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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나이츠 - 창공의 기사단


Sortie 027 - Bar Part 2


  2
  “공주 전하, 다 끝나셨습니까?”
  사냐 공주의 즉흥 수여식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기다리고 있던 반데그라프 소장의 부관에게 이끌려 조종사 대기실로 향했다. 왜 가냐고 물어봐도 대답을 안해주는걸 보면 뭔가 수상하다. 조금 찜찜한 느낌 같은거 말이야.
  “나탈리랑 에리카 소령은 돌아가서 출격 준비해. 출격 최종 점검하고 대기하라고.”
  “알았어. 네건 내가 직접 해놓을테니까.”
  “내건 테스텔이 할거니까 네것 부터 해, 네것 부터.”
  “칫.”
  ……또, 이유없이 삐진다, 나탈리.
  “공주전하 것은 제가 해놓겠습니다.”
  “고마워, 에리카.”
  “그런데 부단장님, 무장은 뭘로 해놓을까요?”
  “하지마.”
  “예?”
  정정을 요구하듯 얼빠진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보는 에리카 소령. 하지만 내 대답은 똑같다.
  “하지말라고. 보조연료탱크만 달아놔. 우리 임무가 요격인지 대함공격인지 호위인지 아무것도 모르잖아.”
  ​“​…​…​알​겠​습​니​다​.​”​
  대충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격납고로 달려가는 에리카 소령과 나탈리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준 다음, 나는 사냐 공주를 데리고 반데그라프 소장의 부관을 따라 조종사 대기실로 들어섰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무판자를 대충 새워 만들어진 간이 시설이었겠지만 엇그제에 이루어진 보급 덕분에 전용 텐트로 바뀌었다. 아싸, 이제 드디어 비 온다고 물이 줄줄 새는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아, 왔나?”
  우리가 가장 마지막이었는지, 나와 사냐 공주가 천막 안으로 들어옴과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니, 모두라고 해봤자 기사단장들과 부기사단장들, 그리고 반데그라프 소장이 전부였지만. 아참, 라슨 소령도 있구나.
  “오우, 이 소령님. 늦었어요, 늦었어.”
  ……이자식은 말할 때마다 느끼해서 짜증난단 말이야.
  “잠깐 이야기 할게 있었다. 불만있냐?”
  “창민경, 또 그렇게 무례하게 말할거에요?”
  흘겨보는 사냐 공주를 무시하고 라슨 소령을 지나친 나는 사냐 공주를 끌고 반데그라프 소장에게 다가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좀 늦지 말게.”
  ​“​시​정​하​겠​습​니​다​.​”​
  ……한두번 하는 말이 아니라서 뭐라고 할 말이 없네.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지금은 여기를 보게나.”
  그렇게 말한 반데그라프 소장은 자신의 지휘봉으로 과나카날 북쪽의 바다 한가운데를 짚었다.
  “오늘 아침 8시, 정기 초계를 진행하던 라슨 소령 휘하의 카탈리나 비행정 하나가 적의 수송선단을 발견했네. 속도나 진행방향을 봐서는 여기로 오는게 확실해.”
  “규모는 어느정도나 됩니까?”
  “그건 직접 보고를 받은 라슨 소령이 대답하지.”
  “예. 오전 5시에 이수한 발라 중위는 초계 2시간 45분만에 적의 항적을 포착했습니다. 그곳이 이곳, 과나카날에서 60km 북방 해역입니다.”
  빨간색 색연필로 동그라미치며 라슨 소령은 계속 말을 이었다.
  “적의 항적 8개를 포착한 발라 중위는 곧바로 제게 보고하고 정밀 관측을 위해 접근했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중형 수송선 6척과 구축함 4척으로 판명되었고, 다행스럽게도 적의 공중 엄호는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보고를 받은 즉시 이수해서 주변의 해역을 더 뒤져보았으나, 다른 적 함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수송선 6척이 공격 목표가 되겠군.
  “라슨 소령, 혹시 적들에게 들켰습니까?”
  “아닙니다. 현재 발라 중위의 카탈리나기가 중고도에서 추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적의 항로는 그대로 입니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사냐 공주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한 라슨 소령이 빙그레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쩌라고, 젠장.
  “예상된 적의 증원 부대 규모는 어느정도 입니까?”
  “최소 1개 연대. 거기다 추가적인 중장비도 확인되었네.”
  “저기, 중장비라고 하시면?”
  “전차 말이야, 전차.”
  끄응. 해병대 대대장들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이쪽도 전차가 없는건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경전차 스튜어트. 그 가벼움에서 나오는 쾌속성과 기동성이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격파될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전차가 스튜어트다. 당장 지난번 섬멸전에서도 단독 투입했다가 적의 대전차 공격에 걸려서 5대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그러고보니 해병대 기갑소대의 증원은 따로 없었네.
