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스크램블 에그
[1] 주먹밥
[2] 돼지고기 감자조림
[3] 라면
[4] 연어회
[5] 꽁치구이
[6] 캣 푸드
[7] 선박용 비스킷
[8] 미끼
[9] 돈가스 덮밥
[10] 별사탕
[11] 무화과 타르트
[후기]
1. 주먹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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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 훈련소 시절, 극심한 굶주림을 겪어본 적이 있다. 해군 병사의 극기주차 훈련에는 식사량이 제한되는데, 작열하는 폭염 아래 고된 훈련이 병행되었음에도 훈련병들은 끼니마다 단 한 모금의 물과 조그마한 밥덩이 한 개만 먹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훈련 평가가 나쁘면 없었다.
훈련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생활관으로 복귀했을 때,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은 끔찍한 절망감이 되어 돌아왔다. 교관은 해상에서 식량 보급이 끊겼을 경우를 대비한 훈련이라고 했지만, 난생처음 겪는 배고픔은 죽을 만큼 괴로웠다. 나는 세면장의 물로 배를 간신히 달래고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한 식경 쯤 지나자 굶주림은 수그러들기는커녕 고통스러울 정도로 커져 왔다. 나는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구석에서 낡은 가죽 혁대를 발견했다.
물론 혁대는 음식이 아니다. 돈만 주면 밤낮없이 어디서나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문명사회에서는 절대로 먹을 리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나는 굶주림을 달래고자 가죽 혁대를 조금 벗겨내어 씹었다. 찝찌름한 맛과 함께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만족감이 채워지기 시작했고 나는 간신히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 내가 군 생활을 하며 굶어본 일은 한 번도 없었고, 나는 어느덧 그날의 굶주림을 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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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식사는 타군보다 훌륭하다.
국과 밥, 세 가지 찬으로 이루어지는 육군의 식사와는 달리 해군은 네 가지 찬으로 한 끼가 구성된다. 거기에 항해 중에는 야식까지 제공된다. 타군과 달리 해군에게 이러한 양질의 식사가 제공되는 이유 중에는 흔들리는 함상(艦上)에서 거의 매일 야간 당직을 서야하는 가혹한 함 일정도 들어있겠지만, 무엇보다 함상에서 사람들이 즐길만한 유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리라.
보안을 위해 전자기기는 거의 허가되지 않을뿐더러, 전화나 인터넷 같은 외부와의 접촉 수단도 없는 좁은 함내에서 인간에게 허용된 원초적 유희는 식욕뿐이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귀항할 때 마다 조리장이 큰 곰 솥에 끓여주던 콩국수는 함 총원의 유일한 낙이었다. 가끔 설탕을 넣어 먹느니 소금을 넣어 먹느니 하며 토닥거릴 때도 있었지만 그 또한 즐거웠다. 순항 훈련을 하며 육지가 그리워질 때면 함미 갑판에 둘러앉아 식사에 쓰고 남은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며 유행가를 흥얼거렸고, 야간 당직을 서다가 출출해질 때면 사이드 윙에 걸터앉아 몰래 건빵을 먹으며 별을 구경했다. 식사가 가져다주는 행복에 만족했고, 또 이렇게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진함’의 승조원들을 사랑했었다.
……무진함이 어뢰를 맞아 격침되기 전까지는.
- 3 -
“푸우… 콜록, 콜록.”
물속에 거꾸로 쳐 박히기가 벌써 세 번째. 서서히 눈앞에 있는 털북숭이 사내의 얼굴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상당량의 물이 기도로 넘어갔는지, 기침을 해도 개운해지기는커녕 가슴이 아파왔다.
“괴로우면 똑바로 말하라고, 이원일 이등병조(PO2, Petty Officer 2nd Class).”
이등병조? 내 계급은 병장이다. 군 계급도 제대로 모르는 이런 얼빠진 해적에게 붙잡혀 고문을 받게 될 줄이야. 상황을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치욕스럽고 원통했다. 해적이 출몰하는 해역에서 소속을 알 수 없는 새우잡이 어선이 접근해왔을 때부터 의심해야 했는데.
