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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눈송이


10. 바라마지 않는 (25)


 “정말 괜찮으십니까?”

“뭘 원하기에 이렇게 뜸을 들일까요?”

목선에 입술이 닿았다. 기분 좋을 정도로 긴장되었다.

“성이라도 하나 줄까요?”

“필요 없습니다.”

그가 쿡쿡 웃었다.

“단호하네요. 그렇게까지 별로인가요?”

“저도 성 있습니다.”

코시카 체사레브나로서 받았던 토지며 부동산, 식민지의 조세권은 대부분 반납했지만 북쪽에 마을 서너 개와 한 개의 성은 아직 아롈의 소유였다. 그리고 옐레나 여제가 대공녀 시절 코시카로 시집갈 때 혼수로 챙겨갔던 툴루즈 지방의 조세권이 아롈의 소유로 넘어왔다. 그리 큰돈이 아니라 잊어버리고 있지만.

“그리고 있어봐야 갈 수도 없잖습니까.”

“그건 그렇군요. 요즘 아렐르는 많이 바쁘지요. 대회의만 끝나면 놀기로 했는데.”

싸우고, 울고, 싸우고, 또 울고. 감정으로 삶을 깎아내는 듯한 나날에는 감히 여가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화해하고 난 지금은 리젤로트의 결혼식이 코앞이었다. 특히 요즘은 오늘 하루를 빼놓느라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

“이블린 근교에 제 이름으로 된 성이 하나 있는데, 다음에 같이 가요.”

세시안은 그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묘사했다. 아주 옛날에 지어진 곳이라 작고 아담하지만 아름답다고. 설명이 상세해서, 상상력이 그리 풍부하지 않은 아롈로서도 어떤 곳인지 흐릿하게 그려볼 만했다.

잔디는 푸르고 갈색 가지에 맺힌 꽃망울은 희다. 작은 시내가 성 근처에 흐르는데 물소리가 경쾌하다. 바위에 앉으면 산들바람이 머리카락과 억새를 스친다. 성 안에 있는 연못에는 알록달록한 물고기가 살아서 밥을 주면 수면 위로 올라와 물을 튀긴다. 파릇한 새벽빛은 청량하고 붉은 노을은 따스하다. 근처에 큰 도시가 없어 밤이 되면 달도 별도 쏟아져 내린다.

“좋은 곳일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꼭 같이 가요.”

뱃속이 따뜻해졌다. 햇살을 받는 것처럼, 아니 해를 안은 것 같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하지만 당분간은 몸을 사려야 하는 처지가 아닌가. 이 사람이 좋아서, 이 사람의 옆에 오래 있고 싶었다. 새로운 흉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아롈은 눈을 내리뜨고는 웃었다.

“그래도 후계자가 이블린을 함부로 나갈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자주는 아니라도 이삼 년에 한 번 쯤은 들를 수 있어요. 유명무실한 명목이라고는 해도 일단은 성주니까요. 그러고 보니 지난봄에도 잠깐 들렀군요. 기억나요? 나바르에서 처음 만났을 때요.”

“예. 기억합니다.”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밤을 새서 머리가 멍했다. 어마어마하게 많이 실수하고 허둥거렸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었다. 향이 좋다. 이 사람은 더 좋고.

“이블린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룻밤 묵었지요. 여전히 그대로더군요.”

아주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이 같은데 아직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다. 뺨을 어깨에 기대고 나른하게 호흡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좋아질 줄은 몰랐다.

“정말 이렇게 좋아질 줄은 몰랐어요.”

눈이 동그래졌다. 마음을 읽힌 것 같았다. 세시안은 소리 내어 웃고는 관자놀이에 입술을 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잘 보일 걸 그랬지요.”

“어떻게 말씀입니까?”

“옷도 신경 써서 입고, 말도 새하얀 백마로 타고 오고…….”

“말이 무슨 색이든 그것 때문에 사람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알아요. 그냥 해본 소리예요. 그 때 아렐르는 저를 굉장히 경계하고 있었지요.”

“알고 계셨습니까?”

“모를 수가 있나요. 그렇게 바짝 긴장해서는, 대체 뭐하는 놈일까 보고 있었으면서.”

당연했다.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 어떤 사람일까 내내 궁금했는데 갑자기 덜컥 나타났으니. 세시안은 아롈의 등을 토닥거렸다.

“그래서 아렐르는 무슨 생각을 했어요?”

“여자 때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다?”
“와…….”

깊은 탄식에 움찔했다. 세시안은 아롈의 상체를 일으켰다. 눈이 마주쳤다.

“때려요?”

