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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Everlasting Snow ~북두배로 가는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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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You




휴우-.
쿄타로는 몇 번이나 구교사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그냥 집에 가버릴까, 그런 생각이 살며시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있는건, 언제까지 피할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뭐라 해야할까...’

대충 아는 사람이라고 속여야할까.
아니면 사실대로 말해야할까.
사실을 말한다면 어디까지 말해야할까.
내가 사실은 프로 바둑 기사라는데까지?
내가 바둑판을 떠나 키요스미에 온 이유까지?
그렇다면 그 이야기도 해야한다.  그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할수 있을까?

“....”

쿄타로는, 발걸음을 떼어 구 교사안으로 들어섰다.

지금 동아리 방으로 쓰이는 구교사, 4층. 가진 외진 자리. 그곳에 위치한 키요스미 마작부.
쿄타로는 뚜벅 뚜벅 걸어가며, 마작부 팻말을 보았다. 그리고 진지했던 얼굴을 한순간에 지워버리고, 평소의 그녀들이 알고 있는 [모습]으로 돌아간다.

드르르-.

“안녕하세요! 어제는 갑자기 손님이 와서, 먼저 가게 해서 죄송해요. 아키라씨는 사실 제가 잘 아는 분의 친구분이에요. 마침 어제 나가노에 볼일이 있어서 여기까지 내려와서, 저를 보러왔데요.”
“.....”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쿄타로는 과장되게 아키라에 대한 소개를 끝마친다.

“아, 모두들 이거 받으세요. 타케이 선배랑 소메야 선배가 아키라씨의 팬이란걸 들어서 싸인 받아왔어요.아, 물론 너희들 것도 있어.”

그러면서 주섬 주섬, 책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 작탁에 앉아 있는 소녀들에게 건내준다.
히사는 그 스케치북을 한참을 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고마워 스가군.”
“뭘요. 이 정도는 별일도 아닌걸요.”
“별일이 아니긴, 간만에 만난 지인일텐데. 우리까지 챙겨줄 필요 없었는데.”

마코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백지를 보며,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이내 유키가 입을 열었다.

“자, 잘했다규! 개. 어제는 감히 주인님을 멋대로 보내버려서, 혼내주려 했는데, 싸인이라니. 오늘만은 특별히, 타코를 만드는것만으로도 봐주겠다규!”
“....너는 항상 나만 보면 만들어 달라고 하잖아.”
“그게 개에 대한 나의 애정이라규!!”

엣헴.
하고 빈약한 가슴을 쫙 피는 유키를 보며, 쿄타로는 발끈 하면서도 속으로 안심을 했다. 그래, 어떻게든 넘어갔다. 
넘어 갔는데.....

“자, 그럼 쿄타로도 왔으니, 부활동 시작하자. 쿄타로도 간만에 와서 치는게 어때?”
“에, 저말인가요? 아뇨. 괜찮아요. 저는 어제 정리하다만 패보가 있어서, 그거 마저 정리하려구요. 저보다는 소메야 부장이 쳐주세요.”
“어지간히, 배려심이 넘치는구나. 넌”
“아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넘어갔는데....
뭔가 어색하다. 쿄타로도, 그녀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곳에 대한 말은 없다.
쿄타로는 아직 과거를 말할 각오가 부족하다.
그녀들은 그와 이어져 있던, 관계가 부셔질 것이 두렵다.
사키의 말처럼, 쿄타로가, 진실을 알게 되면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동화속의 주인공처럼 보여서, 그대로 환상처럼 사라져버릴거 같아서 그대로 침묵을 선택했다.

하지만-.

​“​.​.​.​.​스​가​군​은​.​.​.​”​

단 한명의 소녀는 그렇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된다. 
아무리 모른척해도 이미 알게 된 건 알게 된 것이다. 
아무리 서로 눈가리고 아웅거려도, 언젠가는 터질 일이다. 
아프다고 외면한다면, 그 상처는 더욱더 벌어질뿐이다. 

그러니까-

“스가군은, 우리를 ​바​보​취​급​하​는​건​가​요​.​.​.​.​?​”​
​“​.​.​.​.​어​.​.​.​?​”​

컴퓨터로 향하던, 소년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춘다. 작탁쪽을 쳐다보니, 한 소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도​카​.​.​.​?​”​
“왜요. 아닌가요? 북두배의 천재, 신동, 바둑의 귀공자 스가 3단.”
“노도카쨩!!”

노도카의 말을 막으려는 듯 사키가 큰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누, ​누​구​에​게​.​.​.​그​걸​.​”​
“어제 당신을 찾아온 기자에게 들었어요.”

 소녀의 말에 쿄타로의 눈이 떨려왔다. 심장이 쿵쾅 쿵쾅 떨려왔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었다. 기자가 올거 라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분명 바둑 인구는 줄어가고 있지만, 그것은 신규 유저가 유입을 하지 않은 것 뿐이다. 아직도 바둑을 즐기는 사람은 충분히 많았고, 그들에게 스가 쿄타로는 어느 무엇보다 강렬히 새겨져 있다.

