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tie 029 - 저 말이에요..... 이제 감을 좀 잡은 것 같아요 Part 2
나탈리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뒤, 정확하게는 6시 방향 위쪽에서 한줄기의 광선이 내 앞쪽의 공기를 내리찍었다. 재빠르게 롤, 나를 향해 날아드는 예광탄들을 피하려고 했지만, 벌써 몇개의 커다란 구멍이 오른쪽 날개에 새겨져 있었다. 크길 보면 대략 20mm?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내 머리 위로 검은 그림지 여섯개가 스쳐지나갔다.
아차,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제로다!]
우리가 공격하는데도 안나타난다 했더니 매복했었나보네. 나를 덮친 다음 고도를 낮추며 이탈한 6기의 제로기들은 강하하면서 붙은 속도를 이용해 줌 클라이밍을 하면서 다시 고도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퍼뜩, 정신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스카이 에이트, 마르살리온 소위가 걱정 되니까. 다행히 마르살리온 소위의 블랙캣은 멀쩡해 보인다.
“멍하니 있지 마, 스카이 에이트! 편대 풀어!”
평소라면 편대를 이루어 비행하는걸 선호하는 나지만, 지금은 다르다. 괜히 뭉쳐있다가 아까처럼 기습을 받으면 둘다 피탄될 가능성이 용이하니까. 거기다, 어느정도 거리를 벌려 놔야지 서로 후방 경계가 가능하다.
아니, 뭐 그렇다고.
[스카이 에이트, 편대 분리합니다.]
“스카이 포와 스카이 식스는 적 폭격기를 요격한다. 제로는 우리가 방해하겠다.”
[폭격기 요격하겠다. 이상.]
아직 나탈리와 펠츠 소위는 엄호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차라리 우리가 제로 전투기를 상대하는 동안 비교적 저공에 머물러있던 나틸리의 편대가 베티를 상대하는게 효율적이다.
내 명령에 따라 3000피트로 올라오던 블랙캣 2기는 그대로 루프, 다시 수면을 향해 하강을 시작했다. 베티 정도는 두사람이 해치울 수 있다. 문제는 우리 편대원들 뒤로 따라붙은 제로 전투기 6기.
“스카이 포, 7시 방향에 적 전투기. 스카이 에이트, 스카이 식스 후방 엄호해. 스카이 포는 내가 엄호하겠다.”
[스카이 에이트, 스카이 식스 후방 엄호합니다]
둘로 나뉘어 꼬리에 따라붙은 제로 전투기 소대에 따라 붙는 우리. 1개 전투기 소대가 3기로 이루어져 있는 후소 제국의 비행소대는 바짝 붙은 트라이앵글 진형을 이루고 빠르게 스카이 포의 뒤로 접근하고 있었다. 적기를 확실하게 쳐내기 위해서는 다른 위협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줄 필요가 있겠지.
“스카이 트리로부터 포에게. 지원하겠다. 신호하면 도망쳐!”
[라….꺄아악!]
나탈리의 대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주변에서 물기둥이 치솟았다. 나탈리의 꽁무니를 잡아챈 3기의 제로기는 최대한 빨리 끝내고 상승하려는 듯 기관총과 기관포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블랙캣의 얇은 금속 외피가 벗겨지고, 금속 가루가 안개 사이로 흩어지는동안, 나탈리는 필사적으로 기체를 이리저리 꺾으며 회피기동을 하기 시작했다.
폭격기를 노리려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힘들어보이는데.
“스카이 포, 폭격기는 포기하고 이탈해!”
[라…라져!]
내 명령과 함께 기수를 번쩍 치켜든 나탈리의 블랙캣이 고도를 높이며 하늘 높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뒤쫒는 파파라치들 처럼 제로 전투기들이 따라붙었다. 무겁디 무거운 블랙캣보다 상승력이 좋은 제로에게 나탈리가 따라잡히는건 순식간. 하지만 그렇게 놔둘소냐.
급상승 해서 고도를 확보한 직후 루프를 하려던 것 처럼 상승하던 나탈리는 갑작스럽게 배면을 뒤집고 S자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제로 전투기들도 황급히 따라가며 자신의 목표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틈이 너무 길었다. 잠깐이나마 둔중해진 제로의 하얀색 날개 약간 위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날아간 예광탄 줄기들은 깔끔하게 제로의 날개를 반으로 갈랐고, 적 소대장 좌측에 위치하고 있던 적기는 그대로 균형을 잃은 채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반격에 놀랐는지 편대를 풀고 흩어지는 두 제로기를 두고 고도를 올린 나는 나탈리의 좌측 후방으로 다가갔다.
