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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나이츠 - 창공의 기사단


Sortie 028 - 문제아 하나 Part 5


  5
  사실 폼 좋게 말했지만 내가 당장 할 수 있었던건 별로 없었다. 기껏해봐야 우리 전술 교범 가져다주고, 마르세이유의 기동법을 설명해주면서 각도나 고도 등을 조금 보정해주는 정도? 애시당초 이해할 수도 없는 기동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거지만, 그래도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그정도라는 사실은 조금 아쉬웠다. 그거 말고 내가 할 수 있던건 9기로 늘어난 가용 전투기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2인 편대에서 3각 편대로 바꾸고, 나와 나탈리의 페어에 마르살리온 소위를 포함시킨거다. 사냐 공주는 불만이 많은지 내 편제 개선안을 보고 볼을 잔뜩 부풀리며 투정을 부렸지만, 이내 내 설득에 넘어가 도장을 꾸욱 찍었다. 조금 화가 난 것 같지만 왜그런지 모르니 물어보지 말자. 대 남자 한정 최강의 무기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서 그래?’라는 말을 들으면 내 인생은 그날로 땡, 아웃이니까.
  그래서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모르는게 약이다’라고 자기 세뇌를 하면서, 마르살리온 소위와 함께 이것저것 연습만 계속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마르살리온 소위의 정확한 실력을 내가 모른다는 것. 어디까지나 모의 훈련이나 해봤지, 실전에서 마르살리온 소위의 기동을 보지못한 나로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고 답답했다. 시작을 알아야 대충 손 댈 부분이라도 알텐데 그것도 아니거든.
  하지만 예상보다 그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전기, 고도 5000 유지! 평소와는 다르게 3각 편대니까 각자 편대 수 신경써서 싸워요!]
  사냐 공주의 목소리가 고막을 때리자 고개를 돌려 내 등 뒤를 확인했다. 왼쪽 후방에는 나탈리의 블랙캣이, 오른쪽 후방에는 마르살리온 소위의 블랙캣이 눈에 들어왔다. 두사람 다 나를 봤는지 살짝 날개를 흔들었고, 나도 답으로 날개를 흔들어주었다.
  [창민경! 장난칠 때가 아니에요! 집중이나 해요!]
  “……네, 네.”
  그리고 그런 나의 행동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사냐 공주. 아, 옛날에는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굴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8월 2일, 그러니까 솔로모니아 해전이 끝난지 딱 일주일 되던 날, 적은 그동안 잠잠했던 이상한 휴식을 깨고 다시 공세로 돌아섰다. 지난 해전에서 함재기 피해가 생각 외로 컷던 모양인지 몇일 동안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던 후소군이었지만, 그 피해를 어느정도 매꾼 모양이었고, 에르데 제국 정보부는 적의 전력이 증강되었다고 우리에게 전해왔다. 그리고 덕분에 모두들 쫄아버렸고. 그나마 좋은 소식이라면 다수의 대공포와 해안포 몇문이 지원되었다는 것이지만, 별로 마음이 놓이지는 않는다. 뭐, 이제와서 투덜거려봤자 변하는건 또 없지만 말이야.
  결론적으로, 다시 재게된 공세의 첫 목표는……. 우리였다.
  [적기는 폭격기 7기, 호위기 11기로 구성되어 있다. 귀관들의 목표는 폭격기다!]
  하도 들어서 이제는 귀에 딱지가 앉을 상황이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 모양인지 지상 관제관 역할을 아직도 맡고 있는 켈더프 중령이 열심히 소리쳤다. 팔이 아직도 다 낫지 않은 모양인지 기사단 지휘권은 마울러 대위에게 넘긴 켈더프 중령은 다친지 몇주나 된 팔에 아직도 붕대를 감고 지상 지휘소에서만 붙박혀서 지냈다. 이유? 나도 모른다, 그런건. 솔직한 심정으로는 켈더프 중령이 당장에라도 하늘로 올라와 37 기사단 지휘권을 장악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왜? 37 기사단원들, 특히 마울러 대위는 내 명령이나 사냐 공주 명령을 전혀 듣지 않거든.
  [….준비! 알았어요? 창민경?]
  “응? 으응? 뭐라고?”
  [나참!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이건 실전이잖아요! 처음해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요?]
  ……나도 모르겠다.
  “미안. 뭐라고 했어?”
  [흥! 알아서 하세요.]
  “……미안해. 그러지 말고 좀 알려줘.”
  [전쟁터에서 정신이 빠져있질 않나, 그거에 공주라는 작자는 삐쳐있질 않나, 잘들 하는 짓입니다.]
