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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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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아오이 (5)


<막간 01. 미카도 히카루가 히키가야 하치만을 볼 무렵.>

  이날, 미카도 히카루는 한 살 연상의 두 명, 즉, 정혼자 아오이, 사촌 아사이와 같은 차를 타고 등교하고 있었다.

  오늘은 히카루가 고등부에 진학하는 날이다. 오늘부터 히카루는 아오이나 아사이와 같은 고등학생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고교 첫날이니 기념하는 뜻으로 같이 등교하지 않겠냐고 히카루가 두 사람에게 제안했고, 두 사람이 승낙함으로써 오랜만에 같이 등교를 하게 되었다.

  벌써 고등학생이다. 히카루는 옆에 앉아 있는 두 사람 몰래 한숨을 쉬었다.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고 설레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지만, 보통 고등학교 입학생이 느낄 만큼 크지는 않았다. 헤이안 학원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식 학원이기 때문에, 진학했다고 해도 70~80% 정도는 다 아는 사람뿐이다. 따라서 고등학교에 간다고 지금까지의 학교생활과 그다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친구, 사귈 수 있을까?’

  히카루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히카루는 여자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았지만, 그 때문에 친구가 없었다. 여자들은 히카루와 친구 이상이 되기를 원했고, 남자들은 히카루를 질투했다. 그러니 친구가 생길 턱이 없었다. 그나마 자신과 친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사촌 아사이인데, 그녀도 히카루와 친구가 되는 것은 거부했다.

  인원이 거의 고정적인 만큼 히카루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히카루를 질투하던 남자들이 갑자기 그를 좋아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을 기대할 정도로 히카루는 바보가 아니었다.

  만약 희망이 있다면, 편입생 정도일까. 이 학교의 ‘귀족’들은 히카루와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래도 고등부에 편입한 사람이라면 혹시라도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미 중등부에서도 같은 기대를 품었지만 실패한 바 있다. 그들도 히카루를 결국은 질투하고 싫어했다. 이제 고등부 편입생이 히카루가 친구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을 품은 사람들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다가 이번에도 실패하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히카루는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만 할 뿐이었다.

  “이번 신입생 대표 인사는 히카루가 하는 건가요?”

  아오이가 히카루에게 물어왔다.

  “응, 맞아, 아오이 누나.”

  히카루의 대답에 아오이가 힘주어 말했다.

  “똑바로 해야 돼요, 알겠죠?”

  옆에서 아사도 거든다.

  “중학교 때처럼 신입생 인사 도중 여자 선생님을 헌팅하거나 하지는 마. 제대로 해.”

  그 말에 히카루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 알았어. 정혼자와 학생회장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그 순간, 갑자기 차가 속도를 급격하게 줄였다. 세 사람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히카루는 재빨리 아오이를 끌어안아 감싸며 몸의 중심을 잡았다. 차체를 통해 쿵 하는 충격이 전해져왔다.

  “......무슨 일이죠?”

  아사이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갑자기 도로에 사람이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운전기사는 밖으로 나갔다. 아마 치인 사람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급차를 부르려는 것 같았다. 아오이가 그 이야기를 듣고 안절부절못했다. 마음씨가 착한 그녀는 보지도 못한 사람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히카루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괜찮을 거야.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 정 걱정되면 한 번 확인해보자.”

  운전기사가 최대한 속력을 줄였고, 표정도 당황하기는 하였지만 새파랗게 질리거나 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히카루는 확신했다.

  아오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차 앞에는 히카루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소년이 누워 있었다. 차에 치이고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우리학교 학생이네. 모르는 ​얼​굴​인​데​.​.​.​.​.​.​?​ 고등부 편입생인가?”

  아사이가 소년을 보고 중얼거렸다. 앞에서 운전기사가 쓰러진 소년의 상태를 살피더니 세 사람에게 말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머리나 척추 쪽은 크게 충격을 받지 않은 것 같은데, 다리 쪽은 뼈에 이상이 있을 겁니다. 구급차를 부르겠습니다.”

  그러고는 전화를 들어 구급차를 불렀다. 쓰러져 있는 소년 주변에 강아지 한 마리가 빙빙 돌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소년의 상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 안심한 아오이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어머, 귀여워라.”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강아지가 다가왔다. 아오이는 부드럽게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전화를 마친 운전기사가 구급대원에게 지시를 받은 대로 소년에게 응급처치를 하면서 말했다.

  “처음에 강아지가 차 앞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이 아이가 강아지를 감싸고 차에 치였습니다.”

  “용감한 ​사​람​이​네​요​.​.​.​.​.​.​”​

  아오이가 탄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사이는 옆에서 냉담하게 말했다.

  “그냥 바보 같은 거겠지.”

  “아니야.”

  히카루는 아사이의 그 말을 딱 잘라 부정했다. 아사이가 그런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히카루가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은 정말로 용감해.”

  자신이라면 그 짧은 순간,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질 수 있을까? 히카루는 자신이 없었다. 이 소년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위험할 수 있다거나, 고작 강아지 한 마리라거나 그런 생각 없이 위험에 처한 강아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감싸준 것이다. 얼마나 용감하고 상냥한 사람이란 말인가.

  미카도 히카루는 쓰러진 소년의 교복 왼쪽 가슴에 달려 있는 명찰을 보았다. 안 달아도 상관없고 실제로 거의가 안 달고 다니는 명찰이지만 편입생이라서 그런 사정은 모르기 때문에 달고 왔을 것이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比企谷 八幡’

  “히키타니 ​하​치​만​.​.​.​.​.​.​인​가​.​”​

  히카루가 중얼거렸다. 그는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너무나 상냥하고 용감한 소년이다. 어쩌면, 이 사람이라면 ​어​쩌​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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