어마어마하게 상처받은 얼굴이었다. 아롈은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움츠러들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요? 미셸 그 녀석이 헛소리라도 하던가요?”

“하지만…….”

“하지만?”

“기대가 크면 상처받는 법이잖습니까. 쓸데없이 바라는 게 많아서 좋을 일이 없습니다.”

“혼자 용을 때려잡을 수 있는 전설의 용사를 바라는 게 기대가 큰 거지요. 대체 아렐르의 주변에는 인간 말종이 얼마나 많았던 건가요?”

“흔하지는 않아도 아주 드물지도 않았습니다.”

파블 1세는 헬레네를 애지중지했지만, 조부인 이반 3세만 해도 정부에게 손찌검을 한 적이 있었다. 이미 붕어한 소피야 선황후를 때렸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지만, 역정이 나면 아롈에게도 물건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몇몇 귀족이나 공왕들도 아내를 때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드물지만 여자들이 얼굴이나 팔뚝에 멍을 달고 다니기도 했다. 코시카 여대공인 고모조차 맞고 살다 죽었다지 않은가. 씁쓸했다.

“너무하네요.”

“그런 분 아닌 걸 이제는 압니다.”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봐야 기쁘지 않은데요.”

그리 말하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눈을 피하자, 세시안이 눈꺼풀에 입을 맞추어 시선을 끌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가 보란 듯이 한숨을 쉬었다.

“아렐르. 아무리 그래도 여자 때리는지를 가지고 사람을 고르면 안 되지요.”

“다른 기준도 있었습니다.”

“무슨 기준인가요?”

여기에서 정부 없는 남자를 댔다가는 정말로 화를 낼 것 같아 말을 돌렸다.

“그럼 전하께서는 처음에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눈부시다는 생각?”

어이가 없었다.

“거짓말 마십시오.”

“농담이에요. 미안해요. 솔직히 그 때는 크리스 때문에 놀라서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군요.”

크리스, 크리스틴 엘리자베트. 마담 르와이얄은 아롈이 인사를 왔을 때 자살을 기도했다. 지금은 멀쩡히 살아 이블린을 활보하고 있지만. 납득할 만한 설명이었다.

세시안은 아롈의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 맞추었다.

“그래서 기준이 뭔가요?”

잊어버린 게 아니었나.

“그게…….”

“제가 맞춰볼까요? 정부 없는 남자?”

아롈은 거짓말에는 크게 소질이 없었다. 차마 아니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아롈을 찬찬히 관찰하던 그는 아롈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후…….”

“웬 한숨이십니까.”

“아렐르의 눈이 너무 낮아서요. 아렐르가 제 여동생이었더라면 어디서 이상한 놈팡이에게 반할까 무서워서 밤에 잠을 못 이뤘을 걸요.”

그리 이상한 이야기인가. 여자 때리지 않는 남자라면 몰라도, 정부 없는 남자는 드물었다.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맞닿았다. 어린아이에게 하듯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물러나는 입술을 잡아 붙들듯 머금었다. 아랫입술이 말랑했다. 혀가 진득하게 얽혀들었다. 흑색과 금빛, 색이 다른 속눈썹이 서로 닿을 만큼 눈이 가까이에 있었다. 수줍어 눈을 감는 대신 빤히 바라보았다. 숨이 약간 가빠졌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주제넘을지도 모르겠군요. 제 신분이나 조건을 매력적으로 여길 사람은 차고 넘치겠지만, 적어도 아렐르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것들일 테니.”

로렌의 세르, 차기의 황제.

하지만 아롈은 코시카의 체사레브나였으며 역시 코시카 차기 여제로 여겨지던 후계자였다. 담담한 말투 안에 죄책감이 묻어있었다.

“그래도 아렐르. 겨우 그런 것에 만족하지는 말아요.”

아렐르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사랑받을 자격이 넘치는 사람이에요. 더 복잡하고 더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도 기쁘게 충족시키려 애쓰는 남자들이 널렸을 걸요.

세시안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양손으로 아롈의 뺨을 감싸고, 그 매력적인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말투가 나긋나긋했다. 아롈은 남편의 이런 면을 좋아했다. 항상 상냥하고 세심했다.

“그러니 뭐든 말해볼래요? 제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기꺼이 들어줄게요.”

아롈은 물건에는 크게 애착이나 욕망이 없는 편이었다. 물건이 싫어서가 아니라 언제든지 가질 수 있어서였다. 가지고 싶은 물건을 못 가진 일은 여태 없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사고, 질리면 시녀들에게 후하게 나눠주었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유품이나 물건은 팔지 않고 썼으나 물건에 유서(由緖)라는 가치가 더해졌기 때문이지 물건 자체를 아껴서가 아니었다.