  [대위! 지금 감히 공주 전하께……]
  [……그만, 에리카. 창민경, 다시 명령 하달할께요. 우리가 호위기들을 상대할 동안 37 기사단이 뚫고 폭격기 요격할거에요. 그러니 폭격기보다 호위 전투기 마크에 주력하세요]
  “……알았어. 미안.”
  [알면 됐어요.]
  뭔가 맥빠지고 시무룩한 소리로 내게 말하는 사냐 공주가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다시 마음ㅇㄹ 다잡고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엔진 상태, 무. 기총 상태, 무. 잠금 장치도 풀었고 플랩도 모두 정상 작동 된다.
  “나탈리, 마르살리온 소위, 둘다 무장 허가 자유. 교전에 들어가면 바로 공격이야.”
  [오케이~]
  [알았습니다.]
  어느새 수킬로미터 앞까지 다가온 적들을 보며 우리 편대에게 명령을 하달한 나는 즉시 날개를 흔들어 모두에게 신호를 보냈고, 우리 44 기사단의 3개 편대는 즉시 다른 고도로 분리되었다. 사냐 공주와 에리카 소령, 킬로 오스카 대위가 가장 낮은 4500의 고도에, 유나 중위, 카엘 중위, 베스퍼 카르카 중위가 중간인 5500피트에, 마지막으로 나와 나탈리, 그리고 마르살리온 소위가 고도 6000에서 머물렀다. 사냐 공주를 시작으로, 레이더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고도 3000 저고도에서 날아오고 있는 후소 편대를 향해 급강하를 시작, 최대한 정신 빠지게 해놓을 계획이니까. 일분, 이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느새 적기는 우리 전방 아래쪽 수백미터 앞까지 다가와있었다.
  [나와 유나 편대가 공격! 창민경은 상공 엄호하세요! 공격! 공격!]
  탤리 호!를 외치며 사냐 공주를 시작으로 아래 두개 편대가 모두 급강하를 시작했다. 우리의 접근을 이미 알고 있던건지 방어진을 짜고 맞서는 제로 전투기 11기들이었지만, 우리가 그런 방어진에 쉽게 말려들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1기에 화력을 집중해서 떨어뜨리고는 이탈, 그리고 기수를 들어 상승. 원형진을 파괴하는 아주 정석적인 기동을 해내며 6기의 블랙캣 전투기가 고도를 낮춰 강하한 다음 다시 기수를 쳐들고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 아래로 세기의 적기가 붉은 불덩이를 꼬리에 매단채 빙글빙글 돌면서 바다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적기는 8기. 적 폭격기들 위해서 저렇게 원형진을 그리고 있으니 37 기사단도 그닥 다가가고 싶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뭐, 우리가 길을 뚫어야지, 어쩌겠어?
  “나탈리, 마르살리온 소위, 이제 우리가 강하한다. 확실하게 적기를 잡고 고도 다시 잡는거야.”
  [[라져!]]
  두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동시에 기체를 왼쪽으로 뒤집었다. 이제 하늘이 아래, 바다가 위. 나를 잡아당기는 중력장의 중심을 향해 다이빙하면서나는 세심하게 러더를 차며 원형진을 만들고 있는 적기들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거리 표시계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고도계의 바늘과 속도계의 바늘이 반대방향으로 미친듯이 돌아간다. 몸을 조종석에 짓누르는 무시무시한 힘을 느끼며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적기의 조금 앞쪽에 조준간을 놓고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투퉁
  그리고 이탈. 결과를 볼 필요는 없다. 이탈한 다음 작은 루프를 그리며 재돌입하면 되니까. 내가 뭐 그리 좋다고 잡아당기는 중력의 힘을 가까스로 뿌리치며 원의 꼭대기까지 올라온 나는 조심히 고개를 돌려 우리 편대원들을 찾았다. 나탈리….. 는 뒤에 있고. 저 아래쪽으로는 8기에서 6기로 줄어버린 제로 전투기의 원형진의 틈새 사이로 쇄도해 들어가는 37 기사단과, 그들의 후미에서 엄호하는 사냐 공주의 편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뭔가 눈에 익은 기체 하나가 원형진을 따라가고 있었다.
  [어? 쟤 마르살리온 소위 아니야?]
  [비…비켜?!]
  가까스로 37 기사단의 블랙캣 하나와 충돌할 뻔 한 것을 비켜가며, 마르살리온 소위는 마치 춤을 추는 것 처럼 블랙캣을 놀리고 있었다. 남은 6기의 호위기들은 폭격기들을 노리고 들어가는 37 기사단을 막기 위해 기수를 돌리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뒤에서 나타난 마르살리온 소위의 전투기가 그들의 요격 기동을 방해했다. 격추를 해내는 것은 아니지만, 스쳐지나갈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제로 전투기 근처에 쏘아보내는 탄환들은 그들에게 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생긴 빈틈을 37 기사단원들이 놓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치고 들어갔다.
