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
다일은 재빨리 아린에게 손을 썼다. “으야야…” 그가 상처 주위에 대고 함을 분산시키자 박혔던 총알이 다 빠져나왔고, 이에 아린은 끙끙거리면서도 조금은 나아진 얼굴을 했다. “계속 해.” 엔시나가 말했다. 그녀는 권총을 든 채, 아린을 치료하는 다일이 가진 나머지 파편탄을 빼갔다. “괜찮겠어?” 다일이 묻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그리고 저번에 했던 것처럼, 그녀가 가진 힘이 이 금속 무기로 서서히 스며들어가는 것을 제이미는 다시금 느꼈다.
엔시나는 주위를 맴도는 사령들 중 하나를 쐈다. 그러자 총알이 그것을 뚫고 가면서 마치 불에 달군 쇠가 얼음에 닿듯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느낌의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곧 그것은 마치 불판에 올려놓은 문어처럼 미친 듯이 꿈틀거리다가 곧 정말로 얼음처럼 그 자리에서 증발하듯 사라졌다. “우, 우와,” 제이미는 저렇게 징그러운 것이 단번에 죽는 것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한 거야?”
“힘을 주입시키는 거야.”
간단히 설명한 엔시나는 자신의 한 발을 신호로 사령들이 달려들며, 동시에 저쪽에서 그것들이 빙의한 듯한 요원들도 동시에 덤벼들자 일단은 요원들 중 하나를 쏴서 쓰러뜨리고는, 옆으로 뛰면서 다시 한 발 쏘았다. 하지만 지금 엔시나는 우선순위를 정한 상태였고, 때문에 자신을 놔두고 무방비 상태인 다일 쪽으로 가는 것들을 먼저 쏘는 식이었다. 자신을 쫓아오는 것들은 정면으로 상대하기보단 최대한 피하면서. 그리고 이러는 중에 안그래도 몽마 자체가 움직임이 빠른데 사령들이 빙의되어 더 빨라져, 그런 엔시나를 향해 몇 차례의 공격이 날아오곤 했다.
“너 지금, 아니 나 지금 그렇게 오래 뛸 만하진 않잖아. 이거 계속 버틸 수 있어?”
하지만 그동안의 상처 때문인지 어느새 다리를 조금씩 절뚝거리는 그녀에게 제이미가 조마조마해하며 말하자 엔시나는 아무 대답 없이 그저 묵묵히 날아오는 발을 휙 피하면서 뒤로 빠졌다. 그리고 한 발을 더 쏘자 빙의된 요원이 이제 둘만 남아, 다만 그 옆으로는 여전히 열 마리는 되어 보이는 사령들이 남아 있었다.
한편 엔시나가 옆을 보자 멀쩡한 세 요원 역시 제정신이 아닌, 아니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자신의 동료들을 피하면서 반격중이었으나, 사령들에 대해서는 달리 손을 쓰지 못하는 그들이었다. 이를 본 엔시나는 저들이 무기에 그걸 쓰는 법은 모름을 알고, 이엇 다일 쪽을 쳐다봤다. 마침 다일은 어느정도 응급처치는 끝낸 듯, 아린을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너 먼저 가.” 등뒤의 상황을 본 그가 말했다. “야?” 고개를 젓는 아린.
“괜찮으얘. 어떻게 둘만 두고–”
“어서!”