“딱히 가지고 싶은 게 없습니다.”

남편이 사주면 특별히 여기기는 하겠으나 무언가를 갖고 싶으냐고 콕 짚으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럼 물건이 아니라 다른 건 있다는 거군요?”

이런 면이 얄미웠다. 생글생글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웃고 있으면서 모든 것을 다 보고 생각하고 있다. 명령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대화하는 것에 서투른 아롈로서는 어물어물 끌려가기 일쑤였다. 눈이 웃음을 띠었다.

“응? 이야기해줘요.”

“정말로 뭐든 들어주실 겁니까?”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짓말 안 해요.”

아이에게만 약한 줄 알았는데 그냥 조르는 것에는 모두 약한가보다. 마음이 흔들렸다. 어리광부리고 기대고 싶어졌다. 믿음직한 얼굴은 아주아주 창피한 이야기라도 모두 털어놓아도 될 것처럼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들어주지 못하는 게 있군요. 삼 개월 이내의 기밀 사항은 이야기해주지 못해요.”

“그럼 아무데도 가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리 쉽게 울지 않는다고 바로 전에 이야기해놓고선. 부끄럽게도 눈 바로 밑까지 눈물이 차올랐다.

“아무런 인사도 없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자고 일어나니 사라져있지 않을 거라고.”

기어이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려 턱 끝에 맺혔다. 방금 한 말이 식언(食言)이 되어 민망했다. 예전에는 실수하면 뱃속을 칼로 베어내는 것처럼 불안했는데, 지금은 평온했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그저 부부간의 일이고 남편은 비밀로 해줄 것이다. 그런 신뢰가 있었다.

그보다 세시안의 표정이 신경 쓰였다. 홍채의 무늬며, 새카만 동공, 진한 녹색과 옅은 금록색, 갈색과 얼룩 같은 검은색. 그 색채가 어울린 곳에, 화로에 땔감을 던진 듯 온기가 피어올랐다. 안쓰럽게 여기는 얼굴. 그가 간파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렐르의 오빠가 나빴네요.”

역시나.

눈꺼풀에 입술이 닿았다.

“정말 나빴어요.”

그래, 알렉산드르가 나빴다.

아롈이 나탈리야를 반대해서, 결혼을 반대해서, 일러바칠까봐 말도 안 하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롈은 여덟 살이었다. 차근차근 설명을 하면 충분히 알아들을 나이였다.

그러니 말을 해줬어야지. 하다못해 인사는 해줬어야지.

결국 아롈이 중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말을 안 하고 사라진 것이다.

아.

그 한 문장이 머리를 때렸다. 아롈은 문득 연인을 바라보았다.

-왜 화가 났냐 하면, 아렐르가 저를 ‘아무 사람’ 취급했으니까요.

이런 기분이었구나.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그를 밀어내기 전에 한두 번은 망설였을 것이다. 눈물이 계속 흘렀다.

“이것 봐요. 이렇게 울면서. 울지 말아요.”

키예프, 키옌 가문이 시작된 저 먼 북쪽 성에서 아롈은 내내 궁금해 했다. 끌어안기는 기분과, 입맞춤 받는 기분, 사랑받는 기분. 그리고 지금 안아주고 웃어주고 입맞춰주는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 죽을 때까지 아롈의 남편으로 관계 지어진 사람이.

“아렐르. 그건 소원이 아니에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서. 다른 걸 이야기해봐요.”

“저한테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칭얼거리는 어투가 나왔다.

알렉산드르 역시 코시카의 두 번째 계승권자였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도망쳐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 연기처럼 구름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알았어요. 약속의 말이 아렐르를 안심시킨다면, 맹세하는 게 뭐가 어려울까요.”

그는 갑자기 의자 아래로 내려앉아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찬란하신 숙녀 분. 한 명의 기사로서 그대의 곁을 지키고자 합니다. 이 몸이 스러져 흙이 될지언정 지상의 부모가 빚은 육체와 천상의 주님께서 불어넣으신 영혼이 조금도 다치지 않기를. 심장에 걸고 보답을 바라지 않으며, 변절하지 않으며,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

고풍스러운 인사였다. ‘기사’가 유명무실해진 군인의 나라에서 자란 아롈은 기사의 맹세를 두고 서사시의 여주인공 같은 감격은 느끼지 못했다. 조금은 촌스러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검을 잘 못 쓰지 않느냐는 딴죽도 떠올랐다. 그러나 녹색 눈이 담고 있는 감정은 분명한 진심이었다.