  “현재 정글 안에 남아있는 후소 제국군의 숫자는 1개 사단정도로 추정되네. 우리랑 같은 숫자지. 현재의 대치상태에서 적들의 증원이 성공한다면 지금까지의 아슬아슬한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높네.”
  균형이 깨지는 가능성이 높은게 아니라 균형이 깨지지. 이쪽은 고작 스튜어트 5대가 전부고, 저쪽은 규모 미상의 전차부대와 보병 1개 연대가 증원되는 셈이니까. 우리도 비록 1개 연대를 증원받았지만, 그동안 쌓인 병자와 전사자, 그리고 부상병들을 대체하는 보충대일 뿐이다. 더군다나 숫자도 충분하지 못하고. 1개 연대를 증원받았지만, 현재 해병 1사단의 결원은 1개 대대가 넘어간다.
  “코쿰바의 아군에게 병력 지원을 요청할 수 없습니까?”
  “그쪽도 그쪽대로 바쁘다는군. 거기다 육군에서는 적의 주공이 확실해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고 하니 일단은 배제해두게.”
  비행장 지으랴, 교두보 확보하랴, 가도 지키랴. 바쁘겠지, 나름대로. 거기다 핸더슨 비행장의 방어라인은 전부터 축조된 덕분에 충분히 두터워져있었지만, 코쿰바는 그렇지 않다. 애시당초 코쿰바 비행장은 폭격기 전용으로 지을 계획이라서 핸더슨 비행장보다 1.5배정도 큰 시설을, 이틀전부터 막 축조하기 시작한 참호와 방어선으로 ​막​아​내​야​하​는​거​니​까​.​ 어쩌면 육군에서 우리에게 병력을 지원해주는게 아니라 우리가 그쪽에 병력을 지원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선의 결론은? 적 수송함대를 박살내는거지.
  “적의 증원부대를 요격해야 하네. 예전 같으면 44 기사단과 37 기사단이 출격했겠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공격기가 있으니 훨씬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지.”
  그러헥 말하는 반데그라프 소장은 두명의 기사단장에게 출격 명령을 내렸다. 39 기사단과 14 기사단. 39 기사단은 레슬리 중령이 이끄는 돈틀리스 8기와 블랙캣 4기로 구성된 혼성 비행단이다. 그리고 14 뇌격 기사단은 신형 뇌격기 어벤저 16기를 보유한 항공모함 기사단이고. 물론, 양쪽 다 이틀전에 벌어진 해전에서 낙오된 병력이지. 뭐, 낙오되었든 파견되었든, 우리 입장에서는 가용 항공기가 늘어났을 뿐이므로 상관 없다.
  “알겠습니다.”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호위는 44 기사단이 맡아주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반데그라프 소장은 호위로 우리 기사단을 지정했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사냐 공주가 37 기사단 쪽을 은근슬쩍 바라보며 없는 가슴을 쭉 펴고 대답했다. 어, 그렇게 하니까 확실히 알겠네. 사냐 공주의 특정 부분이 프라이케스톨렌 처럼 수직 절벽이라는걸.
  “자…잠깐만요! 저희는 왜 출격 안합니까?”
  마울러 대위가 재빨리 손을 들고 질문했지만, 반데그라프 소장의 대답에는 당연한 일이라는 뉘앙스가 섞여있었다.
  “귀 기사단의 기사단장은 아직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어.”
  “제가 지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기 그지 없었다.
  “귀관이? 이번에도 출격해서 이 소령의 말을 듣지 않고 독단으로 행동하다가 귀중한 블랙캣만 상실하게 할건가?”
  ​“​…​.​.​.​그​…​그​건​…​…​”​
  “이 소령이 필그림이건 공주 전하의 제 1기사이건, 그는 우리 에르데 제국의 군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네. 고작 출신이나 신분 따위 이유로 현장 지휘관의 명령에 항명하려는 놈은 군인의 자격이 없어! 왜, 나는 남작이고 귀관의 아버지는 공작이라서 내 명령도 거부할텐가?”
  ​“​…​…​아​…​.​그​…​.​그​럴​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뻥긋거리는 마울러 대위에게서 시선을 돌린 반데그라프 소장은 나에게 작전 지도와 투명지 뭉치를 내밀었다.
  “두 기사단장은 이창민 소령과 잘 의논해서 공격 방법 및 항로를 정하도록.”
  그리고 거기까지 말한 반데그라프 소장은 텐트를 나섰고, 팔에 아직도 붕대를 감고 있는 켈더프 중령도 따라 나섰다. 눈치를 보다가 쫒겨나듯 도망가버린 마울러 대위는 덤. 그들이 다 나간 것을 확인한 나는 지도위에 투명지를 붙이고 전술 토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냐 공주는 기사단장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기 시작했고.