다일과 이진이 동시에 다그치자 아린은 흠칫하더니, 그래도 영 내키지가 않는다는 얼굴로 먼저 구덩이에 뛰어들었다. 다일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해보면서, 지금 더 힘을 쓸 수 있는지 확인하다가 지금은 아니다 싶어, 이진과 몸을 바꿨다. 이진은 얼른 엔시나를 계속 뒤쫓는 이들 중 빙의된 요원들을 노려 한 명의 머리를 차내며, 그걸로 끝나지 않고 발이 땅에 닿기 전에 그 발길질 당한 머리를 잡고서 홱 꺾었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진 것을 놔두고 나머지 한 명에게 덤비려는 찰나, 갑자기 발이 잡히자 이를 예상치 못한 그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아, 으으, 으,”
사령이 빙의된 그 요원은 바닥에 쓰러져서도, 아니 목이 꺾인 채로 이진의 발을 붙잡고 늘어진 것이다. “이,” 심지어 다일도 많이 당황하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건 처음 보는데…”
그리고는 이진이 어떻게 할 새도 없이 그가 공격하려던 나머지 한 명에게 그대로 가격당하려던 찰나, 저쪽에서 엔시나가 그 한명의 머리에 구멍을 냈다. “에으으…” 모든 기력을 잃고 그 요원이 쓰러짐과 동시에 피가 줄줄 흐르는 구멍에서 사령 둘이 튀어나왔고, 엔시나는 재빨리 그 둘을 맞혔다. 그 두 사령은 역시 그 자리에서 증발해 버렸고, 이를 본 이진은 그제서야 알아채고는 재빨리 남은 한 명, 여전히 목이 돌아간 채 자신을 손으로 찍으려는 한 명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끝에만 해” 하지만 두 손에 힘을 끌어모았다간 얼마 싸우지도 못함을 이진이 깨닫자 다일이 얼른 조언했고, 이에 이진은 서서히 힘을 모았다. 마치 온몸에 흐르는 피의 일부를 한쪽에 쏠리도록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처럼, 자신의 혼령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힘을 이진은 손가락 하나하나의 끝마디에 최대한 집중했다. 비록 전체적으로는 얼마 남지 않은 힘이었지만 그 끝에만 집중하자 어느 정도 모여들었고, 그렇게 준비가 끝난 순간 이진은 계속해서 사령들과 그것이 빙의한 몽마를 이리저리 피해다니다가 잠깐, 제자리에 딱 멈춰서더니 바닥에 발을 탁 튕기며 달려듬과 동시에 짐승이 먹이를 할퀴듯 한 손을 매섭게 휘둘렀다.
빠른 동작에 마치 그가 손가락 하나하나에 물을 범벅을 한 듯,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그의 손끝을 따라 곡선을 그려내었고, 다음 순간 그 손이 미처 닿지도 않은 채 그저 돌아간 얼굴 바로 앞을 스쳤음에도 갑자기 그 빙의당한 요원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더니, 자리에서 무릎을 털썩 꿇고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이런 그의 입에서는 역시 사령 두 마리가 꿈틀거리면서 기어나왔고, 이진은 이번엔 그 사령들을 양손으로 빠르게 찔렀다. 형체 없는 물컹함이 그의 손을 스치는 순간 그 사령들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머지도 이렇게 처리하기 위해 이진이 고개를 돌린 순간, 저것들이 이미 그를 버린 채 모두 엔시나에게 달려들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조심해요!” 이진이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이진이 사령들을 상대로 싸울 적에 엔시나는 총알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령들의 역습을 뒤로 펄쩍 뛰어 간신히 피한 그녀는, 저쪽에서 여전히 생전 처음 보는–만일 처음 보는게 아니라면 저렇게 하나도 제대로 잡지 못할 리 없었다–괴물들을 상대하는 요원 셋을 쳐다봤다. 확실히 저들은 무기에 힘을 불어넣을 수 없는 게 분명했다. 그러니 지금 저들이 쏘는 총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결국 저들 또한 결국에는 다른 사령들에게 빙의될 게 뻔했다. “잠깐,” 제이미가 엔시나의 생각을 중간에 끊어놓고 끼어들었다.
“너 분명 저기 저 안으로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어? 애초에 아까 저것들끼리 싸우게 냅두고 그럴 수 있었는데–”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엔시나가 허리춤에 찬 파편탄 하나를 꺼내들며 동반자에게 말했다.
