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tie 028 - 문제아 하나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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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번 전파한다. 이번 훈련의 목적은 누구의 비행기술이 더 화려한가가 아니라 팀워크를 다지는거다. 단독 행동하면 혼난다. 알았지, 카엘 중위. 오스카 대위.”
[예! 수신했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1기사 각하의 기동은 따라가기 힘들지 않습니까? 단독 비행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무슨 환상들을 갖고 있는거야? 내 기동은 그렇게 격하지 않다고. 내 전술은 지극히 간단하다. 상대고도 확보하고 급강하해서 최대한 접근할 수 있을 때까지 접근, 격파. 오히려 화려한 기동으로 적기의 데드식스를 잡는건 에리카 소령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실소를 짓는 내 얼굴에 햇빛이 튀겼다. 임시로 날개에 칠한 푸른색 원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며 무전을 들었다.
“우리가 방어팀이니까 방어 진형 전개할거야. 훈련 시작 즉시 나를 선두로 원형진을 전개한다.”
원형진. 우리 세계의 러프베리 원형진, 그리고 에르데 제국에서는 텔콘다르 원형진이라고 부르는 그것. 간단하게 말하자면 한없이 간단해지고, 복잡하게 말하자면 한없이 복잡해지는 기동. 수기에서 수십기의 아군 전투기들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상대방의 시야 사각 및 후방을 경계해주며 빙글빙글, 하늘에 거대한 원을 그리는 진형이다. 수평방향에서는 거의 악마적인 방어력을 자랑하지만 대신 수직, 그러니까 고고도에서 치고 빠지는 전술에는 조금 취약하다. 다만, 적절한 실력의 조종사만 있다면 적이 급강하해서 들어오는 순간 그의 꼬리를 잡아 격추시켜 원형진의 붕괴를 막아줄 수도 있다. 물론, 어느정도 실력이 받혀주면 말이지. 폭격기 호위에는 다른 방법도 있음에도 내가 이 원형진을 택한 이유는 두개가 있다. 먼저, 후소 제국 전투기들은 선회전에 특화되어 있고, 항공기사 본인들도 선회전을 선호한다. 내가 다른 항공기사들에게 에너지 파이팅을 가르친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둔중한 블랙캣의 선회력으로는 도저히 제로 전투기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 원형진을 구사한다면 또 다르다. 블랙캣 하나의 꼬리를 잡아도 그 뒤에는 또 다른 블랙캣이 있다. 원형진에 수평방향으로 뛰어든다는 말 자체가 나 죽여줍쇼~하는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걸 안한 이유는 단순히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였지만, 타치 위브와 함께 매우 유용한 전술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하나는 난전 비슷한 상태를 만드려는 것. 하나 소위의 실력이라는게 어느정도 수준인지 보고 싶어서다. 레슬리 중령은 일반적인 훈련때는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까 이렇게 비슷한 상황을 구축해주면 나오겠지.
뭐, 길게 말했지만 결론적으로 간단하다.
빙빙 돌아.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지상 지원팀의 훈련 개시 신호탄이 하늘에서 작렬함과 동시에 우리 청팀 소속 블랙캣 5기는 원형진을 전개했다. 서로 수백미터의 거리를 벌린 채 거대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늘 잘 살피고 간격 조정 잘해!”
그렇게 말하며 나도 높고 푸른 하늘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적’을 대비하기 위해서.
……사냐 공주의 홍팀 뿐만 아니라, 진짜 적도 포함해서다.
그렇게 빙빙 돈지 1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사냐 공주가 도착했다.
[발견, 발견! 4시 방향…..이 아니라 북동쪽 위!]
나탈리의 목소리가 들림과 함께 나는 고개를 돌려 북동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햇빛에 반짝이는 5개의 붉고 푸른 점. 틀림 없이 사냐 공주의 홍팀이 틀림없다.
“전기, 홍팀 발견. 교전 준비. 무장 사용 자유!”
Weapons Free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나옴과 동시에, 우리를 발견한건지 블랙캣들이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차례대로 수백미터의 간격을 둔채 우리를 향해 내려꽃히는 푸른 화살들. 가장 가까웠던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사냐 공주의 블랙캣의 엔진이 매섭게 울어대는게 보였다. 온다. 아무리 페인트탄이라지만 맞고 싶지는 않다. 나는 사냐 공주의 블랙캣을 주시하며 두 손으로 조종간을 움켜쥐었다. 언제라도 반응할 수 있도록.
……왔다!
