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완결 후기 및 공지
안녕하세요, 마롱나무입니다.
가장 먼저, 지금까지 긴 분량 함께해주신 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3년에 연재를 시작하면서도 여기까지 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저는 중학교 때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다른 사람에게 제 글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카페에서 연재한 적은 있지만 작은 카페였던지라 거의 그들만의 리그였거든요. 제가 쓰고 싶은 부분을 써서 보고 흐뭇하게 웃은 다음 다시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두곤 했어요. 그런데 그런 제가 이런 공개적인 곳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글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즐거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피드백 감사한 줄 몰랐던 제가 차츰차츰 피드백의 맛에 길들여지더라고요. 학교에서 글을 쓰면 빨리 독자 분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집에 가길 기다리게 되고,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언급해주셨으면 하고 코멘창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었어요. 저 자신의 글이 너무 남루하게 느껴져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항상 격려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을 내어 글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여름 눈송이는 전형적으로 ‘남이 안 써주니 나라도 써야겠다’며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요즘은 다정한 남주가 대세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정한 타입의 남주는 그렇게 흔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순정만화 서브 남주 취향이었던지라, 다정한 남자가 애정결핍인 소녀에게 애정을 듬뿍 부어주고 행복해지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 면에서는 지금은 사이가 틀어진 친구와 생각이 맞았습니다. 연재 시작 몇 년 전 둘이 짧게 릴레이 소설을 썼었는데, 그 친구의 허락을 받고 릴레이 소설을 토대로 가져와 설정이나 이름, 관계도를 새로 짜서 시작한 글이 여름 눈송이입니다. 지금 남은 것은 정략결혼, 세시안과 아롈의 이름(그 때는 아렐리엔이었어요)과 머리카락/눈색, 시누이가 있다 정도지만요.
그런 목적으로 시작한 글이 어쩌다가 ‘70화 가까이 되어서야 남주와 얼굴을 보게 되는 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분명히 그 때는 아렐르가 남편을 끌어안고 같이 잠드는 데에서부터 시작했는데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긴 과정과 우여곡절을 거쳐 이제 2부가 끝났으니 다음은 외전 몇 개가 이어집니다. 이반 3세 시점에서 아롈을 본 외전과, 아롈이 쫓겨나기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짧게 묘사되고, 세시-아롈이 달달하게 연애하는 장면 몇 개를 쓸 생각입니다. 저는 연애물에 약해서 힘들지도 모르지만 꼭 쓰고 싶었던 장면들이 전개상 누락되어서요. 눈물을 머금고 쓰기로 결정했어요.
그 다음은 3부예요. 여름 눈송이는 3부로 완결되고, 250편 완결 생각하고 있는데 잘못하면 300편까지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개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단언드릴 수 있는 건 해피엔딩이라는 겁니다.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내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3부로 들어가기 전에 대대적으로 퇴고가 있을 예정입니다. 제가 몇 번이나 ‘미래의 제가 어떻게든 해주겠지’하고 넘겼던 죄값을 치를 때가 왔습니다. 항상 눈은 높고 손은 낮아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더 좋은 글 쓰고 싶은데, 쓸 수 있는데 하면서 내내 발을 동동 굴렀네요. 그래도 이제 방학이고 시간적 여유가 생겼어요. 부족한 재주지만 시간과 공을 들여서 오기/비문은 물론이고 설정 오류/부족한 장면/개연성 부족/묘사 부족/완급 조절 등 제가 항상 마음에 걸려했던 부분을 수정할 예정입니다. 혹시 마음에 걸리셨던 부분이 있으시다면 어느 편에든 코멘트 남겨주시면 확인하고 퇴고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1부를 그렇게 한 번 고쳤던 적이 있죠. 오래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이번에도 1, 2부를 통째로 그렇게 엎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김칫국을 마시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정주행을 하실 생각이 혹시 있으시다면 퇴고 뒤에 하시기를 권합니다. 물론 다시 재주행을 하지 않으셔도 되도록 대부분의 내용과 장면은 살릴 생각입니다.
몇 년 동안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주신 분들이 계셔서 든든했고, 중간에 새로 합류하신 분들이 보이면 기뻤고, 코멘 없이 조용히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모든 독자 분들께 제 사랑을 드립니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보니 거의 ‘완결’ 후기에 가까운 공지를 써버렸는데 민망하네요. 하지만 제 진심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도 계속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