  돌파는 성공했다. 돌파는.
  대신 마르살리온 소위가 3기의 적에게 그대로 포위당했다는 것이지만.
  2기의 제로기가 거대한 삼각형의 두 꼭지점을 차지한채로 그녀의 후방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리저리, 날렵하게 회피기동을 시작하는 마르살리온 소위였지만 블랙캣으로 제로 전투기와의 저속 기동전에서 승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불가능하다. 나머지 4기의 제로기는 폭격기들을 향해 달려드는 37 기사단의 꽁무늬로 따라붙었고, 37 기사단과 함께 돌입한 사냐 공주의 편대는 다가오는 제로 전투기들을 방해하기 위해 한창 전투중인 상태였다. 유나 중위의 편대도 사냐 공주 편대의 후방으로 가세했고.
  즉, 지금 이상황에서 마르살리온 소위를 구출할 수 있는건 나와 나탈리 뿐이라는거다.
  “나탈리, 엄호.”
  [라져]
  고도 분리 명령과 함께 내 뒤를 따라오던 나탈리가 기수를 치켜들고 상승한다. 그대로 나탈리가 엄호 위치를 점령한 것을 확인하고는 강하 시작. 기수를 아래로 내리 찍었다. 마르살리온 소위를 쫒고있는 두기의 제로 전투기는 갑작스럽게 원형진 안에 난입해서 자신들의 목표를 헝클어놓은 난데없는 적을 반드시 죽이려는 모양이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서 견제를 하며 그녀의 기체를 박싱하는데 성공한 이들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마르살리온 소위의 기동을 하나하나 제한해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쐈다. 물론 조준은 하고.
  투투퉁
  블랙캣의 날개에서 뿜어져나온 노란색 줄기 6개가 마르살리온 소위의 왼쪽에 붙어있는 제로기 앞으로 스쳐지나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랐는지 살짝 틈을 보인 그 적기의 뒤로 재빨리 고도를 낮추며 다가갔다. 몇초 전까지만 해도 보이던 기체의 상부는 사라지고 이제는 통통한 아랫배만 보인다. 다른 하나의 적기도 당황한건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혹시나 모른 적의 증원을 확인하면서 나는 조준간 안에 들어온 적기를 향해 방아쇠를 세번 당겼다.
  그리고 전부 빗나갔다.
  아니, 빗나간게 아니라 적기가 피했다고 해야하나?
  내가 언제 기총을 쏠지, 언제 총탄이 도착할지 미리 알고 있었던 것 마냥 정확하게 그 타이밍에 롤, 기체를 360도 뒤집어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플랩을 쫙 펴버리고. 어, 어 하는 사이에 적기는 기수를 위로 치켜들고 마치 물 위를 떠다니는 나뭇가지 마냥, 그자리에 가만히 떠있었다.
  그리고 그 앞을 내가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두가지를 보았다. 하나는 놈의 캐노피 아래에 그려져있는 은색 여우의 얼굴, 그리고 파일럿의 미소. 나를 보면서 씨익 웃던 그 미소는 사냥감이 된 사냥꾼에게 보내는 조소였다.
  이제 우리는 길다란 하나의 줄로 나열된채 날아가고 있었다. 맨 앞에 마르살리온 소위, 그 뒤로 제로 전투기, 그 뒤에 나, 마지막으로 은색 여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웃기겠지만, 정작 당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다. 지금 유리한 것은 후소측. 나와 마르살리온 소위 중간에 끼인 놈은 어찌어찌 내가 처리할 수 있지만, 내 뒤의 은색 여우는 내가 어떻게 해도 처리할 수 없다. 아니, 사실 중간의 제로 전투기도 내가 처리할 수 없다. 여차해서 마르살리온 소위가 맞을 수도 있으니까.
  뭐, 그러면 도움을 받으면 되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 다음 조종간을 잡고 힘껏 뒤로 당겼다. 기체의 관성이 그 거친 손으로 나를 잡아 눌렀지만 지지않고 버틴다. 버텨야 사니까. 지금까지는 자신 앞의 동료기가 맞을 수 있다는 위험 때문인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놈의 기관포가 나의 상승을 보고는 지체없이 불을 뿜었다. 등 뒤에서 날아오는 기관포탄의 붉은 궤적을 보는건 별로 겪고 싶지 않은 무서운 경험이었지만, 어쩌랴, 이미 이렇게 되고 있는걸. 고도계의 숫자는 늘어나고, 속도계의 숫자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사실 이런 짓을 하는건 자살에 가까운 짓이다. 1 대 1이라면, 분당 상승력이 월등한 제로 전투기가 블랙캣 보다 유리하니까.