키가 고장 나서 예인을 부탁한다는 사내의 말에 무진함은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고 구난을 위해 어선에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그건 함정이었다. 무진함이 사정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새우잡이 어선은 고물에 숨겨두었던 어뢰 발사관에서 어뢰를 발사했다. 근거리에서 발사된 어뢰는 순식간에 무진함의 용골을 박살 냈고, 사이드 윙에 서 있었던 나는 그대로 물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는 이곳에 와 있었다. 나 이외의 군인은 보이지 않는다. 무진함에서는 살아남은 사람은 나뿐 일까. 나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계급을 잘못 알았어. 해적 나리. 난 이등병조가 아니라 병장(Sergeant)이야.”
우리나라 군대는 육해공군이 모두 같은 계급장을 쓴다. 그것도 모르고 잡아왔나? 하지만 사내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인 다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뭐…. 이등병조든 병장이든 좋아. 중요한 건 연방의 군인이 우리 손 안에 있다는 거지.”
털북숭이 사내는 으스대며 날이 잘 선 중화요리용 칼을 들어보였다. 나는 사내가 이런 일을 하는 까닭을 물으려다 그만두었다. 아마 이 사내도 내가 속한 ‘고려 연방(Corea Federation)’ 군대의 적인 모양이었다.
21세기 초, 오랫동안 내전을 치러 왔던 한반도의 두 국가는 하나의 정부 아래 연방제 통일을 이루어냈다. 오랜 냉전으로 인해 비대해 질대로 비대해진 양국의 군대는 고스란히 새로운 국가에 편입되었고, 연방은 새로운 군사강국으로 급부상하였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열강들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통일 연방은 주변의 열강들과 국지적인 소모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연방은 내전을 통해 잘 훈련된 군대를 이용하여 주변국을 물리치고, 자국에 유리한 각종 군사 조약까지 체결해 냈다. 이 때 연방의 정치인들은 그 당시 느슨했던 국제 해양법을 악용하여 동중국해의 온갖 섬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신흥 군사 강국으로 올라선 연방의 독주를 막을 국가는 없어 보였고, 연방은 더더욱 해군력을 투사하여 현재 사쓰난 제도 근처까지 그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내가 타고 있던 구형 호위함, 무진함도 제도 근처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 중이었고, 몇 차례의 교전을 통해 ‘해적선’들을 침몰시킨 전적이 있다. 아마 이 사내도 그 ‘해적’들 중 하나였으리라.
“어때, 당신도 그 해적 일당 아니야?”
내가 계속 사내를 해적이라고 부르자 그는 기분이 상했는지 툴툴거리며 지껄였다.
“너희는 우리를 해적이라고 부르지만, 내 눈에는 너희가 더 해적 같아 보여.”
사내는 눈을 희미하게 뜨며 칼을 들이밀었다.
“멋대로 군함을 끌고 와서 어장을 파괴하고 툭하면 포를 쏘아댄 주제에! 누가 누굴 보고 해적이라는 거야?!”
아아, 어쩐지. 남방계 몽골로이드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싶었더니만 이 근방 제도에 살던 원주민인 모양이었다. 나는 입을 다물고 사내의 모습을 찬찬히 관찰했다. 지저분한 수염과 깡마른 체구, 그리고 꾀죄죄한 제복까지….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갑자기 이 사내가 해적이 아니라 항구에서 그물을 다듬는 평범한 어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만약 나와 해군 동료들이 이 제도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사내는 평범한 어부로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상선을 약탈하고 사람을 죽였던 행동이 정당화 되지는 않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숫돌에 칼을 가는 사내의 모습은 역시 범죄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난한 어부, 그리고 침몰하는 무진함……. 나는 어쩐지 이 두 단어에서 지독한 위화감을 느꼈다. 사내의 모습을 관찰하던 나는 결국 위화감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질문 하나 해도 돼?”
“뭔데?”
사내가 내 쪽을 돌아보았다.
“우리 배를 침몰시킨 어뢰… 그건 무슨 돈으로 구한거야? 내가 알기로는 구형 경(輕)어뢰도 몇 억을 호가하는데.”
