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tie 028 - 문제아 하나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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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차렷!”
처처처적
“공주전하께 대하여, 경례!”
네명의 항공기사가 새롭게 전입 신고를 하며 나와 사냐 공주에게 경례를 했다. 최선임인 킬로 오스카 대위의 구령에 절도있게 경례하는 3명의 항공기사와 뭔가 약간 덜렁대는 한명의 항공기사를 사냐 공주는 즐거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오세요! 비록 지난 몇일간 함께했지만 잘 이야기하지 못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갑네요, 여러분.”
웃으며 얘기한 사냐 공주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근엄하게 말했다.
“이제 귀관들은 전부 황실 근위대 직속, 44 기사단의 항공기사에요. 저는 귀관들이 평민인지 귀족인지, 의회파인지 황제파인지 신경쓰지 않아요. 여기에 있는 이상, 귀관들이 내 기사단원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도 싸울때 만큼은 어느 파벌이 아니라 제국을 위해 싸워주셨으면 하네요.”
“”예! 공주 전하!””
“우…… 그냥 기사단장이라고 해도 돼요……”
볼을 부풀리고 투정부리는 사냐 공주가 나를 보면서 ‘창민경이 뭐라고 좀 잘 말해봐요’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 그거에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문제아의 파일을 읽기에도 바쁘니까.
하나 마르살리온 소위.
현재 나이 271세. 우리 나이로 치면 15살 정도 되는, 리히트 기준으로는 꽤나 어린 최연소 항공기사들 중 하나. 입대한지는 5년이 지났고, 빅토리아 항공전에도 투입되어 8기의 적기를 격추해낸, 어느정도 실력 있는 항공기사다.
그런데 얘가 왜 문제아냐.
플레처 제독이 보내준 인사록의 맨 뒤에는 전임자들의 평가가 첨부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냥 얘가 어떻다, 어떨때 괜찮다, 이런 점이 있으니 그 점만 주의하라 하는, 객관적인 평가를 쓰는 곳이지만…….. 마르살리온 소위의 평가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시말해, 완전 주관적으로 씌여져 있다.
그것도 엄청난 악평들로.
‘마르살리온 소위는 다른 편대원들과의 협동정신이 부족하며, 독단적으로 행동한다. 훈련 중에서도, 실전에서도 절대 자신의 장기를 보호하는 일이 없다. 책임감과 상호 보호, 그리고 협동심이 중요시되는 항공기사로서의 자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당장 전역시켜야 한다.’
‘하나 마르살리온 소위의 객관적인 실력 자체는 어느정도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위는 너무나도 독단적인 행동을 계속 한다. 전투가 벌어지면 전투광 마냥 적진의 한가운데로 돌진, 난입해서 한바탕 휘젓지만 그러면서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겪었다. 항공기사의 기본 자세인 침착함과 기사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항공기사다.’
‘그녀의 돌격은 일종의 자살돌격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자신을 죽여달라는 듯 마르살리온 소위는 적진의 한가운데 아무런 엄호도 없이 뛰어들어 죽음의 문턱까지 갖다온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심히 걱정되며,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이 시급하다.’
‘마르살리온 소위를 받은 귀하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전한다. 먼저 우리 부대로부터 이 문제아를 데려가준 것에 대하여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며, 동시에 앞으로 그녀로 인해 겪을 고생을 귀하가 겪게 하는데에 굉장한 미안함을 전한다. 귀하의 정신 건강에 행운을 빈다.’
’44 기사단의 부기사단장 이창민 소령에게. 반품 금지. 16 기동부대 사령관 플레쳐’
……오케이?
엄청난 악평이다. 이걸 직접 들었다면 아마 마음에 상처를 입을 정도의 혹평이다. 8기를 격추했지만 6기의 전투기를 잃었고, 그 중간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의 진형에 돌격하고, 생사를 넘나들고, 그리고 편대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솔직한 감상? 이녀석이 아직 항공기사라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다.
“창민경? 뭘 그렇게 빤히 바라보세요?”