  “오랜만이에요, 레슬리 중령. 지난 매치포인트 때 이후로 처음인가요?”
  “예. 다시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소령도 같이 작전하게 되어서 반가워.”
  “예, 중령님.”
  반갑게 악수를 나눈 우리. 뒤이어 레슬리 중령이 패치 소령을 소개시켜주었다.
  “이쪽은 제 14 뇌격 기사단의 기사단장 패치 소령입니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공주 전하.”
  “만나서 반가워요, 소령. 이쪽은 제 제1기사, 이창민 소령이에요.”
  “안녕하십니까.”
  가볍게 인사한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하려고. 하지만 패치 소령은 내 손을 마주잡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는 두 손으로 내 손을 덥썩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소령님. 소령님의 무공은 본국에서도 유명하지요. 붉은 죽음의 날개를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이런 전쟁영웅과 같이 싸우게 된 것은 저희 가문의 영광입니다.”
  “아니, 뭐……. 전쟁 영웅 씩이야……”
  “거기다 겸손하기까지! 역시 귀족이 아니라서 그런지 겸손하십니다.”
  뭐야 이거, 굉장히 부담스러운데……?
  “아하하하…… 패치 소령은 귀족 출신이 아니니까.”
  음, 지난번에 정비대에 갔을 때를 생각하면 대충 무슨 뜻인지 답이 나온다. 그래서 나는 바로 말을 놓으라고 했다. 계급도 같으니까. 사실 원칙대로 하자면 내가 존대를 해야하지만, 그건 또 한사코 거절한다.
  “공주 전하의,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사냐 공주 전하의 제 1 기사 각하께 그런 무례를 범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거리감을 두면 제가 불편합니다만?”
  “아…아니, 그래도……”
  갈등하는 패치 소령.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는지 갈팡질팡, 오락가락 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사냐 공주가 정리했다.
  “일단 지금은 작전 부터 짜는건 어떻까요, 패치 소령?”
  “예? 예! 알겠습니다, 공주 전하.”
  땡큐, 사냐. 덕분에 어색한 상황은 피했어. 시선을 다시 지도로 돌린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기 시작했다.
  “현재 적들의 위치는 여기.”
  패치 소령이 빨간색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 직선 거리로만 60km가 약간 안됩니다.”
  “전투 기동거리까지 합하면 대략 70km라고 치고, 이 소령, 블랙캣 항속거리는 충분해? 돈틀리스나 어벤저야 크기가 크니까 많이 들어가지만, 블랙캣은 아니잖아?”
  “그정도는 충분합니다. 보조연료탱크도 들고 갈거구요.”
  “그래. 상공 엄호만 해줘. 대함 공격은 우리가 맡을테니까.”
  “중령, 급강하 폭격을 할 생각인가요?”
  사냐 공주에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슬리 중령.
  “예. 그편이 확실할 것 같습니다.”
  “그럼 14 기사단은 뇌격을……”
  “죄…죄송하지만 공주 전하, 저희 기사단은 어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에?”
  뇌격 기사단이 어뢰를 안쓴다는 사실에 놀란 모양이다. 뭐, 난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지만. 그런 쓰레기 같은 어뢰는 그 누구도 쓰고 싶이 않아하겠지.
  “불량품이 너무 많아서…… 어뢰 대신 수평 폭격이나 로켓 공격을 할 생각입니다.”
  “……”
  사냐 공주도 어뢰의 불량품 상태는 매치포인트에서 봤으니까, 대충 무슨말인지 납득한 것 같다.
  “그럼 그쪽에서는 알아서 하세요. 전문가는 내가 아니라 패치 소령 당신이니까.”
  “예, 전하.”
  “레슬리 중령님, 그쪽 블랙캣은 저희쪽에서 지휘하겠습니다. 중령님은 급강하 폭격에만 전념하십시오.”
  “그래, 그러지. 어차피 우리는 돈틀리스가 주력이니 불편했거든.”
  39 기사단의 블랙캣 4기의 지휘권을 양도받은 나는 그대로 그들을 돈틀리스 호위에 붙혔다. 우리 기사단 기체 7기는 뇌격 기사단 호위에 전념할거니까. 뭐, 상공 엄호는 없으니까 경우에 따라선 우리도 같이 공격할수도.
  “구축함은 무시하고 수송선들에만 집중하는거에요. 중령님이 먼저 돌입해서 급강하 폭격을 마치면, 패치 소령이 남은 함선들을 정리해주세요. 저희는 기회를 봐서 기총소사라도 할테니까, 아셨죠?”
  “오케이.”
  “알겠습니다.”
  각자 계획을 적은 투명지 뭉치를 갖고 대기실에서 나온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각자의 격납고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시간은 금. 우리가 지체하는 1초는 적에게 1분이나 다름없는 시간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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