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장
반년 전, 나는 내 우상(우정)과 사랑을 저울질 했다. 고등학교 봉사부 시절, 그들로부터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듯, 잃는 것도 생겨났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은 편이니까, 깊게 생각할 수록 잘 모르겠지만, 그저 베스트 프렌드를 잃고 연인을 얻었다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겠다.
고교 졸업식날, 겨울의 끝자락 봄이 다가오는 계절, 우리 모두는 다른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나는 초조했었다. 이제는 학교에서 만날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하니, 마치 그와 그녀가 떠나버릴 것 같아 결심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힛키, 특별동 건물 뒤편에서 기다릴게. 꼭 와줘.’
모래 밟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따스한 바람이 불고, 두 손에 힘이 들어간 나는 심호흡을 했다. 얼굴에 너무 티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힛키, 여기야.”
“어, 유이가하마. 뭔 일이냐?”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부끄러워서 그런 걸까? 주머니에 넣어 두던 그의 손은 안절부절 못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역시 무슨 일 때문인지 다 알고 있다.
“힛키, 그렇게 모른척해도 안 돼. 제대로 날 봐.”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잡고 돌려 서로가 정면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응시한다. 으아, 아아.. 너무 대담했나? 심장의 고동이 멈추지 않는다.
“유.. 유이가하마?”
“히.. 힛키!”
“네.. 넵.”
“그... 있지. 나 말이야. 그러니까 으....”
그는 비겁하다. 여자아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알아주지 않는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치사해, 힛키. 왜 모르는 척하는 거야. 다 알고 있잖아 내 마음.”
내가 쫓아가면 항상 그는 도망 다녔다. 데이트 약속도 흐지부지 핑계를 대면서 하지 못 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마지막에는 놓치지 않을 거다. 두 눈을 꼭 감고 내 본능에 충실했다.
“어? 아아!.. 유 유 유 유 유 유이가하마”
“싫어, 이젠 놓지 않을 거야. 내 옆에 있어줘, 힛키.”
양 팔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가 그를 좀 더 꼭 껴안았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을 그다. 내 소중한 것들을 지켜주었고 내 세상을 컬러풀하게 만들어 주었다. 정말 좋아해 힛키.
“알았어, 유이가하마. 일단은 내 말을 좀 들어줘.”
“응.”
“그전에 이제 그만 떨어져줄래?”
“싫어.”
“큭, 제대로 말 할 거니까. 도망가지 않을 거니까. 날 믿어줘.”
“정말?”
“물론이지.”
“알았어.”
살며시 그의 품에서 떨어진다.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지만 그의 요구에 응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보자.
“풋, 아하하하! 힛키, 얼굴이 아하하!”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홍당무처럼 붉어진 그의 얼굴, 쿨한 척 아무렇지도 않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는 그의 노력이 더 큰 웃음을 주었다. 역시 그가 있으면 행복하다.
“힛키, 나 역시 널 만나서 행운이라 생각해. 좋아해 힛키.”
“남자인 내가 먼저 말하려했는데. 그래, 나도 유이가하마 좋아해. 부족한 나지만 나랑 사귀자.”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깐, 그날부터 우린 그녀를 만났을 수 없었다.
연락해도 받지 않았고, 집에 찾아가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학진학 후, 그녀가 다니게 될 학교에서도 그녀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학교 측에서는 입학 전 등록을 취소했다고 한다. 하루노 언니에게도 물어봤지만 대답해주지 않는다. 역시 다 알고 있던 걸까? 그녀와 나, 우리는 서로 알고 있었다. 누군가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우리들의 청춘은 언제가 끝나고, 모든 일에는 결말이 있다는 걸, 이성으로는 알아도 역시 마음은 아플 거다. 하지만 그녀에게 사과하는 건, 그녀에게 더 가혹한 일이기에 그녀를 내 청춘의 한 페이지에 간직하기로 했다. 유키농에게도 언젠가 행복이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