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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나이츠 - 창공의 기사단


Sortie 006 - 복수의 서곡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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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일이 지났다. 정말 아무일도 없이, 이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나와 아일린 공주의 도착으로 특공대의 정원을 채운 벤젠스 함대는 그날 저녁, 바로 사파이어만을 나와 바로 후소 제국의 수도, 에도만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우리가 가야하는 거리는 직선거리로 따지자면 몇일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우리는 육안 관측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악천후 속으로 우회해서 항해한 덕분에 1주일이나 더 걸려버렸다. 배수량 5만톤이 넘어가는 거함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파도를 뚫고 나가는 것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파일럿인 나는 매일 해대는 일이 급기동이라 웬만한 어지럼증 정도는 극복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거대한 전투함이 양현으로 40도씩이나 흔들리는 것은 전혀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파도가 얼마나 높았던지, 우리의 호위를 맡은 경순양함 2척중 하나인 ‘EES Eon’은 파도를 정면으로 맞고 침몰할뻔 했으니까.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단순히 악천후 뿐이 아니었다. 나를 제일 힘들게 한건, 아일린 공주의 과도한 관심과 에르데 제국군들에게서 나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적대감이었다. 폭격기 편대와 합류한 이후, 우리는 호넷 내에 설치된 모의 폭격기 훈련실에서 모의훈련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훈련이라고 해봤자 나는 카메라로 선전용 영상 찍는 것 연습 뿐이었지만. 어쨌건, 내가 타게 될 선도기는 총 5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원래라면 정원은 8명이겠지만, 후방 기총사수와 양현의 기총들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철거된 덕분에 5명만 필요하게 되었다. 조종사이자 폭격기 편대장인 ‘제임스 마이너’ 중령이 직접 폭격기를 몰게 되었고, 그 옆에는 부조종사 ‘칼슨’ 대위, 폭격수 ‘커스 르 메이’ 상사, 그리고 전방 기총사수 ‘캘러 미치’ 하사, 마지막으로 상부 기총사수 및 항공 기관사 ‘마이클 맥피’ 하사가 선도기에 탑승하게 되었다. 아, 그리고 항법사는 내가 맡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항법사가 아니라 단순한 사진기사이자 프로파간다용 인질일 뿐이겠지만. 2주정도 되는 짧은 기간동안, 나는 내 나름대로 이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계속 노력했다. 그리고 돌아온건 무시와 분노가 담긴 시선들 뿐이었다. 뭐, 처음에 에리카 대위와 유나 중위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계급부터가 다른데, 이런 취급은 좀 너무한거 아니야?
  아니, 여기까진 참을 수 있다고. 하지만 출격을 준비하기 바쁜데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나에게 달라붙는 아일린 공주도 나를 굉장히 피곤하게 했다. 내가 아침에 침대에서 나왔을 때나, 식사를 할 때나, 잠깐 날이 맑을 때 갑판에서 바람을 쐬거나 할 때, 어디에서든지 나를 귀신같이 찾아내고는 쪼르르 달려와 온갖 것들을 물어봤다. 그것도 작전이나 전투에는 필요 없는 쓸데 없는 것을 말이지. 그러니까 말하지면, 우리 세계는 어떻다던가, 어째서 여기에 있냐던가, 실전을 어떠냐던가, 어떤 스타일의 여자가 좋냐던가, 사냐 공주와는 무슨 관계냐던가 뭐 그런 질문들을 말이다. 이제 슬슬 나타날 때도 된 것 ​같​은​데​.​.​.​.​.​.​.​
  "창민경~"
  이런 젠장. 또 ​걸​렸​다​.​.​.​.​.​.​.​.​.​.​ 아니, 무슨 스토커야?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오는거야?
  "헤헤. 요즘 경 얼굴보기 힘드네요. 소녀는 계속해서 보고싶고 말하고 싶은데."
  ​"​.​.​.​.​.​.​.​.​그​거​야​ 좀 바쁘니까요."
  좀 바쁜 수준이 아니라, 정말 바쁘다. 매일매일 진행되는 훈련 뿐만 아니라, 작전 개요 검토도 해야하고, 항법사라는 내 보직의 특성상 나는 항공 정찰 사진들과 지도를 보면서 대충 폭격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걸 공부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평소에 하던 일과는 천지차이잖아.