  그래, 1대1이라면.
  기체가 루프 기동의 4분의 1지점까지 왔을 때, 나는 잽싸게 조종간을 틀어 기체를 반바퀴 돌렸다. 갑작스러운 원심력의 변화에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이를 악 물고 참아낸다.
  “나탈리!”
  내 아래로 다가오던 은색 여우의 주변으로 예광탄 궤적들이 피어난다. 워낙 갑작스러운 기습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나에게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놈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몇발의 기관총탄이 제로 전투기의 익단과 충돌하고, 기체의 얇은 금속 표피가 벗겨지면서 앙상한 기골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수평비행중이라면 스쳐지나갔을 정도의 피해였지만, 놈은 당황한건지 중심을 잡을 수 없는건지 기체를 빙글빙글 돌리며 이탈했다. 그리고 그 뒤를 나탈리가 빠르게 쫒아갔다.
  [창민아!]
  “엄호할게!”
  이번에는 내 차례. 조종간을 쥐고 있는 손을 최대한 끌어당겨 수직 비행에서 수평비행으로 전환한 다음, 약간 고도를 낮춰 부족한 속도를 보강한다. 날개 끝이 날아가버린 은색 여우는 해수면 아래로 내려가버린 덕분에 전력에서 제외되어버렸고, 덕분에 나탈리는 곧바로 마르살리온 소위 뒤에 붙어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던 그 제로 전투기는 지금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눈 앞의 목표, 마르살리온 소위를 쫒을 뿐이었다.
  딱 10초 뒤, 나탈리의 기총에 놈은 폭발해버렸다.
  [전원, 전투 종료. 놈들이 퇴각합니다.]
  사냐 공주의 말과 함께 우리 모두는 전투를 중지하고 과나카날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늘의 전과는 대승. 폭격기 4기를 격추하고 제로 전투기 7기를 격추했다. 살아서 돌아가는 적 폭격기와 제로 전투기들도 이곳저곳 얻어맞아서 흉한 모습이고. 거기다 핸더슨 비행장의 폭격까지 막아냈기 때문에 우리의 기분은 최고였다.
  [……]
  마르살리온 소위 빼고
  [마르살리온 소위, 그딴식으로 하다가는 정말 자살하려 한다고 보고하고 군 병원에 넣을겁니다.]
  “왜? 오늘은 그래도 잘 했잖아?”
  [전투 도중에 아군기와 공중충돌하려고 하고, 거기다 나중에는 적기에게 추격까지 당했다고요? 그것도 단독 행동 하다가. 편대 비행의 중요성을 역설한건 창민경 아니었나요?]
  아니, 그건 그렇지만. 그….. 마르살리온 소위도 좀 뭐라고 해봐….? 어라? 없네?
  [마르살리온 소위라면 아까부터 네 뒤쪽에서 기동하고 있어]
  나탈리의 힌트에 뒤를 돌아보았다. 마르살리온 소위는 이리저리 여러 고도와 각도에서 나를 목표로 기수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조준 연습하냐?”
  [……그….그만 둘까요?]
  뭔가 당황한 목소리에 마르살리온 소위가 답했다.
  [당장 그만둬요. 훈련도 아니고 실탄 장전된 상태에서 창민경을 조준하다니, 그 무슨 무례한 짓인가요?]
  ​[​죄​…​.​.​죄​송​합​니​다​.​ 그만 두겠…..]
  “응? 아니야. 계속해.”
  마르살리온 소위의 말을 끊고 말했다. 연습하는데 뭐라 할 사람 없으니까. 거기다, 설마 마르살리온 소위가 나를 쏘겠어? 그런 신뢰도 있었다. 물론 내가 진짜로 쏜다고 하더라도 내가 피할 수 있다고 믿고서.
  “마음대로 연습해봐.”
  [예?]
  마르살리온 소위의 대답을 듣거나 말거나, 나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조종간을 냅다 내쪽으로 당겨 회피기동을 시작했다. 그 뒤 내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안 마르살리온 소위가 따라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 둘은 연료가 빙고 상태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하늘 위에서 춤을 췄다. 이리저리 얽히고 섥히면서.
  [……경쟁자가 너무 많아지는데 위험한거 아닌가요?]
  [……창민이가 원래 그렇지, 뭐. 뭘 기대하고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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