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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변조종기 엑사베리온


투고 | alphase

Scout, 새로운 동료 (1)


 오늘은 디시브가 훈련하는걸 리더 명령으로 기어코 말려놓았다. 혹시라도 전투태세로 전환되면 스카웃에 차질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리치는 여전히 로우텐션이다. 하긴 돈을 두번이나 뜯긴다고 생각하면 그건 참.. 불쌍하긴 하지만. 브리핑에도 성실히 참여하지 않고, 임무도 제대로 하질 않으면서 이용할 시설은 다 이용했고 심지어 개인 물품까지 구매.. 했던 점으로 미뤄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타당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카웃하러 갈 때는 좀 텐션이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소망이다. 한명은 자리에 앉아 숫자를 중얼중얼대고 있고, 한명은 "두뇌전.. 두뇌.. 전술.." 같은 말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반복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가볍게 이야기를 걸어보기로 했다.

 "디시브, 더 리치? 슬슬 기분 좀 푸는 게 어떨까. 어디까지나 디시브는 '예비 전력'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아저씨는.. 음.. 돈이 많잖아? 그정도는 뭐.."
 "차라리 욕을 해 임마!"
 "누구라도 자기 것이 줄어들면 괴로운 법이야 리더.. 크.. 크크크."

 지금이라도 멤버 교체를 진지하게 고민해볼까.. 고개를 숙이고 고민하고 있자니, 야구모자를 쓴 청년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엠페러. 슬슬 1시가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체이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스타일은 괜찮은데.. 아쉽게도 키 때문에 데려가기가 좀 그렇다. 그런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가 나만 들리도록 조용히 말했다.

 "불만이 있으면 사람 눈을 보고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엠페러.."
 "아, 아니야. 체이서. 걱정을 끼쳤나보네. 이제 할 일이 없으면 쉬어도 상관없는데.. 미안하게 됐다."

 게다가 저 조용히 욱하는 성격.. 내가 처음에 체이서를 만났을 때도 저 조용히 욱하는 성격때문에 묘하게 경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저게 가장 큰 결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지도같은 게 그려져 있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아까 부탁한 내용인 것 같다.

 "부탁받았던 최단루트다. RC에도 파일을 보내놨다."
 "역시 우리 클래스 최고의 분석가답네. 매번 고맙다. 체이서."

 그 말에, 뒤로 돌면서 "키 작아서 미안하다.." 하고 중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미안해. 미안하다고. 그렇다고 이걸 직접 사과하면 긍정해버리는 게 되어버리니까 그냥 아무 말도 않기로 했다. 귀가 좋아서 다 들린다고.. 이럴 때마다 내 청력이 남들보다 조금 뛰어나다는 점이 슬프다.

 반대쪽을 돌아보자, 저것들은 아직도 숫자를 중얼대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속으로 화가 나는걸 꾹꾹 눌러담고,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두명에게 다가갔다.

 "체이서로부터 최단 루트 정보도 얻었고. 이제 슬슬 움직였으면 하는데.. 디시브, 더 리치."
 "최단.. 루트... 두뇌전.. 최단.. 짤림.."
 "최단.. 거리.. 이동비용.. 최소.."

 짜증이 목을 넘어올라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 1시가 된 것을 확인하고는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제 곧 변장을 도와줄 사람들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변장이라는 말에, 누구보다도 먼저 정신을 차린 건 파마머리의 정장차림을 한.. 더 리치. 숙인 고개를 바짝 펴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기가 팔팔 넘쳐 흐르는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고 변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럼, 슬슬 움직이죠."

 변장의 기본이니 어쩌니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걷는 그의 말을 '완벽하게' 무시한 채, 디시브를 질질 끌고 브리핑 룸에서 나왔다. 섀도우 체이서가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의자에 가서 앉는 모습이 왠지 초라해보였다.. 미안하다 체이서. 결코 키 때문에 그런게 아니니 자신감을 가져라..

 브리핑 룸에서 나와, 한참을 걸어 그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를 향해 걸어갔다. 기본적으로 스페셜리스트 클래스의 유저들은 다른 클래스의 유저들과 직접 마주치지 않는다. 기밀 유지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라는 걸, 예전에 문서를 정리하다가 읽었던 적이 있다.

 다시 말해 우리들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거고, 오늘 스카웃해올 예정인 '유니스' 그녀 또한 표면상으로는 직원이지만 뭐.. 실질적으로는. 우리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소리지. 물론, 월급은 리치의 통장에서 쫙쫙 빠져나갈거고..