“……아니, 아무것도. 잠깐 나갔다올게.”
“어? 창민경? 무슨 일 있어요?”
“아니라니까. 나 갔다오면 바로 훈련 시작할거니까 그거나 준비해둬.”
영문을 모르는 사냐 공주는 당황해서 내게 말을 걸었지만, 지금은 이게 급하다. 여기에 적힌게 사실이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거든. 그러니까 일단 이런 일을 만든 장본인과 담판을 지으러 갑시다.
“레슬리 중령님, 잠깐 말씀 좀 나눠도 되겠습니까?”
“응? 이 소령이 여기는 무슨 일…..?”
한창 식사를 하고 있던 레슬리 중령이 나를 보고 깜짝 놀라며 질문했다. 물론 나는 신경쓰지 않고 앉았지만. 밥먹는데는 개도 안건드린다지만, 지금 그런건 상관 없으니까 넘어가고.
“잠깐, 소령은 지금 나는 개만도 못하다는거냐?”
“그런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만, 뭔가 찔리는게 있으신 모양이네요.”
윽…… 레슬리 중령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좀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자…잠깐, 소령…… 자네 너무 진지한거 아니야? 으악, 알았어, 할게 한다고!”
역시, 말 안듣는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
“소령! 난 중령이지 개가 아니라니까!”
“대답이나 해주시죠, 중령님. 특히 마지막의 문구에 대해서.”
뭐? ‘귀하의 정신 건강에 행운을 빈다’? 뭐야, 그건?
대충 식사를 허둥지둥 마친 레슬리 중령은 내게 채념했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어디서 부터 듣고 싶나?”
“전부 다요. 그런데 일단 결론부터 시작해보죠. 거기에 써있는 말들, 사실인가요?”
“그럼 자네는 그런 공문서에 거짓을 쓰겠나?”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한 부분에 주관적인 시각이 다분히 들어가 있어서 그러는 말일 뿐입니다.”
“……”
내 눈을 피하고는 작게 한숨을 쉬는 레슬리 중령이 다시 시선을 내게 맞추었다.
“사실이야.”
“예?”
“전부 사실이라고. 아무리 사심이 잔뜩 들어갔다고는 해도 그건 공식 문서야. 그렇게 적혀 있는 이상 사실인건 확실해.”
“……확답 가능한 근거는요?”
“전속될 때마다 상급 기사대 인사 담당관으로부터 결제받아야 하는데, 그게 거짓이면 통과할리가 없지.”
“……그렇군요.”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항공기사라는걸 아는 동시에, 데리고 있기 힘든 항공기사라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이다.
“일단 그녀의 실력만큼은 내가 보증하지. 나는 급강하 폭격기 기사라 공중전에 빠삭한건 아니지만, 그녀의 기동은 확실히 공중전에 무지한 내가 봐도 뛰어나. 마르살리온 소위는 분명 실력 자체는 충분해. 못해도 사파이어의 영주님 정도는 가능할거야.”
쩍, 입이 자동적으로 벌어졌다. 사파이어의 영주면 에리카 소령이다. 그리고 에리카 소령도 에이스 순위 탑 20위 안에 드는 최고 에이스들 중 하나지. 그런데 마르살리온 소위는 ‘못해도’ 그정도라고?
“거물이네요.”
“떡잎이 푸른 정도가 아니라 거목 수준이지. 문제는 그녀의 전투 방식이야.”
“안그래도 그게 궁금해서 그럽니다만…… 훈련을 같이 해보면 될까요?”
“훈련을 해도 별로 볼 수는 없을거야. 그녀 특유의 돌격전은 적들과의 난전에서나 쓸만한 전법이니까. 항공 기사 아카데미에서 교육받았던 기간 동안 그녀에게 지금과 같은 악평이 붙은 적은 없어. 내 친구가 그쪽 교관 출신이라서 그건 잘 알아.”
……도데체 졸업하고 나서 무슨 바람이 불었던거냐?