  "작전 때문에 많이 힘드신가봐요?”
  "많이 힘들죠. 많이 바쁘기도 하고요.”
  작전 때문만 아니라 눈치 없는 당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돌려 말했으면 설마 못알아 듣는 것은 아니겠지? 제발 가라고, 이 눈치 없고 철 없는 공주야. 제발 나 좀 가만히 놔두라고! 나는 영혼을 담아 마음 속으로 외쳤다.
  "소녀는 전혀 바쁘지 않은걸요. 그러니까 힘드시면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그리고 내 영혼을 담은 외침은 가볍게 무시당했다. 젠장. 어떻게 하면 저렇게 해석을 할 수 있는거지?
  “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요…….”
  “아니요, 꼭 도와드리고 싶은걸요. 소녀의 호의를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아니, 거절을 해야할 것만 같네요.
  “소녀는 이번 작전이 굉장히 기대된답니다! 악의 세력인 후소 제국군을 무찌르는 정의로운 우리 에르데 제국의 기사들이라니! 정말, 소녀는 감동했답니다. 경 같은 사람의 머리에서 그런 생각이 나왔다는 것에!”
  어째 조금 기분이 나쁜 말이군. 아일린 공주는 이런 말이나 하면서 내 주변을 계속 맴돌았고, 이건 내 신경을 굉장히 긁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에르데 제국은 언제나 정의의 편. 언제나 정의와 명예를 위해 싸우는 국가지요. 그런 제국의 공주로서 최초로 실전에 참여하게 되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요?”
  아일린 공주의 말을 들어보면, 그녀는 분명 전쟁이 일종의 놀이나 장난 정도로 여기고 있다. 이런 것 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사냐 공주의 어렸을적 이야기를 내게 해주면서 (왜 해주는건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녀가 군에 입대하고 나서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혔다. 이건, 전쟁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정의로운 전쟁 따위는 없다. 말 그대로,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일 뿐이다. 그리고 아일린 공주는 그런걸 전혀 모르고 있다. 결국, 그녀의 철없는 대답에 질려버린 나는 아일린 공주에게 작전에 참가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말았다. 왜냐하고? 이런 사람들, 이렇게 전쟁을 낭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눈 앞에서 펼쳐지는, 유혈이 낭자한, 잔인한, 폭력적인 현실을 보고 전부 버티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내 진심이 담긴 요구는 어이 없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말했다.
  “안돼요. 그러면 사냐한테 진다는 말이에요?”
  “뭐를 져요?”
  “걔는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데, 나는 황족이라는 이유로 편하게 후방에서만 근무하면 내가 지는 것이잖아요.”
  제국을 위해 싸우겠다는게 아니라,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싸우고 있다. 아일린 공주는. 결국 나를 4일동안이나 스토킹 하는 것을 보다 못한 마이너 중령이 직접 내가 입회한 가운데 아일린 공주에게 “황족으로서의 체통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을 들은 아일린 공주는 굉장히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면서 마이너 중령을 노려보았고.
  “공주마마의 사생활에 까지 간섭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필그림 하나에게만 달라 붙으시면 나머지 기사들이 소외감과 질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발, 체통을 지키고 행동에 무게를 두시기 바랍니다.”
  맞아요. 제발 중령님 말대로 하라니까요. 나한테 제발 관심을 끊어달라고요. 마이너 중령과 나는 필사적으로 아일린 공주를 설득했지만, 이놈의 공주들은 무슨 고집이 이렇게 센지, 아일린 공주는 도리어 칭얼대면서 나와 말하고 싶다고 떼를 썼다. 중령의 직권으로 소령 계급의 공주를 누르고 나서야 사태는 결국 진정 되었다. 아일린 공주가 나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꽉 잡은 덕분에 손목이나 팔이 엄청 아프지만, 그래도 최소한 떼어 냈으니까, 한동안 다가오지는 않겠지. 그렇게 나를 난처한 상황에서 구해준 마이너 중령이 너무나 고마워서, 나는 중령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중령님.”
  “……자네는 처신이나 잘하게.”
  그리고 돌아온건, 언제나와 같이 차가운 비웃음과 한심하다는 눈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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