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스카이 나이츠 - 창공의 기사단


Sortie 019 - 자만과 방심, 그리고 전멸 Part 1


  1
  끼기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렌딩기어로부터 들려온다. 매끈매끈하고 말랑말랑한 마스터 배드의 느낌이 아닌, 맨땅에 부딪히는 소리. ​아​아​.​.​.​.​.​.​이​러​면​ 랜딩기어에 무리가 가는데 말이지? 거기다 이 느낌은 진짜로 착륙하는 사람 아니면 모를거다. 험지를 달리는 차량 처럼 흔들린다고? 그것도 시속 수백킬로미터로? 아무리 착륙을 위해서 감속했다지만, 이렇게 덜컹거리면 굉장히 불쾌하다고? 젠장, 여기 활주로는 왜 이렇게 짧은거야!
  ​"​.​.​.​.​.​.​죄​송​합​니​다​,​ 소령님.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아서요."
  ......쳇.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라​고​ 핀잔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애시당초 우리가 완공도 되지 않은 과나카날의 활주로에 착륙하게 된건 전적으로 우연에 자만과 방심이 겹친 결과니까.
  "일단 전부 착륙은 했어요, 창민경."
  가장 나중에 착륙한 나에게 사냐 공주와 에리카 소령이 다가왔다. 어제 그 일 때문에 피곤할까봐 먼저 자라고 했는데, 하여튼 지지리도 말을 안듣는다.
  "좀 자지."
  "헤헤. 아무래도 제가 서류 작업을 해놔야 창민경이 덜 피곤할테니까요. 금방 끝낼거에요."
  ​"​.​.​.​.​.​.​시​뻘​겋​게​ 충혈 된 눈으로 그런 말 하지 말아줄래? 무서우니까."
  "아, 그래요? 어쩐지 따갑더라니."
  눈 비비지 마. 깜빡거리지 마. 그냥 가서 자. 나머지는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그...그래도 되요?"
  큰 눈을 껌뻑이며 사냐 공주가 물었다. 하, 은근히 이럴 때는 귀엽단 말이지. 아니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사냐 공주에게 서류철을 받아든 나는 모든 기사단원들이 취침한 것을 확인하고 서류철을 펼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건 가용 전력표. 기사단 인원 8명은 모두 무사하다. 하지만 오늘 아침 착륙 도중 2기를 사고로 손실했다. 결국 가용 기체는 6기가 되는군. 아니지, 6기도 아니다. 기름이 없으니까.
  ​"​하​아​.​.​.​.​.​.​"​
  한숨을 쉬며 나는 서류철 위로 엎드렸다. 정말, 어떻게 안좋아지면 이렇게 까지 될 수 있는거지? 제국의 에이스들이 한데 뭉친 우리 44 기사단은 이제 가용기체 0기, 즉 전멸 상태가 되어버렸다. 기름만 있다면 출격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어디서 기름을 구하냐고. 땅을 파봐? 그건 삽질밖에 안된다. ​아​.​.​.​.​.​.​함​대​만​ 남아있었어도 이런 고민은 안해도 ​될​텐​데​.​.​.​.​.​.​.​ 임시로 지은 움막의 창문 너머로 남오스트해의 바다가 보인다. 평소라면 푸른 바다였겠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보랏빛, 그래, 보랏빛 바다. 파란색과 붉은 색이 뒤섞인 엉망진창에 혼돈의 도가니, 그 자체. 그 위로 부서지는 파도는 아직도 수백구의 시체와 고철조각들을 해안가로 밀어내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십척의 함정들이 있었던 함대는 단 하나의 실루엣도 보이지 않았다. 다 어디로 갔냐고? 단체 용궁 관광 가셨지.
 
  우리의 자만심과 방심이 대참사를 불러온 것은, 어제 저녁 9시였다.
 
  2
  부우웅
  "뭐냐, 저건?"
  오늘 전투 보고서의 작성을 마치고 잠깐 산책이라도 할까 해서 비행갑판으로 나왔더니, 웬 이상한 엔진소리가 들렸다. 간이 부은건지 아니면 대담한건지, 모든 등화를 다 켠 채 섬과 바다를 샅샅히 훑으며 날아가고 있었다. 다행이 우리는 보지 못한 것 같지만.
  "뭐에요, 저건?"
  내가 나오니까 사냐 공주도 뒤따라 나왔다. 그림자냐, 넌?
  "궁금했는걸요, 창민경이 뭘 하는지. 그건 그렇고, 저건 뭐에요?"
  "글쎄? 정찰기가 아닐까?"
