도 겹쳤다.
 그렇게 되어서 발매일 당일에 사러 가게 되었다. 향하는 건 도내의 양판점이 아니라, 최근 비교적 가까이에 진출한 전자 제품 가게. 옛날과 다르게 초회 출하분도 많고 게임 재판도 빨라서,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곤 생각하지만, 이런 건 유행을 타는 법이니 빨리 손에 넣어서 플레이하고 싶다는 군중심리도 얼마간 있다.
 과연 줄이 얼마나 생겨있을지는 예상도 가지 않지만, 만에 하나 못 사면 싫으니 가급적 빨리 도착하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앞을 달리던 여자애도 같은 목적이었던 게 아닐까 예측한다. 향하는 방향도 같고,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체력적으로 유키 쪽이 다리는 빠르지만, 아까 넘어진 걸로 약간 다리가 아프다. 그래도 쫓아가서 여자애의 옆에 나란히 서자, 유키를 알아챈 여자애는 약간 페이스를 올린다. 울컥한 유키도 발걸음을 재촉해 나란히 선다. 슬쩍 유키 쪽을 향한 여자애와 눈이 마주친다. 확실히 연하인 여자애한테 지고 싶지 않다는, 남자로서의 의미 없는 오기가 끓는다. 여자애는 여자애대로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모양이라, 페이스를 떨어뜨리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유키쪽이 체격과 원래 가진 빠른 다리로 리드를 취했지만, 지쳐서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여자애가 앞으로 나선다. 여자애는 운동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거의 변함없는 페이스로 달려나간다.
 유키는 괴로워졌지만, 그래도 일단 오기로 여자애보다 한 걸음쯤 뒤떨어진 곳에서 계속 달려나간다.
 질 수 있겠냐면서, 왠지 울컥했다.


 그리고 지금, 유키는 게임 소프트의 대기행렬에 늘어섰지만, 옆에는 함께 달린 여자애가 서 있다. 결국, 한 걸음치 리드를 지킨 채로 여자애 쪽이 먼저 가게에 도착한 거다.
 가게에는 이미 수십명의 행렬이 생겨 있었다. 이 정도의 사람 수이라면 충분히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자.
“……덧붙여서, 한 사람 남는 상황이 되면 제 쪽이 먼저니까요.”
 옆에 선 여자애가 속마음을 꿰뚫어본 것처럼 말했다.
“아, 알고 있어.”
 한 걸음이라곤 해도, 먼저 도착한 건 여자애 쪽이니까 그 권리는 있다. 알고는 있지만, 그렇게 새삼스레 입 밖으로 꺼내면 미묘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진 유키 입장에서는 무슨 소리를 해도 설득력이 없고 한심하기만 할 뿐이니, 입을 다문다.
 마음을 다잡고 시간을 확인해 보면, 개점까지 아직 꽤 시간이 남아있다. 유키는 가방 속에서 시간을 떼우기 위해 가져온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 전원을 켠다.
 플레이하는 건 야구 게임.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역시 야구구나~하고 느끼고 있자.
 옆에 서 있던 여자애가 등에 메고 있던 사랑스런 륙색을 어깨에서 내리고 안에서 꺼낸 건 역시 휴대용 게임기. 게다가 놀랍게도, 화면에 표시된 건 유키랑 같은 게임이었다. 인기도 있고 많이 팔렸다고 핸도, 여자애가 야구 게임을 휴대용 게임기로 플레이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유키가 바라보고 있는 걸 깨달았는지 여자애가 고개를 든다. 그걸 보고 자연스럽게 입을 열고 있었다.
“……대전, 할래?”
 라고.