아롈은 저 눈이 무슨 눈인지 알았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 아롈이 평생에 걸쳐 보아온 그런 얼굴이었다. 별 수 없이 설렜다. 귀까지 붉어졌다. 수줍어서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허락합니다.”

손등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는 손등에 입 맞추는 대신 치맛자락 바깥으로 비죽 나와 있던 발을 받치고 그 발등에 입술을 댔다. 생소한 감각에 화들짝 놀라 발을 뺐다. 그러나 손에 단단히 발이 붙들렸다.

“무슨 짓이십니까.”

발등에 입술을 대는 것은 북쪽에서도 황족에게나 취하는 예였다. 남쪽에 이런 예가 있다는 소리는 듣도 보도 못 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 않고 웃었다.

“이젠 지겹게 붙어있을 테니 각오해요. 무르려 해도 소용없어요. 기사의 맹세는 평생에 한 번이라서. 싫다고 해도 붙어있을 테니.”

“무를 일 없을 겁니다.”

약속을 담은 발등이 낙인을 찍은 듯 화끈거렸다. 탐욕스러워졌다.

“사랑해요. 아주 많이.”

가슴이 으깨지도록 좋았다.

“저도 사랑합니다.”

세시안은 다시 발등에 입술을 댔다. 손길이, 입술이 천천히 복사뼈를 지나 종아리를 타고 올라왔다. 그를 원했다. 마음이 이미 섞였으니 그 다음 차례는 뻔하잖은가. 살갗이 간질거렸다. 눈을 감았다.

 

“잊어버릴 뻔 했군요. 아렐르.”

“으응. 예.”

정사가 끝난 뒤에는 항상 졸음이 몰아쳤다. 아롈은 팔을 넘겨 남편의 등을 끌어안았다. 품 안에 남편의 몸이 꽉 들어찼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푸근한 행복을 즐긴 지 얼마나 되었을까, 세시안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폐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알겠다고.”

“예?”

“그렇게 말하면 알 거라고 하시던데요. 알겠다고 하셨어요.”

“그렇습니까.”

희미한 안도감이 번졌다. 아롈은 죽을 정도로 안도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또 다른 흉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젠 지겹게 붙어있을 테니 각오해요.

그래, 정말로 지겹게 붙어있고 싶었다. 머리가 희게 세고 얼굴이 주름살로 가득해질 때까지 함께 해야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눈을 뜨니 세시안은 다소 서운한 기색이었다. 아롈은 먼저 그에게 입 맞추었다.

“전하. 제가 무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롈은 빠르게 인정했다. 걱정했다는 뜻이 이제 이해가 가고,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도 납득했다. 그 방법에는 아직도 화가 나지만, 그 분노 자체가 애정의 증거였다.

“무슨 뜻인가요?”

“걱정하셨다는 것, 이제 압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입술을 무는 감촉이 아득했다. 아롈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니, 한숨만 자고, 이야기해도…….”

잠이 너무 무거웠다. 지친 숙녀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묵직한 잠에 빠져들었다. 도톰한 남빛 잠이었다. 그녀의 기사가 내내 뜬눈으로 그의 숙녀를 지켜준 덕에, 악몽은 꾸지 않았다.

노블레스 연재란을 팠습니다. 원래는 원래 노블레스는 5편까지밖에 못 올린다는 약점이 있고, 무료 연재분도 정산이 된다는 점이 꺼려져서 다른 연재처에만 19금 신을 올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개편으로 무료 편차가 15편으로 늘어났더라고요. 3만원이 넘기 전에는 정산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도 했고요. 그래서 연재란을 새로 팠습니다.

19금 신은 제가 기분 전환용으로 쓴 경우가 많아서 사실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신에서 나오는 감정선이 후에 비슷한 ​문​장​/​표​현​/​감​정​선​이​ 본편에 중복되어 나오는 경우도 많아요. 그 외에 본편과 이어읽으면 조금 어색한 부분이 많을 거예요. 상대적으로 좀 편하게 써서요. 아, 캐붕도 좀 있습니다ㅠㅠㅠ 사실 캐붕 좀 많은 편입니다.

그래도 관심 가지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서 조아라에서도 보여드려요. 제가 즐겁게 썼으니, 독자분들께서도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개인사정으로 이북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완결 내면 투고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P.S.2. 이번 편 신은 아직 덜 썼어요. 내일이나 모레쯤 노블레스와 타 연재처에 올라갈 것 같습니다.
P.S.3. 한두 화 정도면 이번 챕터도 끝날 것 같네요. 더 길어지지 않기만을 바랍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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