  어느 순양함 소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조종사, 정말 간덩이가 부었어. 어떻게 야간 수색에서 불을 켠담? 그러면 대공포의 표적이 되기 딱 좋은 방법이잖아? 후소군에게 반격이라도 받으면 어쩌려고?
  "후소군에게 반격 받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왜?"
  "저 엔진소리, 뭔가 다르니까요."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말이야.
  "잘 들어봐요. 소리가 조금 달라요."
  나는 사냐 공주의 말대로 주의를 기울여 엔진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음, 이렇게 들으니까 조금 다른거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확실한건 직접 보는 것 ​뿐​이​지​만​.​.​.​.​.​.​.​
  "알리크론에서 안비춰주나?"
  "함대 위치를 노출시키라고요?"
  아니, 그냥 한번 물어본거지, 왜 그렇게 놀란 눈으로 처다봐?
  "아니, 그냥......"
  "그냥 뭐?"
  "아니, 아무것도."
  "아, 그러니까 뭐?"
  그렇게 나와 사냐 공주가 옥신각신 하는 사이, 그 정찰기는 밤하늘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적은 아닌 것 같다만?"
  아무래도 그 정찰기에 신경이 쓰인 나는 사냐 공주와 함께 함교에서 당직을 서고 있는 페이지 대령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짬밥이 많은 대령이라면 뭘 알테니까. 하지만 우리의 의견에 대해서 페이지 대령은 바로 부정했다.
  "왜요?"
  "생각해봐라. 너 같으면 상대의 진형을 정찰할 때, 그것도 야간에, 불을 켜고 하겠냐?"
  ​.​.​.​.​.​.​아​니​요​.​
  "그럼 대령은 그게 아군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죠?"
  "예. 플레쳐 제독이 엔터프라이즈와 함께 떠났으니, 남부나 북부 함대의 순양함들이 날린 정찰기인 것 같습니다."
  사냐 공주의 질문에 공손하게 페이지 대령이 대답했다. 설득력 있는 대답이기는 하다. 아군 지역을 정찰한다면 굳이 대공포화에 노출되지 않을테니까. 그런데 잠깐.
  "왜 우리 순양함들이 이쪽을 정찰해야 하는거죠? 자신들이 감시해야할 해역은 외해 아닌가요?"
  내 질문에 페이지 대령은 약간 고민하기 시작했다. 페이지 대령의 가설을 받아들이려면 이 문제가 풀려야 한다. 저 정찰기는 분명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왜? 후소 제국의 세력 거점인 해처리섬은 과나카날의 서쪽에 있다. 사보섬을 끼고 분단된 2개의 함대가 정찰기를 날릴 생각이라면 그쪽으로 날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그​렇​네​요​.​ 왜죠?"
  "적 함대가 ​침​투​한​건​.​.​.​.​.​.​아​닐​테​지​.​ 그러면 TBS(Talk Between Ships)로 이미 전달을 받았을테니까."
  현재시각 6월 22일 1시 30분. 약간의 비, 아니, 스콜이 오기는 하지만 TBS는 지금까지는 잘 작동했다. 북부 함대나 남부 함대에게 마지막 연락이 온 것은 30분 전, 정기 보고 시간 때 뿐이다. 경계 중 이상 무. 해역은 깨끗하다. 이 두 문장이 전부였다. 즉, 별다른 일이 있는건 아니라는 이야기지.
  "육지에 전화해보마. 그쪽에서 날린 것일수도 있으니까."
  "아직 활주로 공사 안끝났는데요?"
  "육군에서 운용하는 세스 정찰기라면 지금 활주로로도 충분하다."
  내 말에 대꾸하면서 수화기를 집어드는 페이지 대령을 냅두고 나는 사냐 공주와 함께 시선을 해도로 돌렸다.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데체 저 정찰기는 뭘까? 왜 여기까지 날아와서 모든 등화를 키고 정찰을 했을까. 뭘 보고 싶었던걸까?
  "육군의 정찰기가 적의 야습을 확인하려는 것 아닐까요?"
  "그것 치고는 조금 해안가에서 멀리 날던데. 애시당초 그런 임무라면 해안가가 아니라 정글 쪽을 정찰해야 하는 것 아니야?"
  내 말에 사냐 공주가 푸욱, 풀이 죽었다. 나참, 그정도로 풀 죽지 말라고. 어차피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답이 없으니까.
  "육군 정찰기가 적의 해상 공격을 확인하려 했다던가?"
  "육군은 아닙니다, 공주님."