 믿을 수 없게도, 그녀는 강했다. 유키도 나름대로 빠져있는 게임이지만, 좋은 승부를 펼친다. 유키가 봐주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 또한 그건 마찬가지라, 진심으로 서로를 이기려 하고 있다. 비슷한 정도 내지는 약간 강한 상대와 승부를 하는게 제일 즐겁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점에선 서로 굉장히 좋은 상대였다. 3회 승부는 1승 1패인 채로 3차전에 들어가, 그 3번째 전투도 끝내기 홈런으로 끝났다.
“아앗, 젠장―! 진짜야?!”
“예이―! 승리!!”
 무정하게도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타구, 홈으로 돌아오는 주자. 흥분해서 무심코 둘 다 큰 소리를 낸 뒤, 주위의 눈길을 느끼고 당황해서 입을 막는다.
“우후후, 제 승리네요. ‘또’.”
 생긋 웃으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가게까지의 달리기에 이어서 게임에도 져서 연패가 되어 버렸다.
“젠장, 리벤지를…….”
“아, 그래도 슬슬 팔기 시작하는 모양이네요.”
 어느샌가 개점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 가게의 셔터 앞에 종업원 같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왠지, 이런 순간이 두근두근하네요.”
“아,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
 휴대용 게임기를 가방에 넣으면서 동의하듯 끄덕인다. 이런 것도 어찌 보면 축제고, 그리고 보통 축제라는 건 준비하고 있을 때가 제일 즐거울 때가 많다.
 이렇게 게임을 손에 넣을 때까지의 시간이 제일 가슴이 뛰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동안 기다리자, 가게가 개점한다. 점원의 유도에 따라 차례차례 물건을 사가는 손님들. 옛날에는 인기 게임을 손에 얻기 위해 잔뜩 혼란을 일으켰던 모양이지만, 요즘은 그런 일도 없다. 여자애를 따라 유키도 무사히 게임을 산다.
“좋아, 그럼 바로 돌아가서 플레이 할까.”
 라고, 의리있게 유키가 사는 걸 기다려 준 여자애에게 이야기하자.
“돌아가기 전에 할 일이 있지 않으세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구나.”
 여자애가 조릿대를 빼앗긴 대왕판다 같은 눈초리로 올려다보고 있다. 사실은 아까 게임을 할 때 내기를 해서, 진 쪽이 햄버거를 쏘기로 되어 있었던 거다.
“아아, 약속은 약속이야. 어쩔 수 없으니 대접할게.”
 가게 바로 근처에 있는 패스트 푸드점에 들어간다. 뭐어, 유키도 아침 일찍 빵만 먹고 온 탓에 아직 점심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속이 비어있다. 이른 점심이라고 생각하면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에에, 핫 치킨버거 세트에, 세트는 크림 샐러드랑 오렌지 주스로 부탁합니다.”
“에엣, 잠깐 기다려! 세트는 약속 안 했었잖아?!”
“끝내기 홈런으로 게임이 끝나면, 옵션으로 세트가 붙는 거예요.”
“아니, 들은 적 없는데.”
“그래도 봐요. 승부 전에 보여준 ‘nana 룰북’의 제 3장 5번 항목에 제대로 쓰여 있잖아요?”
“……진짜다.”
 그녀가 꺼낸 종이를 보고 무심코 수긍한다. 확실히 승부 전에 보여주긴 했었지만, 반쯤 농담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었다. 당연하다. 대체 누가 일부러 그런 로컬룰을 가지고 다니리라고 생각할까.
“보험같은 걸로. 설명을 자주 읽지 않고 계약해서 실수하는 타입이세요?”
“아냐 아냐, 아―정말. 어쩔 수 없네. 그보다, 이 나이에 보험 같은 건 아직 안 드니까.”
 그런 대화를 하고 있으니, 계산대의 누나가 웃어 버려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럼 전 먼저 2층에 가서 자리를 잡고 있을게요.”
“아아, 응. 잘 부탁해.”
 소녀는 륙색을 흔들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유키는 한숨을 내쉬곤.
“새우까스버거 세트로.”
 라고 주문했다.