머릿속에서 비상벨이 울림과 동시에 나는 기체를 틀었다. 그래도 360도 롤. 하늘과 바다가 서로 섞이면서 빙글빙글 돈다. 기체 옆으로 예광탄 줄기가 지나가며 주변 공기를 흔들었고, 고고도에서 내려오느라 속도를 늦추지 못한 사냐 공주의 블랙캣이 그대로 고도를 낮추며 내려간다. 뒤이어 내려온 에리카 소령의 블랙캣도 나에게 포화를 집중했지만 일부러 기체를 실속에 빠뜨린 나를 맞추지는 못했다. 잠깐이나마 블랙캣 자체가 허공에 떠있는 부유상태가 되었으니까, 아무래도 예측사격이 통하지 않았던 모양이지. 대신에 속은 울렁거리지만 말이야. 그렇게 처음 두사람의 공격이 빗나갔다. 그리고 나는 이미 원형진의 정반대편에 있었다. 따라 내려온 마야 중위가 공격을 시작한 것은 나탈리. 하지만 꼬리를 문 것도 잠시 뿐, 선회전에 휘말려버린 마야 중위의 전투기에 유나 중위가 사정없이 푸른 페인트를 칠했다. 마야, 아웃.
[흐에에엥~ 잘 하고 있었는데……]
……선회전에 휘말린게 잘한거라고?
마야 중위가 탈락한 직후, 펠츠 소위의 블랙캣이 카엘 중위를 덮쳤다. 붉은 페인트탄이 동체를 따라 길게 터지고, 그대로 카엘 중위의 전투기는 격추 판정을 받았지만, 뒤따라오던 오스카 대위의 사선에 걸려 같이 아웃되었다. 이렇게 스코어는 4대 3. 그것도 사냐 공주의 홍팀의 생존기 3기 중 2기는 저고도에서 다시 고도를 회복하고 있다. 남은건 마르살리온 소위의 블랙캣 단 한기.
[이겼네.]
[이겼네요.]
[이겼습니다.]
[마르살리온 녀석만 내려가면 곧바로 추적 공격이죠?]
모두들 가장 경험이 없는 마르살리온 소위의 공격이 끝나기 무섭게 추격해서 격추시키려고 벼르고 있었지만, 나만은 가만히 마르살리온 소위의 기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안끝났으니까, 다들 긴장 좀 하지?”
그리고 마르살리온 소위가 급강하를 시작했다.
“내려온다!”
그리고 선회를 하던 오스카 대위의 블랙캣 위로 빨간 물감이 튀었다.
[어…어어?]
찰나의 순간. 하지만 그 순간동안 마르살리온 소위의 사격은 정확했다. 마치 저격수의 저격을 보는 것 마냥, 엔진부터 콕피트까지 일직선으로 쭈욱. 방탄 유리창도 없는 상방 유리창들이라면, 아까 그 일격에 전부 산산히 깨졌을거다. 이게 훈련탄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그뒤, 마법과 같은 공중 묘기가 눈 앞에서 펼쳐진다.
바람을 가르던 블랙캣의 날개의 플랩이 최대로 전개되면서 속도를 줄인 마르살리온 소위의 기수가 번쩍 들리고, 그 다음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약간 앞선 카엘 중위를 향해. 후하방이라는 사각에서 접근해오는 마르살리온 소위를 보지 못했는지, 카엘 중위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선회하고 있었다. 그 무방비한 뒤로 붉은 페인트탄이 스치고 지나갔을 때야 ‘적’의 접근을 알아챈 카엘 중위는 꼬리에 붙은 마르살리온 소위를 떼어내려고 발버둥치지만, 고도를 높히며 속도를 조절하는 마르살리온 소위는 너무나도 쉽게 따라잡았다. 다시 한번 일자로 정렬. 그리고 격파. 빨간 페인트탄이 카엘 중위의 후방에서 작렬했다. 그대로 롤해서 아래로 빠진 카엘 중위의 어이 없다는 넋두리가 들려오지만 무시한다.
이제 상황은 3대 1.
유나 중위의 꼬리에 붙은 마르살리온 소위는 바짝 붙어서 따라간다. 수가 줄어듬에 따라 작아진 원 안으로 더더욱 날카롭게 파고들며 빈틈을 찾으려는 유나 중위였지만 마르살리온 소위가 오버슛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하이요요, 로우 요요 비슷한 기동을 선보이며 거리를 유지하며 쫒아갈 뿐.
슬슬 그만하자. 막 들어온 신참에게 고참 멤버가 격추당하는 것 같은 눈꼴 사나운 일은 없으니까.
그리고 이 전법, 괜찮기는 한데 빨리 격추를 못하고 1기를 계속 쫒아다니게 된다면 다른 적기에게 당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바로 이렇게 말이야.
파파팍!
파란 물감이 마르살리온 소위 캐노피에 튀긴다. 방법은 간단. 더더욱 날카롭게 선회하려던 유나 중위를 따라잡으려는 마르살리온 소위 옆로 돌아간 것 뿐이다. 본인은 눈 앞의 적기에 집중하느라 나를 보지 못했고, 뒤나 앞보다 면적이 넓기 때문에 피탄율도 높다.
푸른 물감이 튄 자신의 캐노피를 보고 나서야 나의 존재를 인식한 것인지, 마르살리온 소위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마르살리온 소위가 격추된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급조 훈련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