“이쪽 세계에서 사령들이 멋대로 돌아다니게 두는 건 절대 안되는 일이야. 애초에 저것들은 정말 불안정해서 스스로는 그 출입구 근처에 갈 수도 없지만, 아마 저번에 아린이 건너오는 틈에 같이 건너와 버렸을 게 틀림없어. 어쨌든 그렇게 여기까지 온 걸 모두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하,”
한숨을 푹 쉬는 제이미.
“도대체 그놈의 혼령이고 사령이고 참…”
하지만 이어지는 제이미의 불평을 들어줄 틈이 없었다. 엔시나는 총에 불어넣었던 그 힘을 최대한 빨리 파편탄으로 옮겨넣은 다음(이때 제이미는 마치 피가 역주행하는 듯 기괴하고 거북한 감각을 느꼈다) 요원들을 공격하는 사령들에게 던졌다. 곧 그것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령이 일곱 정도는 곧바로 죽어 없어졌고, 그 앞에 있던 빙의된 요원 둘도 쓰러졌다. “총 이리 줘!” 엔시나가 요원들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지금 너희가 하는 건 저것들에게 의미가 없어!”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요원들은 이어서 들고 있던 총을 사령들에게 냅다 던지는 엔시나에게 대답했다.
“슬슬 그렇게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당신에게 줬다가 우리가–”
“그럼 여기 네 동료들처럼 죽느니만 못한 꼴이 되고 싶어?”
짧고 간단한 답을 내놓는 엔시나를 난감한 얼굴로 바라보는 요원들. 그런데 이때 그 중 하나가 “뒤에!” 소리를 지른 순간, 엔시나는 누군가가 무언가로 등을 내려찍는 듯 정신이 아찔해졌다. “아앗–”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 아니 뼛속을 넘어서 더 깊은 데까지, 아예 심장보다 더 깊은 감각까지 사납게 찌르는 그 느낌에 제이미는 그만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엔시나에게 가해진 건 어째서인지 그것보다 더 심해서, 정신을 바로잡은 순간 제이미는 혼령이 마치 저 뒤로 나가떨어진 듯, 굉장히 고통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야?” 어느새 제이미는 자신의 몸을 자기가 움직이고 있었고, 이런 그녀에게 등 뒤에서 기습했던 사령들이 뒤로 뭉쳐졌다가 또다시 한꺼번에 덤벼오자 얼른 옆으로 몸을 던졌다. “으흑!” 무술이고 뭐고 아예 모르는 그녀가 그냥 다짜고짜 몸만 던진 것이었기에 몸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하지만 제이미는 이미 정상이 아닌 다리를 덜덜 떨면서도 어떻게든 벌떡 일어났다. 한편 그렇게 제이미를 놓친 사령들을 저쪽에서 달려온 이진이 두 손을 휘두르며, 그 중 몇 마리를 더 없애 버렸다.
“괜찮아요?”
