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tie 025 - 스트라이크 패키지 Part 7
7
지난 몇시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었던 우리이기에, 라슨 소령의 발견 보고가 떨어짐과 동시에 출격할 수 있었다. 우리 44 기사단 소속 블랙캣 7기와 37 기사단의 9기, 다 합쳐 16기의 블랙캣이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다 합쳐서 7분. 날개에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45kg짜리 폭탄 2발이나 마이티 마우스 로켓, 혹은 타이니 팀 로켓을 장착하고 있었다. 나? 나는 간단하게 타이니 팀 로켓 16기. 반면 사냐 공주나 나탈리는 마이티 마우스 로켓 16기를 장착하기로 선택했다. 마이티 마우스는 5인치 로켓이고 타이니 팀은 3인치 짜리 물건이라, 한번에 큰 데미지를 주는 항공 기사는 마이티 마우스를 선호하고, 반대로 대량의 로켓을 한번에 퍼붓는 것을 좋아하는 항공 기사들은 타이니 팀을 선호한다. 이도저도 아닌 사람은 급강하 폭격을 위해 45kg 짜리 고폭탄을 택했고. 다들 잔뜩 무장을 만재한 덕분에 속도는 최대 속도보다 조금 느렸지만, 그래도 라슨 소령이 보고한 후소 제국 함대의 위치까지는 느려도 15분내에 도착할 수는 있었다. 빠르게 멀어지는 해안선을 바라보며 모두들 격전을 각오하기 시작했다.
[살아 돌아올 수 있겠지?]
[아직은 죽을 수 없는데……]
[누구냐, 방금. 약해 빠진 소리 하는게……]
다른 기사들의 잡담이 통신망에서 들리지만 무시하고 그냥 하늘만 바라본다. 예쁘거든.
[오랜만이네요.]
“응?”
[오랜만이라구요, 이거. 이렇게 다 같이 일제 출격을 하는거 말이에요.]
아아….. 난 또 무슨 말인가 했지. 응, 그러네. 오랜만이네. 지금까지는 매일같이 안방처럼 드나드는 후소 폭격기들을 제압하기 위해 방공 임무에나 투입되었지, 제대로 대함 공격은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들 기대감에 젖은 모양이다. 그동안 당해오던 서러움을 풀 수 있다나, 뭐라나?
[오랜만에 하는건데…… 잘 할 수 있을까요?]
“못할 것 같으면 관둘래?”
[아니요.]
“그럼 왜 물어봐?”
[그냥…… 조금 걱정되어서요. 왠지 창민경의 짐이 될 것 같으니까요.]
짐? 네가?
“네가 내 짐이었으면 벌써 버려서 물에 처박았다.”
[……지…짐승! 물에 쳐박은 다음에 무슨 짓을 하려고요?]
아니, 내 포인트는 그쪽이 아니잖아! 왜 짐이 아니라고 설명하려던 말이 아니라 물에 버린 다음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걸로 곡해해서 듣는거야?
[……둘다 조용히 좀 해라. 지금 작전 중이다.]
“옙”
그리고 켈더프 중령이 우리의 대화를 종결시켰다. 비록 폭격의 부상으로 지금은 과나카날 섬의 작전 텐트에 남아있는 켈더프 중령이지만, 그 특유의 경험과 지휘 능력까지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은건 아니기 때문에 켈더프 중령은 지상 관제 지휘를 맡게 되었다. 따라서 그에게 핸더슨 비행장의 대공 방어를 책임지는 사라토가의 1개 전투 항공 기사단의 지휘권이 넘어갔고, 지금 같은 작전 중에는 핸더슨 비행자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움직이는 우리에게 명령을 할 권리까지 주어졌다. 사냐 공주는 그거에 대해 툴툴 불만이 조금 있어보였지만, 뭐, 어쩔꺼야? 반데그라프 소장이 내린 명령인데.
[방금 전방 레이더 기지에서 들어온 보고다. 소령…..아니, 이 중령 자네로부터 북서쪽으로8km떨어진 곳에 미확인 편대가 탐지된다. 현재 속도 시속 350km. 고도 800피트. 방위, 1-6-5]
방위 165? 비행복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해도를 꺼내냈다. 바닷물을 먹었는지 약간 눅눅한 느낌의 지도를 왼손으로 붙잡고, 눈으로는 계기판의 나침반의 방위를 읽으며 재빨리 예상 경로를 계산해본다. 오른손으로 붙잡은 조종간에서 전해지는 약간의 진동이 전율로 흔들리는 나를 진정시킨다.