 쟁반에 음료수와 사이드메뉴, 번호표를 싣고 2층으로 올라가서, 금연석에 앉아있는 여자애의 모습을 찾아 걸어간다.
“기다렸지.”
“고마워요.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법이네요.”
“……그거 고맙네.”
 게임을 사기만 할 예정이었는데, 쓸데없는 지출이 생겼다.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 정면의 여자애에게 눈길을 향해보자, 그녀는 그린 샐러드의 콩에 포크를 향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너, 나나 쨩이라고 하니?”
“어,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그럴게, ‘nana 룰북’이잖아? 보통 그렇게 생각할 거야.”
“과연, 그냥 멍한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하지만 남한테 이름을 물을 땐 우선 자신부터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거기다 상대가 여자애라면…….”
“아―, 알았어, 미안. 나는 후쿠자와 유키. 고등학교 1학년.”
“……아리마 나나, 중학교 2학년이에요.”
“그런데, 내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알지도 못하는 남자랑 같이 있는 건 괜찮은 거야?”
“일단 저번 일과 오늘 일로, 아마 변태나 저속한 헌팅꾼과는 다르다고 판단했어요.”
“그건 고맙네.”
 즉, 유키를 무해한 상대라고 인식했다는 소리다. 연하인 여자애가 그런 소리를 냉정하게 하는 걸 들으면서 좀 화가 나려나 싶었지만, 그런 감정은 전혀 솟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한 편이었다. 나나의 말이나 말투에는 꾸민 부분이 없어, 곧고 맑은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쳐도, 저번에 이어서 오늘도 훌륭하게 클리셰대로의 행동을 걸어 오네요. 혹시나 정말로 플래그를 세우려고 하시는 건가요?”
“저기, 하는 말의 의미를 모르겠는데?”
“모른다면 그걸로 괜찮아요.”
 설명하지도 않고 나나는 오렌지 주스를 빨대로 쭉쭉 빤다.
 묘한 일이 되었다고 느낀다. 저번에 죽도로 날 후드린 여자애랑 이렇게 마주 보고 차를 마시다니, 예상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둘이서 패스트 푸드점에서 식사를 하다니, 이건 마치 데이트 같지 않나 유키는 생각한다. 물론 유키도 나나도 그런 의식은 없지만, 상황만 보면 그렇게 지적받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보면, 유키도 나나는 제법 얼굴이 제법 잘 갖춰져 있다. 지금의 사복 차림으론, 교복일 때보다 한층 더 어리게 보여서 중 2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좀 더 연하로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굉장히 실례되는 소리를 하네요.”
“엣, 혹시나 나, 입 밖으로 소리 냈었어?”
“예, 실컷. 중 2로는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린 용모라든가.”
 눈썹을 찌푸려, 별로 표정은 바뀌지 않았지만, 왠지 심기가 언짢게 보인다. 혹시나 신경 쓰고 있던 부분인지도 모른다. 뭔가 말을 걸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거기서 타이밍 좋게 햄버거가 옮겨져 와서 분위기가 조금 풀어진다.
 둘이서 햄버거와 사이드 메뉴와 드링크를 조용히 먹어간다. 아까 전의 용모 이야기로, 왠지 이야깃거리를 잡지 못해 입을 열 수 없었다. 유키는 후딱 먹는 걸 마치고, 느긋하게 드링크만을 입에 담았다. 나나는 입도 작아서 먹는 속도도 느려, 아직 반쯤 먹은 참이다.
“……이럴 때는 여자애가 먹는 페이스에 맞춰야 하잖아요? 안 그러면 인기 못 얻어요?”
 갑자기 말을 듣고 그쪽을 보자, 낮잠을 방해받은 바다사자같은 눈초리로 나나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 그런가. 그렇겠네. 미안.”