  사냐 공주의 질문에 페이지 대령이 답했다. 전화 한번 빠르네요.
  "육군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에게 우리가 발진 시킨거 아니냐고 물어보더군요.
  엥? 우리가? 우리가 왜? 이쪽에는 야간 작전기 없다고?
  "저쪽은 우리가 발진시킨 정찰기로 알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대공포로 반격하지 않았고."
  "하지만 우리가 아니잖아요."
  "예. 6시 이후로는 창민 소령의 말에 따라 아무도 발진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래. 아무도 발진하지 않았지. 그럼 누구라는 걸까?
  ​"​.​.​.​.​.​.​유​령​?​"​
  장난하냐? 사냐 공주와 나, 그리고 페이지 대령, 이렇게 셋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 정찰기가 마음에 걸린다. 왜, 여기로 날아온거지? 뭘 보고 싶었던거지? 무엇을 기대하고 온거지? 하지만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었다.
  "응?"
  "왜?"
  사냐 공주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함교 밖 전망대로 향했다.
  "뭔가, 들리지 않았어요?"
  "아니."
  전혀. 아무 소리도 안......
  쾅
  "이번에는 나도 들었다만?"
  "저도 들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냐 공주를 따라 전망대로 향했다. 함교를 기준으로 왼쪽, 그러니가 남쪽에서 은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검은 바다 사이로 언듯언듯 붉은 점 비슷한 것도 보였고 말이다.
  "탄약고라도 유폭 되었을까요? 꽤나 폭발하는데요?"
  나를 바라보며 사냐 공주가 말했다. 탄약고 ​유​폭​.​.​.​.​.​.​탄​약​고​ 유폭? 적의 내습인가?
  "하지만 우리 경계부대로부터는 아무런 경고가 없었는걸요."
  "뿐만아니라 적 함대가 있다면 당연히 들려야 할 포성도, 포구의 화염도 보이지 않았다만?"
  부정적인듯 얘기하는 페이지 대령과 사냐 공주였지만, 두사람은 지금 뭔가를 간과하고 있다고. 누가 함대전에서 포만 사용한다고 정했어? 거기다 두사람, 지금 후소 제국의 장기가 뭔지 까먹었다고. 아니, 사냐 공주는 항공병과니까 그렇다고 쳐도, 수상함에서 근무하시는 페이지 대령님이 까먹으시면 안돼죠.
  ​"​설​마​.​.​.​.​.​.​"​
  "예. 맞아요. 뇌격 같습니다."
  환하게 함교를 밝히고 있던 불을 끄며 내가 답했다. 저쪽의 정확한 전력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지만, 후소 제국은 순양함급 함선들도 어뢰를 장착하고 있다. 저들이 자랑하는 강력한 산소어뢰라면 단 한발에 우리 항공모함의 장갑을 종잇장 처럼 잘라버리겠지.
  "정찰기라도 띄워야 하나?"
  "괜한 행동은 우리의 위치를 노출시킬 수 있어요. 일단은 대기하는게 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군이 ​공​격​받​는​데​.​.​.​.​.​.​.​"​
  페이지 대령의 말을 나는 잘랐다.
  "우리는 저것이 사고인지 적의 공격인지조차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대령님. 만약 적의 함대가 맞다고 하다러도 우리는 적 함대의 정확한 규모나 함종조차 모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항공모함을 야간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데에 있다. 착각하지마라. 우리 기사단원들이 야간비행을 하지 못한다는게 아니다. 출격은 가능하다. 단지 착륙을 할 수가 없을 뿐이지. 착륙을 하려면 야간 등화관제를 깨야만 하는데, 적 항공세력이 코 앞에 있는 상황에서 그러는건 자살행위다. 정 출격하고 싶다면 최소한 동이 트기 전인 3시나 4시쯤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또 하나, 아까 말했든 후소 제국은 중순양함급 함선들도 뇌격 능력을 갖고 있다. 그말은 뭐냐, 지금 남부 함대를 공격하고 있는 적들에게는 순양함이 있을수도 있다는 말이다. 저게 사고가 아니라는건 나도 알고 있다. 하나도 아니고, 동시 다발적으로 '우연히' 탄약이 유폭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더더욱 신중해야만 한다. 이쪽의 전력은 항공모함 1척, 경순양함 1척, 그리고 구축함 3척. 북부 함대와 함류한다고 하더라도 중순양함 3척에 구축함 하나 추가다. 야간전이니 항공모함은 사실상 전력 외로 치면 우리가 당장 가용 가능한 전력은 중순양함 3척에 경순양함 1척, 그리고 구축함 넷. 적은 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수도 아니다. 무엇보다, 뭉쳐있는 적 함대에 비해 우리는 나뉘어 있고 말이다. 이것참...... 내 말에 설득이 되었는지 페이지 대령은 타격대의 전 함정에게 등화관제를 지시하고 견시들을 배치했다.