 대중이 궁금해 하는 것은 곧 돈이 된다는 뜻이다. 언론사들이 주목하지 않을리 없다. 
 특히 쿄타로같이 한때 천재라고 불렸으면서, 갑작스레 사라져 버린 기사라면 가쉽거리도 충분하다. 음모론이나, 쓰레기 기사를 낼만한 소재도 충분하다. 갑작스레 사라져 버린 프로 기사가 고등학교 여자 마작부 매니저 짓이나 하고 있으니, 충분히 기사거리가 될만 했다.

​“​.​.​.​.​그​렇​구​나​.​”​

 자신이 안일했다. 이미 자신의 행적이 들킨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은 아니더라도 그녀들에게는 말해야했다. 자신에 대한 기사가 나가면서 그녀들이 좋게 나갈 보장은 없다. 어쩌면 가쉽을 위해서 스캔들처럼 만들지도 모르고, 어쩌면 자신이 몰래 그녀들을 지원한 것을 빌미로 이상한 기사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렇다면 피해를 보는건 그녀들이다.
 그녀들이 인터하이에서 우승한 것은 그녀들만의 성과다. 프로기사 스가 쿄타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 때문에 그녀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안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또다시 그녀들의 상냥함에 기대려고 했다. 주먹이 꽉 쥐어진다. 손톱이 그대로 살갗을 파고 든다. 노도카를 정면으로 보기 힘들어져,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만다.

“....미안.”
“저는,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게 아니에요. 왜 그랬는지가 듣고 싶을 뿐이에요.”
“노도카쨩! 그만해!! 쿄쨩은-.”

사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노도카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노도카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요. 사키씨. 이건 확실히 해야해요. 왜냐면, 몰랐으면 모르되, 이미 알게 되었으니까요. ”
“왜! 왜! 그렇게까지 알아야하는데, 쿄쨩의 과거는 관계없잖아. 쿄쨩이 왜 그랬지 따위는 관계 없잖아요!”
“그러지 않으면, 스가 쿄타로라는 사람이랑은 진실한 친구가 될수 없으니까요!!!”
“?!”

노도카의 큰 소리에, 사키가 한순간 말을 잊은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의 사생활을 캘 생각은 없어요. 친구라도 지켜져야 할 사생활은 있으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이미 우리는 스가 군이 한일을 알고 있는데, 그리고 스가군은 우리가 항상 힘들 때 마다, 도와줬는데. 스가군은 우리의 모든 걸 알고 있는데....”

 노도카 본인이 아버지와 대립할 때.
-그는 멋대로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말해줬다.

 사키가 테루와 앙금이 남아 있을 때.
-그는 양 옆을 왔다가며, 자매 싸움의 중재를 맡았다.

 히사의 소원도.
-그는 인터하이 재패라는 그녀의 소원을 위해서 스스로 잡무에 힘을 썼다. 어제 그 기자 말대로라면 우리 몰래 지원금까지 내주고 있었다.

 유키의 응석도.
-그는 유키의 응석에 항상 응해줬다. 그녀가 원하는 이상적인 오빠의 모습을 보여줬다. 장난에 어울려 주며, 그녀가 최고의 컨디션을 낼수 있도록 그 집사에게 요리까지 배웠다.

 마코의 사정도
-집안 심부름으로 연습이 어려운 그녀를 위해 그녀가 할 일을 그가 대신했다. 그는 알바를 했을 뿐이라지만, 그가 마작부에 댄 금액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없었다.

 전부 쿄타로는 알고 있다.
 그리고 자기 멋대로 도와줬다.
 그런데,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이미 알게 되었는데도, 그걸 숨기려한다. 
 그런거-.
 그런거....

“...너무 치사하잖아요. 서로 속이고, 속이는 그런 관계, 친구라고 할수 없어요.”

눈물이 방울 방울 지어져, 흘러내린다. 모두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만해, 사키.”

한숨을 내쉬듯, 그가 말했다. 고개를 들어 모두를 쳐다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었다. 

​“​.​.​.​.​.​죄​송​합​니​다​.​ 속일 생각은 아니었어요.”
“쿄타로...”

마코가 조용히 그를 부른다. 그는 힘없이 머리를 긁적이었다.

“인터하이가 끝난 후에 말했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아마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조금 긴 이야기가 될거 같네요.”

소년은 살짝 웃었다. 그 웃음은 평소 쿄타로가 짓던-그 또래 아이들의 쾌할한 웃음이 아니었다. 어딘가 씁쓸하면서도, 어른스러운 웃음. 히사가 처음 소년을 봤을 때 짓던 그 웃음이었다.

‘도망치지 않기로 했잖아.’
인터하이의 정상에서 웃고 있는 그녀들을 보며.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잖아.’
어느 무엇보다 빛나고 있는 소녀들을 보며. 소년은 그리 다짐했다.

“....차와 다과를 준비할게요. 이야기는 그 이후에 시작하도록 해요.”

스가 쿄타로에게 있어, 소녀들은 [다짐]이었다. 
그녀들을 보고, 자신도 조금은 용기를 얻었다. 
그녀들을 보고 도망만 쳐서는 안된다는걸 배웠다.
그러니까, 그녀들에게는 말하자. 나의 과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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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마 4국, 5국 정도로 완결이 될거 같네요.
2)오늘 붙인 제목은 쓰르라미 울적에 OST you 에서 따왔습니다.
3)어제 해팬게에 달아주신 리플을 보고 조금은 기운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이상 청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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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청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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