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까지의 일상 (4)
그래서, 다음에 이 '웬수 같은 소꿉친구'가 하는 행동이 뭐였냐 하면..
"선생님! 수혁이 다친 거 같으니까 보건실에 갈게요!"
내가 어딜 다쳤는데 저러는 거냐 싶어 소연이를 슬쩍 바라봤다. 그런데 뭔가 화가 난 듯이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뭘 잘못 먹었나.. 생각하고. 현재 수업을 담당하는 윤이 누나.. 에게 내가 괜찮음을 설명해주었다.
"잠깐 정신을 잃긴 했지만.. 보건실 갈 정도는 아닙니다. 괜찮아요. 하하하."
공을 잡기 위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얼굴에 맞는 바람이 묘하게 시원하고.. 그 바람에 입 쪽으로 뭔가 따뜻한게 흘러 들어온다.. 어째서인지 경기는 재개되지 않고, 윤이 누나가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며 날 바라본다. 아아. 저러다 또 울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저리 여려서 교사 해먹겠냐.. 걱정이 좀 된다.
"아.. 음.. 가서 쉬는게 좋겠어. 수혁아. 부탁할게 소연아. 수혁 학생좀 보건실에 데려다주고 오렴."
미인이 저리 걱정해주니 기분이 좋다. 괜찮다니까요. 글쎄.
"전 보다시피 말짱하다니까요. 자!"
보다시피 말짱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팔도 붕붕 흔들어보고 펄쩍펄쩍 뛰어도 봤다. 뭘 그리 호들갑을 떠냐 너네들은. 하하하 하고 웃어주려던 찰나에 뭔가가 떨어진다. 아마 내쪽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 떨어지는 소리도 들린다. 물 같은 것 같은데 좀 따뜻하네.
"피곤해 보인다 임마"
"자기가 어떤지도 모르는 바보가 있는데."
이 외에도 '체력 빼면 시체'라느니 '저거 무리한다 싶더라' 냐느니 그냥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한다. 무슨 환자 대하듯이 말이야. 그런데 그 말이 다 나를 향해 오는거라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하, 글쎄. 괜찮다니까. 따뜻한 뭔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 빼고는.
"잔말 말고 따라와!"
소연이가 날 끌고 간다. 이상하다. 반항할 힘이 없네..
"괜.. 찮..다니까"
말도 묘하게 어눌해지고. 멍하고..
"수혁이 너 왜 쓰러진지는 알아?"
그야, 소연이 니가 내 머리에 공을 맞춰서 그런거 아니냐?
"머리에 공 맞아서 그런거 아니야?"
내 대답을 듣고는 한심하다는 듯 한 1초간 쳐다보다가는 고개를 돌린다.
"아니야. 일단 가서 좀 누워."
"어디로 갈 건데?"
"보건실"
환자 아니라니까.. 글쎄. 좀 반항이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다. 지금 소연이가 잡아끌어주지 않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했을지도.. 싶은 생각이 들었다. 땅을 슬쩍 바라보자, 붉은 물감 자국이 내가 간 길마다 떨어져있다. 아. 피였구나.
"너, 어제 뭐 했어?"
뭐 했냐니... 윽. 섣불리 말할 수 없다. 이 녀석이라도 쉽게 말해줄 수는..
"어.. 좀 바빴어. 그러..니까."
말도 어눌해지고, 얼버무리기도 해야겠고.. 답답했는지 내 말문을 막듯이 소연이가 말했다.
"됐으니까. 일단 좀 나아지면 말해. 자기가 피곤해서 코피가 나는 것도 모르는 멍청이한테 뭘 더 묻겠어."
그래? 코피가 나는 거였나. 소연이에게 잡히지 않은 반대쪽 손을 슥 들어서 손가락으로 닦아내듯이 밀어내다 보니.. 피가 묻어져 나왔다. 나, 감각이 엄청 둔한 편이었구나..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말이야.