 확실히 이래선, 나나를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나의 지적에 솔직히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다시 침묵. 여자애고, 게다가 상대는 중학생이어서 뭘 화제로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줄에 서 있을 때는 게임을 하고 있으니까 화제가 부족할 일은 없었는데.
“……그러고 보면,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꽤 빠져 있는 것 같네.”
 게임 화제를 꺼내면 괜찮다는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다. 게임을 좋아하기에 일부러 여자애 혼자서 줄에 선거고, 유키와 대등하게 대전할 수 있었던 거다.
“예, 좋아해요. 오늘 ​대​전​은​…​…​즐​거​웠​어​요​.​ 주변에는 그런 대전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서.”
 예상대로 이야기에 따라왔다. 그것도, 표정은 그리 바뀌지 않았지만 약간 기쁜 것처럼. 어쩐지 나나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요즘은 게임을 하는데 남자도 여자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남자 쪽이 많고, 야구 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거기에 더해 나나의 수준의 실력이면 약간 해본 애들 정도론 상대조차 되지 않겠지.
 유키도 져 버렸지만, 오늘의 대전은 굉장히 즐거웠던 거다.
“그럼, 다음에 또 대전하자.”
 그래서 그런 말을 꺼냈다.
 순수하게 또 대전하고 싶다고 느낀 거다.
 하지만, 나나는.
“또라니, 언제, 어떻게 할 건가요?”
“그건, 뭐, 차차 정해가면 되잖아. 아, 맞아. 내 연락처 가르쳐 줄까?”
 가방에서 메모용지를 꺼내, 휴대폰 번호와 메일주소를 쓴다.
“……그렇게 제 연락처를 손에 얻으시려는 건가요?”
 약간 경계심도 드러내면서 물음을 꺼냈다.
“에엣?! 아, 아니야. 나도 순수하게 나나 쨩이랑 대전하는 게 즐거웠으니까. 그리고 봐, 진 채로는 분하고, 리벤지 하고 싶고.”
“흥―――.”
 전혀 신용하지 않는듯한 말투와 눈초리.
“진짜, 진짜라니까! 그치만 봐, 나나 쨩의 연락처를 알고 싶었다면, 적외선으로 데이터 교환하면 끝나는 거잖아. 그걸 일부러 이렇게 손으로 쓴 거고.”
 놀랄 정도로 필사적이 되어서, 어떻게든 납득시키려 한다. 실제로 그런 흑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여자애한테 이상한 오해를 심어준 채로 있기도 싫다.
 그러자.
“……풋. 알았어요.”
 갑자기 나나가 입가를 누르며 웃기 시작했다.
“에?”
“믿어 드릴게요. 그것도 그럴게, 그렇게 당황하는 게 웃기고, 아무리 봐도 그런 계산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진 않고.”
“그, 그래.”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두 살 연하인 중학생 여자애한테 그런 식의 대우를 받을 줄이야. 하지만 뭐, 이 나이 즈음에는 여자애 쪽이 남자보다 훨씬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성숙해 있다고 하고, 중학생이라곤 해도 야무진 거겠지. 그 부분에 있어, 확실히 남자 쪽은 정신적으로는 아직 어린애다. 뭐어, 나나 쪽도 체적인 부분은 놓아두기로 하고.
“……왠지, 지금 또 굉장히 실례되는 걸 생각하시지 않았나요?”
“무, 무슨 소리야? 서, 설마.”
“바―로 표정에 나오네요.”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만, 그런 걸 했다간 나나의 말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걸 깨닫는다. 그쪽을 보자 나나는 또 웃고 있다.
“너, 너무 연상인 남자를 놀리는 게 아냐. 남자는 나같은 신사만 있는 게 아니니까.”
“신사…….”
“거기는 깊게 고민하지 마!”
“예―.”
 쿡쿡 웃음짓는다.
 나쁜 기분은 들지 않지만, 연상으로서, 남자로서의 프라이드도 있어서 유키도 웃을 수는 없었다. 언짢은 듯이 턱을 괴고 고개를 돌린다. 이 태도 자체가 유치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외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알지 못했다.
 나나는 그런 유키를 보곤, 갑자기 손을 뻗어서 유키가 연락처를 쓴 메모를 잽싸게 집었다.