 만나기로 했던 103호실로 들어가자, 검은 색의 트윈테일 머리에, 키가 160cm쯤 되어보이고.. 얼굴빛이 밝아보이는 느낌을 주는 반면 보라색 망토를 두르고 있는 여자아이와 짙은 청색의 블레이저 차림에, 주황색 넥타이를 한 밝은 갈색의 짧은 머리 스타일인 남성이 서 있었다. 평범한 외모와 달리 그 둘에게서는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아, S클래스의 여러분들이시군요. 이야기는 마이스터에게서 대충 전해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루스터라고 합니다. 이쪽은 시밀러.."
 "아, 반갑습니다. S클래스의 엠페러입니다. 이쪽이 디시브, 이쪽은 더 리치.. 아, 더 리치라고 부르는게 귀찮다면 아저씨라고 불러도 상관 없습니다."
 "엠페러? 그 말은 좀 너무한데. 반갑습니다. 더 리치라고 합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 소년이 저희 팀의 리더입니다."
 "으음. 엠페러입니까. 명칭에 어울리는 품격이 느껴지네요."
 
 품격은 무슨.. 당신들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해 봐. 이렇게 안 되고 버틸 수 있나.. 그나저나 저 아저씨가 웃으면서 쓸데없는 사족을 붙인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작은 반항이겠지. 그나저나, 아까부터 묘하게 디시브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인가.. .. 설마 하니 싶지만, 저 검은 머리 여자애도 눈동자가 좀 붉어보이는데.

 "저는 디시브라고 합니다. 잘 부타.. 부탁.."
 "어.. 어?"

 '시밀러'라는 이름을 가진 트윈테일의 소녀가, 후루야마를 향해 다가왔다. 후루야마는 자꾸만 그 시선을 피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녀는 지금 후루야마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저걸 보아, 지금 시점에서 그녀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후루야마를 잘 아는 녀석이라는 점이다. 후루야마는 조금씩 뒤로 돌아서고 있었으나, 곧, 그녀가 트윈테일을 휘날리며 돌아서려던 등을 손으로 붙잡았다. 자세만 놓고 보면 목덜미를 잡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키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료스케 오빠! 여기서 뭐하는거야! 나이 스물이 넘어서 독립했나 싶더니, 왜 여기에 있어!"
 "스물? 시밀러 양? 이 사람은.."
 "료스케 오빠가 확실해요!"
 "어.. 음. 확실히 이름은 같을 지도 모르지만.. 이 소년은 17살.."

 아저씨는 이 상황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건지 더이상 말하기를 멈추고, 가만히 둘을 바라보았다. 등을 붙잡힌 디시브가 역성을 내며 트윈테일의 소녀를 내려보았다.

 "... 아 젠장! 후미카 너야말로 이런데서 뭐하고 있는거냐! 취직했다며!"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나이 속인거야? 아직도 스물이 넘은 현실을 믿고 싶지 않은 거야?"

 아, 후루야마가 21살이라는건 나 혼자 알고 있었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이 사실을 한명 더 알게 되었다. 앞으로 후루야마 녀석.. 꽤나 고통받게 되겠구나. 힘내라.

 "후미카, 이 일은 비밀로 해 줬으면 좋겠는데.."
 "게다가, 그 패션 센스.. 그러니까 아직도 어린애란 소리나 듣고 그러는거야!"

 동의한다. 음. 확실히 디시브의 패션 센스는 뭔가 좀 문제가 있지. 그 특유의 'Dec'라는 단어가 적힌 셔츠를 아르게미드에게 빌려줬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에 그걸 아르게미드가 입고 있었던 게 기억났다. 그나저나 저렇게 언성을 높여가며 말다툼하는 걸 순순히 기다려 줄 생각은 없는데.. 재촉해보기로 했다.

 "저기, 시밀러 씨.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50분까지는 셔틀에 타야 하는데.. 말이죠."
 "아, 아 미안해요. 어쨌든. 우리 바보 료스케 오빠좀 잘 부탁드릴게요!"

 ... 지금 네 오빠가 본업 뺏길 위기에 놓여있단다. 자업자득이라는 녀석이지.

 "야, 후미카 이게 까불어!.. 덤으로, 이 녀석은 믿기지 않겠지만 열 아홉." 

 저 얼굴에 열 아홉이라고! 누가 봐도 여자아이.. 열 셋이나, 열 넷정도 보면 많이 보는 정도인데!

 "자, 그럼. 원하는 스타일을 알려주시겠어요? 제 네임이, 괜히 '시밀러'가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겠어요!"
 "세명 다.. 각자, '헤드헌팅'에 어울리는 변장으로 부탁하죠."
 "음.. 뭐,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료스케 오빠도 키는 꽤 큰 편이니까요. 패션 센스만 개인적으로 어떻게 하면.."
 ".. 후미카 너야말로 그 어울리지도 않는 트윈테일은 뭐냐! 난 내 여동생을 이렇게 키운 기억이 없다고!"
 "트윈테일쯤은 괜찮잖아! 15살쯤으로 봐준단 말이야!"
 "너 올해로 열 아홉이야! 정신 차려 후미카!"
 
