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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변조종기 엑사베리온


투고 | alphase

그것들, 바뀌어버린 일상 (4)


 "일어나라."

 시훈이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자 가면을 한 손에 쥐고 날 노려보고 있다..

 "지금이 몇시라고 생각하나?"

 아.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어버렸지.. 하아. 한숨을 푹 내쉬고 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나 어제 집중적으로 안마를 받은 등이 너무나 아프다. 데굴데굴 구르고 싶을 정도.. .. 아. 그래. 그 장본인이 여기에 있구나.

 "하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흐앗!"

 이불을 손에 쥐고 일어나기 싫다는 듯, 데굴데굴 구르는 돌발행동을 일으키고.. 상대가 당황하는 이 순간에 생기는 빈틈을 노려 발을 위로 차보았지만, 아무것도 발에 닿는 감각이 없다. 훌륭하게 회피했습니다. 내 발차기는 멋지게 빗나갔습니다.. 라는 거겠지. 이거. 그 탓에 등은 더 아파온다. 발차기가 빗나가서 더 아프다. 진짜로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10년은 이르다. 빨리 탑승해라. 얼마나 기다렸다고 생각하는거냐?"
 "아오.. 아프다.. 그러니까, 이렇게 아침 댓바람부터 발로 차이고 싶지 않으면 적당히 좀 두들겨 주시란 말입니다."
 "아직 팔팔하군. 어때. 더 아파볼텐가?"
 "사양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이 인간도 단 한마디도 져줄 생각을 않는구만. 진짜.

 [Move Type - Hover]
 ​[​T​r​a​n​s​f​o​r​m​a​t​i​o​n​ - Default]

 꿈에 팽이가 나온 게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팽이를 일컫는 말이.. 'Top' 이었던가. 변형 목록을 눌러보았다.

 [Default : The tower]
 [???]
 [???]
 [???]
 [???]
 [next ​5>>​]​
 
 [Please input the name]

 ... Default.. 기본 밖에 없는거냐. 그리고 이 형태의 이름은 The tower. 탑. 그 와중에 'input' 어쩌고 하는 녀석이 보여, 눌러보자, 작은 메세지 창이 떴다. 그 안에 무언가를 입력하게 될 수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Top라고 적어보았다.

 그러자, ???중 한개가 the Top으로 바뀌었다. 흥미로운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걸로 바꿔보기엔 무리수가 있어보여 Default 상태로 놔두기로 하고. 화면을 켜기로 했다.

 [Vision ON]
 ​[​C​o​n​n​e​c​t​e​d​]​
 -"준비는 되었나?"
 
 시훈이 형이 통신을 건 타이밍이 하필 시야를 켠 순간이라. 구석에 Voice Only라는 말 대신 하얀 점이 나와있어 좀 눈에 좀 거슬렸다. 오류라도 난 건가.. 일단 저 하얀 점을 없애기 위해 자동청소 기능을 사용하기로 했다. 손으로 닦는다고 지워지는 건 아닌 모양이라..

 -"예, 예,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Screen Reboot]

 화면이 좌라라락 뜨면서 바깥의 시야가 서서히 드러났다. 구석에 다시 Voice Only라는 메세지가 정상적으로 뜨고.. 뭐. 이정도면 된건가.

 ​[​C​o​m​p​l​e​t​e​]​
 [All, Divided Force Shield, ​A​c​t​i​v​a​t​e​d​]​
 [Leg 1, Hi-speed Vulcan, Set]
 [Leg 2, Short Range Cannon, Set]
 [Leg 4, Bound Ball, Set]
 
 오늘은 조금 빨리 움직이는 걸로 좀 튕겨내보든가 해야겠다. 아무래도 폭발탄으로 맞상대한 탓에 푸른 화살을 다 제거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본다면.. 빠른 투사체로 튕겨내고 하는 게 오히려 더 낫겠지..

 -"준비 됐습니다. 언제라도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실전에선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실전 실전.. 그러고 보면 일단 표면상으로 이 전투는 '실전을 가장한' 훈련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게 실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데요?
 -"시끄럽다."
 -'Bound Ball, Ready'
 -'Hi Speed Vulcan, Ready'
 -'Short Range Cannon, Ready'

 학교에 다녔을 때를 떠올렸던 탓인지. 그때 영어는 영 젬병이었는데.. 그때 영어랑 좀 친해져둘걸 그랬다 싶기도 한다. 뭐. 시훈이 형 덕분에 왠만한 단어는 다 알게 되었지만.. 소연이 녀석, 영어는 정말 잘했었지.. 나한테 가르쳐주겠다고 하기도 했었고 말이지.