 뭔가 싶어서 나나쪽을 보자.
 좌우 양손 검지와 중지에 메모를 끼우고 머리의 앞쪽에 펼쳐, 약간 고개를 아래로 숙이곤 눈을 치뜨듯 유키를 올려다 보고.
“――이걸로, 저는 언제든지 마음이 내킬 때 유키 씨를 불러낼 수 있는 거네요?”
 라고 입가에 약간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으?!”
 그 말과 동작이 가슴 중심을 꿰뚫는다.
 단숨에 심장 고동이 빨라져, 머리가 뜨거워져서 다시 고개를 돌린다. 나나는 딱히 뭔가를 의식하고 말한 것 같진 않지만, 어찌 저런 필살 대사에 필살 자센가. 어려 보이는 외모 따위는 상관없이, 한 명의 여자애로서 의식해 버렸다.
 나나는 유키의 상황따윈 모르고 메모를 륙색 안에 넣고 있다. 그런 모습만 보면 굉장히 어려 보이는데.
“일단, 마음이 내키면 메일 할게요. 전화번호는 아직 좀 가르쳐주기 힘들어요.”
“그건 상관 없는데, 나나 쨩, 릴리안이지? 우리 누나도 릴리안이니까 물어보면 알지도……아아아 뻥이야 뻥, 그런 짓 안 해, 안 합니다!”
 순식간에 표정이 험해지는 걸 보고, 당황해서 부정한다.
“그렇게 쓸데없는 소리는 안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마음에 명심해 두겠습니다.”
“그게 좋겠죠.”
 나나 쨩은 엄숙히 말했지만, 입가에 빵가루가 묻어있어 약간 폼 안났다. 종이 냅킨으로 입을 깨끗이 닦은 뒤에 양손을 맞대곤.
“잘 먹었어요.”
 꾸벅 인사. 거기에 이끌려 고개를 숙인다.
“게임을 산 것만이 아니라, 예상치도 못하게 대접도 받고. 오늘은 좋은 날이었어요.”
“이쪽은 예상도 못 한 지출이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코 나쁘진 않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걸로 나나와의 라인이 이어졌다고 생각하면, 싼 지출이다.
“……어라?”
 무심코 소리를 낸다.
 그런 식으로 생각한 자신에게 놀라서.
 자신은 나나와 이어진 선을 잃고 싶지 않은 걸까. 우연히 알게 된 이 소녀와의 연결을, 앞으로도 이어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그런 식으로 느낀한 건가.
 뇌리에 떠오른 건 아까 전의 말과 몸짓. 또 고동이 약간 빨라진다.
“무슨 일 있나요?”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뭔가 생각에 잠긴 유키를 보고, 의아스런 표정을 짓는 나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갈까?”
“하아.”
 가방을 손에 들어올려, 가게를 나선다.
 왔던 길을 나란히 서서 말없이 되돌아간다.
 역에 도착해, 거기서 헤어지게 된다. 아무리 뭐래도, 아직 점심이어서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고 말할 시간도 아니고, 그런 사이도 아니다. 나나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떠나가려 한다.
“나나 쨩.”
 그 뒷모습에 무심코 말을 걸었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는 나나.
 뭔가를 말하려 하면서도 잘 말이 나오지 않아서 입을 뻐끔거린다. 나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고 있다.
“저기, 말야.”
 곧게 바라본다.
 약간 어린 눈동자가 마찬가지로 곧게 유키를 마주 본다.
“나, 기다릴 테니까. 나나 쨩이 연락 주는 거, 기대하고 있으니까, 정말로. 다음은 꼭 지지 않을테니까.”
 솔직한 마음을 부딪친다.
 그래. 이걸로 끊기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저번과 오늘 일은 우연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이 세 번 이어지는 건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니 다음은, 필연으로 하고 싶었다.
 나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그러면서도 약간 고민하는 동작을 취하곤.
​“​…​…​선​처​할​게​요​.​”​
 라고만 대답하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그 자그만 뒷모습이 사람 사이에 사라져가는 걸 유키는 조용히 배웅했다.