 아무래도 좋을 남의 가정사를 이런 곳에서 알게 되었다... 리치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는데, 저 미소 너머로 뭘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 쓰잘데기 없는 말장난이나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경쓰지 말자.. 일단 저 둘의 만담이 시작되려는 거나 다시 막아야겠지.

 "저기, 시밀러 씨? 2시에 출발해야하는데"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셔틀 조종자니까요."

 시밀러 씨에게 서두르도록 요구했지만, 그 말에 응답한 건 루스터 씨다... 만반의 준비가 다 되어있다는 말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지 않을까.

 "아, 루스터 씨.. 시밀러 씨는 항상 저런가요..?"
 "본래 말이 많은 성격이긴 합니다만, 오늘은 형제와 조우해서 그런지 조금 더 들떠있는 모양입니다."
 "루스터 씨. 쓸데없는 말은 ​삼​가​해​주​시​겠​어​요​?​"​
 "아, 루스터라고 했나? 고생이 많네. 내 여동생이 말이 좀 많은게 아니라서 말이지."
 "쓸데없는 참견이야! 가출성인!"

 이어, 시밀러.. '후루야마 후미카'양이 안내해주는 곳으로 따라가면서 디시브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뭐라도 말해야 할 거 같아서..

 "디시브.. 여동생이 꽤 귀엽네."
 
 그 말에, 그 붉은 눈동자로 날 노려보는 것 같은 건 기분탓일까. 아. 기분 탓이 확실하다. 디시브의 입에서 나온 말이 그 생각에 확신을 가져다줬다. 노려보는 게 아니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 모양이다. 디시브가 가끔 사람의 눈을 볼 때, 저 붉은 눈동자때문에 오해를 종종 받았었겠구나.. 싶다.

 "아, 저거. 화장술이야."
 "그.. 그래. 어떤 의미로 굉장하네."

 내심 그 화장이 지워지고 나면 어떤 피부색일까 궁금해졌지만. 궁금증을 참고 변장실로 들어갔다. 변장실에는 각종 변장도구 말고도 다양한 의상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녀에겐 자기 방과도 같은 곳이지 않을까..

 "다 됐어요. 거울을 비춰줄테니까.."

 거울 너머에는 개성적인 하늘 색의 짧은 머리를 한 한명의 직장인이 앉아있다.. 내가 이렇게도 바뀔 수 있다니.. 에리카라면 알아볼까 궁금하다. 나중에 한번 더 부탁해볼까..?

 "취향에 따라 편광 안경 같은 것도 준비해줄 수 있는데요."
 "아.. 역시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왠지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죠."
 "그.. 그런가요? 그러면.."

 편광경을 끼고 나오자, 뭔가 위험해보이는 분위기가 든다... 아니. 내가 아니라. 거울 너머로 붉은 눈동자의 소녀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뭔가를 자꾸 들고 오는데..

 "걸작을.. 만들어 보이겠어요! 이렇게나 변장하는 보람이 있는 사람은 처음이야!"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말소리가 들려왔다.
 
 "후미카! 적당히 해!"
 "시밀러 씨. 적당히 하세요. 바쁜 분들입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그녀에게 닿지 않는 모양이다.. 난 대체 얼마나 더 바뀌게 되는걸까...? 그저 자리에 앉아 웃고있을 수 밖에 없을 뿐이다.



 "어이.. 엠페..러?"
 "엠페러? 아니, 여기선 체어맨이라고 불러야하나?"

 날 보는 둘의 모습이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아. 나도 거울 봤어. 잘 안다고.. 푸른 머리에, 편광 안경. 검은색 정장.. 사장 아니고 회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야. 쓸데없이 주름은 왜 붙인거지.

 "자, 이제 이걸로 당신도 패셔니스타!"
 "가 아니잖아 후미카, 무슨 짓을 한거냐!!!!"
 "엠페러, 진짜 나이 속이고 있는 거 아닌가?"
 "농담은 적당히 하고.. 슬슬 출발하자. 디시브. 더 리치."

 그 말에, 갑자기 양 손을 앞으로 뻗으며 길 안내를 하듯이 말을 하는 둘의 모습에 그 자리에서 전력으로 날려버리고 싶은 감정이 들었다.

 "어.. 아니, 예.. 회장님"
 "회장님. 슬슬 출발하시죠. 이쪽입니다."

 스카웃 과정에서 내 정체가 들킬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지만,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나저나, 너네들은 이 일이 끝나고 보자..
 
 루스터 씨의 안내에 따라, 모두가 셔틀에 탑승했고. 출발 카운트다운이 기내에 울리기 시작했다.

 "루스터 씨.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스카웃'이라는 임무를 이행하러 제 1 통신지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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