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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나이츠 - 창공의 기사단


Sortie 005 - 종족 차별 Part 2


  2
  다들 알겠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곳은 바로 빅토리아 대륙의 브리타니아 제국 식민지의 수도, 빅토리아 시티다. 중앙은 거대한 사막과 산맥이 차지하고 있는, 거주 가능한 구역과 거주 불가능 구역을 나누는 파티션 산맥 ​(​P​a​r​t​i​t​i​o​n​ ​M​o​u​n​t​a​i​n​s​)​의​ 북쪽에 있는 인구 밀집지역의 중심지인 이 빅토리아 시티는 에르데 제국과 브리타니아 제국, 루소 제국의 제국 연합군의 후소 제국에 대한 반격 거점이다. 덕분에 브리타니아 제국과 에르데 제국은 크리스트란트 제국의 서진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빼돌린 병력들을 후소 제국의 남진을 막기 위해 이쪽에 집중했고, 해군력이라고는 소형 잠수함 밖에 없는 크리스트란트 제국 덕분에 해군력 다수를 이곳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브리타니아 제국 해군 소속 전함 2척, 항공모함 2척, 중순양함 4척, 경순양함 8척과 에르데 제국 해군 소속 중순양함 5척, 항공모함 3척, 경순양함 6척이라는, 주력함 숫자만 30여척인 대함대가 집결했다. 하지만, 정작 전선에서의 공세의 주도권은 후소 제국이 쥐고 있었다. 공세를 취하려면 제공권, 최소한 빅토리아 대륙과 그 북부 해안가의 제공권은 장악해야 하는데 후소 제국의 남진에 맞춰서 내려오는 후소 제국 폭격기들을 요격하기도 바쁜게 우리 현실이었으니까. 사령부에서는 우리 항공 기사단들에게 엄청난 압박을 주었지만, 세상 일이라는게 압박과 닥달로 끝날 일이었으면 애시당초 지구에서 전쟁이 나지도 않았지. 수도 부족하고, 야간 요격의 경우 장비도 부족한데 도데체 어쩌라고. 공습이 워낙 자주 오는 덕분에 혹사당하는 기사들과 전투기들은 하나하나 퍼지기 시작했고, 덕분에 빅토리아 대륙 북부 해안에 전개된 에르데 제국의 5개 항공 기사단 중에서 40여명에 달하는 항공 기사들이 공중에서 전사하거나 과로로 쓰러졌다. 그리고 이놈들이 워나 자주 와주는 바람에 말 그래도 이곳은 ‘에이스 양성소’가 되었다. 물론 실력 있고 체력이 되는, 과로를 버틸 수 있는 기사들에 한해서지만. 나도 여기 온지 2주만에 오늘 격추한 3기를 포함해 총 격추수 16기로, 제국의 공식 에이스 52위에 등극했다. 벌써 78기를 격추한 1위를 ​따​라​잡​으​려​면​…​…​.​.​ 멀었군.
 
  “으아…….”
  늙은 할아버지 한테 한바탕 혼나고 돌아온 나는 온 몸에 기운이 쭉 빠진채로 기사단 본부 건물로 들어갔다. 사파이어 섬의 기지나 사냐 공주의 사유지 리지 맨션과는 달리, 그냥 화강암으로 쌓은 기반 위에 붉은 벽돌로 쌓아놓은 건물이다. 당연히, 외적인 미라고는 없다. 오죽하면 몇일 전에 떨어진 폭탄이 만들어낸 그을음이 무슨 예술작품으로 보일 정도다. 하긴, 전쟁터에서 그런걸 찾는게 이상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부단장 명패가 놓인 나무 책상 위에 엎드렸다. 지치다, 지쳐. 아까는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힘이 거의 쭉- 빠진다. 그래서 나는 내가 들어오든 말든, 오늘 맡을 당직을 놓고 투닥거리고 있는 유나 중위와 나탈리를 말리지 못했다. 나탈리, 자기 중위 진급했다고 이제는 유나 중위와 말을 놓은 모양이다.
  “오셨습니까, 부단장님.”
  “에……. 얘네들 뭐하냐?”
  “어제하고 엇그제는 제가 했잖아요!”
  “원래 3일 연속으로 맡기로 합의 한거였잖아.”
  “오늘은 안돼요! 오늘 위문 공연단의 공연에 바일리 카스가 있다구요!”
  “나도 보러 갈거야! 양보해!”
  “못해요! 이건 양보 못해요!”
  “보시다시피 불타는 몇시간을 위해 쓸테없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만.”