 집에 돌아가서 바로 산 게임을 플레이하고, 저녁밥을 해치워,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오랜만에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자, 왠지 터무니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나나가 보낸 메일이 10통 이상 쌓여 있었던 거다.

『송신 테스트 메일이에요. 도착하면 답신 부탁해요.』

『오늘 산 게임, 어디까지 진행했나요? 저는 현재 레벨 8이고, 앞으로 칸파넬라의 탑을 향하려는 참이에요. 파티는 용사, 검사, 도둑, 승려예요. 큰 메달은 지금 시점에서 5개뿐이어서, 얼마쯤 놓친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어요. 레어 아이템 등은 앞으로 정보 교환 바라요.』

『그러고 보면, ‘나나 룰북’을 펼치는 걸 잊었었네요. 다음 대전을 대비해서 첨부 파일로 보낼테니, 숙독하고 머리 속에 넣어둬 주세요. 룰을 정한 건 아래대로……』

『그러고 보면 다리 상태는 괜찮나요? 아무래도 좀 너무했나 반성하고 있지만, 오해당할만한 행동을 한 당신에게도 문제는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곤 해도 일방적으로 피해를 받은 건 그쪽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면목 없다고……』

『대전 게임도 괜찮지만, ‘MH’시리즈같은 것도 플레이 하지 않으실래요? 파티 플레이로 협력하는 것도 즐겁다고 생각해요. 제 친구 중에는 온라인 게임에서 같이 파티를 짜주는 애도 없어서, 혹시 기회가 있다면 파티를 짜서 퀘스트를 받는 것도……』

『그런데 전혀 답장이 없는데, 제대로 메일 읽고 있나요? 모처럼 여자애가 보낸 메일인데, 답장이 늦으면 체념당해버려요.』

『덧붙여서 제 용모는 어리지 않고, 나이대로라고 생각해요. 반 애들 사이에선 오히려 어른스럽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고……』

 이런 느낌으로 빈틈없이 글자가 가득 찬 메일 뿐. 중간중간 이모티콘이나 그림 같은 것도 들어 있긴 하지만. 같이 있을 때는 별로 말이 많지 않은 침착한 여자애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보면 마음속으론 여러가질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다.
“재밌는 애네…….”
 자연스레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얼굴이 풀어진다.
“그러면…….”
 손가락을 움직인다. 착신 메일을 쓰면서 나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머릿속으로 상상해, 웃음을 흘린다.

 얼굴은 어려 보이지만, 침착하고 야무진 여자애. 성실해 보이지만 게임을 좋아하고, 치한에게 죽도를 휘두르고, 아마 꽤 지는 걸 싫어한다.

 휴대폰의 액정화면 너머로 나나가 보여준 몸짓과 표정을 그리며, 유키는 송신 버튼을 누른다.

 메일이 송신된 걸 확인하고 휴대폰을 닫았지만, 마치 어릴 무렵에 유원지에 가기 전날처럼 마음은 들뜨는걸 멈추지 않았다.
~추신~
 나나 귀여워요, 나나.
 자 뭐, 그런 건 놓아두고. ‘요시x블레’판 나나는 어떠셨나요. 요시노보다도 꽤 어른스러?워야할 나낫치지만, 여기선 어린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왜냐면, 마리미테 캐릭터 중에서 최연소니까 거기선 역시나 어리게 가지 ​않​으​면​.​.​.​(​폭​발​)​
 본편에서는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출연이 적었기에, 여러모로 쓰고 싶은 캐릭터긴 하지요!

역자의 말:
 평안하세요, 淸風입니다.
 나나 귀여워요, 나나.
 ……라고 역자의 말에 남기려고 했더니, 작가분이 똑같은 말을 써 두셨더라고요. 귀여우니까 어쩔 수 없죠.
 그래서, 다음 마리미테 SS 번역도 나나 편이 될 예정입니다. 귀여우니까요! ……라기보다는 이미 다음화도 번역은 마쳤고, 금요일 정도에 비축분을 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정이 아니라 확정이죠.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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