"고맙다 소연아."
그리고 이 녀석이 먼저 알아채줬으니 고맙다는 인사는 해줘야겠다.
"무..뭐.. 그래도 가장 오래 된 친구잖아?..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평소에 하지도 않는 행동에 당황한 걸까. 내가 사과하자 말이 좀 꼬이고, 억양도 흔들리고.. 꽤 재밌는 반응이다. 사과를 하는 것도 허를 찌르는 좋은 방법이 되겠다. 가끔 써먹을까.
보건실에 도착하자 마자 소연이가 '선생님! 환자 녀석 데리고 왔으니 침대좀 빌릴게요!' 해서 날 메다시피 하고 부축한다. 뭐.. 걸을 힘은 돌아왔는데 이렇게까지 해주니까 당황스럽지만 일단 호의에 맡겨볼까. 침대에 직접 눕혀주기까지 한다. 고맙네.
"덕분에 좀 살겠다. 고마워 소연아"
"푸~욱 쉬고, 일어나면 연락 해."
나름대로 고마움을 말로 표시했는데. 얼굴을 홱 돌리고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나중에 선물이라도 하나 줘야겠다 싶어서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녀석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물어보려고 했는데 말이지. 하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생각해봤다.
녀석이 뭘 좋아했더라? 잘 모르겠다. 역시 물어봐야 했나?
오늘 일로 한가지 확실히 소연이가 가련하지 않다는 점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어쩌면 나보다 강한 걸지도 모르겠고.. 윤이 누나가 부축해줬으면 했었지만.. 아니 아니지.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선물을 못 주게 되면.. 음. 그러고보니 오늘도 소연이랑 싸웠었구나. 다음에는 먼저 사과한다거나 뭐. 그런 걸로 해두자. 일단 좋아할만한 걸 찾아서 사 주는게 최선이고.. 에라 모르겠다. 피곤하니 잠이나 자자.
"아.. 음.. 괘... 괜찮니?"
울다시피 하는 흑발의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얼굴도 조금씩 가까워져 오는게.. 윤이 누나인가. 적어도 내가 아는 얼굴 중에서 떠올려 본다면 말이다.
어깨를 잡고 흔들다가.. '괜찮니!' .. 그러다가 '수혁아!' 하는 말에 나는 '윤이 누나!' 라고 외쳤다가.. '아, 선생님'. 하고 말을 돌렸던 그 때가 기억난다.. 역시 '누나'라고 부르는 쪽이 편한데 말이야. 실례니까. 뭔가 좀 얕보는 느낌을 받아서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누나.."
그 말에 눈앞에 있는 긴 흑발의 여성이 반응했다. 윤이 누나랑 비슷하게 생겼다. 아니. 동일인물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똑같이 생겼지만, 처음 보는 옷을 입고 있다. 평상복.. 같은건가? 그런 것 치고는 뭔가 많이 이상한데. 파란.. 스웨터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까. 적어도 내가 본 적이 없는 옷이다. 당황해하는 나를 향해. 온화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그녀.
"그래, 누나야. 아픈 데는 좀 괜찮니?"
익히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다. 어디에선가.. 그래. 올해 25살의 체육교사.. 윤이 선생님과 많이 닮았다. 그런데.. 음.. 아니다. 윤이 누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스물 다섯살의 윤이 누나는 몸매가 예술인.. 그런 여성인데. 이 흑발의 여성은 다른 점과는 윤이 누나랑 닮아보였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스물이 넘어보이지는 않는다. 조금 앳되어 보이기도 하고..
"아.. 미안해. 내가 괜히.. 방해를 한걸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누나."
말이 조금씩 끊겨서 들린다. 잘 듣기 위해 집중을 하는 그 순간, 윤이 누나의 모습이 다시 겹쳐보였다. 아무리 봐도 윤이 누나인데. 이렇게 어려보이는 윤이 누나는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여성은 여기서 날 보살펴준걸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또 무심결에 누나라고 불러버렸다.