  에리카 대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사냐 공주도 질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분명히 ‘좀 말려봐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뭘 할 수 있겠냐만은, 일단은 말려보기로 했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나무판자를 덧대어 만든 낡은 문이 녹슨 쇳소리를 내며 열렸고, 그건 유나 중위와 나탈리의 싸움을 멈췄다. 그리고 우리도 난데 없는 손님을 보기 위해 고개를 문가로 향했다. 누구지?
 
  기사다. 에르데 제국의 기사다. 알수 있다. 검은색 정장에 붉은 테두리, 어깨의 황금실 견장과 은색 단추들. 그리고 가슴에 달린 에르데 제국 항공 기사단의 문양과 주석으로 만들어진 묵직한 에르데 제국 항공 기사단 병과 기장과 중령 계급장. 지금까지 봐왔던 항공 기사들이나 우리 필그림 조종사들보다는 조금 늙어보이는 얼굴이었지만, 확실히 눈매는 매우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듯이. 그리고 그 뒤로, 몇명의 기사들이 같이 들어왔다. 그나저나, 누구지?
  “누…….”
  “그랜파?”
  유나 중위가 말했다. 잠깐만, 그랜파라고? 유나 중위, 당신 할아버지야? 아무리 봐도 30대 초반 밖에 안되는데?
  “…………”
  날카로운 눈매가 유나 중위를 한번 훑고 지나가자 유나 중위는 흠칫 물러나면서 정좌를 취했다. 뭐야, 정말 할아버지야?
  “이창민 대위.”
  약간 중후한 목소리의 ‘그랜파’가 내 이름을 말했다. 나? 나를 찾는다고?
  “에…..?”
  얼음장 같은 그의 눈매는 그대로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이유는 도데체 뭐지?
  “본관은 대 에르데 제국의 제 37 제국 항공 기사단의 기사단장, 켈더프 드 칼레도니아 중령이다.”
  켈더프 드 칼레도니아! 칼레도니아 지방의 귀족으로 스스로를 소개했듯이 제 37 제국 항공 기사단의 기사단장이자, 우리 44 기사단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폭격기 격추수를 올리는 기사단이다. 켈더프 중령 그 스스로도 격추 스코어 48기의, 제국내에서 14위의 에이스다. 제 37 기사단은 그런 켈더프 중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칼레도니아 출신 기사들로 이루어진 기사단이다. 그리고 에르데 제국 내에서 중앙 정부와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지방이 바로 칼레도니아다. 여기까지 말했으면 내가 말하려는게 대충 무슨말인지는 알겠지? 황실 직속 기사단인 우리와 이 37 기사단과의 사이는 매우 매우 좋지 않다. 나는 직접적으로 느껴본적은 없지만, 최소한 에리카 대위가 해준 부연 설명에서는 그랬다.
  “자네들은 상급자가 눈 앞에 있는데 잡답이나 하고 있는건가?”
  ​“​…​.​.​시​정​하​겠​습​니​다​.​”​
  잡담은 아니지만, 굳이 긁어서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
  “하여튼 황실 놈들은 정말 쓸모가 없군. 나참.”
  “중령. 방금 그 말은 굉장히 불쾌합니다만.”
  사냐 공주가 굉장히 불쾌하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켈더프 중령을 노려 보았지만, 되돌아오는건 오히려 비웃음이었다.
  “허. 뭘 할 작정인가? 상급자를 황족이라는 이유로 찍어 누르려고?”
  “중려…….”
  참아라.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니까. 나는 살며스 사냐 공주의 등 뒤로 돌아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눌렀다. 사냐 공주는 내게 불만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기다려라. 생각이 있다, 이 애 같은 공주야. 알았어요, 라는 답변의 시선이 돌아오자, 나는 켈더프 중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에르데 황실 직속 44 항공 기사단의 부……”
  “자네가 누군지는 알고 있네, 이창민 소령. 자네가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는 것도, 어디 출신이라는 것도, 무슨 짓을 했다는 것도.”
  그래서 어쩌라는 말입니까. 나는 조용히 켈더프 중령을 쏘아보았다.
  “상급자에게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무례하군. 역시, 고기나 먹고 사는 천민들은 어쩔 수 없는건가?”
  “이봐요, 중……..”
  제발 넌 가만히 있어라, 응?
  ​“​시​정​하​겠​습​니​다​.​”​
  “뭐, 나도 여기 천민과 불편한 대화나 나누려고 온 것은 아니니까 빨리 용건만 말하겠네.”
  조금 너무하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렇게 오래 할 수 없었다. 켈더프 중령은 품 안에 손을 넣더니, 누렇게 바랜 두루마리 종이를 한장 꺼내들었다.