공격 부대다.
“놈들의 공격부대로 추정됩니다. 예상 목표는……”
[여기겠지. 아직 놈들은 우리 주력부대의 존재를 모르니.]
나타나는 정찰기들은 보이는 족족 전투 초계에 임한 우리 기사대원들이 격추시켰으니까.
[지금 전투 초계에 임했던 해군 기사단원들을 호출했네. 하지만 전투 고도에 올라가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해.]
“벌어내겠습니다.”
간단하게 대답한 나는 켈더프 중령에게 적에 대한 좀더 자세한 정보를 받고 방향을 바꾸었다.
“전기, 기수를 북북서로 돌려라! 목표는 적 공격대! 급습해서 적들의 무장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우리의 원래 목표로 전속 비행한다.”
[[라져!]]
짧은 대답과 함께 V자 형태로 날아가던 16기의 블랙캣은 부드럽게 북동쪽에서 북북서로 기수를 돌렸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켈더프 중령에게 무전을 날렸다. 뭔가 확인할 게 있으니까.
“라슨 소령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라슨이라면 지금 자신의 카탈리나로 후소 함대를 감시 중이다. 뭔가?]
“현재 위치 재확인하고 싶습니다. 좌표 좀 알려주십시오.”
[잠깐만 기다리게…… 현재 위치 에코 찰리 나이너, 마이크 델타 식스. 귀관을 기준으로 북동쪽이다.]
그리고 적기는 북북서에서 나타났지.
[추잡한 수를 쓰는구나, 이 비겁한 녀석들!]
[괜찮아! 우리에게는 구국의 기사, 죽음의 붉은 날개가 있다!]
[지지 않아! 중령님이 이미 간파해내셨잖아!]
편대망이 기사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워졌다. 37 기사단의 기사단원들이나, 우리 기사단의 기사단원들이나 모두들 한마음 한뜻이 되어 입을 모아 나를 찬양한다…… 뭐하는 짓거리들이야, 다들? 작전 중에 좀 떠들지들 말라고. 거기다 37 기사단 애들은 나 싫어하는거 아니었나? 거기다 죽음의 붉은 날개(The Red Wing Death)라니? 오글거려! 무슨 별명이야, 이건?
[어, 너 몰랐어? 꽤나 유명한건데, 이거.]
[창민경의 개인 도장인 날개에다가 붉은색 페인트로 줄무늬를 그리는 것에서 유래된거에요.]
[참고로 제가 지었습니다.]
……이봐들, 너무한거 아니야? 무슨 별명을 그따위로 지어. 거기다 별명의 원산지(?)가 다른 누구도 아닌 에리카 소령이라는 것도 꽤나 놀라울 다름이다.
[에리카 언니, 의외로 농담하는걸 좋아하시니까요.]
[유나, 거기서 의외라는건 또 뭡니까??]
유나 중위는 에리카 소령은 언니라고 부르고, 에리카 소령은 그걸 존댓말로 맞받아친다. 뭔가 기묘한 관계랄까? 아, 아니. 지금 이렇게 잡담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뭐, 잘 어울리는데요, 창민경? 저는 적색 6번. 창민경은 죽음의 붉은 날개. 천생연분이네요]
[뭔소리야?! 창민이는 내거거든!]
[나탈리, 무슨 소리를? 창민경은 제 기사. 저는 창민경의 주인. 당연한 말 아닌가요?]
[창민이랑 나는 어렸을 때부터 평생을 같이 하기로 약속한 사이라구. 절대 양보 못해!]
난 누구것도 아니다, 이자식들아. 제발 작전 중에는 집중 좀 하라고! 지금 우리는 전투중이란 말이다.
[크흠!]
“아아. 두사람 다 시끄러우니까 입들 다물고. 2시 방향에서 적기 다가오니까 요격 준비나 하세요. 마울러 대위?”
[……]
이자식, 또 무시하는거냐. 하지만 마울러 대위는 뭔가 중요한걸 하나 빼먹고 있다.
[마울러. 상관이 호출을 했는데 무시하는건 어떤 기사도의 버르장머리 없는 방식이냐?]
[……시정하겠습니다. 뭡니까, 소령님]
[마울러!]
[……임시 중령님.]