어뢰는 원래 지독히도 비싼 무기다. 여간한 유도무기가 다 그렇겠지만, 어뢰는 군함을 단 한방에 침몰시킬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이 강한 무기다. 국가 간의 거래도 크게 제한되는 터라, 비공식 루트를 통해서 구하는 어뢰의 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해적이 되었다는 이들이 어떻게 이 비싼 무기를 손에 넣었던 걸까? 그 정도 돈이 있었다면 해적질을 그만두고 남태평양의 조용한 섬에서 평화롭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사내는 잠시 움찔하더니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음침하게 나를 내려다보았다.
“안 그래도 이번에 손해를 너무 많이 봐서… 투자금을 좀 회수해야 겠는데.”
괜한 질문을 했나 싶었다.
사내는 천천히 손가락으로 내 턱 끝을 들어 올리더니 얼굴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히죽거리는 모습이 불쾌하다. 흡사 물건을 품평하는 장사치의 얼굴이다.
“넌 수염도 없고 곱상하게 생겼으니 남창(男娼) 짓을 해도 꽤 돈을 모을 수 있을 거야.”
기껏 한다는 생각이 이 정도라니. 너무 한심해서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거부한다면?”
사내는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칼을 들이밀었다.
“손가락을 잘라서 내 새우잡이 어선에 처박지.”
그러고 보니 전에 항해 당직을 설 때, 새우잡이 어선의 노역자들은 모두 손가락이 한두 개 모자라다는 괴담을 들은 적이 있다. 고대 사회에서 노예를 구분하기 위해서 낙인을 찍듯이 현대의 노예상인들은 잘린 손가락으로 팔려온 노역자를 구분한다는 얘기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뜬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였을 줄이야.
사내가 이죽이죽 웃으며 도마 위에 내 손을 끌어올렸다.
“그래서, 어느 쪽을 택하겠어?”
아픈 건 사양이지만…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나는 털북숭이 사내의 얼굴에 침을 탁 뱉으며 대답했다.
“지옥에나 떨어져.”
사내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더니 주저 없이 칼로 내 오른쪽 검지를 힘껏 내리쳤다. 그날의 굶주림에 비견할 만큼 끔찍한 고통이 잠시 후에 찾아왔다.
- 4 -
…전에 한 말을 취소한다. 극심한 굶주림은 그 어떤 고통에도 비견할 수 없다. 산 채로 살을 도려내고 손가락 마디를 모두 잘라낸다 하더라도 더 이상의 굶주림은 견딜 수가 없다. 딱딱한 흑빵 한 개와 한 모금의 물로 끼니를 때우고, 고된 노동만 이어지는 지금의 모습은 어쩌면 훈련소 시절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지옥 같은 생활이 얼마나 이어질지 기약할 수 없다는 막연함과 좁디좁은 선창 안에 계속 갇혀 있어야 한다는 암담함이었다. 보름에 한 번씩 수상한 섬에 기항하여 식량을 조달받고 배를 수리할 때를 제외하면 우리는 조그마한 어선 안에서 새우 그물을 만지고만 있어야 했다.
그렇다고 먹을 게 없진 않았다. 잡은 새우는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물조차 부족한 배 안에서 염분에 찌든 날 새우를 먹었다가는 탈수로 죽게 된다. 더군다나 새우를 훔치다 갑판원들에게 들키면 가혹한 린치를 당할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우에 손을 대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했고, 심지어 가끔은 그냥 남창이 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랴, 내 손가락은 오래전에 잘려 나갔고, 나는 어두침침한 선창 아래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었다. 다른 노역자들 역시 공포와 절망에 질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나갈 뿐이었다. 결국 현실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바다에 자신의 몸을 던졌지만, 대부분은 그럴 용기조차 없어 정신을 놓고 반쯤 미쳐버렸다.
……하루, 그리고 또 하루가 흘렀다.