  "어떻게 하죠? 만약 ​적​이​라​면​.​.​.​.​.​.​"​
  "적 맞아. 문제는 그 규모지만."
  중순양함? 경순양함? 구축함대? 규모 미상에 단대호 미상의 적 함대다.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찾았다. 적 함대. 10시 방향."
  어두웠던 바다의 한가운데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칠흑같은 밤하늘 한가운데서 떨어지는 하얀색 별똥별. 후소 제국의 정찰기가 조명탄을 투하한 것 같다. 어렴풋이 함선의 실루엣이 눈에 아른거리자 나는 목에 걸고있던 쌍안경을 들고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3척의 중순양함 함열 중 최선두에 위치한 함에서 2개의 물기둥이 솟아올랐고, 뒤이어 맹렬한 화재가 상부 구조물을 덮기 시작했다.
  "주...중순양함 캔버라에서 급전! 피탄당했답니다."
  무전병의 보고를 들으며 나는 다시 쌍안경에 눈을 갖다대었다. 화재로 뒤덮힌 선두의 캔버라는 우현으로 기운 채 후소 제국군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파괴력으로 보면 저건 8인치, 중순양함급이나 그 이상이다! 구축함으로는 저런 데미지를 입힐 수 없어!"
  "TBS 발하세요! 북부 부대에게 상황을 알려야해요!"
  거세게 스콜이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는 북부 부대를 향해 TBS를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가 무전을 날리는 동안 남부부대는 호되게 얻어맞고 있었다. 계속되는 폭발의 불빛이 요란한 비명소리를 사방으로 퍼뜨리며 어두운 바다를 비췄다.
  "안되겠다. 우리가 직접 가서......"
  "안돼요!"
  페이지 대령은 타격대를 출항시키려고 했지만, 나는 바로 제지했다.
  "창민경?"
  "지금 전우들이 죽어가고 있다. 내 눈 앞에서. 그런데 여기서 보고만 있으라고?"
  "뭘로 공격하실 생각인데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건 모두. 할 수만 있다면 문고리라도 던지겠다."
  비장한 각오를 얼굴에 띄운 채 페이지 대령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 다들 이해가 안간다고? 뭐, 페이지 대령이 나보다 계급은 높기는 하지만, 일단 이 타격대의 작전 지휘권 자체는 어째서인지 나에게 주어져 있었다. 단순히 사냐 공주가 힘을 좀 쓴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간에, 페이지 대령은 계급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작전 중에는 나의 '참모'에 불과했다. 그래서 내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일단 그 논쟁은 제쳐두고 우리 타격대의 전력을 다시 보자.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포라고는 5인치 양용포 5문이 전부인 경항공모함 주디케이터, 5인치 양용포 20문을 장착하고 있는 에온의 자매함 이오니아급 대공 경순양함 알리크론, 그리고 5인치 양용포 5문과 3연장 어뢰 발사관 2개를 장착한 구축함 샌드와 캐롤, 그리고 딥블루. 8인치 함포를 가진 중순양함을 상대로 도데체 이런 전력의 어디가 도움이 된다는걸까?
  "죽음을 무릅쓰고 뇌격을 위해 ​돌​진​하​면​.​.​.​.​.​.​.​"​
  "적함이 한척도 아니고, 우리는 적함이 몇척인지도 모른다고요? 애써 격침했는데 뒤에 더 있으면, 그때는 다 죽으라고요?"
  어떻게 보면 내가 우유부단해보일지 모른다. 그냥 가서 적 함대나 공격하면 돼지, 왜 이런데에서 논쟁이나 하며 시간을 썩이고 있냐는 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들을 보낸다면, 이들이 과연 살아돌아올 수 있을까?
  "TBS를 발했으니 저쪽에서도 대충 상황을 알겠지요. 남부 부대가 아직 전멸한 것은 아니고, 북부 함대의 중순양함들도 남아있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함대를 서진시켰다. 페이지 대령의 말대로, 앞에서 아군이 죽어가는 꼴을 눈 뜨고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민경이 순간 차가운 도시 남자인줄 알았어요. ​다​행​이​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는?"
  이 공주님은 갑자기 뭐래?
  "잠깐 내려가서, 단원들 좀 깨워줄래?"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