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tie 029 - 저 말이에요..... 이제 감을 좀 잡은 것 같아요 Part 1
그래서 그날, 그러니까 8월 2일 이후, 나와 마르살리온 소위는 매일 같이 연습했다. 기동 말이야, 기동. 매일 아침과 저녁의 초계 비행에 스스로 자원한 마르살리온 소위는 나를 목표로 이리저리, 기동 및 조준 연습을 했다. 내 등 뒤로 실탄이 장전된 기관총이 겨누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이미 도와주기로 결정했는걸 어떻해.
그렇게 연습을 진행한 3일 동안 후소 제국은 정말 고맙게도 한번도 공격해오지 않았다. 전력을 가다듬는 모양이지만, 덕분에 우리도 약간이나마 휴식을 취하며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와 마르살리온 소위는 초계 비행을 계획보다 조금 오래하면서 연습해도 별다른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고.
……점점 늘어나는 사냐 공주의 감시와 분노의 눈초리는 어쩔 수 없었지만.
그리고 마침내 8월 5일.
[스카이 리더에서 각 편대기에게. 임무 전파할게요.]
그동안의 휴식과 충전을 끝낸것인지 후소 제국은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잠잠해있던 하늘은 다시 강철 날개를 퍼덕이며 먹이를 노리는 죽음의 새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공격의 첫번째 타깃은, 바로 우리 보급 선단이었다.
[갈라 섬 북부 해역에서 아군 수송선들이 공격 받고 있어요. 선원들의 육안 보고에 따르면 상대는 베티입니다.]
2개의 핑거 포 진형을 짠 채 날아가는 우리 44 기사단을 이끌며 사냐 공주가 말을 이었다.
[적기의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불명. 많아.]
Many. 최소 5기 이상은 있다는 말이군.
[스카이 트리. 할 말은 없나요?]
“베티들은 뇌격을 위해 수면 가까이 내려가있을거야. 호위하는 제로기는 조심하면서 베티를 상대해. 엘레멘트끼리 상호 엄호 확실히 해주고.”
후두 마이크 송신 버튼을 누르고 있는 손에 다시 한번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적기의 연료는 아마 10분 분량만 남아있을거다. 격추까지 가지 않고 밀어내기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해. 무리하지들 말도록. 이상.”
[다들…… 무모한 짓은 하지 말고 잘 살아서 돌아오도록 해요. 스카이 리더, 아웃.]
사냐 공주의 무전을 마지막으로 편대망 안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을 지킨 채 10분 거리의 갈라 섬 앞바다로 날아갈 뿐이었다. 초록색 사막으로 뒤덮힌 작은 섬 너머의 푸른 바다 한가운데, 검은 연기 기둥이 여러개 올라오는 곳으로.
점점 가까워져가는 전투 해역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살짝 흐릿하게 껴있는 해무 아래로 십수기의 녹색 섬들이 들락날락, 수면 주변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간간히 안개 사이로 불꽃과 물기둥이 치솟는 것이 눈에 들어오는건 덤. 함선의 대공기관총에서 뿜어져나오는 것인지 예광탄들이 안개를 뚫고 하늘 높이 치솟기도 했지만, 정작 적기에 명중하는 포탄은 몇발 없었다.
11 척의 수송선들은 옹기종기 모여 허공에 불꽃의 수를 놓으며 저항했지만, 베티들은 이들을 하나하나, 바깥부터 하나씩 사냥해나가고 있었다. 아, 또 하나 맞았네.
[적 발견. 숫자 다수. 4시 방향에 5기, 11시 방향에 3기가 뇌격 코스로 돌입했고, 12시 방향에서 3기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스카이 00, 스카이 리더. 스카이 트리와 스카이 포는 4시의 적기를, 스카이 파이프는 나와 같이 11시를 공격합니다. 이상, 스카이 리더 아웃]
날개를 한번 흔들고 편대를 풀어 왼쪽으로 날아가는 사냐 공주와 유나 중위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스카이 트리라면 나. 그리고 스카이 포라면 나탈리. 원래라면 나와 나탈리가 같은 엘리멘트에 있어야 하겠지만 오늘은 약간 다르기 때문에 엘리멘트 리더인 나와 나탈리를 호출한거다. 나탈리의 윙맨은 펠츠 소위. 그리고 나의 윙맨은……
[스카이 트리, 스카이 에이트.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으니 어서 허가를, 오버!]
……오늘만이지만 마르살리온 소위다.
아무래도 불안했거든. 윙맨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나갈 기세라서 내 윙맨으로 오늘만 날기로 했다. 아마 교전이 시작되면 내가 윙맨이 될 기세이지만.
가볍게 날개를 흔들어 편대 대형을 핑거포로 전환하도록 명령해놓은 다음 정신을 최대한 집중해 수송선단을 바라보았다. 5기의 베티는 라이트 에셜론 대형을 취한 채 가장 외곽에서 대공포화를 쏟아내고 있는 호위 구축함과 그 뒤에서 열심히 도망치는 수송선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슬슬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어뢰를 떨어뜨리겠군.