  “그대의 무용에 관해서는 일찍이 전해 들었지. 언론에서도 그렇고, 황실에서도 많이 띄워주더군. 물론, 그런건 나는 전혀 믿지 않지만 말이야.”
  “중령님, 원하시는게 뭡니까?”
  짜증나는 그 목소리 듣기 싫으니까 용건만 빨리 말하고 가라고. 어차피 너도 나같은 천민과 대화를 나누는건 싫다면서.
  “하여튼 천민들은…….. 나는 단지, 황실의 ‘기사’가 얼마난 뛰어난 자격을 갖고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일세. 여기, 도전장에 적힌 대로, 내일 점심, 빅토리아 시티에 전개된 4개 항공 기사단의 단원들 앞에서 벌이는 주스트에서, 그 ‘기량’을 보고 싶네만.”
  “……..”
  주스트. 어원은 바로 마상시합. 과거, 중세 시대에 기사들이 끝이 잘 부러지는 뭉툭한 랜스와 기병 돌격으로 상대 기사와 경합을 벌이는 바로 그 마상시합이다. 하지만 지금 켈더프 중령이 말한 주스트는 그게 아니다. 설마, 조종사들이 말을 탈줄 알리가 없지 않은가. 켈더프 중령은 지금 내게 결투를 신청한거다. 에르데 제국의 기사들인 조종사들이 서로의 우열을 가리거나 논쟁을 끝낼 때 사용하는, 페인트 훈련탄을 장착하고 적기를 먼저 피탄시키는 사람이 이기는 일대일 매치가 바로 주스트다. 내 생각은 어떠냐고? 글쎄. 저사람이 매우 뛰어난 조종사라서 걱정되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한번 해보고 싶다. 분명 많이 배울 수 있을거니까.
  하지만 사냐 공주는 다르게 생각하나보다.
  “안됩니다.”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사냐 공주는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서 켈더프 중령을 노려보았다. 도데체 어느 부분에서 감정 주제를 하지 못하는건진 모르겠지만, 사냐 공주는 굉장히 불쾌하고, 불만이 있다는 시선을 숨기지 않으며 켈더프 중령을 노려보았다.
  “절대 안됩니다.”
  “그 이유가 뭐지?”
  “창민경은 제 기사이자 소유물 입니다. 다른 사람이 멋대로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누가 누구 소유물이야…….. 아니, 나도 기사기는 하지만 말이야.
  “어이, 잠깐만…….”
  켈더프 중령이 더 빨랐다.
  “이봐, 소령.”
  “…….”
  “소령 주제에, 그것도 여자 주제에 나서지 말게. 이건 자네가 신경쓸만한 문제가 아니야. 나와 이창민 소령의 문제일 뿐이지.”
  “중령. 너무 황실을 무시하는게 아닙니까?”
  “존중할만한 황실이어야지 존중하지.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세금이나 축내고 있잖아.”
  “중령! 방금 그건 반역에 가까운 말이오!”
  이러다가 싸움 나겠다. 결국 내가 직접 나서서 말려야 했다.
  “할게요”
  “에?”
  “주스트, 할게요. 중령님. 내일 점심이라고 했죠?”
  “잠깐만요, 창민경! 이건 내가 허락할 수 없어요.”
  사냐 공주는 절대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완강하게 저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나는 사냐 공주를 무시한 채 켈더프 중령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마음에 안들었던 것을, 이참에 끝내버려야지.
  “호오. 주스트를 할줄 아는군. 뭔가?”
  “먼저, 사냐 공주에게 그녀를 무시한것에 대해서 사과할 것.”
  켈더프 중령의 얼굴에 호기심 비슷한 감정이 떠올랐다.
  “무슨 생각이지, 대위?”
  “황실에 대해 모독이고 뭐고 저는 상관 없습니다. 다만, 제 직속 상관을 무시하는 태도는 매우 불쾌합니다. 그에 따른 합당한 사과를 사냐 공주에게 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게 단가?”
  “예.”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한테 천민이라고 하는 것도 고쳐달라고 하고 싶지만, 한번에 많이 걸면 실패한다. 최소한 지금까지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좋다. 받아들이도록 하지. 전시라 시간이 없으니까, 내일 12시에 주스트를 하기로 한다. 이의는 없나, 대위?”
  “없습니다. 중령님.”
  “그렇다면 좋은 밤이 되도록.”
  좋은 밤이 될 것 같냐, 너 같으면? 켈더프 중령이 유유히 나갈 때 까지 나와 사냐 공주, 에리카 대위, 유나 중위, 그리고 나탈리는 그의 뒤를 노려보았다. 그가 방문을 나가자마자, 우리는 불만을 터트렸다. 가장 먼저 터진 것은 유나 중위였다.