“나도 몰라. 하지만 소위의 독단적인 비행 방식은…… 뭐랄까, 조금 보기 괴롭더구먼.”
“괴롭다뇨?”
“너무나도 허점이 많아서, 마치 적에게 나 죽여줍쇼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라니까.”
“어쨌든 살아남잖아요.”
“그것 또한 그녀의 실력이지. 운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단 기본 자질은 훌륭하다는 말인데, 응용 단계에서 말아먹고 있다는 이야기구나. 내가 대충 손볼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한 케이스를 알고 있으니까.
그걸 확인하기 위해 나는 레슬리 중령님께 질문을 하나더 던지고 밖으로 나왔다. 그 대답에 꽤나 흡족해하면서.
“혹시 아실까 모르겠는데, 마르살리온 소위가 전투기를 잃었던 6번은 어떻게 된건가요? 격추된건가요?”
“아니. 그녀는 현재까지 피탄기록 전무. 전부 급기동하느라 연료 계산 안해서 그런거야.”
“아! 창민경! 어딜 다녀오셨어요?”
우리 기사단 텐트에 돌아오자마자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냐 공주가 훈련 브리핑을 해주는 것 같은데.
“잠깐 뭐 좀 확인하러. 뭐해? 브리핑?”
“예. 출격 준비는 다 끝났으니까요.”
이제 10명으로 늘어난 44 기사단의 기사단원들이 이름이 두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내가 이끄는 청팀에는 나탈리, 유나 중위, 카엘 중위, 그리고 킬로 오스카 대위가, 사냐 공주가 이끄는 홍팀에는 에리카 소령, 펠츠 소위, 마야 중위, 그리고 하나 마르살리온 소위가 있었다.
“시나리오는 폭격기를 요격하려는 홍팀을 호위부대인 청팀이 막아낸다, 인데요, 괜찮은가요?”
“다시 말해두겠는데 여기 보스는 너야.”
자꾸 까먹는 사실이지만.
“헤헷. 그럼 그렇게 할게요. 여러분 모두들 나가서 출격 준비하세요!”
사냐 공주의 외침과 함께 모두들 활주로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아니, 모두가 아니라 나탈리, 사냐 공주, 그리고 에리카 소령은 남았네.
“왜?”
“저기, 마르살리온 소위에 대한 일인데……”
“사고쳤어?”
벌써?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 뭐냐……”
“음……인사 기록을 봤는데요, 조금…… 안좋은 소리가 많네요.”
아, 봤냐, 그거?
“보…보면 안되는 건가요?”
“아니, 그런건 아닌데.”
설마 그럴리가.
“그….. 너무 단독행동하는거 같아서요. 우리 기사단에는 안맞지 않을까요?”
“음…… 그러니까 쫒아내자는 말이 아니라, 단독 행동을 더 잘하는건 37 기사단이니까 그쪽에 보내는건 어떨까, 해서 말이야.”
“반대.”
““엥?””
“아직 실력 확인도 못해봤잖아. 궁금하다고. 얼마나 심각하면 그런 말을 하는지.”
“6번이나 추락했는데 그 이상의 실력 검증이 필요한가요?”
“8번이나 격추했으면 충분하지 않나?”
“창민경, 말 장난하지 말고요!”
빽 소리를 지르는 사냐 공주도 은근히 귀엽다.
“이녀석의 추락 사유는 격추가 아니라 연료 부족이라고. 조금만 가르치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그래. 한명이 아쉽잖아, 지금은.”
“……요즘 창민경 근처에 여자가 너무 많이 꼬이는 것 같은데……”
“창민아, 난 세컨드 까지는 봐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돼.”
……누가 퍼스트고 누가 세컨드냐? 거기다, 여자가 주변에 많으면 뭐해? 나한테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닌……? 으아악?! 야! 왜 때려?!
“……창민경은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죠.”
“그래, 창민아. 계속 말해. 우리는 계속 때릴테니까.”
……아니, 잠깐……내가 뭘…… 으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