벌써 11시 방향에서 진입하던 베티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사냐 공주의 편대를 보며 입을 열었다.
“명령 전파한다.”
현재 우리와 베티의 거리는 대략 2km. 공격 포지션까지 다가가려면 아직 2분정도 더 걸린다. 물론 그건 직선으로 달려갔을 때의 거리고, 실제로 포지션을 잡으려면 한 3분정도는 족히 걸리겠지. 수면에 붙어있다시피한 베티들과 5000피트에서 날고있는 우리의 고도차를 생각한다면 말이야.
“나와 스카이 에이트가 먼저 가장 왼쪽의 베티를 공격한다. 우리가 이탈한 직후 스카이 포와 식스가 후속해서 그 옆의 베티를 공격한다. 그 이전까지 포와 식스는 고도 유지하며 엄호할 것. 공격 직후 상승해서 재돌입 위치로 이동한다. 무리하게 격추하려들지 말고 적기를 밀어내는 것에 주력하도록. 지금 급한 것은 격추가 아니라 놈들이 뇌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거다. 이상.”
[[Affirm]]
대답을 받자마자 나는 수신호를 보내 편대간의 간격을 벌렸다. 각 엘레멘트씩 따로따로. 5000피트에서 3000피트로 내려오며 속도를 얻은 우리는 뇌격을 위해 돌입하는 베티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베티 측면에 그려져 있는 커다란 빨강 원이 육안 식별이 가능할정도로 가까워지는 것도 순식간.
“인그레스 준비! 전기 무장 사용 자유. 이제 하강한다!”
기수를 거칠게 숙이고 딥 다이브에 들어간 나. 마르살리온 소위가 뒤에서 따라오는지 않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그저 믿을 뿐. 측면을 무방비하게 노출한 베티를 향해 달려들던 나는 적기와의 거리가 3000피트 정도 남았을 때 조종간을 옆으로 뉘었다.
순식간에 기체가 오른쪽으로 60도 가량 기울어짐과 동시에 조종간을 잡아당겨 기수를 들어올리자 베티가 조준간 안에 들어왔다. 황급하게 고도를 높히며 회피기동을 시작하려는 베티들이었지만, 무겁고 둔중한 폭격기 따위에게 질 블랙캣이 아니다. 아무리 기동성이 좋지 않은 블랙캣이라고는 하지만.
꼬리부터 머리까지, 기수가 움직이는 그 찰나의 순간동안 방아쇠를 당긴 나는 결과고 뭐고 볼 여유도 없이 곧장 기수를 들어 고도를 높혀 이탈했다.
[스카이 트리, 스플래시 원]
다시 올라온 고도 3000피트에서 슬쩍 뒤를 바라보니 베티의 숫자는 5기에서 4기로 줄어들어 있었다. 뇌격을 하려면 150피트 이하의 저공으로 내려와야하기 때문에 약간의 고도를 잃어버려도 수면에 충돌하기 십상. 오히려 지금같이 뇌격을 위해 일직선으로 비행하는 베티들을 격추하는건 까다로운 일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없다는게 흠일까? 적이 너무 많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베티만 5기에, 사냐 공주와 교전에 들어간 베티가 3기, 공격후 이탈한 베티가 2기. 거기다 멀리서는 보지 못했던, 해무 속에서 아군 수송선들을 사냥하고 있던 베티 8기가 추가로 나타났다. 이들 17기 중에서 10기는 벌써 어뢰를 발사했고, 1기는 격추한 덕분에 당장 상대해야하는건 6기의 베티가 전부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은 전부 뇌격 코스에 들어가 있으니 시간이 촉박한건 마찬가지나 다름 없다. 우리가 오는 동안 벌써 3척의 수송선이 격침당했으니까.
[스카이 트리, 스카이 포. 후속하겠다.]
“라저. 엄호한다. 스카이 에이트?”
[스카이 트리, 식스에 붙었다.]
해무와 그 위의 짙은 회색빛 하늘을 경계하기 시작한 우리를 제치고, 나탈리와 펠츠 소위의 엘레멘트가 강하를 시작했다. 나와 같은 진입 코스를 타고 돌입한 스카이 포와 식스의 기총이 몇번 불을 뿜자 우리의 공격에도 꿈쩍하지 않던 베티 하나가 불덩이가 되어 잿빛 바다와 쾅! 격돌했다. 수면 위로 흩뿌려진 기름이 붉게 타오르고, 그 위로 아직도 살아있는 베티 3기가 고도를 높이며 날아갔다.
십몇초만 더 들어갔어도 뇌격에 성공했을테지만, 우리의 공격에 당황한 나머지 때를 놓쳤고, 이미 어뢰의 최소 사거리 안에 들어와버려 별 수 없이 재돌입하려는 모양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스카이 포, 스위치 한다. 엄호하라.”
[스카이 포, 스위치 하겠다.]
“스카이 에이트, 이제 하강한다. 딱 붙어서 놓치지말라고. 저래봬도 폭격기 치고는 꽤나 날렵하니……”
[창…..스카이 트리! 위험해!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