 -"간다."
 -"예이. 예이."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화면 너머로 슬쩍 비친 푸른 빛을 뿜고 있는 기체를 보았다.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 한 채 이동을 시작했다. 아마 이제 저 끝의 단궁에서 세발을 쏠텐데. 최대한 근접해서 두번째 다리에 이어둔 근거리 포탄으로 견제를 하거나, 하늘로 치솟아 있는 네번째 다리에 연결된 팅팅볼로 각도를 조금 바꾸거나 해봐야겠다.

 여차하면 팅팅볼이 대신 정지되어도 상관없으니. 일단 여기서는 좀 쏴볼까. 잘만 쏘면 이동 방해로도 될 수 있겠고.. 저 팅팅볼은 진짜 공이 나가는 게 아니라 공같이 생긴 무언가가 나가는건데. 그 크기를 생각해보면 어디에 저런 게 격납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한다. 그래도 일단 쏴지니까 가능한 한 쏘는거지. 충전식이라 5발까지만 쏠 수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두발의 푸른 빛을 띠는 화살. 그 쪽으로 팅팅볼을 쏴서 볼 하나는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고. 다행히도 그렇게 한 발은 제거했지만. 나머지 볼은 다 헛짓을 한 모양이다. 두번째 화살이 네번째 다리에 맞았는지. 메세지가 떴다.

 [Leg 4 : Damaged, 20%]
 [Leg 4 : System Freeze]
 [Leg 4 - Bound Ball, Error : 'Can't Shoot']

 괜찮다. 아직 두번째 다리에서 한 발을 더 쏠 수 있다. 그럼 이제 세번째 화살만 튕겨내면 된다는 건데. 어째서인지 세번째 화살은 보이지 않고 칼로베리프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방해하지 말란 말이야. 젠장!"
 -"내가 근접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
 [Leg 2 : Damaged - 32%]
 [Leg 2 : System Freeze]
 -"젠장!"
 -"노림수가 얕다."

 [Leg 3 : Hi-Speed Vulcan, 30]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근접한 칼로베리프를 향해 고속탄을 마구 난사했다. 탄환이 10개쯤 남았을 때, 메세지 하나가 더 떴다.

 [Leg 1 : ​P​a​l​a​r​y​z​e​d​,​ 01:00]

 -"오늘은 머리를 좀 쓴 모양이군. 하지만 여기까지다."

 거리를 벌리려고 시도하는 칼로베리프를 향해 일부러 근접한 탓에, 첫번째 다리가 이동을 멈추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미리 전체로 설정해둔 DF 쉴드를 확산해서 움직임을 어떻게든 돌려보고자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새 처음 보는 탄환까지 써가면서 내 쉴드를 무력화시키고. 또 그 한쪽 손에 쥔 봉같은걸 휘둘러서, ​'​P​a​l​a​r​y​z​e​d​'​라​는​ 메세지가 뜨는 것을 그저 구경만 할 수 밖에 없다.

 -"포기요. 포기. 졌습니다."
 -"수고했다."
 -"예. 예. 형도 고생했습니다."
 -"드디어 조금은 다양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게 되었군."

 칭찬인가? 그렇다면 고맙지만.. 그 말투로 저렇게 말하니까 짜증만 날 뿐이다.

 실전을 가장한 훈련이 끝나고. 시간을 보았다. 오전 8시..

 -"형, 지치지 않으셨으면 한번 더 부탁할게요."
 -"무슨 바람이 분 건지는 모르겠지만. 알았다."

 시간이 8시밖에 안되었기에 그냥 가볍게 한번 더 하기로 했다.

 


 -"어째서 땅에 닿아도 튕기질 않아! 내 생각대로 되질 않잖아 이거!"
 -"허둥지둥대면 좋은 목표물이 될 뿐이다. 수혁."
 -"아. 좀. 레이더에도 안잡히는 데 뭘 어쩌라는겁니까!"
 -"시끄럽군. 좀 조용히 해줘야겠다."

 [Leg 3 : System Freeze]
 이동하던 도중, 그대로 균형을 잃어 나자빠지려던 순간 이동을 멈춰 간신히 그 상태는 모면했지만. 어째서인지 3발째의 푸른 화살이 안보인다 싶더니 이제야 쏴서 맞춰버린 시훈이 형의 행동이 날 엄청 화나게 만들었다.

 -"뭡니까! 왜 세발째가 지금!"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착각?"
 -"항상 내가 움직이던 대로만 움직일 거라 생각하고 대응한 것 까지는 좋았다만. 나 역시 그렇게 단순한 행동만 반복하진 않는다."

 이 인간이 몇 개월동안이나 그렇게 움직여놓고 뭐라는거야.