'아.. 아니 선생님.'
말을 급하게 돌려봤지만 말이 나오질 않는다. 왤까.. 그런데 솔직히 조금 그리운 듯한 느낌이 든다. 눈앞에 있는 여성은 내가 알기로 윤이 누나인데. 그리고 이미지는 겹치는데 무언가가 매치가 되지 않는 느낌이 든다. 몸매도, 조금 어려보이는 얼굴도. 게다가 내가 옛날에 윤이 누나를 만난 적이 있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눈 앞의 여성은 지금 내 나이랑 상당히 비슷해보이는.. 그런 여성이었다. 파란색 스웨터가 잘 어울리는. 그런.. 아름다운 여성.
"그러게, 너무.. 서두르지 말라니까. 아.."
조금씩 희미하게 들리던 말소리가, 이제는 입 모양만 보이고, 더 이상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그리운 감각.. 잃고 싶지 않다.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파악이 안되었지만.. 희미해지기 시작하는 저 온화한 미소를 가만히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나.. 누나.. 하고 되새겨봐도 말은 나오지 않았다.
마치 사라진 것만 같은. 있던 게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모습인 '그녀'의 모습은 점점 눈 앞에서 희미해지고.. 그때쯤 되서야 그게 꿈이라는걸 알아챘다. 하지만 꿈이라도 이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꿈 속의 '나'의 생각이 내 생각과 겹쳐갔다.
'이렇게 보내고 싶진 않은데. 누나. 누나.' 윤이 누나.. 윤이 누나와 비슷하게 생긴 그녀는 날 쓰다듬으며 다시 또 무언가를 말한다. 저건 들어야겠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날 쓰다듬으면서 온화하게 웃어보인다. 예쁘다. 윤이 누나.. 가 활짝 웃으면 저런 느낌일까.. 어쩌면 이런 광경을 꿈 속에서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도 여성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고, 정신이 팔린 사이에 뭐라고 말하는지 제대로 듣질 못했다.. 귀를 기울이자. 신경을 바짝 세우고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기로 하자.
"미.. .끄러.. 지... 그러면 아프.. 않니. 괜찮니?"
'괜찮니?' 만 가장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로 겹쳐 들린다. 윤이 누나..? 윤이 누나인가? 모르겠다. 대체..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졌다. 아, 더 있고 싶었는데. 이 그리운 감각을 조금 더 느끼고 싶었는데..
눈을 떴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잠 기운이 서서히 사라지는게.. 피로가 완전히 풀린건가.
"괜찮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윤이 누나였다. 꿈에서 본 모습과 지금 눈 앞에 있는 모습.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눈 앞의 '윤이 누나'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처럼.
"괜찮니? 수혁아, 정신 좀 차려봐."
나를 다정하게 부르는 그녀, 윤이 누나가 확실하다. 모든 학생들에게 이렇게 친절하기에 뭇 남학생들의 우상이 되기도 하는 그녀가 내 눈앞에 있다.
아까 본 것이 떠오른다. 스물도 안되어 보였던 그녀.. 하지만 아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여성은 내가 아는 '윤이 누나'의 모습이 확실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가만히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또, 또 사라지지는 않을까 조금 두려웠다. 확실히 꿈 속에서 바라봤던 배경과는 조금 다르다. 천장이 말이다. 여기는 하늘색으로 칠해진..
그렇지만, 가만히 바라봐도 모습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니.. 꿈은 아니다. 게다가 파란색 스웨터도 아니고.. 연한 갈색 코트를 걸치고 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확인하기 위해 말을 걸어봤다.
"윤이.. 선생님?"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뒤쪽을 향해 손짓했다. 누군가 보고 오라는 듯. '수혁이가 정신을 차렸어!' 하고 소리쳤다. 그 말에 누군가가 재빨리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포니테일을 휘날리며.. 소연이? 소연이인가. 뭘 저렇게 서둘러서 달려오는걸까.. 솔직히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었니 수혁아?"