  “저런 발칙한! 감히 황실을 욕하다니! 공주님, 정말 그냥 보낼 생각이세요?”
  “거기다 창민이에게는 천민이라고 했다고! 창민이를 욕한 녀석이야! 본때를 보여줘야해!”
  그리고 거기에 나탈리가 거들었다. 왜 그렇게 흥분하는거냐, 나탈리? 사냐 공주는 둘의 시선을 피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창민경, 어쩔 셈이죠?”
  “어쩌긴. 해야지.”
  주스트를 해야지, 뭐, 별수 있어?
  “상대는 제국의 14위의 에이스라고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
  “정말 어쩌실 셈입니까, 부단장님?”
  에리카 대위가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씨익, 미소를 짓냐? 없다니까.
  “그러면 왜 무모하게……..”
  글쎄. 순간 욱해서 내린 결정이라서, 잘 모르겠다. 나는 사냐 공주에게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은 채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만 걸친 다음 본부 건물을 나섰다.
  “창민경? 어디가세요?”
  “난 자러 간다. 내일 주스트 있는데, 빨리 자야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
  “하지만…….”
  “잘자.”
  사냐 공주의 대답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나는 바로 우리가 숙소로 쓰고 있는 텐트로 향했다.
 
  눈을 떴다. 밤이다. 지금쯤이면 모두가 잠들었겠지. 새근새근, 숨만 내쉬는 소리가 들린다. 간이 칸막이 사이로 유나 중위가 잠꼬대하는 소리나, 나탈리가 중얼거리는 소리나, 사냐 공주가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오케이. 모두 자고 있는구나. 그렇다면 나는 아까 생각해놓았던 행동을 하나 실행할 수 있겠군. 조용히, 천천히 몸을 일으킨 나는 최대한 천천히 군화 부츠의 구두끈을 묶었다. 그리고는 1분에 1cm가 될까 말까하는 속도로, 나는 천천히 내 침대를 나서 에리카 대위의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오해는 하지 마라. 절대로, 절대로 나쁜짓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물어볼게 있어서 그러니까. 에리카 대위의 침대에 다가갔을 때는 아마 20분도 넘게 흘렀을 것 같다. 진짜 그정도는 아니겠지만, 그정도 걸릴 것 같다고.
  “에리카 대위.”
  “……….”
  “에리카 대위!”
  퍽. 에리카 대위가 몸을 벌떡 일으키는 동시에 나는 눈 앞에서 별을 볼 수 있겠다. 아, 저게 북극성이고, 저건 시리우스고, 저게 알파 ​센​타​우​리​구​나​…​…​.​.​가​ 아니잖아.
  “부단장님?”
  “아……깨워서 미안. 하지만 물어볼게 있어서.”
  “언제 오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숙녀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용건만 말해라.”
  에리카 대위가 아까 웃은 이유는 알고 있다. 나를 따로 보자고 한거니까. 하지만, 도데체 뭘 말해주고 싶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별건 아닙니다만, 단지 켈더프 중령의 특징과 장단점, 그리고 주스트 시합 규칙 정도 입니다.”
  확실히 도움은 되겠군. 그녀의 설명은 생각보다 길었다. 켈더프 중령이 선회전의 대가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가 어떻게 깊숙하게 파고드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게 끝났을 때, 나는 내가 정말로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넌 사냐 공주가 주스트를 반대할 때 반대하지 않았지.”
  “예.”
  “왜 그런거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에리카 대위.”
  “죄송합니다만, 얘기 해드릴 수 없습니다.”
  왜?
  “부단장님을 괜히 걱정시키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리고 군사 기밀이기도 하고요.”
  그런 군사 기밀을 너는 어떻게 아는거냐? 거기다가 내가 걱정할 일이라는건 또 뭐야?
  “제 오빠가 누군지는 안까먹으시겠죠?”
  아.
  “그만 주무시기 바랍니다. 괜히 밤에 체력을 빼놔서 그리 좋을 것은 없으니까요.”
  “그래. 잘 자라.”
  에리카 대위는 다시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두고 나는 숙소를 나와 격납고로 향했다. 혹시 모르니까 확실하게 정비는 해놔야겠지. 몇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비행기 전체를 다시 한번 샅샅히 훑으면서 정비를 했다. 간간히 활주로에서 이륙과 착륙하는 전투기들의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계기판을 정비하기 위해 콕핀 안으로 들어간 나는 이번에는 착륙하는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은 속도계 점검이었다. 엔진의 부드러운 진동음은, 정말, 마법의 자장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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