 -"아니 그러면 대체 왜 몇 개월동안 같은 패턴으로 절 상대한겁니까?"
 -"난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선택했을 뿐. 무의미한 소모전은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약했다는 소리네. 내가..

 -"하아.. 네. 그런겁니까."
 -"요즘 들어 머리를 좀 쓰게 된 것 같지만."
 -"요즘 들어.. 말이죠. 하.."
 -"어디까지나 그 조종기를 너만이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둬라."
 -"그래서 이렇게 매일 아침 훈련하는겁니까?"
 
 그 말에, 화면 너머로 시훈이 형이 날 노려보는가 싶어 나 역시 정면으로 바라봤지만, 'Voice Only'라는.. 음성만 나오고 있다는 메세지가 날 환영하고 있었다. 대신 말이 이어서 들려왔다.

 -"훈련?"
 -"그렇잖습니까. 이렇게 매일 아침.."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실전이다."
 -"예 예. 실전을 가장한 훈련."
 -"착각도 정도껏 해라. 굳이 어느쪽이냐고 한다면.."

 [Leg 3 : Damaged, 30%]

 말하면서 패는 건 뭐하는 짓이냐!

 -".. 훈련을 가장한, 실전이다."
 -"실전에서는 가만히 대화만 하진 않는다. 뭐 이렇게라도 말하려는겁니까?"
 -"잘 알고 있군."

 아. 그렇다 이거지. 나도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다. 초고속 발칸포가 10발이 남을 때 까지, 눈앞에 보이는 푸른 빛을 향해 가능한 한 발사했다.
 [Leg 3 : HS Vulcan - Error 'Can't Shoot']

 발사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나가지 않고 에러 메세지만이 송출되어 있었다. 답답해서 대화나 이어가기로 했다.
 -"전 지금 손도 발도 못쓰는데 말입니다. 그 상황에서 말을 걸다가 이러는 건..!"
 -"역시나, 실전의 일환이다. 이런 인간도 만나게 되는 법."
 
 참 다양한 성격을 가지신 분입니다 그래?

 -"그런거다. 상대를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두는 게 일반적으로 상식이고. 그 이상의 전투행위는 하지 않는다. 무의미한 공격을 더 해봤자 시간만 낭비할 뿐이고. 오히려 흐름에 따라서는 상대에게 빈틈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말이 많군요 거 참!"
 
 [Leg 2 : Auto Recovery]
 -"네 조종기와 같은 타입은 기본적으로 행동이 자유롭다. 그 전에는 각 부분을 수동으로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넌 모르는 것 같지만. 아니. 아직 자동 조종만 해 두고 있나?"
 -"하아.. 예. 그래요. 오토입니다. 오토."
 -"역시 그랬나. 언제까지나 오토로 해두면 실력차이는 금새 드러나기 마련이다. 강해지고 싶다면.. 수동으로 익히는 방법을 알아두는 게 좋을거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각종 소속의 조종기들 때문이라도 그럴 시간이 없고. 게다가 방법도 모르는데 말이지.. 뭐라는거야.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패널에 붙어있는 건 버튼들 뿐이고. 이런 걸로 수동 조종이 가능하긴 한지 의문이 든다. 내가 모르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 자동 수복 상태에 들어갔으니. 이제 그만 해 두시죠. 오늘도 적이 올 거 아닙니까?"
 -"이제야 네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게 된 모양이군. 수혁."
 -"예. 방금 발언으로 잘 알았습니다!"

 [Leg 4 : Bound Ball, Ready]
 -"그러니까, 이제 저도 가만히 있진 않을겁니다!"

 말을 마치고 4번째 다리에서 팅팅볼을 마구 쏘아댔다. 역시나 땅에 닿는 순간 사라져버려. 시훈이 형의 메카를 향해 정면으로 쏘아댔다. 그 순간. 몇발이 내 몸체에 부딪힌 모양인데. 그 상황에서 튕겨, 몇 발인가가 칼로베리프에 명중했다. 다만 '명중했다' 라는 정도만 알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가 난 것은 아니었지만..
 -"위기상황이 와서야 발버둥치기 시작하는건가? 하지만 거기까지다."
 -"젠장."

 4번째 다리를 향해 푸른 빛을 뿜으며 칼로베리프가 붕 날아오르더니, 어째서인지 푸른 화살이 하나 더 날아와.. 잠깐. 설마. 내 팅팅볼과 같은 충전식이라는건가? 그런 생각을 길게 할 시간은 길게 주어지지 않았다.