혀 끝에 가시라도 돋았나. 굉장히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면서 임시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준다. 그거, 힘들지 않냐? 물론 나를 인정하기 싫어서 하는 노력 그 자체는 가상하다만….. 네가 그런다고 내가 신경쓰이는건 아니니까 상관 없다.
그나저나 켈더프 중령 무섭긴 무섭나보네. 저렇게 소리 한번 냈다고 바로 꼬리 말고 깨갱하는거 보면.
“대위는 바로 37기사단을 데리고 적기의 우익으로 치고 들어가세요. 진입 코스는 대위가 알아서 설정하고요.”
[……]
“절대, 절대로 내 명령이 있기 전에는 먼저 타격하지는 마세요. 한번에 급습해야하니까.”
[……알겠습니다.]
짧은 대답과 함께 곧바로 반전해서 사라지는 37 기사단원들을 보면서 사냐 공주가 툴툴거렸다.
[이런 무례한 것들을 봤나……]
“……무전망 동조되어 있어. 괜한 말 하지 말고 우리도 좌측으로 이동하자. 알았지, 공주님?”
[흐…흥! 따…딱히 그런다고 별로 기쁘거나 그러지는 않거든요.]
“네네~ 기쁘라고 한거 아니니까 기수나 돌리세요.”
나를 중심으로 우리 44 기사단의 블랙캣 7기가 부드럽게 기수를 왼쪽으로 돌리며 37 기사단과는 멀어진다. 우리의 중심으로 다가올 적기들을 정확하게 가운데에 두고 우리는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조용히 매복을 시작했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는 시계를 제한해 정찰을 방해했던 구름들이, 지금은 오히려 우리에게 은밀한 매복처를 제공해주었다.
[중령. 적기와의 거리, 2km네.]
“수신.”
[적기 발견 했습니다. 2시 방향 아래!]
켈더프 중령의 경고가 들려옴과 동시에 에리카 소령이 적을 발견했다. 37 기사단쪽에서도 발견했는지 무전을 날려왔고. 에리카 소령이 말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확실히 적기가 눈에 들어왔다. 총 수는 대략......19…..아니, 21기. 얼룩덜룩한 녹색 위장색을 칠한 발 폭격기들과 케이트 뇌격기가 각각 9기와 7기. 그 주변에서 꾸물거리는 흰색 점들은 5개. 그러니까 호위 제로기가 5기라는 말이다. 폭격기와 뇌격기들의 상면은 짙은 초록색, 하면은 하얀색으로 도장이 되어 있었고, 후방 동체에는 후소 제국의 라운델인 붉은 원이 빛 바랜 색을 띄고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에는 가느다란 노란색 줄무늬 하나가 글져 있었고. 제로도 마찬가지. 동체 자체는 전부 하얀색으로 칠해져있었지만, 후방 동체에는 노란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저 줄무늬가 의미하는건 단 한가지.
지금 여기에 와있는 항공모함은, 최소한 우리가 확인한 후소 항공모함은 경항공모함 ‘류죠’라는 말이다.
오히려 잘되었지. 이런 소규모 제파 공격이 이어진다면 우리도 방어하는 것 자체는 쉬울테니까.
“마울러 대위, 준비 되었나요?”
[예. 준비 끝났습니다.]
아까와는 달리 약간 긴장된 목소리. 아무래도 아까 혼난 것도 있거니와, 지금은 전투 직전이라는 점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내 명령과 함께 급강하해서 놈들을 낚아챕니다.”
[예. 어서 명령을……!]
아까 나한테 개긴 벌이다. 좀 기다리라고.
“사냐?”
[저희는 준비 끝났어요. 언제든지!]
바로 대답하며 기체를 한바퀴 뒤집는 사냐 공주. 다른 기사단원들도 오랜만의 전투에 흥분했는지 막 튀어나갈 기세였다. 오랜만에 찾아온 자유 공격 기회. 그동안 처럼 수세에 몰려 전전긍긍하며 고군분투하는 수비자가 아닌, 마음대로 공격하고 마음대로 회피하는, 자유로운 사냥꾼으로서 모두들 흥분해있었다.
완벽한 기회다.
적들은 미처 읽어내지 못한 갑작스러운 기습. 아군의 사기를 크게 올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
좋아, 지금이다.
놈들의 편대가 밀집대형을 유지한채 우리의 밑으로 지나갈 때,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소리쳤다.
“텔리 호! 전원 공격,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