이진이 묻자 제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가 팔을 휘두르자 불판 위의 물자국처럼 치이익 보이지 않는 연기를 내며 증발해 버리는 사령들. 한편 제이미는 “이봐,” 생전 처음으로 엔시나를 다급한 목소리로 불러봤다. “엔시나,” 대답이 없자 이름까지 직접 부르면서. 하지만 엔시나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상태였고, 이에 제이미는 더 불안해져서 “너 괜찮아?” 하다가, 그렇게 무방비 상태가 된 그녀를 사령 하나가 공격해 오자 얼른 옆으로 몸을 던져 굴렀다. 하지만 역시 둔탁한 소리를 내며 구름과 동시에 먼지도 한 움큼 삼키고, 곧 “제기랄!” 소리를 지르는 제이미. 그리고 이런 그녀의 옆에 무언가가 툭 떨어졌고, 그녀가 고개를 들어서 보자 요원들이 쓰던 총 하나가 먼지가 좀 묻은 상태로 그녀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
“알아서… 하세요! 아무래도 이건… 보고하려면 말이 많아지겠군…”
사령들은 어느새 전부 이진에게 가고, 빙의된 요원들도 그에게 달려드는 것을 요원들이 막아서며 말했다. 그들은 괴물에게 조종당하는 동료의 팔도 꺾어보고, 목도 치고, 명치도 주먹으로 쳐내는가 하면 아예 칼로 찌르는 등 별별 시도를 다 했으나 이미 인간이 아닌 그들은 잠시 주춤하거나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를 뿐, 몇 번이고 요원들에게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총을 줘봤자 뭘 어쩌란 말인가. 지금 여기 엎어져 있는 건 혼령 엔시나가 아니라 인간 제이미 앨리슨이었다. 비록 먼지묻은 총을 꺼림칙한 느낌과 함께 쥐어들긴 했지만 이걸 뭘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일단 사람을 쏘는 게 아니라 보기만 해도 정말 기분나쁜 저걸 쏜다는 점에서 어떻게 쏠 수는 있겠지만, 설령 쏴서 맞춘다고 한들 그냥 총알은 저들에게 소용이 없다는 걸 이미 충분히 본 바, 지금 제이미에게 이게 있어봤자 별 의미가 없었다.
“저, 저기,” 제이미는 다시 한 번 엔시나를 불렀다. 하지만 엔시나는 여전히 어지러워하고 있었으며, 아직까지 저렇게 정신을 놓은 모습을 보며 제이미는 저 사령들이 제이미 자신의 몸보다는 그 안의 혼령에게 직접 무언가 타격을 가했음을 알았다. 이진도 이를 눈치챘는지 “먼저 가요!” 소리쳤고, 제이미는 이 말에 뒤의 구덩이를 슬쩍 봤으나, 아무래도 쟤 혼자서 저걸 다 당해낼 것 같진 않다는 느낌에 주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단 말인가.
“으, 정말,”
일어선 제이미는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기분으로, 하지만 상황이 상황임을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손에 힘을 주었다. “아냐아냐,” 곧 혼자서 중얼거리는 그녀. 단순히 손에 힘을 주는 게 아니었다. 엔시나가 어떻게 했더라? 총을 이렇게 저렇게 만지작거리며 혼령이 무언가를 할 때 느꼈던 그걸 떠올리려고 애쓰는 사이, 이진은 사령 네 마리가 한꺼번에 덤벼와 손에 달라붙는 것을 떨쳐냈다. “안돼!” 다일이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늦었다. 동반자가 손을 확인했을 땐 이미 그쪽에 모아놓던 힘이 이미 죽은 사령처럼 증발해 버린 뒤였고, 저 징그러운 것들은 다시 힘을 모으게 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달려들었다. 이진은 벌레 쫓듯 팔을 휙휙 내둘렀으나 이번엔 한 마리만이 가까스로 죽어나갔고, 나머지는 뒤로 뺐다가 다시 달려들고, 또 뒤로 물러섰다가 뭉쳐서 다시 달려들기를 반복했다. “그러고보니,” 한편 이런 움직임을 본 다일은 그제서야 저것들이 지금까지 한 행동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조금 이상한데. 사령들이 원래 저렇게 체계적으로 움직였던가?”
“지금 그런거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이에는 이. 이진 또한 똑같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사령들을 하나씩 잡아갔다. 하지만 역시나, 이미 상처를 잔뜩 입은 몸을 가지고 무리하는 중이었기에,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하는 건 곧바로 지치는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계속해야만 하는 그였고, 어쨌든 가능성은 있다는 믿음 하에 계속하는 그였다. 처음엔 정말 많았던 것들도 이제 열 마리쯤 남은 것 같았다. 그리고 하나, 또 하나…
철퍽!
“으!?”