윤이 누나는 아까 내가 가만히 얼굴을 바라본 걸 물어보았다. 꿈에 윤이 누나가 나와서요. 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 솔직히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잠결에 내뱉었어요.. 같은 것도 좀.
"아, 아니에요. 그냥 여기가 어딘가 싶어서 천장 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시선이 마주친 건 확실하지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 당황한 나를 향해 또 한명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아! 정신이 좀 들어? 괜찮은.. 거지?"
그 말을 거는 소연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떨고 있었다. 어째서 저러는걸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조금 하이 톤의 목소리로 날 향해 말을 걸었다.
"어.. 그래. 조금 괜찮은 것 같아. 그런데. 너 왜 울려고 하는거냐."
그 말을 듣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그녀. 대체 왜 저러는걸까 잘 모르겠지만.. 눈물 자국이 가득하다. 혹시라도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무신경했다. 사과하자. 예전에 녀석에게 빚졌던 게 떠올랐다.
"내가 이상한 말을 한 것 같다. 미안해 소연아."
이번에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도 없고.. 눈물 방울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날 바라보는 가련한 여자아이.. .. 이게 소연이의 모습이던가?.. 조금 가치관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왜 우는 거야. 이 녀석은.. 그 뒤에 이어진 말은 나를 더 충격에 빠뜨렸다.
"아니야.. 너 괜찮으면 다행이지. 일단.. 그거 다 맞고나면 뭐라도 좀 만들어 줄테니까."
소연이가 묘하게 상냥하다.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맨날 말다툼하고.. 운동 종목으로 대결하고.. 그랬는데. 이 괴리감은 뭐지?.. 너무 당황해서 그런지 정말로 소연이가 가련한 소녀로 보였다. 정신 차려라. 신수혁. 상대는 안소연이야. 저 녀석이 저렇게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줄리가..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지..? 지금 이렇게 편하게 누워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왠지 초조함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소연이의 말을 듣고 내 팔을 바라보자... 이상한게 꽂혀있었다.
"아.. 수혁아.. 급하게 팔을.. 움직이면 안 돼."
으..음. 꽂혀있는 관 같은게 이어진 끝을 보니 무언가가 걸려있다. 액체같은게 들어있는데.. 하아. 또 쓰러진건가?
"다친 곳이 일단 안정될 때 까지는.. 소연이도, 나도 여기 있기로 했어. 일단은 나도 의료 보조사 자격은.. 있으니까."
여기..? 의료 보조사?.. 병원인가. 가만히 생각하고 있자니, 소연이가 날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평소엔 보기 힘든 표정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할아버지.. 꼭 찾아야 할텐데. 수혁아.."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나는 확인 차 두 사람을 향해 질문했다.
"여기.. 어디지? 두 사람은 여기서 뭐 하고 있는거야."
그녀들은 내 말에 섞인 불안감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내 말을 듣고는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나를 향해 동시에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네 집이잖아. 수혁아."
"집? 하..."
학교는? 이라고 말하려다가 무언가 깨달았다. 오른쪽에 놓인 달력을 바라보았다. 2176이라는 숫자 아래에. 5. 그리고 21.. 2176년, 5월. 21일.
오늘은 내 생일이 지난 지 두 달이 되는 날이고.
할아버지가 실종된 지 벌써 1달이나 지나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UDF라는 알파벳을 새기고 나타난 정체불명의 조종기들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받아내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게 떠올랐다..
하.. 하하. 엑사베리온이라.
할아버지가 사라졌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에게 잊지 못할 생일 선물을 하나 주시고는 한달 뒤에. 정확히 한달이 지나자 마자 모습을 감추셨다.
일단 가만히 누웠다. 그리고, 그 날을 떠올리기로 했다. '엑사베리온'과 처음으로 만난 그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