[스카이 트리. 어때? 심각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 전투 불능 수준이구만. 동체와 주익 쪽에는 탄공 몇개만 남아있지만, 문제는 꼬리날개. 20mm 기관포에 직격당했는지 러더를 감싸고 있던 얇은 알루미늄 판넬들은 전부 어디가고 앙상한 골격만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비행이야 가능하겠지만 저 상태라면 전투 기동을 할 수 없는거다.
“스카이 에이트, 어디냐?”
나탈리에게 대답 대신 주변을 둘러보며 스카이 에이트, 마르살리온 소위를 찾기 시작했다. 아, 펠츠 소위랑 같이 폭격기를 공격하고 빠져나오고 있구나.
[스카이 트리, 스카이 원. 들리나요?]
“스카이 원, 여기 스카이 트리. 수신 양호. 말해”
[이쪽은 베티 셋 격추했어요. 지금은 유나 중위가 제로기와 교전 중, 총 6기! 그쪽은요?]
“이쪽도 마찬가지. 제로 여섯이 튀어나왔고, 그중 하나 격추했어. 스카이 포가 피탄당해서 기지로 귀환시킬게.”
[스카이 세븐도 주익을 피탄당했어요. 기지까지 동행시킬게요. 스카이 세븐, 포를 기지까지 호위해주세요.]
[파이프, 라저.]
상처입은 블랙캣의 기수를 돌려 남쪽으로 날아가는 나탈리와 스카이 세븐을 향해 가볍게 날개를 흔들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기수를 바다 위의 지옥으로 돌렸다.
[스카이 트리, 스카이 에이트. 베티들이 도망갑니다. 즉시 추격하겠습니다.]
“어차피 여기서 너무 오래 머물렀어. 추격 안해도 상처입은 놈들은 중간에 떨어질거야. 식스와 에이트는 즉시 상승, 제로기와 교전하라. 나도 합류하겠다.”
[식스, 오스카 마이크]
[에이트, Affirm]
연료 문제도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를 기습한 제로기의 존재였다. 호위기들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교전하고 있던 수송선단에서는 아무런 보고가 없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는 불명. 지금 폭격기 근처에서 원형 방어진을 펼치고 우리의 접근을 경계하는 5기의 제로기와, 사냐 공주 편대와 교전중인 제로기 6기를 제외하고도 더 있을 수도, 아니면 이게 전부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짙게 낀 해무 때문에 해수면 근처에서 뭐가 보여야 말이지.
5기로 원형진을 펼치기에는 조금 적은 감이 있지만, 상대는 선회전의 대가인 제로센. 플랩을 펴고 선회전으로 끌어가려는 적의 의도에 그대로 말려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 이럴 때는 상대 고도를 확보해준 다음 일격일탈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지.
“식스, 에이트. 3000피트까지 상승한다.”
따라오는 것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기수를 쳐들고 고도를 높힌 나. 벌써 저 멀리 멀어져버린 베티들 뒤에 남아 우리의 추적을 차단하려는 제로기 조종사들에게 갑자기 연민의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제 다들 차가운 바다로 퐁당 빠질거니까.
“스카이 식스, 에이트, 스카이 트리. 지금까지 했던대로, 일격 후 곧바로 이탈해서 고도를 회복한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몸조심할 것. 이상. 전원 하강!”
편대원들에게 한소리 늘어놓은 다음 곧바로 다이빙. 가장 가까운 제로기를 노리고, 조금 앞쪽을 향해 기관총탄을 퍼부었다. 쳇, 내 사선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그대로 피해버리는 제로 전투기. 공격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주저 없이 조종간을 잡아 당겼다. 조금 더 하강해서 전투를 벌이다가는 자칫, 원형진에 휘말려버릴 수 있으니까.
“스카이 트리, 이탈한다.”
[스카이 식스, 진입합니다.]
내 뒤로 들어온 펠츠 소위의 일격. 예광탄 샤워를 맞은 제로기 한대에서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지만, 급소를 맞추지는 못한 듯 멀쩡하게 날고 있다.
[……식스, 이탈합니다]
[에이트, 진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르살리온 소위. 내 옆을 스쳐지나가면서 빠르게 강하하는 그녀의 블랙캣은 방금 전 펠츠 소위의 공격에 상처를 입은 제로기였다. 조금의 틈이라도 주지 않으려는 듯 번개처럼 다가간 그녀의 블랙캣에서 불이 뿜었고, 수십발의 탄환을 얻어맞은 그 제로기는 검은 연기와 파편을 온 사방으로 뿌리며 공중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에이트? 에이트? 트리, 식스입니다만….. 에이트가 올라오지 않습니다?! 에이트, 지금 뭐하는건가?]
그리고 첫 일격 직후, 마르살리온 소위는 올라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