하지만 점점 속도가 떨어져가는 탓이었을까, 사령들은 이번엔 몇 마리는 달려들어 그를 치는 척 하고 빠지더니, 그 중 둘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 돌진해 이진의 목에 달라붙었다. 기분나쁜 것들이 그의 목을 서서히 조여오자 이진은 물론이고 다일까지 괴로워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령들까지 달려들어 확인사살을 하려는 듯 그의 남은 한 손에 달라붙으려는 순간,
탕!
한동안 나지 않던 총성이 저쪽에서 들려오더니, 이진의 목을 조르던 사령들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응?” 재빨리 손을 빼고 뒤로 물러선 이진이 고개를 돌리자, 먼저 가라고 했던 제이미가 총을 든 채 서 있었다. 자신도 굉장히 놀란 얼굴로. “돼, 됐어?” 제이미는 휘둥그레진 눈을 깜박였다.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면서 엔시나가 뭘 했는지 최대한 따라해보려고 애를 쓰더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손에 그 기묘한 느낌이 흘러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그걸 느끼자마자 제이미는 총을 있는 힘껏 꽉 쥐고 쐈는데, 그 사이 어떻게 총에도 그 힘이 묻어난 모양이었다. “하,” 제이미는 넋 나간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정말로 했구나. 어느새 내가 이걸 스스로 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거부감 그리고 묘한 성취감과 함께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뿐, 사령들이 잠시 멈추더니 이번엔 제이미에게 달려들었다. “앗!” 어느새 이진을 쫓아가는 건 포기한 채 요원들을을 죽이는 데 우선시하고 있던 그 빙의된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뛰어요!” 이진이 소리지르는 순간 제이미는 총을 한 번 더 쐇다가, 이번엔 총알이 그것들을 뚫고 지나갔는데도 잠깐 흠칫할 뿐 별 반응이 없자 결국 제이미는 절름발로 막 뛰었다. “거의 다 좋았는데!” 성질을 내면서 사령들을 피한 제이미는 그것들이 뒤에 있던 상자에 꽂히는 옆으로 가더니 다시 한 번 총을 쐈다. 이번엔 힘을 좀 주고서.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번엔 총알이 뚫고 나간 세 마리 중 하나만 죽었고, 이를 본 제이미는 어느새 눈앞에 빙의된 요원들이 있자 자기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 하지만 그것들이 무언가를 하려는 찰나, 이진이 그들 중 하나의 뒷목을 찌르며 앞으로 나섰다. “어서 가요!” 어쨌든 그녀가 몇 마리는 잡으면서 다시 힘을 모을 시간도 벌었겠다, 이정도면 됐다는 그의 말이었다. 한편 엔시나는 이제 좀 정신이 드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제, 제이미?” 동반자를 부르고 있었다.
“너 이제서야–”
제이미가 다시 한 발을 쏘며 사령들 두 마리를 더 없앰과 함께 이제 그만 튀어야겠다 싶어 구덩이로 향하던 순간, 갑자기 빙의된 요원이 칼을 휘두름과 동시에 사령들이 다시 한 번 쏟아지듯 달려들었다. 제이미는 칼이 다행히 피부에는 닿지 않고 머리카락에만 닿는 것을 느꼈으나 사령들은 아니었고, 한 데 뭉친 그것들이 제이미의 등에 꽂히는 순간 그녀는 “아앗–” 순간적으로, 그것들이 이번엔 혼령이 아닌 자신을 공격했음을 느끼면서, 그리고 그 출입구라는 구덩이가 눈앞까지 닿은 것이 보인 즉시 온 세상이 빠르게 돌았다. “제이미!” 엔시나와 이진이 동시에 소리치는 순간, 제이미는 그만 눈앞이 캄캄해짐과 동시에 예전에 한 번, 똑같이 정신을 잃기 직전 엔시나를 처음 봤을 때, 그 기이한 빛이 떠오르며 동시에 자신의 몸이 어디론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