일과가 시작 될 때마다 선창 밑바닥에 긁어놓은 표식을 세 보았다. 오늘 새긴 표식이 벌써 예순 번째. 이 노예 생활이 시작 된지 이제 막 두 달이 지났다. 기분 상으로 1년은 족히 흐른 듯했지만, 겨우 달이 두 번 차고 기울었다. 초조한 심정에 습관대로 손톱을 물어뜯으려다 멈칫했다. 손가락은 이미 잘려나가고 없다. 잘려나간 손가락의 자국은 이제 거의 아물었지만, 정신이 몽롱해질 때마다 무딘 칼로 손끝을 내리치는 환각에 시달렸었다.
오늘따라 해무(海霧)도 짙다. 안개로 희미하게 가려진 흘수 아래를 내려다 볼 때마다 오싹오싹한 무언가가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귀신이 이 주위를 떠돌고 있는 모양이다. 물 밑에서 치솟아 오른 검은 머리의 귀신들이 내 손을 잡아당긴 다음 무딘 칼로 손가락을 내리쳤다. 썩둑, 썩둑.
이미 잘려나가 없는 손가락 마디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혹시 나도 미쳐가는 걸까?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이 이역만리 바다 위에서 이렇게 미쳐가고 있답니다. 크하하.
그 때였다.
“부우-.”
갑자기 중후한 울음소리가 안개 속에서 들려왔다.
환청을 들었나 싶었지만, 분명 그 소리는 환청이 아니었다. 뱃속을 깊숙이 울리는 선박의 뱃고동 소리였다.
“부우-.”
또 한 번 소리가 들리자 정신을 차리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먼 발치에서 불빛이 깜박거렸다. 저쪽에 또 다른 배가 있었다. 그 선박은 저시정 항해를 경계하는지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뱃고동 소리를 내고 있었다.
“…기적 소리다.”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엷은 흥분으로 인해 호흡이 가빠지는 걸 느꼈다. 민간 어선일까? 아니면 이 근처를 탐색하는 경비정일까? 어쩌면 우리를 구해줄지도 몰라!
노역자들 사이에서 비슷한 술렁거림이 커지자 털북숭이 선주(船主)는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를 빽 질렀다.
“입 다물지 못해, 이 쓰레기들이!”
선주는 몽둥이를 휘두르며 노역자들을 위협했다. 그리고 황급히 함교로 올라가서 반쯤 얼이 빠진 항해장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야, 항해장! 정신 똑바로 안 차려? 다른 선박들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아무 표시도 뜨지 않았는걸요.”
“그럼 저게 스텔스 함이라도 된다는 거야? 이 고물 레이더, 팔아버리든지 해야지.”
선주는 툴툴거리며 쌍안경을 꺼내 그 배를 관찰했다.
안개가 조금 더 엷어지자 내가 서 있는 선창에서도 선박의 실루엣이 똑똑히 보였다. 헤지 그레이 빛깔의 중형 함정이었다. 군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 가슴은 더욱 쿵쿵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주는 한동안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다가 대뜸 이쪽을 가리키며 소리를 빽 질렀다.
“어이, 거기 계집애처럼 생긴 신참! 이리와 봐!”
나 말인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함교로 뛰어 올라갔다. 선주는 나를 위 아래로 가볍게 훑어보더니 조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너, 전에 해군 수병이었지?”
“그렇습니다만.”
나는 선주가 무슨 질문을 할지 예상조차 가지 않았다.
“그럼 저 배가 지금 뭘 하는지 살펴봐.”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간신히 참았다. 이 인간이 해군 수병은 죄 항해술에 능한 줄 아나. 나는 조타병도 아닐뿐더러 경의부에서도 가장 한직인 의무병이었다. 물론 견시 당직을 서며 대강의 선박 등화는 배워뒀지만, 굳이 그걸 말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핑계를 댔다.
“저, 저는 병과가 의정이라서 항해술에는 그다지 조예가 없… 윽!”
사내는 말이 길어지자 내 정강이를 걷어차며 윽박질렀다.
“그래서 할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신음을 간신히 꾹 참고 대답했다.
“…해 보겠습니다.”
선주에게 쌍안경을 받아들고 나는 천천히 배의 등화를 읽어 내려갔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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