 [Leg 4 : System Freeze]
 [Leg 4 : Damaged, 5%]

 5퍼센트로 시작한 데미지 표기는 7퍼센트. 9퍼센트.. 30퍼센트.. 치솟아 오르더니, 70퍼센트까지 오르고 나서야 자동 수복 상태로 들어가버렸다.
  
 [Leg 4 : Auto Recovery]
 -"이제서야 잠잠해졌군."
 -"예. 뭐. 이제 정말 아무것도 못합니다."
 -"수고했다."

 전투 도중 냉정함을 잃어버린 탓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이번에는 'Auto ​R​e​c​o​v​e​r​y​'​라​는​ 메세지를 기어코 보고야 끝나버렸다. 팅팅볼.. 꽤나 쓸만했는데. 다만 땅에 닿으면 전혀 튕기질 않으니 그게 좀 답답할 따름이다. 저래서야 팅팅볼이라고 하기엔.. 오히려 내 쪽을 향해 쏘면 이리저리 튕기면서 상대 진로를 방해하는 모양이다.

 -"한방 먹일 수 있었는데!"
 -"좀 쉬어둬라. 아침 댓바람부터 그렇게 무리하면 좋지 않다. 바람이나 좀 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예이. 예이."

 누구때문에 이렇게 무리했는데.. 더이상 대꾸하기는 포기한 채 통신은 그냥 냅두고, 해치를 열고 잠깐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 마자 들이마신 공기는 꿈에서 느꼈던 그 기분 좋은 바람과는 매우 거리가 먼. 숨쉬는 것만으로도 건강이 나빠질것만 같은 먼지투성이 공기였다. 이건 오히려 쐬는 만큼 답답해지기만 했다.

 "수혁, 받아라!"
 
 어느새 가면을 벗고 칼로베리프의 다리 위에 서 있는 시훈이 형이 손에서 무언가를 쥐고 있다가 나에게 던져주었다. 여차하면 놓칠 뻔 했지만. 두 손을 높게 뻗어 겨우 받아냈다.. 손을 내려 살펴보니, 뭔가 꽁꽁 둘러싸여 있다.
 
 "이게 뭡니까?"
 "먼지가 들어갈 수 있으니.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라."
 
 시훈이 형이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느낌의 말을 하기도 했고. 나 역시 이 먼지 투성이 공기를 더 들이마실 생각은 없었기에 엑사베리온 안으로 다시 들어가 포장을 뜯어 열어보았다. 겉을 감싸고 있던 종이포장을 뜯어내자, 안에 ​'​B​u​r​g​e​r​'​라​는​ 문자가 새겨진 종이포장이 하나 더 있었다. 아하. 햄버거인가? 꽤나 오랜만에 본다..

 -"버거라.."
 -"맨날 토스트만 먹으면 키가 안큰다. 골고루 먹어야.."

 내가 키가 작은 게 은근히 컴플렉스인데.. 키 크다고 자랑하는건가! 어느새 통신 상태가 좋아졌는지, 'Voice Only'에서 시훈이 형의 조종석이 비춰져 있었다. 형도 내가 보이는지,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보이는 것 같다. 비웃지 말란 말이야!

 -"이런거 먹어도 키 잘 안큽니다!"
 -"풋. 적어도 토스트보단 낫겠지. 안 그런가?"
 -"할 말이 없게 만들어주시네요."
 -"골고루 먹어야 키가 큰다. 성장기라면 더더욱.."

 더 말하는게 바보같아서 대꾸하기는 그만두었다. 그나저나 이 버거. 어디서 파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뜯어보니 꽤나 속이 알차게 채워져있다. 채소도 다양하게 들어있고.. 그러고보면 채소를 안먹은지 꽤 되었구나. 아아.. 정말로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걸어서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엑사베리온 째로 바깥으로 이동했다간 그 곳이 제 2, 제 3의 폐허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움직일 수도 없다.

 -"밖으로 나가고 싶네요."
 -"조금 참아라. 머지 않아 나갈 수 있을 거다."
 -"저 망할 조종기들이 더이상 절 괴롭히지 않는다면 말이죠."

 UDF. UMS, FCW.. 화면 너머로 보이는 각종 알파벳이 새겨진 고철더미들을 바라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저 자식들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날 데려가려고 하는 속셈인걸까.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는다. 처음 봤을때는 녀석들이 가진 이상한 장비들에 내 엑사베리온이 조각조각나는 상상도 해본 적 있으나. 실제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매번 시훈이 형의 칼로베리프에 의해 오히려 녀석들이 조각조각나버리곤 했으니까..

 그렇다면. 내 엑사베리온을 파괴하지 못해서 '오라드를 쐈다' 라고 생각하면 되는건가?.. 고작, 그런 이유로 이 일대를 폐허로 만들어버려야만 한걸까?..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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